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8/23 21:55:45 ID : L85VdQlg3U6 0
예전에 좀비꿈을 꿨는데 세계관이 체계적이라서 적어봐. 꿈에서 나는 고등학생이었어, 꿈 속에서는 며칠 전부터 뉴스도 그렇고 인터넷에 올라오는 카더라같은 소문들이 영 이상하다고 애들끼리 말이 많았었지. 북한이 드디어 전쟁을 시작할 예정이라던지, 미국측에서 진행하던 외계인 조사가 크게 터져서 국가 혼란이 생길거라던지 하는 소문이 무성했었어. 그러다가 학교에서 수업을 하던 도중에 정부 측에서 전국민의 경제적 활동을 중지하고 가정으로 복귀하라는 명령? 권고? 가 떨어졌어. 정말 전쟁이 일어나는 거냐고 엄청 시끌시끌했는데, 선생님이 우리를 진정시키고 귀가시켰지.
2 이름없음 2020/08/25 02:10:18 ID : lhbzVf9bbeN 0
여기서 끝이야?
3 이름없음 2020/08/25 05:38:11 ID : L85VdQlg3U6 0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긴급 안내 문자가 왔어. 국가 긴급 사태이니 국민들은 가까운 대피소로 모여달라는 내용이었고, 나는 집으로 뛰어갔어. 동생이랑 조부모님들이 있을거라는 내 생각과는 달리, 도착한 집은 텅 비어있었지. 꿈 속에서는 그렇게 진지하게 생각 안 했던 거 같아, 그냥 먼저 대피하셨겠거니 했거든. 속보를 확인하려고 티비를 틀고 짐을 챙겼어, 통조림이랑 물, 두꺼움 옷이랑 비상약 같은 것들. 혹시 몰라서 식칼이랑 공구함에 있는 망치까지, 짐을 한가득 챙겼지. 티비는 앵무새마냥 같은 말만 반복했어. 군인들이 국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대피소들을 돌고 있으니 국민들은 빠르게 이동해 달라는 문구였지.
4 이름없음 2020/08/25 05:44:34 ID : L85VdQlg3U6 0
짐을 다 챙긴 나는 근처에 있는 지하철 역으로 이동했어, 가장 가까운 대피소였으니까. 분명 사람이 바글바글하겠거니, 하는 내 생각과는 달리 가는 길은 물론이고 지하철역에서도 사람을 찾아보기가 힘들었어. 그래도 여기가 대피소가 맞긴하니까, 이미 내가 오기 전에 군인들이 와서 사람들을 태워간건가? 싶었지. 대피소에 도착하면 군인이 도착할 때까지 이동하지 말라고 했어서 지하철역으로 들어갔어. 혼자라서 심심하기도 하고, 할 것도 없으니까 마냥 걷기만 했지. 개찰구라고 하나? 지하철 타려면 내려가야 하는 곳으로 내려가기도 했는데, 보통 그렇게 내려가는 데는 한 곳은 계단이고 한 곳은 에스컬레이터잖아. 둘이 정 반대 방향으로 있고. 나는 맨 처음에 계단으로 내려갔어, 어차피 큰 역이 아니라 위에 사람이 도착하면 대충 소리가 들릴 거였거든. 어찌되었든, 그렇게 지하로 내려갔는데 스크린도어 맞은편에 사람이 있었어.
5 이름없음 2020/08/25 05:47:35 ID : L85VdQlg3U6 0
정확하게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게 있었지. 처음에는 사람인 줄 알고 나랑 똑같이 심심해서 걷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어, 걷는 게 이상하다는 걸 눈치챈 건 그 다음이었고. 꿈이라서 그런진 모르겠지만, 좀비구나 하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어. 그리고 그게 날 보고 달려들어서 스크린 도어에 얼굴을 박을 때까지 꼼짝 않고 있었던 거 같아. 얼굴이 유리벽에 박혀서 우그러지는 소리가 들려서야 여기를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
6 이름없음 2020/08/25 05:52:56 ID : L85VdQlg3U6 0
그렇게 나가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했지. 국가 위기 상황이 좀비 때문이라면 모두가 피난 간 아파트가 차라리 더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계단을 뛰어 올라갔는데 뭐라해야하지... 그, 우리집 주변에 있는 지하철역은 되게 작은데 입구가 두개거든. 지하철 타러 내려가는 개찰구쪽에 있는 입구 하나랑 정 반대편에 화장실을 마주보고 나있는 입구 하나. 올라가서 화장실쪽 입구로 가는데 내 뒤로 작은 소리가 들렸어. 정말 작은 소리였는데, 어.. 귀에 콕 박히더라고. 오돌도돌한 벽지같은 거 힘줘서 손톱으로 긁으면 나는 소리 알아? 약간 드득, 으드득하는 소리랑 발자국 소리들이 작게 들려왔어.
7 이름없음 2020/08/25 06:00:16 ID : L85VdQlg3U6 0
천천히 이을게, 전에 적어둔 거 보고 쓰는 거라 느리다. 뒤를 보지 않아도 눈 앞에 장면이 그려졌어, 하반신이 없어서 다 빠진 손톱으로 아스팔트를 긁으면서 기어오는 시체랑 피를 칠한 채로 힘없이 걷고 있는 시체들. 꿈이지만 너무 무서워서 눈물이 팡 났어, 좀비물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 상황이 되는 건 별로잖아.... 밖으로 나가려다가도 나가려는 쪽 입구에서 딱딱거리면서 입을 움직이는 시체랑 눈이 마주쳐서 그대로 화장실로 뛰어들어갔어. 화장실 특유의 반투명한 유리문이었는데, 그런건 잠금장치가 없잖아... 뛰어 들어가서 청소칸에 있는 대걸래랑 통을 문 앞에 가져다두고 제일 안쪽에 있는 칸으로 뛰어들어갔어. 한손으로는 망치를 꼭 쥐고, 식칼은 언제든 꺼낼 수 있게 가방 옆에 끼워두고.. 그렇게 한참을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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