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연습한다, 글을. 피드백 감사히 받겠습니다. 칭찬 매우 좋아합니다. 무의미한 욕설 매우매우 싫어합니다.

안개 낀 날씨 탓에 진작 비쳤어야 했을 햇빛이 없었다.자욱한 안개에 시계(視界)마저 이지러진다. 하늘에는추적한 비마저 내렸다. 툭, 툭. 빗방울이 H 앞에 있는 창문을 두드렸다. 창문에 퍼진 빗방울이 떨어지며 창틈에 스몄다. H는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파이프 담배를 채워 나갔다. 이윽고 자욱한 꽃불이 피어오르며 뿌연 연기가 안개처럼 방 안을 탁하게 흐려놨다. H가 무표정한 얼굴로 이따금 연기를 뿜어댔다. 그러다가도 힐긋 창밖을 바라봤다. 창밖에는 내린 비로 온통 진흙투성이가 된 도보가 있었다. 다 태운 담배를 내려놓으며 연기를 뺄 겸 창문을 열었다. 바람이 불었다. 비가 방 안을 들췄다. 빗방울이 그의 옷자락에도 조금씩 닿았다. 창문이란 장애물이 사라진 그의 시야가 조금 더 명확하게 바깥을 바라봤다. 완연한 진흙 밭이 쭉 이어진 길가, 곳곳에 산재한 짙은 흙탕물. 동화 속 마녀의 숲을 연상케 하는 안개.  마차가 지나가야 할 자리를 안개가 매우고, 사람이 걸어가야 할 도보를 진흙이 덮었다. 오지 중에 오지여서 애초에 올 이도 없다만...... H는 의도치 않는 고립 생활을 만든 하늘을 올려다봤다. 잿빛 먹구름이 뒤덮은 하늘은 변함이 없었다. 다음 주까지도 이런 지랄 맞은 날씨가 지속되는 게 아닐까. 하아-, 웃는 듯 마는 듯 괴이한 얼굴을 자아냈다.   “도시로 이사를 가야 하나…….” 비나 눈이 내리는 날씨가 되면 매번 이사 가야겠다는 말을 달고 산다. 하지만 이루어 질 수 없는 말이다. 대관절, 하늘에서 돈이라도 떨어지는 소리란 말인가. 이 형편에 이사씩라니, 당장 먹고 살기도 바쁜데. 오늘도 그렇다. H는 그 옛날보다는 낫지만 비루한 삶을 살고 있고, 원고료와 함께 우유와 빵을 가져와야 할 꼬마 배달원 잭이 오지 않으면 영락없이 하루를 굶주려야 할 것이다. 그런 판국에 이사라니. H는 스스로 영문 모를 말을 짖껄인다며 자조했다.

예전에 구상만 했던 걸, 지금은 완성할 수 있을까? 아무튼, 연속해서 이어나가기도 하면서 딴 소재로 쓰기도 할 예정.

