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의 마지막 여름을 놓쳤습니다.

|200909| 무언의 압박이 꽃을 떨어뜨리게 했다. 누군가가 묻는다면 고갯질로 바람을 가르킨다. 그것이 바람의 잘못인가 하면 바람은 나비를 데려온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이 꽃을 짓누르는 무겁디 무거운 압박을 만든 것인가.

엄마는 내 노란 상장을 보고 울었다. 나무 같던 엄마도 결국엔 한 송이에 불과했던 것인가. 노란 상장이 불규칙적인 원 모양 갈색으로 물들어갈 때마다 한 켠이 불편해 연신 몸을 움직였다. 푹 젖은 두 눈은 곁에서 빛을 갈구하는 걸 보았던 것일까,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청춘의 끝자락을 위태롭게 날고 있는 날 보았던 것일까.

관계는 우주고 우리는 그 속에 있다. 가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 산산조각 나게 되면 모두에게 나는 그저 미세먼지일 뿐 눈에 띄지 않는다. 두 팔을 흔들자 흩어지는 조각. 날카로워서 어딘가에 박히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의도치 않게 누군가의 깊숙한 곳에 박혀버렸다면 그날로 나는 그 우주를 보지 못한다. 내 우주만 지키려다 여럿 방문하게 된 다중 우주에는 모두 다른 색의 배경이 있다. 나는 까마득 했지만 남들은 달랐다. 모두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곳이었으니깐.

오랜만에 일어난 아침은 어제 보단 더 파란 하늘이었다. 바람이 간간이 방문을 가지고 이리저리 재롱을 피울 때 그 사이로 들어오는 끝여름의 향기와 매미소리가 나를 일으켜 세운다. 아직은 끝여름을 붙잡아 물고 늘어질 시기이기 때문에 들쑥날쑥한 미열은 식은 땀으로 창가에 맺히게 뒀다. 습기찬 방에 구석진 여름의 흔적이 이내 천장에서 들려오는 포근한 노랫소리에 맞춰 춤을 추다 찰랑이며 햇살 사이로 사라져만 간다. 곧 열여덟의 마지막 여름이 끝나가고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처럼.

소설 쓰는 게 취미지만 현생은 그렇게 재밌지 않다.

숲이 있다면 온통 수국으로 채우고 싶다. 딱히 무슨 뜻은 아니지만 옹기종기 모여 크게 피어난 것이 꼭 사랑을 닮아서.

나태해짐에 내가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고 느꼈다. 지하수가 터지고 마침내 용암 위에서 그제야 하늘을 올려다보고 후회했다. 돌아가는 길이 있다고 해도 그리로 다시 올라갈 시간이 생길까.

최근 인간관계에 대해서 종종 느끼는 것이 있다. 사람은 누구나 적정한 선을 가지고 누군가를 나눈다는 것 말이다. 설령 그 사람이 사교성이 좋아 함께하는 이가 많더라도 결국 망할 그 선 안에서 모두를 조종하고 있다. 그 기준에 충족하려고 이리저리 애써보고 달래도 봤지만 돌아오는 것은 피곤함이 배로 몰려오는 것이었다. 티 내는 사람도 티 내지 않는 사람도 결국 다 같다. 그래서 오늘부로 작정하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나는 공자도 맹자도 아닐뿐더러 애초에 그 선 안에 들어간다고 내게 좋은 점은 딱히 없다.

혼자 상처 받지 말자, 그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 마음을 함부로 주지 말자, 돌려받을 땐 이미 엉망이다. 하고 싶은 걸 찾자, 하기 싫은 것 말고. 꼴보기 싫으면 봐주지 말자, 내 눈만 버린다. 사랑하자, 모두를 말고 나를.

흩날리는 꽃잎에 소원 하나씩 다 떨어지고 나면 썩은 소원들만 그득해. 아아 역시 소원은 현실이 아니구나. 현실에 감사해야 하나요?

