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bu1bbgZg46n 2020/10/14 14:31:23 ID : hcHDBvBak1a 50
스레딕 시작한지 4개월 정도 돼서 이렇게 글을 쓰려고 작정한 건 처음이야. 전에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글을 보고 나도 꽤 오래 생각해봤는데 내 경험담도 진짜 사람이 무서운 일화라고 생각해서 쓰게 됐어... 조금 편협한, 내 기준에서 쓰이는 가정사로 보일수도 있지만 일단 지금의 나로써는 이게 굉장히 크리피하고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들어주면 좋겠어. 우선 나는 지금 30대 초반이고, 내가 겪은 일은 23살 성인때까지 집안에서 이어진 일이야. 혹시라도 짧은 내용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요약하자면... 1. 내가 태어날 무렵부터 부모님은 나를 정신적 장애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로 소개하고 다녔고, 그렇게 보이도록 강요했다. 2. 윗쪽에 대하여 내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반항하기 시작하자, 실제로 정신병원에 잠시 입원시켰었다. 3. 이것들이 잘못된 것을 깨닫고 성인이 되어 경제적 여유를 만든 뒤 독립했다. 내 인생의 이야기야. 음... 조금 부끄럽긴 한데 어디가서 얘기했다가 문제 될까봐 무서워서 여태까지 어딘가에 말한 적은 없어. 혹시라도 이렇게 올린 스레가 문제가 될까 걱정되기도 해... 우선 지금은 회사 쉬는 시간이라 적고 있는데 정확하게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천천히 풀게.
베스트 레스 3
이름없음 2020/10/14 14:33:20 ID : hgi9ze6qi00 1
보고있어 잠깐만 봐도 굴곡이 많았구나 레주...
이름없음 2020/10/18 18:28:30 ID : HwpO9y3U59a 1
저게 사람이 할 짓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름없음 2021/11/25 17:31:08 ID : 443XxQturdS 1
레주야 진짜 고생 많았다.. 결국은 돈 때문이었던 거잖아. 진짜 부모같지도 않은 것들.. 에휴 진짜 너무 고생많았고 진짜 내가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ㅜㅜ 너무 힘든 삶이었다.. 진짜 버텨줘서 고맙고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있을거야❤️
102 ◆bu1bbgZg46n 2020/10/15 23:09:14 ID : Durffe59bbb 0
그 날 엄마는... 나를 데리고 가지 않고 혼자 돌아갔어.... 정말 기적적이지... 나는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아직까지도 궁금해. 대충 감은 잡히지만... 김씨 할머니한테 직접 들을 수 있다면 더 좋을텐데... 하고 생각해. ... 아무튼 나는 그날 저녁이 지나기 이전까지 할머니 집에서 놀다가 김씨할머니 손을 잡고 집에 돌아갔어. 집에 가니까 아빠랑 엄마가 날 기다리고 있었지. 잘 놀고 있었냐면서 인사해줬지만 할머니한텐 별로 좋은 태도가 아니었던걸로 기억해.
103 ◆bu1bbgZg46n 2020/10/15 23:10:28 ID : Durffe59bbb 0
헉 벌써 100개 넘게 썼구나...! 집중해서 쓰느라 확인을 못했네 이렇게 길게 쓰게 될줄은 진짜 몰랐는데 신기하다... ㅎㅎ
104 ◆bu1bbgZg46n 2020/10/15 23:11:15 ID : Durffe59bbb 0
아무튼 그 날 집에 돌아가고 나서 엄마 아빠 분위기가 많이 안좋았어. 엄마 아빠랑 뭔가 심각한 대화를 하면서 싸우는 것 같았지만 김씨 할머니랑 놀아서 기분이 좋은 나에게 부모님이 싸우는 건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었거든...ㅋㅋ 나는 열심히 그림그리기나 하면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어...
105 이름없음 2020/10/15 23:11:34 ID : cqZbhhy6qqk 0
ㅂㄱㅇㅇ
106 ◆bu1bbgZg46n 2020/10/15 23:12:49 ID : Durffe59bbb 0
그러다가 엄마가 자기 전에 나를 붙잡고 내일부터 김씨 할머니랑 같이 있어도 엄마 아빠에 대해서 나쁘게 말하면 안 돼, 알겠지? 이런식으로 말하면서 날 자꾸 쏘아붙이고 강조하려고 했는데 그 때의 나는 무슨 소린지도 잘 모르겠고 엄마 아빠한테 아직 삐져있었어서 으으응~ 으응~ 이런식으로 뭔가... 앓는 소리라도 내는 것처럼 대답했어. 그니까 정확한 대답은 회피하고 그냥 귀찮다는 식으로 엄마한테 빠져나와서 잠들었지.
107 ◆bu1bbgZg46n 2020/10/15 23:14:20 ID : Durffe59bbb 0
놀랍게도 그 다음날부터 일주일에 두 번은 김씨 할머니네 집에 놀러가게 됐어... 그것도 심지어 김씨 할머니가 직접 우리 학교 앞으로 날 데리러 왔어 ㅠㅠ 엄마도 같이 오긴 했지만 엄마는 우리 OO 김씨 할머니네 집에서 잘 놀다 와야해? 이런식으로 말하면서 날 김씨 할머니랑 같이 가게 냅뒀어... 진짜 감격의 감격의 감격... 그냥 나는 그 때 할머니 손을 잡고 어딜 간다는게 되게 좋았던걸지도... 할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해주고 다른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부르면 그 사람들도 날 예뻐해주고... 그러니까.
108 ◆bu1bbgZg46n 2020/10/15 23:15:21 ID : Durffe59bbb 0
이때가 아마 여름방학되기 한두달 전이었던 것 같아...! 그 이후로 일주일에 두번은 김씨 할머니의 손을 잡고 할머니 집에 놀러가거나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간식을 사먹기도 했고, 경로당에 놀러가서 재롱이라도 부리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우며 놀았지.
109 ◆bu1bbgZg46n 2020/10/15 23:15:57 ID : Durffe59bbb 0
정말 어린 시절에 가장 행복했던 때를 골라보자면 김씨 할머니와 지냈던 날들이 가장 클거야. 그 정도로 정말 좋은 분이었고 나한테 많은 도움이 된 분이야. 다시 뵐 수 있다면 정말 감사했다고 친할머니처럼 대하고 싶어... 음
110 ◆bu1bbgZg46n 2020/10/15 23:16:39 ID : Durffe59bbb 0
우선... 김씨 할머니와 놀수 있게 된 나는 엄마 아빠한테 화가 어느정도 풀렸어. 그야 엄마 아빠는 아니지만 김씨 할머니가 날 데리고 마을 여기저기를 놀러다니게 해주니까 그걸로 좋았던거지. 일주일에 두 번 김씨 할머니랑 놀러가게 되는 순간을 기다렸어.
111 ◆bu1bbgZg46n 2020/10/15 23:18:33 ID : Durffe59bbb 0
여름방학 때에도... 나는 학교를 안다니면 김씨 할머니를 볼 수 없을까봐 슬퍼졌는데 다행이게도 그런 일은 없었어. 대신 일주일에 두 번 김씨 할머니가 우리 집으로 직접 찾아왔기 때문에... 여름방학도 정말 별일 없이 김씨 할머니랑 같이 놀면서 지냈어. 가을 중순 무렵부터 다시 생기니까 그 때까지는 정말 평화롭게 잘 지냈어. 아빠도 날 안 때리고 엄마도 내가 김씨 할머니랑 노는 걸 크게 뭐라하지 않으니까... 아빠랑 엄마한테도 화가 풀려서 별로 아무렇지 않았고.
