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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원본지킴이 ] 나는 두 삶을 살았고, 살고 있다. 3 (6)
10.[ 원본지킴이 ] 나는 두 삶을 살았고, 살고 있다. 2 (2)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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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어릴 때 기억이 사실 말이 안 되는 것이었을 때 있어? (9)
18.악몽에 나온 누나가 현실의 누나에게 영향을 끼치는거같아 (254)
19.한 15년도?쯤에 봤던 썰인데 (1)
20.밤중에 절대 따라하면 안 된다는 다섯가지 의식 (2)
1
◆bu1bbgZg46n
2020/10/14 14:31:23
ID : hcHDBvBak1a
50
스레딕 시작한지 4개월 정도 돼서 이렇게 글을 쓰려고 작정한 건 처음이야.
전에 사람이 가장 무섭다는 글을 보고 나도 꽤 오래 생각해봤는데 내 경험담도 진짜 사람이 무서운 일화라고 생각해서 쓰게 됐어... 조금 편협한, 내 기준에서 쓰이는 가정사로 보일수도 있지만 일단 지금의 나로써는 이게 굉장히 크리피하고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들어주면 좋겠어.
우선 나는 지금 30대 초반이고, 내가 겪은 일은 23살 성인때까지 집안에서 이어진 일이야. 혹시라도 짧은 내용을 원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요약하자면...
1. 내가 태어날 무렵부터 부모님은 나를 정신적 장애 (지적 장애)가 있는 아이로 소개하고 다녔고, 그렇게 보이도록 강요했다.
2. 윗쪽에 대하여 내가 어느 정도 나이를 먹고 반항하기 시작하자, 실제로 정신병원에 잠시 입원시켰었다.
3. 이것들이 잘못된 것을 깨닫고 성인이 되어 경제적 여유를 만든 뒤 독립했다.
내 인생의 이야기야. 음... 조금 부끄럽긴 한데 어디가서 얘기했다가 문제 될까봐 무서워서 여태까지 어딘가에 말한 적은 없어. 혹시라도 이렇게 올린 스레가 문제가 될까 걱정되기도 해... 우선 지금은 회사 쉬는 시간이라 적고 있는데 정확하게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는 천천히 풀게.
베스트 레스 3
이름없음
2020/10/14 14:33:20
ID : hgi9ze6qi00
1
보고있어 잠깐만 봐도 굴곡이 많았구나 레주...
이름없음
2020/10/18 18:28:30
ID : HwpO9y3U59a
1
저게 사람이 할 짓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름없음
2021/11/25 17:31:08
ID : 443XxQturdS
1
레주야 진짜 고생 많았다.. 결국은 돈 때문이었던 거잖아. 진짜 부모같지도 않은 것들.. 에휴 진짜 너무 고생많았고 진짜 내가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ㅜㅜ 너무 힘든 삶이었다.. 진짜 버텨줘서 고맙고 앞으로 행복한 일들만 있을거야❤️
202
◆bu1bbgZg46n
2020/10/16 23:38:13
ID : Durffe59bbb
0
그래도 졸리면 자야해...!
203
◆bu1bbgZg46n
2020/10/16 23:40:25
ID : Durffe59bbb
0
그래서... 결론적으로 중학교 2학년도 그렇게 지나갔어. 겨울 방학이 오니까 또 집에 혼자 남게 될까봐 되게 무서웠어. 근데 다행이게도 이때 김씨 할머니가 몸이 약간 좋아지셔서 최씨 할아버지랑 같이 집에 찾아오셨기 때문에 경로당으로 갈 수 있었지...
204
◆bu1bbgZg46n
2020/10/16 23:42:13
ID : Durffe59bbb
0
내 말솜씨는 정말 청산유수처럼 좋아졌어. 겨울 방학이 시작된지 얼마 안돼서는 동화책 2~3페이지를 아주 느리지만 또박또박 더듬지 않고 말할 수 있게 됐지. 스스로도 너무 좋았어. 초등학생 때에도 분명 이런식으로 칭찬을 받아서 좋아했었는데 이번엔 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다 잘한다고 칭찬해주고 예뻐해주니까 너무너무 좋았어. 이대로 평범하고 훌륭한 사람이 돼서 아빠한테 복수할 생각만 수없이 많이 했지만ㅋㅋ
205
◆bu1bbgZg46n
2020/10/16 23:45:05
ID : Durffe59bbb
0
무난무난한 날들 사이에서도 물론 사소한 일들은 많이 있었어. 다 기억나진 않지만... 가끔씩 아빠랑 말다툼같은 걸 할 뻔 했지만 아빠가 너무 무서워서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울어버린 나 때문에 무마돼서 끝난 일들이라던가 그런거... 이런 건 생략할게. (별로 중요하지도 않고 사건 사고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서.)
206
◆bu1bbgZg46n
2020/10/16 23:47:17
ID : Durffe59bbb
0
아... 진짜 중학교 3학년때부터 진짜 정말정말 힘든 순간들의 연속이라 조금 릴렉스를 할게! 봐주는 사람들 모두 고마워.
207
◆bu1bbgZg46n
2020/10/16 23:47:56
ID : Durffe59bbb
0
그러고보니 벌써 200레스를 넘었네!! 너희들 덕분에 여기까지 쓸 수 있었어! 14일부터 계속 말하는거지만 들어줘서 고마워! 매일매일이 너희한테 상냥하고 친절한 하루였으면 좋겠다.
208
◆bu1bbgZg46n
2020/10/16 23:52:28
ID : Durffe59bbb
0
음, 우선 중학교 3학년 때 일어난 일은 김씨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단 거야. 김씨 할머니는 원래부터가 건강이 좋았다가 나빠지셨다가 하셨지만 나는 그렇게 돌아가실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 내 살아 생전 처음으로 가까운 사람이 죽은 거였지. 학교가 끝나고 교문에 가는데 최씨 할아버지가 있었어. 오늘도 경로당에 갈거라고 생각하고 의기양양했지만 교문 앞에서 엄마랑 최씨 할아버지가 심각하게 무슨 얘기를 하고 있었어.
209
◆bu1bbgZg46n
2020/10/16 23:53:48
ID : Durffe59bbb
0
최씨 할아버지는 교문으로 나온 날 보고 김씨 할머니가 죽었다고 장례식장에 가서 마지막 인사를 하자고 했어. 나는 솔직히 처음엔 뭔 소린지 몰랐는데, 그 와중에 엄마가 절대 안된다고 했어. 혈연관계도 아니고 그냥 동네 꼬맹이가 장례식장에 가서 뭘하냐고 애가 충격받을 건 걱정 안되냐고 뭐라 하던게 생각나네. 내가 무슨 소린지 잘 모르겠다고 물어보는데도 최씨 할아버지는 우리 엄마를 이 여편네라고 부르면서 뭐라 막 화를 내셨어. 목소리는 최씨 할아버지가 더 컸기 때문에... 교문 앞에서 우리 엄마한테 최씨 할아버지가 윽박 지르는 것 같은 상황이 됐어.
210
이름없음
2020/10/16 23:55:10
ID : MpdXta1hhvv
0
ㅂㄱㅇㅇ
211
◆bu1bbgZg46n
2020/10/16 23:56:02
ID : Durffe59bbb
0
솔직히 아무리 내가 지적 장애인으로 속아서 컸다지만 죽었다는게 뭔지는 알아. 그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서도 나오는 요소잖아. 근데 솔직히 처음으로 가까운 사람이 죽은거라 나는 실감나지 않았지... 나는 엄마를 잡고 할머니한테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어. 엄마는 절대 안된다고 했고, 할아버지가 계속 소리를 지르니 학교 선생님들이 나와서 할아버지를 말리고 그 틈에 엄마는 내 팔을 잡고 억지로 집에 끌고 갔어.