나를 낳고 많이 후회했다고 했다. 도저히 말이 밖으로 나오질 못했다. 꾹 닫아버린 입부터 열어야 했기 때문에 힘들었고 자리를 피했다. 이리저리 생각이 붐비니 회피하려 침대로 누웠다. 엎드려 자는 습관, 엄마를 닮았다. 자기 전 발을 흔드는 건 아빠를 닮았다. 자신들을 꼭 닮은 날 낳으면 자신처럼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일까, 또 다른 자신을 챙기기엔 지금의 자신도 챙기지 못해 죄책감 때문에 날 없애려 든 것일까. 지금은 잘 살고 있다. 아니, 지금도 죽지 않고 있다, 내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00911| 첫눈에 마음이 간다는 게 참 쉽지가 않은데 무언가 자석처럼 끌리는 사람을 만났다. 그것도 공공장소에 모험심이 없어서 건들이진 못 했지만 운명이라면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오늘은 다이스로 점을 쳐보도록 하자. (1. 응 2. 아니) 혹시 시내쪽에서 사니? Dice(1,2) value : 2 여자친구는 있어? Dice(1,2) value : 1 썸녀는? Dice(1,2) value : 1

거짓말이다. 다이스 다 거짓말이야.

한 번만 더 기회를 주겠어.

마지막 기회다. 여친 썸녀 짝녀 없지? Dice(1,2) value : 1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200913| 지도에서도 작아서 잘 보이지 않는 이 콩알만한 지역에서 너 하나 찾는 게 이리 어려울 일이던가. 왜 나는 그때 널 따라 내리지 않았으며 왜 붙잡아 이름을 캐묻지 않았을까. 넌 지금 어딨을까. 그곳이 네 집이 맞긴 한 걸까. 그곳이 네 학교일까. 학교인 것인가. 다시 만나면 묻고 싶은 게 산더미라 버겁다. 왜 나는 그 학교에 다니지 않으며 너와 이제야 만나버린 것일까.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이것은 내 심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데 널 본 순간 귀에서 터질 듯이 박동이 울렸다.

보고 싶어. 그러니 얼굴 한 번만 비쳐줘.

책은 시간을 흐르게 만드는 재주를 갖고 있다.

|200917| 오랜만이다, 일기야. 그동안은 바쁘다는 핑계로 못 왔지만 실은 현실을 회피하고 도망 다니느라 바빴어. 나이 열여덟에 지냈던건 사나운 사건들이 한 해에 하나씩 쏟아졌던 과거의 파동에 못 견디고 파도친 여러 시간을 손에 붙잡고 어른이란 또다른 육지에 다다를 용기를 찾아 해매고 있었단다. 우리는 도대체 무엇이길래 서로가 뒤틀려 살고 있는 걸까. 이해할 수 없다, 어른도, 모두도, 이 세상도, 이 시스템도, 나도. 왜 나는 어른이 되어갈까, 회피하고 싶다. 또다시 그 붉디붉은 나날들로 돌아간다면 그제서야 난 모든 걸 놓고 붉은 꽃잎사이겠거니와 노을이겠거니와 즐길 텐데. 이제는 멀었구나. 이제는 너무나 멀리 와버렸구나. 열여덟은 앉아만 있어야 할 텐데 그러지 못해서 떠다녔어. 너를 두고, 나를 두고.

신이 있다면 부하가 있는가? 사람이라면 마음이 있는가? 진원이 있다면 우리일까? 이건 누구의 잘못일까. 우리일까.

묻고 싶은 게 많다. 내 꿈에서 나 좀 그만 괴롭혀.

살고 싶다. 어렴풋이 말고 어엿하게 살고 싶다. 누구도 피해끼치지 않고 피해 받지 않으며 살고 싶다. 누구도 연관 없는 삶, 미련도, 사랑도, 그리움도 없는 삶을 살고 싶단 말이다. 근데 왜 난 늘 뒤를 돌아보며 시간에게 멱살 잡혀 끌려갈까. 시간을 욕해도 시간은 귀가 없다. 오롯이 내가 외치고 있을 땐 이미 열여덟의 마지막 여름이 지나고 있을 때였다.

엄마, 나 하고 싶은 게 생겼어. 근데 이번에도 안 들어줄 거지?