112 ◆bu1bbgZg46n 2020/10/15 23:19:36 ID : Durffe59bbb 0
그리고 이제 다시 개학하고 가을 중순무렵부터 일이 생기는데... 이 이후부턴 내일 풀어볼까해! 시간이 너무 늦기도 했고 이만 씻고 자려구... 내일도 출근해야하거든... ㅠㅠㅎ 너무 길고 진부해져서 보는 사람은 얼마 없을 것 같지만 혹시 보는 사람 있으면 이제 다른 거 하면서 쉬어! ㅎㅎ 오늘 내 이야기를 들어줘서 고마워. 너희같은 친절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나도 여태까지 살아있을 수 있는거야.
113 이름없음 2020/10/15 23:20:35 ID : 2mk4LbvdzSL 0
오옹..맘 따뜻해지고 있어 할머니 최고
114 이름없음 2020/10/15 23:21:26 ID : s7dV9g3O60o 0
친절하다고 해줘서 너무 고맙당! 감동 ㅠㅠ 잘자!
115 이름없음 2020/10/15 23:21:28 ID : 2mk4LbvdzSL 0
글쓰느라 수고많았어 잘자 레주 기다릴게!! 좋은 꿈 꿔!
116 이름없음 2020/10/15 23:22:03 ID : y581ipgo5an 0
ㅂㄱㅇㅇ!! 스레주 언능 내일와서 뒷이야기 해줘!!
117 ◆bu1bbgZg46n 2020/10/15 23:22:59 ID : Durffe59bbb 0
고마워!! >< 내일 점심즈음부터 여유가 생기면 틈틈히 와서 또 이야기 풀어둘게!! 이렇게 인터넷으로 얘기 길게길게 하는거 처음이라 뭔가 두근두근하고 색다른 기분이야 ㅋㅋ 정말 고마워! 너희도 오늘 밤이 되게 친절하고 좋은 밤이 되면 좋겠다! 잘 자!
118 이름없음 2020/10/16 01:46:26 ID : nu3wmpU0nB9 0
ㅂㄱㅇㅇ!! 할머니 진짜 착하시다... 이야기 푸느라 수고했어!! 시간날때마다 들어와서 풀어줘!!
119 이름없음 2020/10/16 13:05:48 ID : hulfTO9s7gi 0
ㅂㄱㅇㅇ 완전 힘들었겠다...
120 이름없음 2020/10/16 15:45:13 ID : Fa7bDta647u 0
ㅂㄱㅇㅇ!! 기다리고있어!! 주말내내 기다릴꺼같아!!
121 ◆bu1bbgZg46n 2020/10/16 16:01:28 ID : hcHDBvBak1a 0
좋은 오후야! 점심 먹고 열일하다가 어느정도 쉬엄쉬엄 하는 타이밍이 와서 돌아왔어. 기다려준 전부 고마워! 다시 어제 풀다만 가을즈음부터 풀어볼게.
122 ◆bu1bbgZg46n 2020/10/16 16:03:15 ID : hcHDBvBak1a 0
나는 여름 방학동안에도, 여름 방학이 지난 이후에도 평범한 지적 장애인 행세를 하며 살았어. 일주일에 두 번 김씨 할머니와 만나는 날이면 김씨 할머니는 나를 데리고 놀아주거나 김씨 할머니 집에서 날 옆에 앉혀두고 간식거리를 먹여주면서 옛날 이야기나 할머니가 살아온 이야기들을 해주셨지. 정말 슬프게도 이 이야기들은 기억나지 않아. 그리고 한가지 더 한게 있다면 김씨 할머니는 나한테 말하는 연습을 해주기 시작했어. 그러니까... 더듬거리지 않고 말하게 되는 거 말이야. 의견 표현을 조금 더 확실하게 하는 법? 이건 그냥 내 추측인데, 김씨 할머니는 내가 그렇게 말을 심하게 더듬고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행위가 집안에서 일어나는 학대, 폭력으로 인한 거라고 생각하셨나봐. 그러니까 나를 잘 가르치면 분명 평범한 아이들처럼 지낼 수 있을거라 믿으셨던 건 아닐까 싶어.
123 ◆bu1bbgZg46n 2020/10/16 16:06:36 ID : hcHDBvBak1a 0
앗 방금 쓴 레스가 안 올라갔네 왜지??... 우선 할머니는 내가 또박또박 말할 수 있도록 단어를 하나씩 말하는 연습같은 걸 시켰어. 좋아하는 음식들 이름 나열하기 같은 걸 한거지. 짜장면, 케이크, 찐빵, 귤... 이런식으로 말하다가 중간에 심하게 더듬거리면 할머니가 잘 안들렸다고 다시 말해줄래? 하면 나는 다시 들으실 수 있게끔 크고 또박또박 케이크! 라고 다시 말하는 형식이었어. 그게 점점 발전하면서 한문장 두문장 정도는 더듬지 않고 말하게 됐지.
124 이름없음 2020/10/16 16:08:11 ID : mIIK2Le0tth 0
동접이네! ㅂㄱㅇㅇ
125 이름없음 2020/10/16 16:09:09 ID : PjtdDy6rwFe 0
ㅂㄱㅇㅇ
126 ◆bu1bbgZg46n 2020/10/16 16:10:01 ID : hcHDBvBak1a 0
그치만 집에서 엄마 아빠와 대화를 많이 하진 않았기 때문에 엄마 아빠는 크게 눈치채진 못한 것 같았어. 말이야 여전히 더듬고 있었고 집에서도 맨날 그림만 벅벅 그리거나 빈둥거리는게 일상이었거든. 그런데 가을이 되고 가을 중순 쯔음에 문제가 생겼는데 바로 김씨 할머니 건강 상태였어. 김씨 할머니는 진짜 연세가 많은 분이라 남편분도 이미 돌아가시고 딸 한명 아들 한명 있는데 자식들도 다 수도권에 가셔서 잘 안내려오시던 분이야... 김씨 할머니가 아프시니까 집을 비울 일도 잦았고 아파서 날 못 보살필 일이 많아졌어. 원랜 일주일에 두번 많게는 세번까지도 만났지만 일주일에 한번으로 줄었어. 나를 데리고 놀러다니시기 보단 집에 앉아서 이야기만 주고받는걸 많이 하셨고.
127 이름없음 2020/10/16 16:10:16 ID : i8o4Y789tfO 0
오 동접!! ㅂㄱㅇㅇ
128 ◆bu1bbgZg46n 2020/10/16 16:11:47 ID : hcHDBvBak1a 0
그치만 아직 정신이 심하게 세뇌당해서 온전하지 못했던 나는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할머니를 만난다는게 좋았고, 이미 할머니가 많이 놀러 다녀준 적이 있으니 별로 상관 없었어. 할머니한테 놀러나가고 싶다고 해도 할머니 아픈게 사라지면 꼭 같이 나가자꾸나 이런식으로 말해주셔서 얌전히 기다리겠다고 착한 아이로 있었지. 근데 김씨 할머니는 아마 이 때부터 나를 많이 걱정하신거야. 병원에 입원이라도 하거나 하면 나를 못 만나게 될거고 그럼 내가 그 집에서 다시 학대를 당할거라고 걱정하신 모양이지. 몸이 아파서 일주일에 한번, 2주에 한 번 만날 정도로 악화될 때 쯔음에 할머니는 날 붙잡고 진지하게 말하셨어.