212
◆bu1bbgZg46n
2020/10/16 23:57:35
ID : Durffe59bbb
0
나는 집에 가는 길 내내 무서워하다가 결국 울었어. 김씨 할머니를 더 이상 못본다니 솔직히 서러웠어. 차라리 거짓말이면 좋겠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잖아. 집에 도착해서도 계속 소리내면서 우니까 엄마는 질렸다는 것 마냥 그만좀 울라고 그 할머니의 뭐가 그렇게 좋냐고 화를 냈어.
213
◆bu1bbgZg46n
2020/10/16 23:59:17
ID : Durffe59bbb
0
2년동안 쌓여왔던게 터지는 느낌이었어. 아니... 쌓인게 터지는 것보단... 솔직히 늘 억울했던 것 같아. 나는 엄마 아빠는 거짓말쟁이라고 화를 냈어. 할아버지는 내가 더 클때까지 숨기자고 말했었지만 나는 숨기고 싶지도 않았고 엄마 아빠가 나를 할머니한테 보내줬으면 했어. 말을 더듬지 않으면서 말하려고 했지만 솔직히 우는데다가 흥분한 상태라 결국 말을 더듬긴 했어. 화를 내는 엄마한테 내가 장애인이 아니라는 거 알고 있다고 최씨 할아버지가 알려줬다고 하면서 온갖 말을 다 했어.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 나는 일단 닥치는 대로 엄마를 밀치고 화를 내면서 소리를 바락바락 질렀어.
214
◆bu1bbgZg46n
2020/10/17 00:00:00
ID : Durffe59bbb
0
정확하게 머리가 식는 순간은 한 순간이었어. 엄마가 보다못해 내 뺨을 친거야. 뺨이 얼얼하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 뭔가 머리꼭대기까지 화가났는데 순식간에 식어버리는 느낌이라 더 이상 화도 안 내고 뺨을 맞은 상태로 서있었어.
215
◆bu1bbgZg46n
2020/10/17 00:01:44
ID : Durffe59bbb
0
그래도 아빠를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있어도 엄마는 그런 적 없다고 했잖아... 이 때는 솔직히 엄마가 원망스러웠어. 엄마도 죽여버리고 싶다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그냥... 다 미웠어. 뛰쳐나가고 싶었지. 100m 달리기라도 한 것 마냥 헉헉거리다가 엄마를 노려보면서 엄마는 비정상에 거짓말쟁이야 라고 소리를 지르고 집을 뛰쳐나갔어.
216
◆bu1bbgZg46n
2020/10/17 00:03:29
ID : Durffe59bbb
0
그대로 뛰쳐나가서 경로당으로 뛰어갔어. 최씨 할아버지랑, 김씨 할머니랑 2~3년동안 주구장창 다닌 길이니까 외웠어. 경로당으로 뛰어가니까 엄마가 당연히 뒤따라왔어. 나는 집에 안 갈거라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한테 매달렸고 엄마는 그런 나를 억지로 끌고 가려다가 안되겠는지 경찰인지 파출소인지에 연락을 했어. 경찰같은 사람들이 와서 어른들이랑 대화를 했고 나는 경로당에 있는 안면있는 할머니 한명한테 안겨서 진정하고 있었어.
217
이름없음
2020/10/17 00:04:28
ID : yE2nu9z9bim
0
헐....ㅂㄱㅇㅇ
218
◆bu1bbgZg46n
2020/10/17 00:05:00
ID : Durffe59bbb
0
나는 집에 가기 싫다고 집에 가지 않을거라고 엄마 아빠는 거짓말쟁이라고 계속 경찰한테도 소리지르고 엄마한테도 소리지르고 경로당 사람들 앞에서도 소리를 질렀어. 그치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소식을 듣고 한참 뒤에 온 아빠랑 엄마, 경찰들한테 이끌려서 다시 집에 돌아갔어. 그 땐... 진짜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깽판을 쳤을거야. 그냥... 집에 안 갈거라고 악바리를 쓰고 비명을 지르면서 난동을 부렸거든. 뭔가 깨트린 물건도 있는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 그냥 닥치는대로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하고 소릴 질렀어. 날 말리려고 아빠가 머리채를 잡는 느낌도 들고 그랬어.
219
◆bu1bbgZg46n
2020/10/17 00:06:46
ID : Durffe59bbb
0
그 뒤로는... 잘 기억이 안나. 그냥 계속 난리를 치고 싶었는데 그러질 못했어. 그냥... 어느순간 너무 피곤해서 잤어.
220
◆bu1bbgZg46n
2020/10/17 00:07:40
ID : Durffe59bbb
0
잤다고 해야하나... 잘 기억나지 않지만 기절한 것도 맞을지 몰라. 그렇게 잠들어놓고 일어났을 땐 집에 엄마 아빠가 둘 다 있었어. 엄마랑 아빠가 싸우는 소리가 났어. 우리 엄마 아빠는 사실 엄청 심하게 싸우거나 한 적은 없는데 그렇게 소리 지르면서 싸운 건 처음이었어.
221
◆bu1bbgZg46n
2020/10/17 00:09:30
ID : Durffe59bbb
0
그리고 내가 밖으로 나가니까 싸우던 걸 멈추더니 아빠가 나한테 말했어. 엄마 아빠말을 안 들으니까 안되겠다고. 네가 말을 잘 듣게 될 때까지 혼낼거라고... 나는 엄청 무서웠지만 그래도 분했어. 일어나자마자 울먹거리면서 하나도 안무섭다고 악을 쓰면서 말했지. 아빠는 잘 알겠다면서 집을 나갔어.
222
◆bu1bbgZg46n
2020/10/17 00:10:20
ID : Durffe59bbb
0
여기부터가 문제의 레스의 2번이 시작되는 시기야. 며칠정도 안 지났어. 그렇게 말한 것 치곤 나름 조용히 시간이 지났어. 며칠정도 엄마가 학교에도 가지 말라고 하고 집에 처박힌 상태로 지냈을까. 아빠랑 엄마가 나를 차에 태우고 어딘가로 갔어.
223
이름없음
2020/10/17 00:10:47
ID : yE2nu9z9bim
0
ㅂㄱㅇㅇ
224
◆bu1bbgZg46n
2020/10/17 00:12:51
ID : Durffe59bbb
0
도착한 곳은 정신병원이었어. 근데 난 사실 정신병원이 어떤식으로 되는지 잘 몰랐어. 그냥 평범한 병원인 줄 알았는데... 그래서 들어가서 뭔가 검사같은 걸 했어. 뭔가 체크하고 그런거였는데 내용은 잘 기억 안나. 엄마 아빠도 옆에 있었고 나는 그냥 억지로 그걸 했어. 의사 선생님이 나중에 나한테 뭔가 이름을 쓰라고 해서 이름을 몇 번 썼어. 그리고 아빠랑 엄마가 차례대로 의사 선생님이랑 1:1로 대화를 했던 것 같아. 나는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어.
225
◆bu1bbgZg46n
2020/10/17 00:14:49
ID : Durffe59bbb
0
그리고 한참 뒤에 나는 어느 병실로 안내 받았어. 방 안에는 침대가 네개있었고 감옥마냥 쇠창살이 있어. 창문에도 쇠창살이 있고. 요즘 정신병원도 있는진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내가 간 곳은 그랬어. 금방이라도 바퀴벌레가 나올 것 마냥 좀 낡은 곳이었어.
226
◆bu1bbgZg46n
2020/10/17 00:15:51
ID : Durffe59bbb
0
영문을 모르겠는 상황에 가만히 있다가 아빠가 말했어. 앞으로... 아빠 말을 잘 듣게 될 때까지 여기에 있는거라고... 솔직히 그 땐... 사실 잘 기억은 안 나... 근데 진짜... 어... 모르겠어ㅠㅠ 나는... 아빠랑 같이 안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이게 나쁜건지 정확하게 자각을 못한거야
227
◆bu1bbgZg46n
2020/10/17 00:18:17
ID : Durffe59bbb
0
같은 병실엔 사람이 한명밖에 없었어. 4인실을 두명이서 쓰게 된거지. 애초에 병원에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을... 걸?? 아마... 근데 진짜 정신병원에선... 사실 큰 사건사고는 없었어. 좀 허무하긴 한데... 약을 먹으면 진짜 정신이 멍해지거든. 졸리고 나른하고...? 졸린 건 아닌데 그냥 멍해져. 감정이 되게 차분해진다고 해야하나... 되게 멍하고 아무 생각도 안든단 말이야.