탓하지 마. 손가락 접어. 안 믿어, 눈을 감고. 여긴 떠다닌다. 둥둥.

|200919| 이젠 자기 전에 무언가를 보지 않으면 자지 못하겠다. 생각이 많아지는 탓에 결국 흘러가는 건 부정적이고 불길하며 무서운 생각으로 채워진다. 그렇기에 꿈도 늘 기괴하고 무서우며 잔인한 꿈을 꾼다. 그래서 떠올린 건 책 읽기, 영상 보기. 특히 ASMR이란 감각적 영상을 틀어놓고 심리학책을 정독하는 게 가장 좋았다. 2년 정도 쭉 자기 전에 반복하는데 그 덕에 일주일에 한 권을 읽어버린 적도 있다. 물론 책들은 다 두께가 있는 편이다. 생각이 많은 게 문제지만 그덕에 책 읽는 습관이 생겨버린 건 감사할 일인가.

난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시간은 늘 발 빠르게 나를 스치고 한 바퀴를 돌아오면 내 등을 민다, 미래로. 어쩌면 시간은 인내심이 있는 걸지도 모른다. 경각심 없는 나를 죽음으로 점점 밀어넣는 일을 매일 한다는 것은 그만큼 끈기가 필요하다. 나라면 물론 나같은 인간은 더욱 빨리 달려서 일찍 몰아냈을 것이다, 이 세상 밖으로.

환생하면 민들레가 되고 싶다. 강가에 핀 민들레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아예 발도 들이지 못하는 곳에서 피어나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싶다.

|200920| 일어나보니 새벽. 분명 2시에 힘겹게 잠들었는데 5시에 눈이 떠졌다. 장난 하나..

|201008| 9월의 나는 저렇게 우울했구나. 10월의 나는 얼마 안 가 더 깊어지겠지.

오랜만이다. 일기 쓰는 것도 뭐라 말하려고 시도하는 것도 하루의 모든 게 도전 같은 나는 늘 불이라는 희망을 갈망하며 힘껏 부딪혀가는 작은 날벌레 정도로 비유되지 않을까. 집에 붙어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이제는 내 방이 나를 가둬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밖으로 어떻게든 나가서 뭐라도 해야 내가 이 세상에 그나마 필요한 존재가 되어가는 것 같았는데 지금은 꼭 자유라는 족쇄로 나를 세상으로부터 떨어뜨리는 기분이야. 망각일까.

내가 풀어지는 건지 남이 풀어가는 과정에 엉겨 붙어 재를 뿌리는 건지 모르는 내 일상은 언제나 가시밭과 같았다.

어떡해 중간고사가 코앞이네

|201115| 어른이 되기 싫다.

아직 배운 것도 겪은 것도 온통 엉켜서 풀지도 못했는데 다 들여다보지도 못하고 어른이라는 세계로 자꾸만 밀쳐지고 있어. 왜 시간은 이렇게 빠를까. 학교 책상에 앉아만 있다면 그렇게 느린 게 왜 내 인생은 늘 배속으로 빠르게 돌고 있는 걸까. 죽어 가는 걸 느끼는 게 이렇게 무서운 일인지 몰랐을 적에는 그저 이 시간들이 늘 같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게 뭐야. 싫어.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 어른이 되기 싫어. 책임지기 싫어. 왜? 내가? 왜 책임져야 해? 하고 싶은 거 다 못해보고 어른이 되면. 지루해. 싫어. 난 자유가 싫어.

과거의 나를 지금으로 데려오면 내가 과거로 갈 수 있잖아. 잠깐이라도 좋으니깐 중학생 때로 돌아가고 싶다. 3시의 여름 내음. 바삐 움직이는 차들 곁에 나른한 햇살. 파란 하늘과 돌아다니는 구름. 그 아래 작은 내 방 가운데 창문을 열고 하늘을 보며 눕는 우는 나. 어린 나. 어려지고 싶다. 남들 위해 말고 나를 위해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차라리 지금 죽으면 다시 태어났을 때 더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아니 아마 난 또 바보같이 살겠지. 제발 남들 눈치 보지 마. 그러지 않아도 돼. 널 사랑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아니. 널 사랑해. 제발 널 좀 사랑해주라고.