129 ◆bu1bbgZg46n 2020/10/16 16:12:43 ID : hcHDBvBak1a 0
나는 절대로 이상한 아이가 아니고, 다른 아이들처럼 친구들과 놀거나 가고싶은 곳에 어디든 가도 되고, 노력한다면 지금처럼 더듬거리지 않아도 되고, 공부도 훨씬 잘해서 학교에서 1등도 될 수 있고, 그런 식으로 나를 마구 칭찬하고 아껴주는 말씀이었어. 그러니까, 아마 그 때의 나는 내가 이렇게 사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고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해서 더더욱 나아지는게 더뎠으니 어떻게든 잘 말씀해주고 싶으셨나봐.
130 ◆bu1bbgZg46n 2020/10/16 16:14:03 ID : hcHDBvBak1a 0
정말 철없는 이야기지만 그 때의 나는 할머니가 학교에서 노력만 하면 전교 1등도 할 수 있을거라는 말이 그렇게 멋지게 들렸어. ㅋㅋㅋ 나는 정말 공부같은건 한 적도 없었고 학교에서 다른 애들이 1등을 했다고 하면 축하의 박수만 쳐주는 포지션이었거든. 초등학생엔 선생님한테 나도 일등 하고 싶어어~ 이런식으로 말했다가 선생님께서 우리 OO도 같이 1등~ 이런식으로 아직 정신이 어린 아이를 대하듯이 넘어가주셨던 적도 있을거야 아마... 기억에 의하면?
131 이름없음 2020/10/16 16:15:17 ID : Fa7bDta647u 0
나이수 동접 ㅂㄱㅇㅇ
132 ◆bu1bbgZg46n 2020/10/16 16:16:40 ID : hcHDBvBak1a 0
정말로 공부를 열심히 하면 1등이 될 수 있냐고 물어봤고 할머니는 그렇다고 했어. 나는 그 때부터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때까지 한 번도 공부를 제대로 하려고 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말 아는게 없었어. 그나마 잘하는게 수학에선 10의 자리 수까지만 해당되는 덧셈 뺄셈 정도...
133 이름없음 2020/10/16 16:17:45 ID : 2mk4LbvdzSL 0
헉 돌아왔다 ㅂㄱㅇㅇ!
134 ◆bu1bbgZg46n 2020/10/16 16:20:31 ID : hcHDBvBak1a 0
할머니는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골라서 연습하면 그 과목의 1등이 될 수 있을거라고 했어... 그래서 그 중 내가 고른건 국어 과목이었어... 진짜 웃기지 않니 ㅠㅠ 말을 그렇게 더듬고 글씨도 삐뚤빼뚤하고 맞춤법도 다 틀리는 내가 기껏해서 고른게 국어라는게... 그치만 역사얘기는 들어도 이해가 안됐고, 수학은 도저히 안될 것 같았고, 과학도 뭐가 뭔지 모르겠고, 국어 과목이 그나마 책속에 이야기가 많으니까... 내가 책을 많이 읽은 건 아니지만 글은 확실히 읽을 순 있었기 때문에 골랐던거야. 할머니는 그럼 국어 과목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1등을 하면 놀이동산에 데려가주겠다고 하셨어.
135 ◆bu1bbgZg46n 2020/10/16 16:25:36 ID : hcHDBvBak1a 0
미안 지금 일하는 중이라 자꾸 늦어지네... 아무튼 그날 이후로 나는 학교에서 엄청 열심히... 공부를 했어. 아마 나름...? 다른 과목 때에는 물론 집중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국어 시간엔 멍하게 있거나 딴짓이 조금씩 줄어들었어. 교과서에 있는 소설 이야기들을 읽고 아는 문제만 몇 개 풀어두는 정도로...
136 ◆bu1bbgZg46n 2020/10/16 16:28:20 ID : hcHDBvBak1a 0
음... 사실 결과는 처참했어. 아는 문제가 거의 없었거든. 문제 10개가 있다고 치면 그나마 2~3개 정도... 그 외엔 정확하게 몰랐어. 그니까... 문제의 뜻은 아는데 정확하게 머릿속에서 조합을 못했다고 해야하나? 다음 보기 중 올바른 대답을 고르시오. 라고 있으면 어떤 보기에서 뭘 고르라는건지 두뇌 속에서 정확하게 매치가 안됐던거야... 진짜 그 때엔 상태가 심각했던 거겠지.
137 ◆bu1bbgZg46n 2020/10/16 16:32:22 ID : hcHDBvBak1a 0
전에 말한 그 도우미 친구가 날 되게 많이 도와줬어. 도우미 친구가 워낙 날 잘 도와주다보니까 학교에서도 내 짝꿍으로 고정이었는데 내가 문제 풀고 있는 걸 보니까 옆에서 잘 알려줬어. 사실 걔도 똑같은 중1이니까 엄청 열정적으로... 잘... 알려주진 못했겠지만? 내가 틀린 문제가 있으면 이건 왜 틀렸을 것 같아? 이런식으로 물어봐서 내가 직접 답을 알아내게끔 유도하는 느낌이었거든. 나는 원래 시험을 봐도 점수가 평균 20~30대였는데 국어 점수는 점점 높아졌어. 물론 중간고사 기말고사를 직접 보기 전이어서 정확하겐 모르겠지만 그 때 당시에 40~50으로 올라가지 않았을까... 점수가 높아졌다고 좋아하는 나는 할머니한테 자랑을 했어. 나 열심히 해서 예전에 틀린 문제도 맞출 수 있다고 자랑했더니 할머니가 장하다고 칭찬해줬고... 엄마 아빠한테도 말하면 좋아할까? 하고 물어봤더니 할머니는 물론 좋아하시겠지만 엄마 아빠한테는 비밀로 하고 나중에 기말고사를 제일 잘 봐서 그때 놀래켜주자고 하시더라.
138 ◆bu1bbgZg46n 2020/10/16 16:34:37 ID : hcHDBvBak1a 0
솔직히 쬐끔 이해는 안됐지만 할머니 말은 잘 듣는 나였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어. 가을~겨울 동안은 정말 국어공부에 매진한 것 같아. ... 매진이라고 해도 학교에서나 공부를 했고 집에서는 동화책을 계속 읽는 정도... 집에서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이 동화책이었어서...
139 ◆bu1bbgZg46n 2020/10/16 16:36:42 ID : hcHDBvBak1a 0
그래서 겨울에 대망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험을 보게 됐는데 음... 뭐 영화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 1등은 당연히 무리수였고 국어점수가 61점... 나왔던 것 같아. 아마도...