228
◆bu1bbgZg46n
2020/10/17 00:19:06
ID : Durffe59bbb
0
거기 정확하게 며칠 입원했는지 몰라. 별로 알아볼 마음도 없었고... 근데 한달은 넘게 있었을거야. 다른 사람들은 비슷비슷했어. 애초에 다들 조용하고 그나마 시끄러운 사람들은 남자들이라 가까이 갈 마음도 없었어. 창살이 있으니까 마음대로 나갔다 들어왔다도 못하고... 그냥... 아무 의미도 없었어. 정말 아무 의미 없는 시간들이 계속계속 지나갔어 거기선.
229
◆bu1bbgZg46n
2020/10/17 00:20:00
ID : Durffe59bbb
0
같은방 쓰던 사람도 조용한 성격이라... 근데 가끔 발작같은걸 일으키는 사람이어서 무서웠어. 나는 발작은 안 일으켰지만 약은 꾸준히 먹거나 주사를 맞았고 진짜 나 스스로도 아무 생각 없이 멍때리는 시간들이 엄청 길어졌어. 엄마 아빠도 옆에 없으니 화가 나지도 않았고... 애초에 왜 그렇게 화를 내야하는지도 잘 몰랐고 그래.
230
◆bu1bbgZg46n
2020/10/17 00:20:58
ID : Durffe59bbb
0
휴... 쓰다보니 벌써 12시가 지났네. 오늘은 여기까지 써볼까 해...! 생각한 것보다 정신병원에서 뭐 큰 일이 있진 않았어. 정신병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많기야 하지만 정신병원의 시설 자체가 나쁜 건 아니라고 미리 첨언해두고 싶네... 우리 나라는 정신병원에 대한 인식이 너무 나빠서 좀 큰일이야 ㅠㅠ 나도 정신병원 약간 꺼려하긴 하지만 진짜로 치료를 받아야할 사람들도 많고... 암튼 주저리주저리 해봐.
231
◆bu1bbgZg46n
2020/10/17 00:21:55
ID : Durffe59bbb
0
내일은 주말이라 출근은 안해. 아마 운이 좋으면 점심 먹고 바로 스레딕 키지 않을까 싶네...!
오늘도 길고 진부한 이야기 전부 들어준 레스더들에게 고마워! 너희들이 살아가는데에 있어서 내 이야기들이 아주아주 조금이나마 위안이나 기회, 격려, 기타등등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면 좋겠어!
232
◆bu1bbgZg46n
2020/10/17 00:23:13
ID : Durffe59bbb
0
다들 잘자고 좋은 밤 보내! 기분 좋은 꿈만 꾸길 바랄게!
233
이름없음
2020/10/17 00:26:38
ID : 5WoY3u2oFeH
0
레주가 자면 나도 자야지 이제!!
내일 또 봐~ 굿밤!
234
이름없음
2020/10/17 00:40:26
ID : HwpO9y3U59a
0
ㅂㄱㅇㅇ...!!
235
이름없음
2020/10/17 00:51:07
ID : By1yMmLgo6i
0
잘자!! 담에 봐 레주~~
236
◆bu1bbgZg46n
2020/10/17 16:25:05
ID : Durffe59bbb
0
안녕 스레주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을까 싶어 시간내서 들어왔어. 의도하지 않게 외출 일정이 생겨서 오늘도 저녁이나 밤에 다시 올 것 같아! ㅠ_ㅠ 다들 좋은 하루 보내!
237
이름없음
2020/10/17 18:12:44
ID : HwpO9y3U59a
0
아냐 기다리고 있을게 스레주! 좋은 하루 보내~
238
이름없음
2020/10/17 20:17:05
ID : JU0lcq5cHwl
0
레주 기다리고 있을게~ 레주도 좋은 하루 보내!!
239
이름없음
2020/10/17 22:50:50
ID : bdDAqjii8ly
0
레주 보고싶어 히힝ㅠ좋은 밤 돼!
240
이름없음
2020/10/18 01:24:11
ID : 1xDs09wIE7a
0
시간가는줄모르고 봤네ㅜㅜ여러모로 대단하다 스레주 잘자구 굿밤보내!
241
◆bu1bbgZg46n
2020/10/18 15:00:11
ID : Durffe59bbb
0
안녕, 스레주야! 점심 먹고 컴퓨터 앞에 앉았어. 마저 이야기를 해볼게.
정신병원에 입원해있는동안 있었던 일들을 짧게나마 풀업로게.
우선 정신병원에서 크게 사건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어. 약 때문인지 아니면 체념한 것 때문인지 위에서도 말한 것 처럼 하루종일 멍하고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어. 요즘에도 우울증이나 뭔가 심리적인 문제로 먹는 약들은 멍해지거나 생각을 덜하게 하는 그런 효과가 있다며? 아마 그 때의 나도 그런 약에 익숙해진게 아닐까 싶어. 정신병원에서 친해진 사람도 없었고 간호사나 의사도 딱히 나한테 말을 걸진 않았어. 주기적으로 뭔가 확인하는 것 같긴 했지만 그건 내 상태를 확인한거고. 그리고 며칠에 한번씩 엄마 아빠가 와서 나를 만났어.
보호자 면담이 있을 때엔 사실 철창같은 곳에서 하진 않아. 그냥 평범하게 병원 로비에 있는... 휴게실? 같은 곳에서 만났던 것 같아. 원래라면 엄마 아빠를 보고 엄청 화가 났을텐데 그때는 그냥 지쳐 있었어. 피곤하고 힘들고 나른하고 멍해서 딱히 화를 낼 기운도 없었지. 그렇게 매일매일을 의미없이 무념무상으로 보내고 엄마 아빠가 날 데리고 퇴원하셨어. 이제와서 기억에 가장 남는 건 병원 밥이 그닥 맛이 없었던 것들 정도야.
퇴원을 하는 건 정말 어렵지 않았어. 그냥 간단한 검사나 엄마 아빠가 의사랑 대화하는 것 같더니 나는 병원복에서 사복으로 갈아입고 병원을 나왔어. 그대로 집에 돌아가는 길까지 나는 엄마 아빠랑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어. 엄마 아빠도 나한테 말을 걸지 않았고. 집에 돌아온 이후로도 딱히 바뀐 건 없었어. 며칠정도 쉬다가 다시 학교에 나가야했고, 나는 아무런 의욕이 없었어. 마을에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나를 데리러 오는 일도 없었고, 매일매일 학교를 갔다가 엄마를 따라서 집에 돌아가는 하루의 반복이었어. 나는 말을 더듬는 횟수는 조금 줄어들긴 했지만, 멍해진 게 너무 커진 탓에 말하는 속도가 굉장히!! 엄청!! 느려졌어. 그 때의 나에게 신경쓰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어. 선생님도 같은 반 친구들도... 도우미 친구가 가끔 내가 멍하게 있거나 아무것도 안할 때 체육 수업으로 운동장에 데리고 나가주거나 그런게 전부야. 중학교 3학년 때는 정말 의미없었어. 사실 기억나는 날들도 별로 없는 걸 보면 말 다한 것 같아.
242
이름없음
2020/10/18 15:01:21
ID : pak1fPeLhtj
0
레주 왔구나!
