1 이름없음 2019/07/30 20:17:39 ID : GpRyHxvbbbf 0
스레주의 헛소리 파티를 볼 수 있습니다 1. 빨간 가방 화이트 크리스마스에 걸맞은 빨갛고 예쁜 가방이 가게의 유리창 너머 빛을 냈다. 소녀는 자신이 잡은 손을 두 번 흔들며 "나도 초등학생 되면 저런 가방 메야 돼?" 라고 했다. "그럼. 저 가방이 이쁘니?"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에 들어가자고 한다. 웃음을 머금고 가게 안에 들어와 점원에게 말을 거는 아빠. 소녀는 아빠와 가방을 번갈아보며 웃음을 머금는다. 점원이 말했다 "꼬마 아가씨, 이 가방을 갖고 싶은 거죠?" 소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머니 속에 꼬깃꼬깃하게 넣어둔 5천 원을 건넨다. 하얀 눈이 내리고 소복이 남은 발자국은 한 명이지만 소녀는 좋았다. 가방을 사지 못했지만 처음으로 계산을 해보았고 아빠가 크리스마스에 찾아온다던 약속을 지켜줬으니까.
2 이름없음 2019/07/30 20:44:19 ID : GpRyHxvbbbf 0
2. 인어공주 어느 여중생은 인어공주를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닌 정말 아름답고 환상적인 대명사라고 생각했다. 왕자에게 닿으려 다리를 얻은 대신 목소리를 잃고 왕자의 곁을 가지지 못해 바다에 빠져 거품이 된 인어공주. 여중생은 자신이 그 인어공주가 될 수도 있단 생각을 한다. 8년 전. 처음으로 왕자님과 눈을 맞추고 대화를 나누며, 어느덧 어엿해질 즘에는 사랑이란 감정을 알게 됐다. "짝사랑". 이 나이 대 충분히 해볼 수 있고 누구든 기간에 상관없이 겪어봤을 그 성장통이 왕자님에게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일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환상은 환상일 뿐 정말 현실적으로 왕자님과 인어공주는 이뤄지지 않았다. 인어공주도 이제 편안히 그를 놓아줬다. 그리고 해변에 떨어진 조개껍질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눈을 감았다. 기약 없던 시한부의 포근한 노을이었다.
3 이름없음 2019/07/30 21:07:18 ID : GpRyHxvbbbf 0
3. 나루터 어디로 가셨나요 어디로 가볼까요 어딘 지 알게 되면 마음이 편해 질까 어딘 지 알게 되면 눈가가 흉해 질까 저는 모르지만 정말 모르지만 가고 싶습니다 서방님에게로 가고 싶습니다 전생체험 영상을 켜 놓고 자니 저 시 한 편만 머릿속에 남았다. 조금의 '한'과 많은 '불안함'이 느껴진 저 시는 일을 마치고서도 머릿속에 뚜렷이 남아있다. 아마 전생 속 내가 서방을 끔찍이 아꼈거나 집착했던 거겠지. 꿈을 꿨다 나루터로 보이는 곳에 내가 서있고 소리는 들리지 않으나 뒤에 두 사람이 날 엄청 혼내는듯한 느낌이었다. 지금 흘러내린 이 한 방울은 내가 조금이라도 전생에 미련이 있어서 일까.
4 이름없음 2019/07/30 21:19:47 ID : GpRyHxvbbbf 0
4. 인형 소년은 인형을 주웠다 이름은 꾸꾸. 인형의 고양이 발바닥이 너무 귀여워서였다. 소년을 꿈을 꿨다 자신의 인형이 숨을 쉬고 움직이는 꿈. 고양이를 만져도 아프지 않았다. 꾸꾸는 돌고래쇼처럼 링 두 개를 뛰어넘거나 생선가게에 생선을 날렵히 훔치거나 소년의 다리를 휘감으며 그르렁대다 잠을 청했다. 소년은 일어나서 꾸꾸가 사실 진짜 고양이라고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그렇냐며 작게 웃었다. 안녕 꾸꾸, 나의 첫 고양이.
5 나도할래나도 2019/07/30 21:44:09 ID : GsrumqY02k4 0
한 여름임에도 누런 빛 화장실 안은 김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머리카락 낀 배수구 옆은 금방 비운 소주 두 병 그리고 욕조 안 진아는 온 몸이 따듯해짐을 느꼈다. 욕조 안이 넘칠 정도로 물이 차오를 때, 그녀는 수도를 완전히 잠궜다. 그러곤 완벽하다고 느꼈는지 잠시 이 세상에서의 느긋함을 즐긴다. 모든 혈관의 흐름을, 근육의 떨림과 몸의 중심에서 오는 은은한 쾌감을, 그 저릿미묘한 오르가즘을... 굳게 닫힌 화장실 문을 두고 진아는 다른 세상에 있었다. 그녀는 곧이어 은밀한 미소를 띄고 가냘픈 손으로 머리맡 선반의 커터칼 조각을 집었다. 왼 손 일까 오른 손 일까 고민하던 찰나 자기 살인을 완벽히 결심한 자신의 모습에 드디어 광명을 찾은 듯 가슴이 벅차오른다. 너무나도 환한 감동과 감명에 그는 심리적인 환상과 더불어 눈이 풀린다. 얇은 실소와 함께 그녀는 오른 손 검지로 집은 조각으로 왼 팔목 하이얀 피부 아래있는 파란 줄을 세로로 긋기 시작했다. 칼 끝으로 깊이 넣어서 오른쪽으로 쓱. 첫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 물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붉은 피를 보아도 생각보다 아프지 않았다. 온 몸이 달아올라서 일까 술기운 일까. 오히려 일자로 그어진 피의 선명함을 보며 흥분이 고조된다. 너무 좋아. 둥둥 떠버린 왼 팔목 물 주변에는 은은히 핏물이 퍼진다. 진아는 온 몸에 힘이 풀림을 느꼈다. 등골은 뒤통수까지 전해오는 미세한 떨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진아는 다시 한 번 더 긋는다. 쓱. 이미 희게 창백해진 왼 팔목은 쉴새없이 뿜어져 나오는 붉디 붉은 피들의 향연을 어찌할 수는 없었다. 긋자마자 미칠듯이 쏟아지는 혈구들의 탈출에 진아는 순간 통증을 느낀다. 하지만 그 붉은 상처로 부터 비롯되는 온 몸의 미세한 떨림이, 발 끝에서 머리 끝으로 오가는 전기적 신호가 그녀의 몸을 극도로 이완시켜주었다. 그리고 정신이 혼미해지며 그녀는 스스로 잠이 들었다. 그녀의 미장센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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