140 ◆bu1bbgZg46n 2020/10/16 16:38:57 ID : hcHDBvBak1a 0
그 전에 본 1회차 시험은 사실 점수가 기억이 안나... 기억 안나는 걸 보면 그렇게 잘 본것도 아니었던 것 같고 기억나는 건 2회차 시험인데... 61점이 나오고 나서 나는 서러워했어. 1등을 못했잖아! 노력하면 1등을 할 수 있다고 했는데 뭔가 속은 기분이어서... 도우미 친구도 그래도 이정도로 한거면 내년엔 1등 할 수 있을거라고 위로해주고 그래서 할머니한테 가서 들려줬어. 국어시험 점수가 61점이라고... 할머니는 엄청 잘했다고 하시면서 그래도 1등은 아니니까 엄마 아빠한텐 비밀로 하자고 했어. 그리고 나중에 놀이동산을 데려다준다고 했지. 근데 나는 잘 이해가 안됐어... 왜 엄마아빠한테 점수를 비밀로 해야할까? 난 엄마아빠한테도 칭찬이 받고 싶은데.
141 ◆bu1bbgZg46n 2020/10/16 16:40:07 ID : hcHDBvBak1a 0
그 길로 나는 집에 돌아가서 엄마 뒤를 따라다니다가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했어. 엄마 나 이번에 시험봤는데 국어 61점 나왔어 나 잘했어? 하는데 엄마 표정이 대놓고 안 좋아지더라. 엄마는 정말 질린 것 같은 표정이면서도 겁먹은 것 같은 표정이면서도 화가난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어. 그 때는 어렸고, 엄마의 감정이 어떤지 따위는 이해하고 싶지 않아.
142 ◆bu1bbgZg46n 2020/10/16 16:41:40 ID : hcHDBvBak1a 0
ㅋㅋㅋ아 뭔가 쓰다보니 우울한 표정으로 쓰고 있어서 상사가 초코파이 주고 갔어ㅠㅠ 나 곧 퇴근 시간이라... 초코파이 먹고 퇴근해서 마저 쓸게 얘들아!! 뭔가 질질 끄는 것 같아서 미안...
143 이름없음 2020/10/16 17:23:24 ID : 2mk4LbvdzSL 0
ㅋㅋㅋㅋㅋㅋㅋㅋ초코파잌ㅋㅋㅋㅋㄲ
144 ◆bu1bbgZg46n 2020/10/16 20:43:22 ID : Durffe59bbb 0
집이야. 길게 끈 만큼 이번엔 큼직큼직하게 올려볼게. 엄마는 내 점수가 잘 나온 걸 듣고 나서 아무말도 하지 않다가 내 어깨를 잡고 설득했어. 엄마는 OO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도, 잘하지 않아도 사랑해, OO가 힘들면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괜찮아, 엄마는 OO가 억지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등등... 하지만 난 엄마가 그런 말을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어. 나는 점수가 높게 나와서 그래도 기분이 좋았는데, 할머니도 나한테 잘했다고 칭찬해줬는데 왜 엄마가 그런 말을 하지? 내가 점수가 높은게 기쁘지 않냐고 물으니까 엄마는 기쁘지 않다고 대답했어. 속상한 마음에 왜? 라고 하니까 엄마는... ... 내가 어딘가 모자라고 아픈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어. 대체 무슨 의미인지 몰랐지. 나는 아프지 않다고 대답했어. 그러니까, 그 때의 나는 몸이 어딘가 불편하거나 아픈 아이라고 이해하고 아프지 않다고 대답했는데. 엄마는 이상한 표정으로 날 내려보면서 그런 뜻이 아니라고만 했어... 나는 엄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고... 그냥 속상했어. 지금의 나는 어딘가 모자라고 아픈 사람인걸까? 나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아이들이랑 다르게 말을 버벅거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어디 모자란 애라고 생각한 적 없었어. 뭔가... 그 일상이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 나는 그 다음날 학교에 가서 도우미 친구가 국어 공부를 도와주는데 도저히 집중하지 못했어. 평소처럼 딴짓을 하고 집중력이 부족한 모습을 보이다가 그 애가 오늘은 공부하기 싫냐고 물어봤어. 나는 삐진 것 처럼 행동하다가 엄마가 나 아프고 모자란 애로 크는게 좋대. 라고 대답했던 것 같아. 그 애는 무슨 뜻인지 이해는 잘 못했던건지 나한테 니가 더 열심히 해서 엄청 모범적이고 똑똑한 애가 되면 엄마도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라고 했어.
145 이름없음 2020/10/16 20:44:49 ID : Y3yNByY659g 0
ㅂㄱㅇㅇ!
146 ◆bu1bbgZg46n 2020/10/16 20:48:28 ID : Durffe59bbb 0
사실 이해를 못했어... 그치만 나는 지금 국어 점수도 이렇게 많이 올랐는데? 이런 심정이었을 걸. 내가 잘 납득하지 못한 것 같으니까 열심히 해서 멋진 대학에 갈 수 있게 되면 그 땐 엄마도 보람차게 여기실 거라고 그런 나를 좋아해줄거라고 했어. 뭔 소린지 정확하게 파악하진 못했지만 정말? 이라고 대답했고 그 애는 그렇다고 대답했어. 그리고 그날부터 며칠 뒤에 김씨 할머니네 집에 가서도 그렇게 말했어. 엄마는 내가 모자라고 아픈 애로 크는게 좋다고 했다면서 결국 서러워져서 울었던 것 같아. 김씨 할머니는 날 달래주면서 엄마는 아직 네 진가를 몰라서 그런거고, 내가 멋지고 똑똑한 아이로 자라면 자긴 너무 기쁠거라면서 다독여줬어. 나는 도우미 친구도 김씨 할머니도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로 엄마가 아직 내 멋진 모습을 직접 보지 못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때부터 정말 열심히 공부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된 계기가 생겼어. 사실 이렇게 다짐해놓고도 그놈의 집중력 부족때문에 몇개월간은 크게 는 무언가가 없지만... 그래도 평균 20~30대 점수가 30~40대로 올랐다는 점에서 그 때엔 나름 열심히였지~ 정도로 생각해.
147 ◆bu1bbgZg46n 2020/10/16 20:54:04 ID : Durffe59bbb 0
성적이 오르기 전에 앞서서 슬슬 겨울방학이 다가오고 있었어. 그 해 겨울방학은 다른 겨울방학과는 좀 달랐어. 뭐가 달랐느냐면... 내가 우리 동네에 있지 않았다는 점이야. 그 해 겨울방학에는 엄마가 날 데리고 외가로 올라갔어. 외가에는 엄마를 포함한 6남매 외에도 외할머니가 계셨어. 진짜 연세가 많으셨는데 생각보다 꽤 정정하시고 건강하셨다는 느낌이야. 나는 집에서 김씨 할머니랑 지내고 싶었는데 엄마는 이번 겨울방학동안만 엄마랑 같이 외할머니네에서 한두달 자고 올거라고 말했어. 나는 김씨 할머니는? 했지만 당연히 못 만난다고 으름장이 박혔지. 울면서 서러워했지만 딱히 바뀌는 건 없었고... 겨울 방학이 되니까 나는 외할머니네 집으로 올라갔어. 외할머니는 솔직히 나쁜 분은 아니야. 김씨 할머니보단 조금 엄하시지만 그래도 착한 분이거든.
148 이름없음 2020/10/16 20:55:49 ID : jzgnRzSNwJP 0
ㅂㄱㅇㅇ!!