243
이름없음
2020/10/18 15:05:45
ID : Durffe59bbb
0
앗 실수로 레스 잘못 올렸다
244
◆bu1bbgZg46n
2020/10/18 15:08:23
ID : Durffe59bbb
0
아무튼 중학교 3학년은 아무 일 없이 흘러갔어. 기억나는 바가 없어서 정신병원 입원 외에 올리는 게 없다는 점 이해해줘...! 그리고 고등학생 때 되어서야 알게 되는 일인데, 내가 경로당에서 집에 가지 않을거라고 난리 친 일 때문에 경로당 몇몇 할머니 할아버지는 내가 지적 장애인이 맞다고, 적어도 정신병을 가지고 있는 아이라고 추측한 것 같았어.
245
◆bu1bbgZg46n
2020/10/18 15:10:17
ID : Durffe59bbb
0
그래서 경로당에서도 한동안 나에 대한 나쁜 소문이 돌았다고 하더라고. 그 전까진 그냥 아무것도 모르고 경로당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나에 대해 모르거나 그냥 전해받은 게 없어서 놓아버린 줄 알았어. 그냥 막연하게 뭐 되는 일이 없구나... 정도로 생각하고 허탈해한 기억이 있네.
246
◆bu1bbgZg46n
2020/10/18 15:13:35
ID : Durffe59bbb
0
우리 마을, 그니까 내가 집에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에는 중학교랑 초등학교밖에 없었어. 고등학교는 버스를 타고 40분정도 가야 있는 게 가장 가까운 고등학교라... 대체 무슨 생각이었는진 모르겠지만 우리 가족은 내 고등학교를 위해서 (난 들은 바가 없지만 아무래도 다른 이유가 있었을수도 있을 것 같아.) 다른 고등학교 인근으로 이사를 했어.
247
이름없음
2020/10/18 15:16:02
ID : xPhhBtbhdPa
0
우와 동접이네! 열심히 볼게:-)
248
◆bu1bbgZg46n
2020/10/18 15:22:51
ID : Durffe59bbb
0
이사간 동네도 인적 드문 동네였어. 수도권에 비하면 정말 택없이 사람이 적은 동네... 아파트는 없고 기껏 있어봤자 빌라 정도인 동네? 그마저도 한두개밖에 없고... 우리집은 개인주택에 이사갔고, 나는 고등학교를 다녔어. 고등학교 1학년 1학기 동안은 사실 여전히 멍하고 아무것도 안하는 날들의 연속이었어. 다른 점이 있다면 고등학교에는 반 내에서 왕따를 당하는 친구가 있었단 점이야. 나는 아니었고 뭔가 좀 말을 어눌하게 하는 친구가 있었어. 걔는 다른 애들한테 왕따를... 당했는데,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 것 처럼 심각하게 당하는 건 아니고 다른 애들이 걜 무시하고 뭔가 행동을 하면 자기들끼리 키득거리면서 비웃는 그런거. 나도 사실 처음엔 몰랐는데 그 애가 나한테 말을 걸기 시작하면서 어느정도 자각이 생겼어, 반 애들이 얘를 싫어하구나... 이런 느낌으로.
249
◆bu1bbgZg46n
2020/10/18 15:23:56
ID : Durffe59bbb
0
걘 반에 친구가 없으니까 마지막으로 날 고른 느낌이었어. 적어도 나는 걜 비웃거나 하지 않았거든. 좀 의식이 없는 사람마냥 멍하게 있거나 말수가 적었던 것 뿐이지. 나는 안 그래도 반에서 지적 장애인으로 은은하게 겉돌고 있었고 걘 누구든 친구가 필요했던거야.
250
◆bu1bbgZg46n
2020/10/18 15:27:51
ID : Durffe59bbb
0
나는 그 애가 내 옆에서 뭘 하든 딱히 신경쓰지 않고 가만히 있었어. 느리지만 반응도 해줬어. 걔가 어제 뭘 했다거나 뭘 먹었다던지, 요즘 무슨 노래가 좋다거나 그런 걸 얘기할때 그렇구나... 이런 정도로 반응한 게 전부였지만 걘 그걸로 괜찮았는지 나랑 계속 같이 지냈어. 점심시간엔 같이 밥을 먹고 그러다보니 선생님도 자연스럽게 도우미 친구마냥 걜 내 옆에 붙였지. 고등학교엔 딱 지정된 도우미 친구라는 게 없었는데 그냥 뭔가... 그래도 굳이 도우미 친구를 지정한다면 네가 해라~ 라는 느낌으로 그 친구가 됐어.
그리고 짝꿍이 된 이후로 알게 된 사실인데 걔네 집안도 별로 좋은 집안은 아니었어. 우리 집안과는 달랐지만 아버지가 술을 자주 마신다고 하더라고. 알코올 중독자에 잘못하면 폭력을 휘두르는 집안이었어.
251
◆bu1bbgZg46n
2020/10/18 15:31:10
ID : Durffe59bbb
0
아마 걔 눈에는 매일매일 등하교를 마중 나와주는 엄마 덕분에 내가 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큰다고 생각했나봐. 어느날 하루는 점심을 먹다가 걔가 나를 부럽다고 했어. 차라리 자기도 나처럼 어딘가 정신이 아팠으면 부모님이 지극정성으로 돌봤거나 주변 애들이 불쌍하게 생각해서라도 따돌림은 안했을거라고 말했지. 그 때의 나는 약을 먹는 상태는 아니라서 그런지 그 애의 말에 정말 오랜만에 어이가 없단 기분이 들었어. 내가 부러워? 왜?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엄청 화가 나거나 따질 정도는 아니었고. 나는 그냥 걜 보면서 우리 집도 별로야. 같은 말을 했어.
252
◆bu1bbgZg46n
2020/10/18 15:34:35
ID : Durffe59bbb
0
걔가 왜? 라고 물어보니까 나는 우리 아빠도 나 때려. 이런 뉘앙스로... 대답을 했고 거기서 걘 엄청 놀라서 흥분했어. 아빠가 어떻게 때리냐고 하는데 나는 뭐라 해야할지 몰라서 뺨도 때리고... 화나면 때려... 이런식으로 조금씩 대답하면 걔가 나보다 더 흥분하고 화내면서 뭐라 했어. 그런 걸 왜 이제 말하냐면서 어떻게 참고 사냐면서... 자기도 당해본 일이니까 당연히 공감이 된 거겠지만, 그 애는 내가 겪은 일이 자기 일인 것 마냥 화를 내면서 아빠들은 죄다 똑같다면서 나한테 동질감을 느껴했지. 그 날 이후로 걘 나를 더더욱 친한 친구라고 생각했는지 혼자 떠드는 빈도가 늘어났어. 나는... 사실 그게 싫진 않았어. 사실 그 애는 좀 허언증이라고 해야하나 과하게 부풀려서 말하는 성향이 심했기 때문에 반 애들은 걜 싫어했는데, 난 그냥 그 애가 하는 말을 묵묵하게 듣기만 하고 좀 웃기다고 생각할 때가 많아서 큰 문제가 없었어.
253
이름없음
2020/10/18 15:40:44
ID : HwpO9y3U59a
0
ㅂㄱㅇㅇ
254
◆bu1bbgZg46n
2020/10/18 15:41:51
ID : Durffe59bbb
0
그러는 동안 나는 큰 문제 없이 집에서 지냈어. 명절이나 제삿날엔 친가와 외가에 갔고, 내가 정신병원에 입웠했단 사실을 아는건지 친인척들 그 누구도 날 건들지 않았어. 나보다 어린 동생들도 날 무시하고 내 근처에 오지 않으려고 한 걸 보면 아마 고모나 작은 아빠가 무슨 말을 해둔 것 같아. 나는 오히려 혼자 있으니 됐다고 생각하면서 얌전히 있었지. 그리고 이건 고등학교 들어서 처음 외가에 갔을 때? 내가 멍하게 앉아있는 앞에서 외할머니는 우리 엄마 손을 잡으면서 불쌍해 죽겠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본 것 같아. 이게 고2인지 고1인지 헷갈리는데 아마 고1일 때가 맞을거야... 설날이었던 것 같거든...
