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지~

세 끼 밥은 잊지않고 늘 챙겨먹자! 눌러 쓴 아기자기한 글씨가 꽤 깜찍하다. 세 끼 밥은 무얼 말하는 걸까. 아침, 점심, 저녁? 브런치니 이른 저녁이니 야식이니 갖은 식사가 있다. 오늘은 아침을 먹고 브런치를 먹은 뒤 야식을 먹겠다. 잊지않으면 괜찮은건가? 오후 6시가 되면 식사해야한다는 사실은 머리속에 꼭 새겨져있으니 오늘 저녁은 먹지 않겠다. 내일은 잊지않고 점심을 무시할 예정이다. 뭘 챙겨먹자는걸까. 아침으로 식은 양배추 세 조각을 챙겨먹었다. 물기가 축축하게 배어난 찐감자 한 봉지가 활동성높은 오후의 식사다.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든 것이 없어 볼품없이 쪼그라든 천가방을 들어본다. 바스락 바스락. 종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그저께 두유를 사고 받은 영수증일까. 지난주에 두부 한 모를 사고 받은 거스름돈일까. 그것도 아니면 오늘의 점심식사일까. 하여간 비쩍비쩍 말라가는 꼴로 한사코 터져나오는 독백이 제가 보기에도 가엾다. 저 연둣빛 발랄한 글씨는 그저 먼지낀 종잇조각이건만.

"ㅡㅡㅡㅡ!!!" 그 소년이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나에게 하는 말인지, 뭐라고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무척 중요한 말을 하는거 같다. 혹시 저 소년과 나는 알고 있는 사이였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원할 때 나오지도 않던 눈물이 지금 나온다. "미안해..." 소년은 내 목소리를 들었는지 더욱 소리치며 이쪽으로 오고 있다. 눈물은 멈추지 않는다. 갑자기 어릴 적 누군가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마지막엔 예쁘게 웃는게 좋다'고. 그 말대로 최대한 이쁘게 웃었다. "잘 있어." 나는 그 말을 끝으로 밑으로 떨어졌다.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적, 마당에는 노란 꽃이 한 가득 피어있었다. 지금은 아무도 돌보지 않아 그 자리에는 새하얀 들꽃이 그 자리를 메웠고, 나는 홀로 그곳을 바라보았다. 그 자리에 남은 시간을 더듬다, 문득 어느 하루가 떠올랐다. 어떤 꿈을 꾸었다. 새하얀 벽을 타고 오르는 화염, 그리고 누군가의 뒷모습. 숨이 막혔다. 눈 앞이 흐릿했다. 고통스러웠다. 그런 꿈이었다.

하루하루가 이유도 목적도 없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적당히 적당히 끌려가는 삶이었다. 끌려가는 삶이지만 이렇게 살아가는 도중에라도 뭔가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이나 내가 걸을만한 길을 찾을 수 있을까 했으나 그것도 딱히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지금껏 날 끌어가주던 사람도 갑작스레 이제는 나이도 스물이나 먹었으니 내 발로 직접 걸어가보란다. 난 아직 내가 뭘 좋아하는지, 어디로 가야할지도 찾지 못 했는데.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멋대로 여기까지 끌고 와서는 나이 좀 먹었다는 이유로 이렇게 두고 가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냥 다 끝내 버릴까 하는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끝이 어디일지 모르는 이 길을 혼자 걸어가야 하고, 길을 잘 못 들었을 때에 날 다시 제 길로 데려다줄 사람 하나 없다는게 너무 겁났기 때문에.

누구든 내 어깨를 치고 가세요. 어깨를 치고 내 향기를 가져가세요. 그 향기를 가지고 더 많은 사람과 어깨를 마주쳐주세요. 누군가, 날 아는 사람이 그 향기를 맡고 날 찾으러 올 수 있게 더 멀리 가주세요.

창가의 비친 자신의 모습을, 눈물로 두 볼을 젂시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사랑하니까. 단지 그 뿐이였던것 같아. 나도 전엔 이해할 수 없었어. 사랑이라니! 그런 감정으로 뭘 어떻게 할 수 있다는건지. 하지만 정말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는거였구나. 원래라면 이미 모든걸 버리고 떠났었겠지? 그리고 안전하고 편안한 곳에서 평범하게 살았을지도 몰라. 나는... 나는... 여기까지야. 모든것이 무너져 가는 상황에서도 너만을 바라보며 노력했어. 네가 날 봐줬으면 좋겠는데, 난 널 위해 최선을 다 했는데 어째서 그러는거야? 그래... 역시 답은 하나일까. 이젠 나도 어쩔 수 없어. 이 이상으로는 없다고. 제발 돌아와줘요. 저를 선택해 주세요. 저를 멈춰주세요. 이렇게나 간절하게 애원하며 바라고 있어도 당신이 오지 않을거란걸 알아. 이야기 끝의 비참한 죽음은 싫어. 그럴바엔 차라리 지금. 난- 새들이 굉음에 놀라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기분을 꽃으로 표현한다면 안개꽃 일 거다 크게 행복하지도, 절망에 빠지지도 않은, 살짝 들뜬 상태. 너를 꽃에 빗대면 안개꽃이겠지 어떤 면에선 단호하고, 한 가지의 이유로 바라보는 넌, 한곳에 머무르지도 쉽게 놓지도 않는 안개꽃.