149 ◆bu1bbgZg46n 2020/10/16 20:57:41 ID : Durffe59bbb 0
아는 곳도 없이 그냥 외할머니네 집에 올라가서 두 달동안 엄마랑 같이 지냈어. 외할머니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괜찮은 분이었어. 내가 밥을 먹으면서 다 흘리거나 침을 흘리면 혀를 차긴 하셨지만 내가 졸려할 땐 가끔 옆에서 날 토닥여주고 자장가를 불러주셨거든. 외가에서 지내는 두달은 정말 별 거 없었어. 나는 외가에 있는 동화책을 읽거나 엄마랑 외할머니를 따라서 밖을 돌아다니거나 마당에 있는 진돗개랑 놀았어. 그러는 사이에 안 게 있다면 외할머니는 나를 정말 딱하게 여겼다는 점이야. 나에 대한 건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외할머니는 나를 딱하게 여기는 것과 동시에 외할머니의 딸인 우리 엄마를 안타까워했어. 나 때문에 우리 엄마가 고생한다고 여긴거겠지...? 외할머니는 늘 엄마를 걱정하면서 엄마가 날 챙기려고 하면 말리고 외할머니가 직접 나를 챙겨줬어. 나야 덕분에 엄격한 외할머니랑 조금이나마 더 가까워질 수 있었지. 사실 그 전까진 말했다시피 명절이 5일이어도 친가에 4일, 외가에 1일 있었거든.
150 ◆bu1bbgZg46n 2020/10/16 21:02:45 ID : Durffe59bbb 0
외할머니네 집에서 지내는 2달동안 기억나는 사건사고라고 하면 두가지야. 1. 개를 키우는 집에 오랫동안 머물렀던게 신기했던 어린 내가 개를 자꾸 못살게 굴어서 (이땐 놀아준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면 전혀 아니었던 듯.) 물렸던 일. 그리고 남은 한가지가 조오금 결정적인데, 우리 엄마가 나랑 둘만 있을 때 일부러 외할머니가 아끼는 화병을 깨버리고 외할머니가 돌아오니 내가 깼다고 거짓말을 한 일이야.
151 ◆bu1bbgZg46n 2020/10/16 21:08:20 ID : Durffe59bbb 0
어느날은 외할머니가 외출하시고 집에 나랑 엄마만 남아있는데, 거실에 앉아서 개 발을 잡고 장난치던 나를 엄마가 불렀어. 엄마쪽을 향해서 고갤 돌리니까 엄마가 외할머니가 아끼는 화병을 들고 있었어. 화병이라고 하나? 그 뭔가... 난초같은게 들어있는...? 기다란 꽃병같은 그런거였어. 내가 엄마를 쳐다보고 있으니까 그대로 엄마가 화병을 들어 올리더니 아래로 내던져서 깨트렸어. 진짜 깜짝 놀랐지. 개는 놀라서 도망갔고 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 놀란 표정으로 엄마를 쳐다보고 있었어. 엄마는 아무말도 안하다가 이건 OO가 깼다고 할머니한테 말하는거야, 알겠지? 라고 말했어. 내가 왜? 라고 하니까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해. 라고 했어. 그치만 엄마가 깼잖아? 하니까 그 때 엄마가 화가 난 표정으로 내 이름을 크게 부르면서 엄마 말 좀 들으라고 뭐라 했어. 엄마는 그상태로 깨진 파편을 내버려두고 방에 들어갔어. 나는 놀라서 어버버한 상태로 있다가 깨진 파편들을 치우려고 서투르게 조각들을 손바닥에 주워담았어. 얼마 안 지나서 외할머니가 오셨는데, 외할머니가 오시니까 방에서 빗자루랑 쓰레받기를 가지고 나와서 파편들을 치웠어. 내 손바닥 위에 있는 파편들도 다 가져갔고. 외할머니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하니까 내가 실수로 개랑 놀다가 깨트린 것 같다고 하더라. 나는 화가 났어... 엄마가 깨놓고 왜 나한테 그러는거지? 싶어서, 울먹거리면서 아니라고 엄마가 그랬다고 더듬거리면서 말했지.
152 ◆bu1bbgZg46n 2020/10/16 21:10:48 ID : Durffe59bbb 0
외할머니는 당연하겠지만 엄마 말을 믿었어... 아무리 겁이 나도 그렇지 엄마 핑계를 대면 안된다면서 깨진 걸 치우는 걸 도와줬고 아끼던게 깨졌다면서 속상해하셨지. 이 날을 기준으로 나는 엄마가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하게 됐어. 엄마는 나를 데리고 놀러가주지도 않고, 내가 공부를 잘해도 싫어하고, 꽃병도 엄마가 깨놓고 내가 깼다고 뭐라고 하니까. 엄마가 거짓말쟁이라고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어.
153 이름없음 2020/10/16 21:12:07 ID : Za8phvxyLfc 0
이건 아무리 봐도 가스라이팅+대리 뮌하우젠 증후군이 합쳐진 것 같은데... 이야기를 들을수록 공포밖에 안 느껴진다
154 ◆bu1bbgZg46n 2020/10/16 21:16:08 ID : Durffe59bbb 0
깨진 파편을 다 치운 이후에 외할머니는 나를 혼자 불러서 따끔하게 혼을 내셨어. 아무리 개랑 노는게 좋아도 실내에선 조심해야하고 뛰어다니면 안되고, 무서워도 엄마 탓으로 돌리면 안된다고 뭐라 잔소리를 했지. 나는 너무 서러웠어... 내가 한 게 아니라 엄마가 깬건데, 외할머니는 내 말을 절대 믿어주지 않잖아. 그게 내가 공부를 못해서 그런거라고 생각하고 너무 서러워서 듣는 내내 계속 울었어. 외할머니는 내가 반성하느라 운다고 생각했는지 어느정도 화를 내시곤 날 안아주면서 달래줬어. 울지 말라고 화내서 미안하다고 다음부턴 그러지 말라고 달래주셨지만 어린 마음에 엄마가 너무 밉고 그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는 계속 울다가 결국 또 잠들었어.
155 ◆bu1bbgZg46n 2020/10/16 21:21:10 ID : Durffe59bbb 0
그 날 이후론 말을 더듬는 건 둘째치고 아예 말수가 적어졌어. 엄마랑 대화를 거의 하지 않고 싶었거든. 엄마가 평소보다 더 싫고 미웠어. 나는 어떻게든 공부를 잘하게 돼서 엄마를 놀라게 만들고 주변 사람들이 엄마보다 내 말을 더 믿게끔 하고 말겠다고 다짐했지.
156 ◆bu1bbgZg46n 2020/10/16 21:23:01 ID : Durffe59bbb 0
2달의 시간이 지나고 나는 원래 동네로 돌아왔어. 아직 방학이 남아 있어서 학교는 가지 않았고, 나는 김씨 할머니를 다시 만나고 나서 김씨 할머니한테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공부를 더 잘하고 싶다고 졸랐어. 김씨 할머니는 사실 공부를 잘 알려주시는 분은 아니셨나봐. 자기는 그런거엔 소질이 없으니 다른 분을 알려주셨는데 경로당에 계시는 다른 할아버지셨어. 되게 깐깐하고 고집이 세신 분인데 이 분은 이제 최씨 할아버지라고 부를게. 최씨 할아버지는 내가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하니까 그럼 자기가 알려주겠다고 하셨어.