255
◆bu1bbgZg46n
2020/10/18 15:49:32
ID : Durffe59bbb
0
그러다가 어느날은 학교에 갔는데 걔가 되게 우울해보였어. 엄청 힘든 것 처럼 말수가 적어지더니 결국 갑자기 울음을 터뜨렸어. 수업시간에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니까 선생님이 놀라셔서 화장실에 다녀오라면서 보내주셨고, 나는 그애가 대체 왜그러는지도 모르고 화장실에 가는 걸 봤어. 그날 점심엔 같이 밥을 먹는게 아니라 사람 없는 빈 미술실 같은 곳에 가서 날 붙잡고 그 애가 엄청 울었어. 아빠가 술마시고 들어와서 뭐라 하는 바람에 엄마가 집을 나갔다고... 자기만 집에 있는게 너무 무섭다고 우는데 내가 뭐라고 해줘야할질 몰라서 그 앨 지켜보고 있었어.
256
◆bu1bbgZg46n
2020/10/18 15:52:36
ID : Durffe59bbb
0
그 애는 계속 울다가 날 보면서 어서 돈을 벌어서 집을 나가고 혼자 살고 싶다고 했어. 엄마가 이대로 영영 집에 안돌아오면 아빠랑 살게 될텐데 그게 끔찍하니까 어떻게든 돈을 모아서 자취하겠다고 했지. 그러면서 나한텐 그러고싶지 않냐고 물어보더라. 자긴 이렇게 사는게 지긋지긋하고 어떻게든 혼자 살고 싶다고 했어. 근데 나는 솔직히... 혼자 산다는 건 생각해본 적이 없어. 아무리 엄마 아빠가 짜증나고 이상한 사람들 같았어도 혼자 살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거든. 여태까지 엄마 아빠랑 같이 살았으니까 그게 엄청 당연하단 느낌이 들었어. 김씨 할머니, 최씨 할아버지가 아무리 좋았어도 집에 돌아가자~ 할 때엔 조금 아쉽기만 했지 돌아가지 않아야 된다고 생각한 적이 거의 없기도 했고.
257
◆bu1bbgZg46n
2020/10/18 15:58:42
ID : Durffe59bbb
0
나는 그 말을 듣고 뭔가... 감정이 이상했어. 사실 이 때 느낀 감정이 뭔지는 아직까지도 정의하지 못하겠어. 그냥... 뭔가... 심장이 엄청 쿵쿵 뛰었어. 혼자 살면... 내 마음대로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하루종일 놀거나 엄마 아빠 눈치를 보면서 살지 않아도 될까... 그 때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던 것 같은데 그 애는 너도 아빠가 널 학대하는 거면 어서 돈을 벌어서 나가자고 했어. 그 때엔 여자들 직업이 엄청 다양하게 알려지진 않았는데 내 친구는 식당을 차려서 나가고 싶다거나 이런식으로 말한 것 같아. 나도 혼자 살고 싶은데 잘 모르겠다는 식으로 말했을거야 아마... 나는 정말 오랜만에 감정이 벅차다는 느낌으로 그 애랑 점심시간 동안 대화를 했어. 그렇게 긴 대화를 하는 건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한 이후로 거의 처음이었기 때문에 말은 엄청 느렸지만 걘 아무렇지 않게 나랑 같이 얘기를 했어. 내 아빠 욕을 자기가 대신 해주는 것 마냥 화를 내면서 노발대발 했지.
258
◆bu1bbgZg46n
2020/10/18 16:02:26
ID : Durffe59bbb
0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고등학생 때에 이 친구 덕분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어. 아주 느리게지만. 여름방학 동안은 연락도 안됐어. 애초에 연락할 수단도 없었고 서로 집주소도 모르니까 걔도 나도 방학 끝나고 무사히 보자면서 헤어지고 다시 개학한 이후에 다시 만났거든. 어색해진 점은 없었고 그냥 둘이서 계속 평범한 친구로 지냈어. 걘 주기적으로 우리 집안 욕을 대신 해주면서 자기가 얼마나 필사적인지를 설명했어. 이건... 내 생각인데, 아마 걔가 말하는 본인의 열악한 집안 환경 중 일부는 과장해서 말한 것 같긴 해...
259
◆bu1bbgZg46n
2020/10/18 16:08:04
ID : Durffe59bbb
0
사실 이게 정말 내가 화가나서 그런건지, 아니면 얘가 나만큼이나 화를 내니까 동화돼서 더 그런건진 모르겠지만. 갈수록 엄마 아빠가 (특히 아빠가) 미워지고 화가 났어. 그치만 화낼 기운도 없었고... 하지만 조금씩조금씩 의욕을 되찾았어. 놓았던 공부도 아주 조금씩 다시 시작했지만... 근데 진짜 공부를 놓은지 너무 오래돼서 성적은 절대 안 올라가더라... ㅠㅠ 떠올리면 괴로워... 그치만 성적이 중요한 것도 아니니 나는 그냥 계속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했어. 걘 뭐니뭐니 해도 나중에 성공해서 부모님을 떨쳐내고 혼자서 승승장구하며 잘 사는게 가장 큰 복수라고 의기양양했지. 자긴 절대로 부자가 돼서 엄마 아빠랑 연을 끊고 살거라면서, 어린 아이들의 흔한 소망처럼 나한테 같이 살자고 했어. 그니까... 요즘으로 따지자면 어른이 되고 나서 자취를 시작할 때, 룸메이트를 하자고 한거지. 혼자선 비용이 너무 부담되기도 하니까, 둘이서 같이 살면 훨씬 편하잖아? 내가 아무리 못해도 공장 일은 잘 할거라고 하면서 나름 위로랍시고 하던 말이 떠올라 ㅋㅋ
260
이름없음
2020/10/18 16:12:23
ID : HwpO9y3U59a
0
보고있어
261
◆bu1bbgZg46n
2020/10/18 16:16:25
ID : Durffe59bbb
0
내 인생에서 좋은 기억만 남겨준 친구는 딱히 아니었지만, 그 친구 덕분에 이것저것 할 수 있었어. 나는 공부는 못했지만 그래도 포기하진 않는 사람이 됐고, 말수가 없고 더듬거리는 건 여전했지만 엄마 아빠의 그늘을 벗어날 계획을 세우는 걸 포기하지 않았어. 그치만 고등학생인 나는 딱히 뭔가 할 순 없었고... 그냥 마음속으로 칼을 가는 날들만 이어졌어. 사실 어릴 때엔 지적 장애인으로 알려진 나에게 관심을 갖는 애들이 그나마 많았는데 고등학생 시절엔 딱히 관심 갖지 않았어. 지적 장애인이라는 것도... 어릴 때엔 뭔가 다들 여유가 있고 착한 아이들이니까 내가 도와줄래~ 이런식이라고 치면... 고등학생인 애들은 안 그래도 귀찮은데 뭘 더 귀찮게 하는거야~ 라는 느낌... 으로 날 피했지.
262
◆bu1bbgZg46n
2020/10/18 16:18:42
ID : Durffe59bbb
0
그런데 사실 그 때엔 일자리를 알아볼 방법이 없었어. 그 친구는 나름대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친화력으로 친해진 아주머니가 일하는 식당에 아르바이트라도 할 계획이었지만 나는 그런 인맥도 없었고, 인터넷을 막 잘 활용하고 그러던 때도 아니라서 알아볼 수 있는 곳도 없었어. 나도 그 애처럼 어른이 되자마자 집을 나가서 일을 하고 내 돈으로 살고 싶었지만 뭔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던거지.