그가 그 일을 거부하지 않았던 건 비단 가난때문만은 아니었다. 받아들여야할 현실이 참혹해서도 아니었다. 그저 그 일을 하고싶지 않다고 인정했을 때, 그의 영혼이 받을 상처가 너무나도 파랗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날 그의 영혼은 어두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고, 그의 미소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신념은 아집이 되고, 영원은 찰나가 되는 순간. 기억은 추억이 될 것이고, 사랑의 속삭임은 또 하나의 사어로서 존재하게 될 것이다. 그래. 부디 당신은 나아갈 수 있는 존재가 되어라. 고여 있는 것은 온전히 나의 몫이어야 한다. 훗날, 내가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며 피눈물을 흘리며 울분에 차 악을 내지를지라도, 그것은 절대로 당신의 족쇄가 되어선 안 된다. 미래의 그대는 고통에 묻혀 살려달라 애원하는 나를 지나쳐야 할 것이다. 당신의 미련함은 그 어떤 것도 살릴 수 없는 무가치한 것이므로••• 작금의 이별에선 가장 가치 있는 것만을 생각하라. 이기적으로 굴어라.

언제부턴가, 나는 절벽을 등에 진 채로 길 위에 서있었다. 어떤 종류의 길인지도 모르고 다른 방향으로 치우쳐지지도 않았던 그냥 그런길. 가는 길이 평탄하지는 않아보였던 꽤나 험난한 길이었다. 딱히 걸어나가고 싶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만 쭉 뻗어져 있는 길이, 어쩐지 끝이 보이지 않는 그 길이 나에게 건너라고 외치는것만 같아서 나는 무언가에 홀린듯이 걸어가기 시작했다. ​ 시간이 얼마나 흐른건지도 모르고 한걸음 한걸음씩 내딛을때마다 선명했던 길이 안개로 뒤덮이면서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어졌다. 안그래도 험한 길인지라 몸 이곳저곳에 생채기가 나고 있는데 앞마저도 보이지 않아 자주 넘어지고 많이 굴렀다. '더이상 못 걷겠다' 라고 생각하며 처음 서있었던 그 곳으로 가기 위해 뒤를 돌아보니, 내가 걸어왔던 길은 더이상 존재 하지 않았다. ​ 밑에 무엇이 있을지 모르는 높은 절벽만이 존재하고 있었다. 발을 내딛고 떼는 순간 방금전까지도 서있었던 거친 길바닥에 순식간에 균열이 가며 소리도 없이 가루처럼 바스러져 사라졌다. 마치, 내가 지금껏 걸어왔던 것이 모두 헛것이라도 되는것처럼. 아무리 열심히 걸어나가도 항상 길의 첫 지점에 있는것처럼 내가 걸어왔던 그 길의 흔적은 조용히 절벽 밑으로 흩날리며 사라졌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이. ​ 앞으로 나아가는 것 외에는 그 어느것도 허락 되지 않았다. 가면 갈수록 길이 험해 질것을 알았음에도 나아갔다. 안개로 인해 앞이 보이지 않는 돌부리가 가득한 길에서 구르고,넘어지고,베이고 발을 삐어도 나는 나아가야만 했다. 온몸이 지쳐 쓰러질것만 같은 순간에도 나는 나아갈수밖에 없었다. 조금이라도 멈춰섰다간 저 깊은 절벽에 떨어지게 될테니. 그 절벽아래에 있는 어둠에 내 몸이 잠기게 될테니.

당신을 포기해 드리겠습니다. 당신이아니라, 나를 윟아ㅕ. 당신은 무능합니다. 난 당신의 능력에 의해 당신과 함께한 것이니 이제 우리는 헤어져야 맞는 것입니다. 공적이었더 ㄴ관계에서 사적인 감정이 섞인 나도 잘한 것은 없다고, 알고 있습ㄴ디ㅏ. 하지만, 하지만요 쌤 지금 제가 당신을 놓다드리는 이유는 그 무엇도 아니라 나를 위해서, 다잇ㄴ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사랑에 부담스러워할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미래를 우히ㅏ여, 그리하여 우리는 헤어지는 것입니다. (눈 감고 타자쳐서 오타가 많다,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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