157 ◆bu1bbgZg46n 2020/10/16 21:25:03 ID : Durffe59bbb 0
사실 둘 다 맞긴 해... 이거에 대해선 후반부에 제일 자세히 나올 것 같아 ㅠㅠ 내가 글을 짧게 쓰는 걸 어려워해서 점점 더 길어지는 것 같은데 고민이야... 차라리 결론적으로 엄마 아빠가 왜 그런 일을 했는지, 결정적인 마지막 이야기들이라도 먼저 설명해두는게 긴거 싫어하는 레스더들한테 도움이 될까? ㅠㅠ
158 ◆bu1bbgZg46n 2020/10/16 21:27:44 ID : Durffe59bbb 0
아무튼 나는 최씨 할아버지를 통해서 공부를 조금씩 배우기 시작했어. 그치만 진짜 공부를 아예 안했던 애가 하려고 하니까 어려움이 많더라. 더군다나 나는 집중력도 별로고 말도 더듬고 그랬잖아. 최씨 할아버지는 공부를 알려주려고 하시다가 내 집중력 상태를 보고 글러먹었다면서 ㅋㅋ 집중력을 높이는 연습부터 하라고 했어... 집중력은 어떻게 높이냐고 하니까 진짜 웃기게도 야바위를 하셨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종이컵 세개를 놔두고 세개 중 하나에만 사탕을 넣어서 마구 섞어서 어떤거에 사탕이 들어갔는지 맞추는 그거 있지? 그것부터 시작하셨어 ㅋㅋ 그리고 틀리면 5분동안 할아버지 어깨 주무르기 이런걸로... 나는 그길로 일주일에 두번씩 경로당에 다니면서 할아버지와 야바위를 하고 할아버지 어깨를 신나게 주무르거나 맞춰서 사탕을 먹기 시작했지... 겨울 방학이 끝나고 2학년이 될 무렵엔 안마를 하는 횟수보단 사탕을 먹는 횟수가 현저히 많아졌어.
159 ◆bu1bbgZg46n 2020/10/16 21:30:27 ID : Durffe59bbb 0
그러니까 나는 1년사이에 김씨 할머니, 최씨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말 더듬는 횟수도 눈에 띄지 않게 조금씩 줄어들고 집중력도 많이 좋아진거야. 그 덕분인지 개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본 시험도 평균 30~40대로 올라갔어. (원래는 20~30)
160 ◆bu1bbgZg46n 2020/10/16 21:32:56 ID : Durffe59bbb 0
근데 사실 내가 공부를 안한다는 걸 초등학생 때부터 봐온 탓인지 엄마 아빠는 내 성적표나 성적같은걸 굳이 확인하려고 하지 않았어. 나는 학교에서도 수업시간에 대충이나마 수업을 듣게 됐고 국어는 여전히 50~60점대를 유지하면서 다른 점수는 뭐.. 평균을 웃도는 점수를 냈지. 도우미 친구와는 반이 달라졌지만 다른 도우미 친구가 생겨서 공부를 배웠어. 그 친구는 1학년때 도우미 친구만큼 착하진 않아서 내가 물어보는 것만 도와줬어. 나 이거 몰라... 하면 이건 1번이 답이야. 하고 알려주는 정도?
161 이름없음 2020/10/16 21:33:55 ID : cqZbhhy6qqk 0
주변 분들이 착해서 다행
162 ◆bu1bbgZg46n 2020/10/16 21:36:18 ID : Durffe59bbb 0
성적이 아주 얼추 좋아지고 집중력도 아주 나쁜 정도는 탈출하니까 봄 끝무렵 부턴 최씨 할아버지가 나한테 공부를 알려줬어. 좀 기본적인 문제였어... 곱하기 같은 거... 근데 솔직히 그 때엔 곱하기랑 나눗셈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웠어 ㅎ ㅠ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하기 싫어서 수학은 안할거라고 꼬장부리다가 혼난 기억이 있어...
163 ◆bu1bbgZg46n 2020/10/16 21:37:52 ID : Durffe59bbb 0
그래도 역사(아주 쪼금)랑 국어가 살짝 올랐고 과학(매우 많이 쪼금)도 살짝 배웠어. 이건 뭐 학교마다 다르겠지만 한자 과목도 있어서 한자도 몇개씩 찔끔찔끔 외웠어. 그 땐 주로 김씨 할머니랑 같이 하교하는 길에 그대로 경로당으로 빠져서 최씨 할아버지를 만나고 공부를 하는 그런거였어. 엄마는 매번 경로당에서 다른 분들한테 피해주지 말고 놀아야 한다고 한 걸 보면 공부를 배운다는 건 몰랐던 것 같기도 해.
164 ◆bu1bbgZg46n 2020/10/16 21:42:11 ID : Durffe59bbb 0
하루는... 김씨 할머니가 최씨 할아버지한테 내 얘길 해주는 것 같았어. 무슨 얘길 해주는건진 정확하게 잘 몰랐는데 엄청 화를 내시면서 썩을롬들이라고 막 뭐라뭐라 욕을 하시고... 멀쩡한 애를 호구로 키우려고 한다고 엄청 역정을 내셨던 건 기억나. 내 얘기라곤 생각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 얘기겠지...? 그리고 그날 집에 돌아가기 전에 날 붙잡고 앞으로는 절대 엄마 아빠 말 듣지 말라고, 엄마 아빠가 괴롭게 하면 할아버지랑 할머니한테 말하라고 신신당부를 하셨지. 나는 뭔가... 든든한 내 편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아서 철없게 응!! 하고 돌아갔어.
165 ◆bu1bbgZg46n 2020/10/16 21:47:03 ID : Durffe59bbb 0
이 쯔음의 집에 대해서 얘기해보자면... 별 거 없이 똑같았어. 아... 진짜 정말로 중학교 때 기억은 할아버지랑 할머니들 관련된 거랑 내 필사적인 반항 말고는 잘 기억이 안나 ㅠㅠ 늘 외출은 불가능했고 엄마 아빠랑 대화를 많이 하진 않았고 조금 철없이 행동했던 나... 정도... 명절 때에도 똑같았어. 친인척들이 중학생때부턴 별로 나를 테스트 해보려고 한다거나 하진 않았다는 점...? 특히 친가 사람들은 나한테 관심이 거의 없어보였고 사고 칠때나 좀 귀찮은 조카 취급했지. 외가 사람들은 그냥 철없는 지적 장애인이라 생각하고 놀아준 것 같아.
166 ◆bu1bbgZg46n 2020/10/16 21:50:27 ID : Durffe59bbb 0
아휴 ㅠㅠ 글이 엄청 길어진다...! 늦기 전에 후다닥 씻고 올게! 혹시 보고있는 레스더들이 있으면 의견 남겨줄 수 있을까? 1. 글이 너무 길어지니까 결론적으로 엄마 아빠가 왜 그랬고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먼저 쓴다 2. 그냥 계속 쓰고 마지막에 쓴다! 답답한 사람들이 생길까봐 너무 무서워... 첫 스레가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거든 ㅠㅠ...!!! 우선 다녀올게! 늘 고마워!
167 이름없음 2020/10/16 21:51:52 ID : fXxSK6i1fSN 0
ㅂㄱㅇㅇ! 난 2번!
168 이름없음 2020/10/16 22:06:41 ID : e2K6lu04E9B 0
나도 2번!
169 이름없음 2020/10/16 22:16:08 ID : 6kk64ZclfTR 0
ㅂㄱㅇㅇ 2번!!