263
이름없음
2020/10/18 16:20:08
ID : 7gjfO2oNy0o
0
보고있어
264
◆bu1bbgZg46n
2020/10/18 16:21:52
ID : Durffe59bbb
0
나는 늘 생각만, 계획만, 상상만 하면서 고등학교 생활을 보냈어... 내 일상은 바뀌는게 없었어. 이미 오랜시간 그렇게 지냈기 때문에 그 누구도 내가 지적 장애인이 아니라곤 생각하지 않았을거야. 나만해도 중학생 때까진 내가 이렇게 사는 건 내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시절이 있으니까 말 다한거겠지.
265
◆bu1bbgZg46n
2020/10/18 16:26:02
ID : Durffe59bbb
0
정말 놀라울 정도로 고등학교 생활도 평화롭게 흘러갔어. 가끔씩 내가 더듬는 일 없이 말하면 회초리로 종아리를 맞거나 죄송하다고 사과하고 2시간동안 무릎을 꿇고 있는 일들이 사소하게 있긴 했지만, 이건 사실 고등학생 때만 그런것도 아니라 고등학생 때의 역경이라고 하긴 어려운 것 같아. 나는 정말 머리로만 모든 걸 해결하는 무능한 상태로 20살 어른이 됐어. 당연하겠지만 대학은 가지 않았어. 애초에 이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이 없었을 뿐더러 면접이나 그 외의 다른 걸 부모님이 허락도 안해주니까...
266
◆bu1bbgZg46n
2020/10/18 16:29:28
ID : Durffe59bbb
0
그리고 그 때에 촌 같은 곳에서는 여자가 대학을 가거나 엄청난 직업을 얻는 게 동경의 인물이 되기도 하면서 무슨 여자가 그런 일을 하냐는 어른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어. 고작해봤자 식당 주인이나 요리사, 이런 게 보편적인 동네였거든. 고등학교 중간중간에 있던 방학동안 다행이게도 걘 나와 주소를 공유하고 가끔 만나기도 했어. 애초에 우리집이 좀 꽉막힌 집안이긴 한데 걔가 다짜고짜 놀러와서 날 만나도 되냐고 하는 바람에 만난게 한두번 정도이긴 해. 놀랍게도 졸업 이후에 걘 걔가 말한대로 그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했고... 나한텐 어떻게 할거냐고 물어봤지만 난 딱히 할 말이 없었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나는 그냥 집에서 살거라고 했지.
267
◆bu1bbgZg46n
2020/10/18 16:35:54
ID : Durffe59bbb
0
졸업 이후 그 친구와 만나는 횟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어. 아니 애초에 거의 안만났다고 하는게 더 맞을지도 몰라. 두달에 한 번 정도 만날까 말까 했고 나는 계속 집에 있었어. 졸업 이후 어른이 된 나는 어딘가에 일을 다니지도 않았고, 집에 틀어박혀서 하루하루 무의미한 시간을 보냈어. 그러다가 3월달이 되고나서 갑자기 아빠가 날 데리고 말했어, 오늘부터 일을 다니게 될거라고. 애초에 내가 어딘가에 일을 다니게 될거란 사실 자체가 좀 의외였어, 그럴수가 있나? 내가?
268
이름없음
2020/10/18 16:35:54
ID : Durffe59bbb
0
.
269
◆bu1bbgZg46n
2020/10/18 16:36:36
ID : Durffe59bbb
0
??? 왜 올라온거지
270
이름없음
2020/10/18 16:40:15
ID : Durffe59bbb
0
아빠는 날 데리고 어느 공장같은 곳에 갔어. 거기서 하는 일은 간단했어, 공장에서 뭔가 기계가 만들어내고 그 중에 이상한 물건이 있는지 확인하는거야. 내가 기억하기론 우선 아침 8시 아니면 9시까지 가서 저녁 4시 이후엔 아빠가 데리러 올 때에 같이 집에 돌아가는 형식이었어.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입는 뭔가 작업복같은게 있어서 그걸 입고 가만히 서서 물건들을 확인만 하면 되는 일이었고... 아마 거기서 일하는 좀 상사같은 사람이 아빠랑 지인이었나봐. 지적 장애인인 나를 찜찜하게 여기긴 했지만 (아빠가 없을 땐 나만 보면 혀를 찼거든) 그래도 다른 사람이랑 같이 붙여놓고 한쪽 검수대를 계속 확인하는 일을 시켰어.
271
◆bu1bbgZg46n
2020/10/18 16:44:45
ID : Durffe59bbb
0
얼마나 받았는진 모르겠지만 그 일을 하면서 생기는 돈은 전부 아빠가 받아갔어. 1~2주에 한번씩 그 아저씨가 아빠한테 흰 봉투를 전달해주고 같이 집에 돌아갔으니 아마도 그럴거야.
272
◆bu1bbgZg46n
2020/10/18 16:45:01
ID : Durffe59bbb
0
이제 곧 마지막 이야기인데... 그 전에 나 너무 배가 고파서 밥 좀 먹고 올게 ㅠ
273
이름없음
2020/10/18 16:45:32
ID : HwpO9y3U59a
0
기다릴게 스레주~
274
이름없음
2020/10/18 16:48:10
ID : RzVfbCo5gqr
0
밥 맛있게먹고와!
275
◆bu1bbgZg46n
2020/10/18 17:16:12
ID : Durffe59bbb
0
라면먹고 치우고 왔어! 마저 풀어볼게! 오늘 안으로 이야기를 다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뿌듯하다.
276
◆bu1bbgZg46n
2020/10/18 17:18:34
ID : Durffe59bbb
0
우선 나는 거기서 일하면서도 매일매일이 우울하다가도 화나다가도 아무 생각도 없는 시간의 연속이었어. 화를 내고 싶어도 딱히 기운도 없었고, 아침엔 아빠 차를 타고 공장에 가서 일을 시작한 다음 오후 4시 이후엔 아빠가 시간날 때 데리러 와서 다시 차를 타고 집으로 갔어. 그 공장이 정확하게 어느 위치였는지도 난 잘 몰라. 늘 아빠가 차로 태워주는 것 외엔 안했기 때문에... 어쩌다가 하루이틀 정도 아빠가 집을 비우면 그 날로 나도 공장에 가지 못했었거든. 공장을 다녀도 나한텐 돈이 생기지 않았어, 죄다 엄마 아빠가 가져갔겠지. 나한테 돈이 필요할 일이 애초에 없었어. 난 공장을 다니는 것 이외에 딱히 외출할 일도 없었고 밥도 그 공장에서 따로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그날그날 밥을 제공했거든.
277
◆bu1bbgZg46n
2020/10/18 17:26:07
ID : Durffe59bbb
0
그렇게 지내면서도 공장에 있는 사람들은 날 별로 상대하지 않았어. 이건 생산직에 다닌 사람들이라면 잘 알텐데 생산직은 원래 텃세가 좀 심한 편이야. 새로 들어온 사람을 잘 반기지 않아. 더군다나 나는 지적장애인으로 알려진데다가 거기 상사가 날 떨떠름하게 여기니까 더더욱 갑자기 굴러들어온 돌 취급을 받은거야.
278
◆bu1bbgZg46n
2020/10/18 17:28:17
ID : Durffe59bbb
0
공장에서 일을 시작한지 얼마나 됐을까, 다시 친가와 외가에 가야할 날이 왔어. 아마 명절이었던 걸로 기억해. 친가에서 며칠 자고 외가로 가기로 했으니까. 제삿날이나 그런거면 당일치기인데 며칠씩이나 머문거 보면 명절이겠지... 그리고 외가, 친가에 가기 전에 아빠랑 엄마가 집에서 날 붙잡고 얘기했어. 다른 가족들 앞에서 일하고 있다는 거 말하지 말라고. 무슨 말을 해도 대답하지 말고 그냥 싫다 하라고. 공장같은 곳 다닌다거나 언급하지 말고 외출하기 싫어서 집에만 있다고 하라 그러는거야.