내일 또 학교에 가면 공부하느라 사람에 치이느라 하늘도 못 보고 누워도 못 있겠지. 다시 여름이나 되어라. 햇살이나 비춰라. 여름방학도 없는 학생이 되면 후회할까. 후회. 후회한다.

나는 뭐가 되고 싶은 거지? 사람인가. 필요인가. 내가 필요해질까. 다른 사람이 볼 때 난 뭐지. 추할까. 아름다울까. 낭떠러지로 떨어진다. 어둠이 짙게 가라앉는데 점점 보이는 하늘은 작아진다. 어디쯤일까. 구덩이 중간일까. 이미 지나쳤을까.

지금도 내가 좋아하는 여름의 노래들을 들으면 중학교 흔들리던 피사 시절로 돌아간다. 내가 쌓아올린 성이 무너지는 그 순간 마저도 여름은 빛났으며 따스했고 그리웠다. 내가 느끼는 여름은 대학 말고 어른 말고 시끄러운 거 말고 싱그러운 여름의 그것들처럼.

나 지금 후회해. 엄마 미안해. 친구들 미안. 죽고 싶어. 나 안 힘들어요. 다 안 믿어. 중학교 때부터 나를 지키려고 쭉 해왔던 기도도 안 믿어. 다 안 믿어. 죽을 땐 타로카드를 다 태워주세요. 그 안에 또 제가 있어요. 재가 된 나를 꼭 데려가야겠어요. 죽을게요. 죽으면 여기서 멈추잖아. 멈출 수 있잖아. 멈추게 된다면 여름도 똑같겠지. 똑같이 열여덟의 여름. 열다섯의 여름. 열셋의 여름. 열의 여름. 여덟의 여름.

왜? 왜? 왜. 왜? 왜? 왜. 왜 나일까요?

죽어서는 뭐 하지. 여름이면 따뜻하겠네.

시드니에서 아침. 마카로니의 빛. 사람의 밤. 누우면 별.

20201112_182339.jpg운동장에서 찍은 별. 꼭 먼지 같네. 그래서 내가 별일까.

별이 되게 해주십시오.

|201201| 열여덟 마지막 겨울입니다.

치열하게 살아왔군요. 그 노력들이 무엇이 됐건 부디 먼지만큼은 되지 않았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열여덟 다 지고 우리에게 남은 건 이제 고작 몇 개월인데 그 사이에 성장할 수 있을까요. 어릴 적 꿈을 버리고 현실을 쫓을 수 있을까요.

용기가 날까요. 곧 있을까요. 이곳에 자리 잡은 지 벌써 몇 년인데 새로운 세상으로 당당히 나갈 수 있을까요.

잘못은 누가 처리해주며 죄책감은 누가 가져가죠? 미래는 어떻게 계획하며 나는 누구일까요.

아직도 저를 모르는 저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알까요 모를까요.

살아갈 수 있게 책임져주세요. 이 방을 나가면 또 추운 눈 밭일까 봐 창문도 못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210728| 여긴 열아홉의 여름. 생각보다 살만하답니다.

곧 대학도 갈 예정이고 날 괴롭히는 것들과도 작별할 예정입니다.

수없이 잠 못 들게 했던 거대한 관계의 태풍에서 이젠 눈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여기까지인 게 안타깝다만 내 모든 걸 다 할 생각에 벌써 벅차고 가슴 한편이 웅웅거린답니다.

잘 살아갈 수 있게 해주세요. 작년처럼 삶을 갈구하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잔잔한 삶을.

또 오겠습니다. 나를 밝히려고. 이 우주에. 이 세상에. 이 모든 것에.

>>66 마음대로 하시길.

|210729| 오늘은 날이 선선합니다. 밖에 나가면 꽤 좋은 바람과 만날지도.

선택의 순간이 꽤 앞으로 다가와서 두 개의 선택지를 만들어봤습니다. 부디 옳은 선택으로 좀 더 이롭게 되길 바라며.