170 이름없음 2020/10/16 22:16:12 ID : jii5UZck1a4 0
222!! 잘 보고있어 스레주
171 이름없음 2020/10/16 22:19:29 ID : jeHA1Be5eZh 0
ㅂㄱㅇㅇ 나도 2번!
172 이름없음 2020/10/16 22:21:18 ID : y581ipgo5an 0
ㅂㄱㅇㅇ 나두 2번!! 근데 레주 이야기 읽다보니 부모님이 왜 그랬는지 약간 짐작가기도 하는데.. 이건 짐작이라 일단은 계속 들어볼래!!
173 이름없음 2020/10/16 22:25:13 ID : cskmty6jctx 0
ㅂㄱㅇㅇ 2번이야!!
174 이름없음 2020/10/16 22:44:08 ID : 2mk4LbvdzSL 0
결정적인 건 나중에 나와야 재밌징 2번 투표!
175 이름없음 2020/10/16 22:46:16 ID : cqZbhhy6qqk 0
222
176 ◆bu1bbgZg46n 2020/10/16 22:55:28 ID : Durffe59bbb 0
헉 엄청 많이 남겨줬네 ㅠㅠ!! 다들 고마워! 그럼 씻고 왔으니까 다시 이야기해볼게...! 그리고 이거 너무 궁금하다 ㅠㅠ
177 이름없음 2020/10/16 22:59:16 ID : HwpO9y3U59a 0
스레주 최대한 많이 풀어줘 현기증나
178 ◆bu1bbgZg46n 2020/10/16 23:03:37 ID : Durffe59bbb 0
우선 다시 사고가 일어나는 건 중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야. 그냥저냥 평범한 날들을 보내면서 여름방학이 다시 왔는데, 김씨 할머니는 건강이 점점 더 나빠져서 이제 날 데리러 올 수 없게 됐어. 경로당에도 잘 못오셨고 영락없이 나는 다시 집에 박히게 생겼는데 그즈음에 날 가르치던 최씨 할아버지가 직접 집으로 찾아와서 엄마 아빠한테 이제부턴 김씨 할머니 대신 날 데리고 다니겠다 하신 것 같아.
179 ◆bu1bbgZg46n 2020/10/16 23:03:41 ID : Durffe59bbb 0
ㅠ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 응 알았어...!
180 ◆bu1bbgZg46n 2020/10/16 23:05:54 ID : Durffe59bbb 0
근데 엄마 아빠는... 당연하지만 최씨 할아버지를 반기지 않았어. 안그래도 김씨 할머니랑 있는걸 별로 좋아하진 않으셨을테니 최씨 할아버지가 그렇게 하겠다는걸 완강히 반대하셨지. 여름 방학이라 나도 엄마 아빠도 집에 있을 때 할아버지가 찾아오신 거라서 결국 나를 데리고 가겠느니 말겠느니로 할아버지랑 엄마 아빠가 말다툼을 하셨어.
181 ◆bu1bbgZg46n 2020/10/16 23:06:50 ID : Durffe59bbb 0
나한테는 방에 들어가 있으라고 윽박지르셔서 (아빠가) 사실 무서워서 바로 방에 들어와서 정확하게는 뭐라고 싸웠는진 모르지만 이때는 방문에 귀를 대고 듣고 있었어. 니들 가정 학대하는거 우리 경로당에서 다 안다 이런식으로 말하셨고 그런 적 없다고 아빠가 따졌어. 난 나때문에 싸우는 것 같아서 불안하고 무서웠지만 내심 할아버지가 싸움에서 이기고 날 집밖으로 데려가줬으면 했어.
182 이름없음 2020/10/16 23:08:39 ID : HwpO9y3U59a 0
ㅂㄱㅇㅇ
183 ◆bu1bbgZg46n 2020/10/16 23:10:13 ID : Durffe59bbb 0
그치만 뭐... 이런 표현이 괜찮은지는 모르겠지만 할아버지가 졌어. 당연하기도 해... 솔직히 나는 집 안에 있고 집에 엄마도 아빠도 계시는데 나이드신 할아버지가 무력을 쓰실수도 없고 뭘 어떡하겠어... 나는 여름방학동안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못만날거란 생각에 서러워져서 할아버지가 현관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를 듣고 뛰쳐나갔어. 할아버지랑 같이 경로당에 가고 싶다고 계속 우겼지만 당연히도 부탁은 안 들어주셨어. 아빠는 오히려 나랑 같이 소리 높여서 싸웠어. 나는 경로당에 가고싶다고 계속 우겼고 아빠는 절대 안된다고 방에나 들어가 있으라고 그랬지.
184 ◆bu1bbgZg46n 2020/10/16 23:11:44 ID : Durffe59bbb 0
하지만 중학교 2학년밖에 안된 내가 아빠를 이길 수 있을리가 만무하잖아? 아빠는 내가 자꾸 짜증나게 구니까 그대로 날 밀쳤고 나는 벽에 부딪히면서 넘어졌어. 사실 크게 다치거나 어디가 부러진 것도 아닌데 그게 너무 아파서 전의를 상실했어. 아프니까 결국 화내는 것 보다 울음이 먼저 나오더라고. 아빠는 또 개인 방으로 들어가버리고 엄마만 우는 나를 일으켜서 화장실에 데려가 억지로 세수를 시키고 울음을 그치게 만들었어. 부딪힌 머리가 얼얼했던 기억이 나.
185 ◆bu1bbgZg46n 2020/10/16 23:13:59 ID : Durffe59bbb 0
결국 나는 외출을 금지당했고 초등학생 때처럼 집에 갇혀서 여름 방학을 보냈어. 정말... 어릴 때 복수심을 가지면 끝도 없어진다는 그런 글 있었던가? 어린 아이가 앙심을 품게 하면 안된다는 글 말이야... 그때 내 상태가 딱 그랬어. 여기에 사춘기+반항기 이런것까지 겹친 것 같으니 그때의 내 심정은 진심으로... 진짜...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래. 그 때엔 가끔 아빠를 죽여버리고 싶었어. 엄마는 그래도 날 달래줄 때가 있으니까 죽이긴 싫고, 날 아프게 하는 아빠만큼은 진심으로 죽여버리고 싶었던 날이 많았어. 왜 나는 이렇게 살아야하지, 왜 나는 아무것도 못하게 하지. 다른 애들은 잘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만...?
186 ◆bu1bbgZg46n 2020/10/16 23:15:38 ID : Durffe59bbb 0
사람이 외출도 못하고 집에 처박혀서 지적 장애인이길 강요받으면 쉽게 망가지고 쉽게 미치는 것 같더라. 그때의 나는 진짜 정신병에 걸려있었을거야. 다 큰 성인이 되어서도 심리 치료를 받고 있는 걸 보면 말은 다 했지. 하지만 생각하는 거랑 다르게 집에서 움직일 의욕은 없었고 하루종일 누워있거나 엄마가 시켜서 하는 집안 청소가 그나마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일이었어. 여름방학동안 난 말 그대로 폐인이었어.
187 이름없음 2020/10/16 23:16:05 ID : 2mk4LbvdzSL 0
아...
188 ◆bu1bbgZg46n 2020/10/16 23:18:06 ID : Durffe59bbb 0
폐인을 그나마 탈출한 건 여름방학이 끝나고 2학기가 됐을때야. 다시 학교에 나가면서 나는 조금씩 의욕을 되찾았어. 의욕이라기보단... 사실 아빠가 너무너무 싫고 미워서,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어서 뭐든 하려고 안달이 난 상태였지. 증오심 때문에 참을 수 없어서 움직일 수 있게 된거야. 그 때엔 공부가 중요하다기 보단 내가 왜 이러고 살아야하는지 이유를 알아야만 했어.