279
◆bu1bbgZg46n
2020/10/18 17:31:46
ID : Durffe59bbb
0
왜? 라고 물어봤지만 딱히 대답이 돌아오진 않았어. 그냥 엄마 아빠가 시키는대로만 하라고 했지. 평소랑 똑같았어. 나는 그대로 친가에 먼저 내려갔어. 평소처럼 친인척들은 날 무시했지만 그래도 예의상 고등학교 졸업하고 뭐하고 지내냐는 질문을 하긴 했지. 그치만 대답하지 않았어. 그 무렵의 나는 친인척들도 전부 미워하고 있었어. 친인척들이야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모를테니 당연하지만, 나로써는 엄마 아빠의 진짜 모습을 알아주지 못하는 친인척들이 전부 밉고 귀찮았을 뿐이야. 그러니까 뭔가 질문해도 대답하지 않았어. 어쩌다보니 엄마 아빠의 말을 듣게 된 격이 됐어.
280
◆bu1bbgZg46n
2020/10/18 17:37:23
ID : Durffe59bbb
0
그 해 명절에는 뭔가 분위기가 좀 달랐어. 나랑 같은 세대인... 그니까 고모와 작은 아빠들의 자식들은 다 따로 거실이나 주방에서 해야할 일을 했고, 친할아버지는 엄마랑 아빠, 고모와 작은 아빠들만 불러서 안방에 들어가서 무슨 대화를 했어. 한참 대화를 하다가 다같이 밖에 나왔고, 작은 아빠가 우리 아빠한테 화가난 것 처럼 소리를 지르더니 둘이 가볍게 싸웠어. 말다툼을 하다가 할아버지가 역정을 내면서 멈췄고.
281
◆bu1bbgZg46n
2020/10/18 17:38:35
ID : Durffe59bbb
0
외가로 내려가기 전까지 친가 분위기는 진짜 최악이었어... 자식 세대들은 어렴풋하게 어른들 분위기가 안 좋다는 건 알았지만 굳이 신경쓰지 않았고. 어른들은... 특히 우리 둘째 작은 아빠가 우리 아빠한테 되게 비아냥거리고 못되게 말을 했어. 아빠는 일부러 작은 아빠를 무시하면서 지냈고 고모들은 그냥 한숨만 쉬면서 집안일을 했어.
282
◆bu1bbgZg46n
2020/10/18 17:41:13
ID : Durffe59bbb
0
그리고 외가로 내려가면서 차에 타있을 때... 엄마 아빠가 하는 얘기를 들었어. 정확하게 어떤식으로 말했는진 기억 안나고, 내용만 말할게. 할아버지가 아빠한테 가지고 계신 땅을 주겠다 했단 얘기였어. 우리집은 친가도 외가도 환경이 어려운 편은 아니야.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 만큼 엄청 부유한 집안은 아닌데, 그래도 평균 이상은 한다는 정도의 집안이야. 땅도 엄청 좋은 땅은 아니고 수도권 땅도 아니지만... 그래도 그 땅이 작은 땅은 아니거든. 우리 아빠는 자기가 뭐랬냐면서 조금 참고 살면 이렇게 알아서 자기 아래로 다 들어올 땅일 줄 알았다고 신나했어.
283
◆bu1bbgZg46n
2020/10/18 17:47:09
ID : Durffe59bbb
0
쓰다보니 컨디션이 점점 나빠져서 체할 것 같아; 아빠는 아무말도 안하다가 뒷자리에 앉은 날 백미러로 쳐다보면서 말했어. 저 ㅄ같은 년도 이럴 때 도움이 되라고 있는거라고...
284
◆bu1bbgZg46n
2020/10/18 17:48:47
ID : Durffe59bbb
0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그 말을 듣고나서 그냥 몸이 엄청 차가웠어. 난 뭐라고 하지도 못했어. 왜 나한테 저런 말을 하는지부터... 그 대화 내용에서 내 얘기가 왜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엄마가 아빠한테 뭐라하는 것 같았지만 들을 정신머리가 없어서 모르겠어. 그냥... 그 땐 너무 쓰라렸어. 나는 뭘까? 아빠한테 자식이긴 할까? 그제서야 친인척들 집에서 아무말도 안하고 입을 다물고 있던 게 어쩌면 엄마 아빠한테만 좋은 일을 시킨걸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하고 깽판이라도 쳤으면 내가 그렇게 싫어하는 아빠한텐 앙갚음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285
◆bu1bbgZg46n
2020/10/18 17:51:50
ID : Durffe59bbb
0
나는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프고 그냥 얼굴에 열이 쏠렸어. 몸이 엄청 차가워서 손도 발도 내 손이 아닌 것 같았지만 얼굴이 엄청 뜨거웠어. 심장이 쿵쿵쿵 뛰는데 무슨 말을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차 뒷좌석에 찌그러지듯이 앉아서 한참을 창밖을 바라봤어. 풍경이 지나가는게 굉장히 느린 것 같은 착각이라도 들었어. 내 인생에서 가장 비참했던 순간 5개를 꼽아보라고 하면 이 순간이 들어갈거야. 그냥... 모르겠어. 그 때엔 정확하게 모든 걸 알지도 못했는데 그냥 계속 서럽고 감정이 동요됐었어. 울고 싶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고 그 자리에서 차 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었어.
286
◆bu1bbgZg46n
2020/10/18 17:53:15
ID : Durffe59bbb
0
그대로 외가에 도착했어. 외가에 도착한 이후로도 몸이 진정되지 않았어. 아무리 생각해도 감정이 격해지면서 스트레스 때문에 몸이 아픈 거였겠지만 친인척들은 내가 그냥 평소처럼 잔병치레라도 하는 줄 알고 작은 방에 들여보내서 재웠어. 나는 하고싶은 말이 잔뜩 있었지만 이걸 해도 되는지 안되는지도 모르겠고 몸도 마음도 말이 아닌 상태라 우선 한 숨 자고 일어나기로 했어.
287
◆bu1bbgZg46n
2020/10/18 17:54:44
ID : Durffe59bbb
0
이 상태로는 잠들수도 없을거라고 눈앞이 캄캄하고 우울해져서 자리에 눕고 작은 방에 나밖에 남지 않으니 눈물이 나왔어. 최대한 소리를 죽여서 문에서 등을 돌린 상태로 울다가 결국 잠들었어. 얼마나 잤는진 모르겠지만 다시 눈을 떴을 땐 머리가 조금 아픈 걸 빼고 엄청 진정한 상태였어.
288
◆bu1bbgZg46n
2020/10/18 17:58:25
ID : Durffe59bbb
0
나는 누워서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했어. 당장이라도 밖에 나가서 엄마 아빠가 한 일들이나 내가 공장에 다니고 있다는 사실 등등을 소리치면서 말하고 싶었지만 용기는 없었어. 이 때의 나는 사춘기도 반항기도 없었고 3년 이상의 무의미하고 의욕없는 시간을 보내온만큼 용기도 없었어. 하지만 이대로 넘어가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아빠에게 ㅄ이라는 말이나 들으면서 살아야 하는걸까 서러웠어. 다시 머리에 열이라도 쏠릴 것 같아서 애써 진정하려고 노력했지. 나는 그렇게 지내고 싶지 않았어.
289
◆bu1bbgZg46n
2020/10/18 18:02:44
ID : Durffe59bbb
0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을 고등학생 때의 친구나 최씨 할아버지, 김씨 할머니가 생각났어. 꾸역꾸역 어기적거리며 일어나던게 꼭 어제같이 생생해. 방밖으로 나가니까 거실에 외가 사람들이 모여 있었어. 많지는 않았지만 거기엔 엄마랑 외할머니가 있었어. 난 그 옆에 가서 서서 한참 아무말도 못했어. 외할머니랑 엄마가 왜 그러냐고 물어보고, 엄마가 방으로 들어가자고 몸을 일으키는데 눈물이 나왔어. 안 울려고 그렇게 노력했는데 그냥 결국 울면서 말했어. 더듬거리면서 요즘 공장에 일하러 다닌다고 했어. 엄마가 당황해서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왜 우냐면서 방에 들어가자고 했지만 내가 일부러 힘을 주고 버텨서서 아빠가 공장에 다니게 했고 돈을 다 아빠가 가져간다고 했어. 나는 평범하게 크고 싶은데 엄마 아빠는 나를 집 밖으로 못 나가게 한다고, 왜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는거냐고 서러워하면서 울분을 토했어.
