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9/29 23:18:08 ID : BxO2rcHvfSF 0
오늘 네가 나오는 꿈을 꿨어 그러니까, 아마 이 삶에서는 처음으로 꾼 네가 나온 꿈인 것 같아. 사실 나는 네가 정말 존재했던 인물인지, 아니면 내 꿈이 만든 가상 인물인지도 모르겠어. 그런데 있잖아 꿈에서 느꼈던 바람과 햇살, 베개 삼아 누워있던 네 옷감과 내 시덥잖은 이야기에 따뜻하게 웃어주던 너, 내 머리카락을 만져주던 손길까지 너무 진짜 같아서 나 일어나서 울었던 것 같아.
2 이름없음 2020/09/29 23:25:21 ID : BxO2rcHvfSF 0
있잖아 나는 사실 우리가 누워있던 나무 한그루 있는 언덕이 어디인지, 너와 내가 몇살이고 우리는 어느 시대에 살고 있던건지 심지어는 우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던 건지도 기억이 나지 않아. 내가 기억하는 건 네가 정말 좋은 재질의 파란 상의, 하얀 하의 한복을 입고 입고 있었던 것, 그 시간의 햇빛이 따스하고 바람이 시원했다는 것, 내가 던진 말 한마디에 미소를 지어줬다는 것, 우리가 너무 행복했다는 것. 내가 기억하는 행복했던 장면이야.
3 이름없음 2020/09/29 23:35:25 ID : BxO2rcHvfSF 0
그런데 꿈이란게 참 달기만 하진 않더라고. 나한테 보여줬어 네 끝맺음을. 날 두고 혼자 죽어버린 너를 말이야. 사실 나는 네가 어떻게 죽었는지도 몰라. 죽은 널 사람들과 함께 발견한 모습만 봤거든. 으음, 끝맺음을 보여줬다 하고 어떻게 죽었는지 모른다 하면 조금 웃기려나? 그런데 말이야 나는 네가 무슨 생각으로 세상을 떠났는지 알 것만 같아서, 그래서 끝맺음이라 할래. 마지막까지 네가 쥐고 있던 그 천 원래 내거 맞지? 왜 나도 모르는 내 천을 가지고 있었어. 나한테, 그러니까 꿈속의 나이거나 과거의 나였던 나한테 말했더라면, 그게 어떤 거라도 네게 줬을게 분명하잖아. 왜 마지막까지 그런 천만 쥐고 갔어.
4 이름없음 2020/09/29 23:42:52 ID : BxO2rcHvfSF 0
분명 바보같이 끝난게 내 삶이 아닌 네 삶이란 것에 감사하며 갔겠지? 진짜 바보같고 짜증나. 꿈에서, 좋은 기억을 보여줄 때라도 나한테 투정부리고 그대로 가기 싫었다 울면서 날 붙잡았어야지. 왜 그냥 보냈어? 그리고 내가 제발 꿈에 나와달라 빌고 빌었던 그 삶에선 나오지도 않다가 왜 여기서 나와.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는데.
5 이름없음 2020/09/29 23:48:39 ID : BxO2rcHvfSF 0
내 아침을 울게 만든 네가 너무 미워.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 왜 그렇게 웃으면서 갔는지, 네가 죽은 이유가 뭔지, 잘 살고 있는 내 앞에 왜 나타난 건지, 나한테 원하는게 뭔지. 그치만 그래도 결국 마지막 이거였을 거야. 어떤 이유라도 내 꿈에 나와줘서 고마워. 다시 날 품에 안고 내 머리를 쓰다듬고, 웃으면서 나한테 말 걸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나를 사랑해줬어서 고마워.
6 이름없음 2020/09/29 23:55:01 ID : BxO2rcHvfSF 0
친구야, 내가 사랑한 나의 친구야. 너는 네가 그토록 바라던 자유로운 이 세계에 태어났니, 아니면 여전히 언덕 위에서 나를 기다리니. 어디에서건 우리의 운명이 한번만 더 닿아 우리가 만날 수 있다면,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내 말을 전해줄게. 많이 고마웠다고. 그립고 그리워서 죽지 못해 살다갔다고. 혼자 간 네가 너무 미웠다고. 그치만 그래도 정말 많이 사랑했다고.
7 이름없음 2020/09/29 23:57:23 ID : BxO2rcHvfSF 0
사실 쓰면서도 계속 눈물이 나와서 어떻게 썼는지도 모르겠어. 그냥 널 다시 만나면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그때 잘 못하고 널 떠나보낼까봐 정리했다. 많이 연습해서 이 말 다 해줄게. 한 번만 더 보자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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