189 ◆bu1bbgZg46n 2020/10/16 23:19:44 ID : Durffe59bbb 0
차라리 하다못해 내가 지적 장애인이기 때문에, 라고 제3자가 그렇게 말해줬으면 나는 쉽게 포기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김씨 할머니도 최씨 할아버지도 그러지 않았잖아? 늘 나를 예쁘게 애정해주고 좋게 보살펴주셨지. 그거 때문에 이유를 찾으려고 한거야. 그치만 어떻게 이유를 찾아야할지 몰랐던 나는 반 친구들한테 내가 이상한 애냐고 직접 물어보고 다녔어. 사실... 그렇게 반 친구들한테 직접 뭔가 물어보거나 말 걸고 다닌 건 처음이야. 근데 솔직히 너희도 비장애인 동급생이 나 이상하냐고 물어봐도 이상하다고 대답하진 않잖아? 걔네도 그랬지. 안 이상하다고 어색하게 대답해줬어. (대다수는.)
190 이름없음 2020/10/16 23:20:18 ID : MpdXta1hhvv 0
ㅂㄱㅇㅇ
191 이름없음 2020/10/16 23:21:10 ID : 2mk4LbvdzSL 0
와 진짜..부모 속이 너무 궁금해 ㅂㄱㅇㅇ!
192 ◆bu1bbgZg46n 2020/10/16 23:21:39 ID : Durffe59bbb 0
나는 그대로 자신감을 얻었고! 여름방학이 끝난만큼 최씨 할아버지와 다시 만났어. 어느날 하교하려고 교문으로 가보니까 엄마가 최씨 할아버지가 같이 계시더라고. 솔직히 경로당에서 학교 개학 소식을 직접 알 순 없을테니 좀 늦게 오신 것 같아. 할아버지가 오랜만에 만난 날 보고 같이 경로당에 놀러가자고 했고 엄마랑 이미 대화는 한건지 난 아무런 제지 없이 오랜만에 신나게 경로당에 갔어.
193 ◆bu1bbgZg46n 2020/10/16 23:23:59 ID : Durffe59bbb 0
그치만 신난건 둘째치고 경로당에 도착하고 나서 할아버지랑 오랜만에 만난만큼 어떻게 지냈냐는 질문을 받았지. 나는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했어. 할아버지가 가고나서 아빠한테 경로당에 가고싶다고 했는데 아빠가 나한테 화를냈고 벽에 밀쳐서 부딪혔다고 하니까 할아버지가 같이 욕을 해줬지. 나는 신나서 할아버지한테 계속 얘기를 했어. 아빠가 너무싫어서 없어져버리면 좋겠다고... 사실 죽여버리고 싶었다는 게 절대 거짓말은 아닌데 할아버지 앞에서 나쁜 말을 하면 안될 것 같아서 없어지면 좋겠다 정도로 순화해서 말한 것 같아. 그리고 할아버지한테도 내가 이상한 애라서 그런거냐고, 엄마 아빠가 나한테 왜 그러는 거냐고 물어봤어.
194 ◆bu1bbgZg46n 2020/10/16 23:25:58 ID : Durffe59bbb 0
할아버지는 내 얘기를 들어주다가 장애인이란 거에서 설명해주기 시작했어. 이것도 내 추측이긴 한데... 최씨 할아버지는 처음엔 내가 살짝 아이큐가 떨어진다거나 지적 장애인까진 아니더라도 머리가 나쁜 애.. .라고 생각하고 계셨던 건 아닐까! ㅠㅠ 처음에 나에게 장애인이라고 말해줄 때 좀 뉘앙스가 그랬거든. OO처럼 말을 더듬거나 집중력이 나쁘거나 한 게 아주 심하면 장애인이라는 거에 해당된다 뭐 이런식으로...
195 ◆bu1bbgZg46n 2020/10/16 23:27:14 ID : Durffe59bbb 0
근데 말했지만 내가 말을 더듬거나 침을 흘리거나 음식을 흘리면서 먹는 그런 건 사실 엄마랑 아빠가 시켜서 한거잖아? 난 할아버지한테 말했어. 엄마 아빠가 이렇게 하라고 했다고. 안그럴수도 있다고 울먹거렸지. 근데 울먹거리긴 했는데 사실 자신은 없었어. 김씨 할머니가 많이 도와주시긴 했지만 말은 여전히 버벅거렸고 집중력도 나쁜게 맞잖아.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어. 내가 정말 장애인일거라고 생각되는 순간이었지...
196 ◆bu1bbgZg46n 2020/10/16 23:29:48 ID : Durffe59bbb 0
그치만 내가 한 말을 잘 캐치해서 들은 최씨 할아버지가 나한테 그럼 앞으로는 말을 똑바로 하고 침을 안흘리고 음식을 흘리지 않으면서 먹는 법을 배우자고 했어.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지. 사실 그 이후로 뭔가 연습하긴 했는데 다른 건 잘 기억 안나고 경로당에 갈때마다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이런 기본적인 말들을 더듬지 않고 말하는 연습을 한 것 같아. 나는 아주 오랫동안 말을 버벅거렸지만 열심히 연습하니까 조금씩 조금씩 나아졌어.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 같은 인사 정도는 그냥 말할 수 있었지. 아마 중1때 김씨 할머니가 말하기 연습을 그나마 시켜준 덕분이라고 생각해.
197 이름없음 2020/10/16 23:31:34 ID : s7dV9g3O60o 0
ㅂㄱㅇㅇ!
198 ◆bu1bbgZg46n 2020/10/16 23:32:32 ID : Durffe59bbb 0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한테 장애인에 대해서 조금 더 설명을 해주셨어. 네가 정말 장애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엄마 아빠한테 계속 속아선 안된다고 했지. 다만 나는 지금 아주 어리니까 당장 부모님에게 너무 대들어도 또 아빠가 나를 아프게 할거라고 이건 비밀로 해야한다고 했어. 솔직히 정확하게 무슨 느낌인지 감은 안 잡혔는데 아빠한테 또 얻어맞을 생각을 하면 비밀로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어.
199 ◆bu1bbgZg46n 2020/10/16 23:35:37 ID : Durffe59bbb 0
이게 쉽진 않았지... 만. 아빠가 나한테 평상시에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야. 그나마 엄마가 나를 제일 잘 관찰하고 많이 신경쓰는 편인데 말했지만 집에서도 가족들끼리 대화가 많은 편이 아니야. 게다가 아무리 연습을 해도 아빠 앞에 서있으면 화가 나니까 말이 자동적으로 더 더듬어 지더라고. 진짜... 이걸 다행이라고 여겨야할지 말지 모르겠지만 덕분에 의심을 샀다거나 해본적은 없어. 공부도 하긴 했지만 뭐... 평균 30~40에서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ㅎㅎ
200 이름없음 2020/10/16 23:35:44 ID : 5WoY3u2oFeH 0
스레주 잘때까지 잠을 못잘고 같애 ㅋㅋ ㅂㄱㅇㅇ
201 이름없음 2020/10/16 23:36:54 ID : hzamq2K6nXz 0
ㅂㄱ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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