290
◆bu1bbgZg46n
2020/10/18 18:04:42
ID : Durffe59bbb
0
그 때 어른들이 무슨 반응이었는지 기억이 안나. 그냥 내가 필사적으로 울면서 얘기를 하고 엄마가 결국 억지로 날 달래면서 방에 데려갔어. 그치만 정작 방에 데려간 이후로도 우린 아무런 대화도 하지 않았어. 엄마는 아무말도 안하고 내 어깨를 쓸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면서 집에 가서 얘기하자고 했어. 나를 혼내려는 걸까 싶었지. 엄마는 아빠만큼 나를 때리거나 고통스럽게 대하진 않았지만 한 번도 내 편을 들어준 적은 없잖아. 엄마를 믿을 수 없었어. 엄마는 대체 누구 편일까? 굳이 고르자면 아빠 편이겠지.
291
이름없음
2020/10/18 18:04:53
ID : RzVfbCo5gqr
0
레주야 보고있어 정말 고생 많았다
292
◆bu1bbgZg46n
2020/10/18 18:08:21
ID : Durffe59bbb
0
내가 서러워하는 것과는 별개로 엄마는 아빠에게 전화통화를 했어. 아빠는 그 때 어딜 나갔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빠가 왔어. 거실에서 어른들이 얘기하는 소리가 들렸고 쿵쿵거리면서 화가난 것 같은 걸음걸이 소리랑 내 심장소리가 쿵쿵거리는 소리가 겹쳤던 순간이 기억나. 나는 또 본능적으로 시야가 흐려지면서 눈물이 맺혔어. 방문이 열리고 아빠가 들어왔어. 짐을 챙기는 소리랑 할머니가 내말 안끝났는데 지금 뭐하는거냐고 소리를 지르는 게 들렸고 나중에 와서 다시 말씀 드리겠다는 아빠는 내 팔을 붙잡아서 억지로 날 끌고 갔어. 나는 비명을 질렀어. 아빠가 또 날 아프게 할 것 같아서 무서웠어. 내 기억속에 있는 아빠는 날 보고 욕을 하거나 나한테 폭력을 휘두르는 것, 무심한 눈으로 쳐다보는 것, 어쩌다 한 번 기분이 좋을 때나 내 머리를 쓰다듬던게 전부였어. 이대로 돌아가면 분명히 날 때릴거라고 생각해서 나는 무서웠어. 소리를 지르면서 울었고 외할머니가 내 손을 붙잡았지만 아빠는 억지로 외할머니의 팔을 떼어내고 날 끌고갔어.
293
이름없음
2020/10/18 18:09:29
ID : dB9fWjii1fR
0
보고이ㅛ어!
294
◆bu1bbgZg46n
2020/10/18 18:09:39
ID : Durffe59bbb
0
엄마도 아빠를 말리려는 것 같았지만 아빠는 화가나서 날 억지로 차 뒷좌석에 태웠어. 내가 내리려고 하니까 그대로 날 밀쳤고 나는 차 문 안쪽에? 그니까 손잡이가 있는 쪽에 머리를 부딪히면서 넘어졌어. 머리를 부딪히니까 힘이 안 났어. 그대로 축 늘어지면서 계속 울었어. 엄마도 억지로 조수석에 타는 것 같았고 결국 아빠가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갔어. 그 이후는 예상하고 있겠지만 아빠는 나를 죽을만큼 팼어.
295
◆bu1bbgZg46n
2020/10/18 18:11:00
ID : Durffe59bbb
0
나를 때리면서도 뭐라 말하는 것 같았지만 기억나지 않아. 나는 아픈게 너무 싫었기 때문에 그냥 다짜고짜 잘못했다고 빌고 죄송하다고 빌었지만 멈추지 않았어.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서 머리가 걷어차이거나 회초리 같은걸로 어깨를 얻어 맞았어. 뭐 말이 죽을만큼이지 몸 곳곳에 멍이 들고 코피가 터질 정도로 맞은게 전부야. 그 때의 나는 정말 이대로 죽는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팠지만 그건 체감상 그랬다는 것 뿐이야.
296
◆bu1bbgZg46n
2020/10/18 18:12:31
ID : Durffe59bbb
0
거의 기절할 것 같았어. 숨쉬기가 어려웠어. 눈물 콧물 침 모조리 다 나오고 코피까지 나니까 자꾸 헉헉거리고 금방 숨이 넘어갈 것 같았어. 그런 내 어깨를 억지로 붙잡고 아빠 말 들을거야 안들을거야! 하고 소리지르는 말에 듣겠다고 무작정 사과했어. 너무 무서워서 사실 말이 제대로 안 나왔어. 체감상으론 한 10번씩 말을 버벅거리면서 어눌하고 어색하게 말했지만 여태까지 그렇게 살아왔으니 아빠도 대충 이해했겠지. 나는 그대로 내팽겨쳐지고 아빠는 밖에 나갔어.
297
이름없음
2020/10/18 18:14:04
ID : hzamq2K6nXz
0
ㅂㄱㅇㅇ
298
◆bu1bbgZg46n
2020/10/18 18:14:35
ID : Durffe59bbb
0
난생 처음으로 엄마가 내 앞에서 울면서 날 쳐다봤어. 사실... 나를 좀 원망하지도 않았을까 싶어.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엄마는 울면서 날 쳐다보다가 내 얼굴을 닦아줬어. 이후는 잘 기억 나지 않아. 그냥... 침대에 누웠고 치료를 받은 것 같기도 해. 다른 건 다 제쳐놓고 그냥 잠들었어. 몸이 천근만근이었어.
299
◆bu1bbgZg46n
2020/10/18 18:15:57
ID : Durffe59bbb
0
다시 눈을 떴을때 집은 조용했어. 아빠는 여전히 집에 안들어온 것 같았고 밖에선 엄마가 뭔가 요리하는 소리가 들렸어. 침대에 누워있는데 몸이 너무너무 아파서 움직이고 싶지 않았어. 일어나고 싶지 않았어. 이대로 죽고 싶었어. 너무 힘들었어. 그 때 나는 혼자였어. 최씨 할아버지도 김씨 할머니도 친구도 없었어. 마지막으로 내 손을 잡고 안 보내주려던 외할머니가 아른아른거리는게 고작이었어. 외할머니는 정말 좋은분이야. 좋은 분이야...
300
◆bu1bbgZg46n
2020/10/18 18:19:13
ID : Durffe59bbb
0
그냥 그대로 죽고 싶었지만 결국 일어났어. 여전히 몸은 천근만근처럼 무거웠지만 억지로 일어나서 밖에 나갔어. 엄마가 일어난 날 보고 내 옆에 와서 부축해줬어. 말했지만 엄마는 요양원에서 일하시는? 그런 분이야. 이걸 뭐라고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겠는데 간병인 일을 돈받고 하시는 분이겠지. 그만큼 익숙했던 것 같아. 날 부축한 엄마는 식탁 앞 의자에 앉게 하고 죽을 떠줬어. 뭔가 먹을 기분이 아니었어서 죽을 마구 헤집었어. 엄마는 내 앞에 앉아서 그런 날 바라보다가 나한테 죽을 떠먹여줬어. 먹을 기분은 아니었지만 어떻게든 받아 먹었고... 엄마가 나한테 미안하다고 했어.
301
◆bu1bbgZg46n
2020/10/18 18:21:15
ID : Durffe59bbb
0
고마워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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