선택에 대한 어려움이 큼으로 운에 맡겨보도록 하겠습니다.

비누 향이 부디 그대 취향이기를 바라.

|200806| 엄만 날 가졌을 때 자신을 무겁게 만드는 짐이라 생각하지 않았을까.

엄마의 청춘도 아작아작 씹어먹으며 태어난 나는, 단 한 번도 엄마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며 악착같이 엄마를 좀 먹었다.

지금도 소녀 같은 우리 엄마는 날 낳고 어떻게 견뎠을까.

가부장적인 친가에서 엄마는 딸인 나를 낳고 내가 이렇게 클 때까지 무겁게 그리고 어둡게 칠해져만 갔다.

그래서 엄마는 속까지 타들어갔던 걸까. 여행과 모험심으로 가득했던 엄마는 좁고 막힌 공간을 무서워하게 됐으며 조금만이라도 가속도가 붙는 물체에 갇혀있는 걸 무서워하게 됐다.

엄마를 그렇게 만든 장본인이 난데. 왜 나를 사랑하는 걸까. 왜 나를 사랑해 주는 걸까. 왜. 왜 나를 그때 버리지 않았을까. 왜 죽이지 않았을까. 나 대신 남동생만 거뒀다면, 그랬다면, 정말 그랬다면. 엄마는 이렇게까지 자신을 잃지 않고 그 괴물 소굴 속에서도 사랑 받았을 텐데.

조상신이 나를 점지해 준 것은 사실 내가 하늘에 있으면 안 돼서. 근데 또 하필이면 우리 엄마가 너무 예쁘고 착해서. 그래서. 그래서 더럽고 쓸모없는 나를 품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멋대로 버린 게 아닐까. 그런 거라면. 정말 그런 거라면.

더 이상 엄마를 죽이고 싶지 않아요. 우리 엄마가 얼마나 예쁜 사람인데. 길가에 피어있는 꽃만 봐도 사르르 웃고 팔랑 거리며 날아다니는 나비만 봐도 행복해하는데. 나 같은 게, 감히 나 같은 게 엄마를 망치려 들어도 되는 걸까요. 저를 왜 내려보내신 건가요. 왜 그러셨나요. 왜 그렇게 이기적이신 건지. 내 수명의 반도 못 채우고 복수하러 그쪽으로 떠난다면 엄마는 좀 행복해질까요. 더 이상 비행기를 무서워하지 않으실까요. 꼭 닫힌 방에 혼자 계실 수 있을까요. 달리는 차를 타고 가슴을 갑갑해하시지 않을까요.

'네게 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뿐' 이 노래는 왜 듣기만 해도 웃는 엄마가 생각날까. 엄마가 나 같은 사람을 이유 없이 사랑해 줘서일까. 아니면 자신을 좀 더 사랑하는 대신 나를 더 사랑하기로 마음먹은 그 소녀가 보여서일까.

엄마, 새들은 왜 날아갈까. 바람은 왜 불어올까. 자연의 이치 말고, 시답지 않은 과학 말고. 지구가 우릴 사랑해서가 아닐까. 엄마가 나를 사랑하는 것처럼.

엄마 보고 싶을 거야. 곧 떠나도 나 때문에 울지 마.

엄마가 울기엔 그 미소가 너무 아깝잖아, 그치?

나를 위해서라도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엄마를 위해서라도 웃어.

윤 씨는 그럴 가치가 있는 걸 아시죠? 이름마저도 사랑스러운 윤 씨. 윤 씨 우울은 내가 다 잡아갈게. 윤 씨는 그저 웃을 일만 가득하길.

|210809| 일기를 여기서 멈출까 합니다.

내 욕심대로 써 내려간 많은 감정의 잔상이 혹시나 누군가를 아프게 할까 두렵습니다.

그간 많은 일이 오가고 다시금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었던 건 이 일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정말 가끔가다 말이 하고 싶어지면 오겠습니다.

그땐 과거로 자꾸 뒷걸음질 치려 하지 않는 제가 되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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