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만약 모든 것이 없어져도 그만 남는다면 나는 역시 살아갈거야. 그러나 모든 것이 남고 그가 없어진다면 이 우주는 아주 서먹해질거야. 나는 그 일부분으로 생각되지도 않을거야. 린튼에 대한 내 사랑은 숲의 잎사귀와 같아. 겨울이 되서 나무의 모습이 달라지듯이 세월이 흐르면 그것도 달라지리라는 것을 느는 잘 알고 았어. 그러나 히스클리프에 대한 애정은 땅 밑에 있는 영원한 바위와 같아. 눈에 보이는 기쁨은 아닐지라도 없어서는 안되는 것이야. 넬리, 내가 바로 히스클리프야.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p447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