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12/04 19:42:54 ID : PbilveHvjup 0
안녕. 너무 기괴한 꿈을 꿨는데 꿈 내용이 남들에게 말할 수가 없는 종류라서 누구라도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에 여기에 왔어. 그럼 지금부터 천천히 내 꿈 이야기를 해 볼게.
2 이름없음 2020/12/04 19:50:26 ID : PbilveHvjup 0
일단 나는 꿈을 자주 꾸는 편인데 거의 모든 꿈이 1인칭 시점으로 진행돼. 그래서 꿈 속의 내 자신을 잘 자각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어. 그런데 그 날만큼은 꿈 속의 내 자신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지는 거야. 유독 그날만큼은 꿈 속에서의 내가 어떤 모습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어. 꿈 속에서 나는 왕자였어. 현실에서는 여자니까 꿈 속에서 성별이 반전된거지. 왕자라고는 해도 왕관이나 화려한 옷을 입고 있는 건 아니었고 그냥 중세 유럽의 평민들이 입는 천으로 된 옷을 입고 있었어.
3 이름없음 2020/12/04 19:57:57 ID : PbilveHvjup 0
꿈의 내용은 동화 인어공주를 오마주한 듯했어. 왕자인 내가 이웃나라의 공주를 만날 수 있도록 마녀와 계약을 하면서 꿈이 시작됬어. 계약 내용은 자세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공주님을 보러갈 수 있게 하는 대신 3일 내에 공주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내가 죽는다는 거야. 마녀와 계약을 한 나는 공주가 살고 있는 성으로 가서 그녀가 나에게 사랑에 빠지도록 열심히 구애를 했지. 그러나 공주는 나에게 전혀 관심을 주지 않았어. 꿈이였지만 죽음을 맞이한다는 게 두려웠는지 나는 하루하루 지나갈수록 더 처절하게 그녀에게 매달렸어. 하지만 공주는 연모하는 사람이 있다며 나를 완전히 거절해버렸어.
4 이름없음 2020/12/04 20:06:53 ID : PbilveHvjup 0
꿈이 여기서부터 완전히 이상해지기 시작했어. 나는 곧 죽게 된다는 것에 대한 공포 때문인지, 사랑하는 사람에게 실연 당한 충격 때문인지 완전히 이성을 놓아버렸어. 난 성 밖으로 빠져나와 공주가 있는 곳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떠나려고 했어. 그렇게 이리저리 정처 없이 떠돌다가 으슥한 골목길 앞에서 홀린 듯이 멈춰 섰어. 그 골목길은 흔히 말하는 사창가야. 나는 그 골목 안으로 한 발씩 천천히 들어갔어. 그러다 골목의 가장 깊숙하고 어두운 곳에서 한 여자를 만났어.
5 이름없음 2020/12/04 20:09:17 ID : PbilveHvjup 0
그 여자는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사정을 전부 알고 있는 것 같았어. 공주에게 실연 당한 일, 그리고 하루 안에 내가 죽는다는 사실까지 전부. 그러면서 나를 유혹해 오더라고.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즐겨보지 않겠냐면서 말이야.
6 이름없음 2020/12/04 20:09:46 ID : PbilveHvjup 0
여기서부터는 진짜 역겨운 내용인데 그래도 일단 한 번 써 볼게.
7 이름없음 2020/12/04 20:17:24 ID : PbilveHvjup 0
우리 둘은 허름한 모텔 방으로 들어가서 같이 잤어. 근데 그냥 이렇게만 표현하니까 이 부분에서 내가 받은 정신적 충격을 다 못 설명할 것 같아서 몇 마디만 첨언할게. 내가 위에서도 말했다시피 나는 꿈을 1인칭으로 꿔. 그래서 그 장면에서 내가 그 여자와 하는 짓을 남자의 시점에서 다 볼 수 밖에 없었던 거야. 게다가 그 일을 하는 도중에도 그 여자는 공주에게 실연당한 일을 계속 나에게 상기시키며 패배감과 열등감을 계속 자극시켰어. 그래서 그 여자랑 잔 이후에 기분이 너무나도 더럽고 찝찝했어.
8 이름없음 2020/12/04 20:24:36 ID : PbilveHvjup 0
그 여자는 매춘부였는지 나랑 자고 난 다음에 나한테 돈을 받아가더라고. 남은 돈 전부를 그 여자한테 다 준 나는 이제 곧 죽을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바다로 갔어. 정확히 말하자면 바닷가는 아니고 항구와 바다가 맞닿는 지점이야. 거기서 나는 멍하니 파도를 바라보고 있다가 바닷속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려서 그냥 바닷 속으로 뛰어내렸어. 그렇게 내 꿈은 끝이 났어.
9 이름없음 2020/12/04 20:30:14 ID : PbilveHvjup 0
꿈을 꾸고 나서 기분이 너무 더럽고 찝찝하길래 그냥 빨리 잊어버리자고 생각했어. 그런데 그 꿈을 꾸고 난 이후부터 계속 꿈에 그 매춘부의 얼굴이 나오는 거야. 꿈에 나오기만 할 뿐 딱히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아. 그저 깜깜한 곳 저 편에서 나를 뚫어져라 응시할 뿐이야. 그런데도 나는 너무 무서워서 이제 꿈을 꾸기가 두려워. 혹시 저 여자는 내가 꿈 속에서 한 짓 때문에 나에게 원망이 생긴 걸까? 어떻게 하면 저 여자가 꿈에 안 나오게 될까? 혹시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 있어?
10 이름없음 2021/11/06 10:55:42 ID : xA1yNwK6i2m 0
내가 봤을때, 그 여자가 나오는 이유는 그저 너 머릿속에 그때의 충격과 그 여자가 계속 생각나는 것 때문인 것 같애 그 여자가 널 원망할 일은 절대 없다고 생각하니깐 걱정하지마 ㅜㅜ 그리구 말 그대로 꿈일 뿐이니깐 툴툴 털어버리는거 추천 ㅠㅠㅠ 놀랬겠다
11 이름없음 2021/11/07 21:18:15 ID : y6mJVaqZhhA 0
와 소설한편 뚝딱.. 힘들었겠다 ㅠㅠ 윗스 말대로 정신적인 충격이 컸나봐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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