그때, H의 배가 마구 요동쳤다. 이젠 물로 배 채우는 것도 질렸다고 한바탕 시위라도 버릴 심산인 것이다. H는 자신의 배가 자신의 것이 아닌 듯한 복잡다단한 심정을 꾹꾹 눌러 다시 배로 복귀시켰다. H는 실로 배가 고팠다. 그런데 어찌하더라도 배달원이 올 생각을 안 한다. 3시간이 지났는데! 예전에도 비는 이렇게 내렸었고 도보도 이따위였지만, 잭이 아니더라도 다른 배달원이 항상 왔었다. 적어도 이렇게 늦지는 않게 말이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하루를 굶어야 할 듯 했다. H는 이쯤이면 당장의 제 안위보다 직장에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닐까 걱정스러웠다. 「연회」지는 구독자가 그렇게 많지 않은 마이너한 잡지였으니까 하루아침에 폐간된다고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만일, 「연회」지가 폐간돼서 사라졌다면 이 빗길을 뚫고 누가 그의 일용한 양식을 전달해준단 말인가. 이 영국 변두리인 오지에. 결국 한숨을 쉬었다. 고민해 봤자 배만 더 고플 뿐이었다. H는 부엌 쪽으로 걸어가 잔을 꺼냈다. 혹시 몰라 부엌 쪽 서랍에 남아있는 먹거리가 있나 확인해봤다. 연 서랍에는 먼지가 자욱했다. 다른 건 없을까? 이를테면, 돈 말이다. 곧장 실천으로 옮겼지만 땡전 한 푼도 없었다. H는 서랍을 닫으며 피식 웃었다. 돈이 있다 한들, 요 며칠 제대로 먹은 게 없는 몸으로 제대로 걸을 수나 있을까 싶어서였다.  적어도 요기를 한 후에야, 아니 적어도. ‘비라도 그쳤으면…….’ H가 한숨을 쉬었다. 다시 돌아 원점이다. 요기는 잭이 오지 않아서. 비는 도통 그칠 세를 몰라서. H는 생각을 털어내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조금이라도 굶주린 배를 잠재울 요량으로 침대로 향했다. 그때, 진흙이 질퍽이는 소리가 퍼졌다. H는 잠시 환청을 들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건 더더욱 말도 되지 않는다며,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비 내리는 소음 틈으로 확연하게 질퍽이는 소리가 퍼졌다.  질퍽질퍽, 발걸음. 이윽고 소년의 중얼거림. 비를 맞으며, 진흙투성이인 배달원 잭은 문 앞에 선다. 문 앞에서 잠시 숨을 가다듬으며, 문 너머 눈을 크게 뜨고 있을 H를 생각하며. 다음 순간.  문을 두드린다.     H는 문고리를 부여잡은 채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리다 들리자마자 초췌한 낯빛에 화색이 돌았다. H가 문을 왈칵 열었다. 문 너머, 잭이 있었다. H는 집 안으로 들어 닥치는 약한 비바람을 맞으며 잭을 봤다. 활짝 핀 얼굴에 흙탕물이 뗏국물마냥 흘렀다. 흡사 전쟁에 연이어 진 패잔병 몰골이라고 H는 한숨처럼 생각했다. 환영 인사는 이제는 너무나도 당연했다. 오히려 형식적이고 식상했다. 그들은 인사 대신 웃음을 건넸다. H는 잭을 집 안으로 밀어 넣었다. 옷에 닿기만 했을 뿐인데 손이 축축해져 버렸다. 대충 바지에 물기를 닦고 물기를 닦을 만한 것을 가지러 갔다. 그 사이 잭은 비에 젖은 몰골로 방긋방긋 웃으며 용케 그 난리 통에 젖지 않은 가방을 뒤적였다.   H가 마른 옷가지를 수건 대용으로 건넸다. 잭이 흘깃 바라보고는 잠시만요, H라고 하고는 이윽고 가방을 뒤적이며 외마디 침음성을 흘리더니 숫제 손을 통째로 집어넣어 가방을 뒤적였다. 잭이 나지막한 탄성을 터트렸다. 팔을 빼내자 그의 손에 종이 뭉텅이가 딸려왔다. H는 그제야 수건을 건넸고 잭 또한 그제야 수건을 받으며 동시에 「연회」지를 건넸다. H는 좀 감격에 젖었다. 폐간하지 않았다! 부실 재정일 게 뻔한 데도. H는 돌돌 말린 신문을 펼치며 의자에 앉았다. 펼친 신문의 앞 장에는 한 눈에 보이는 타이틀이 정중앙에 떡하니 박혀 있었다. 「저주와 인연의 상관관계, H」 제 1면이었다. 그래, 다시 봐도 H 본인의 이름이었다. H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잭이 물기를 털어내곤 H를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 둘의 시선이 마주쳤다. H는 그 맑은 눈을 보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입이 열리지 않았다. 당최 무슨 말을 해야 될지 몰라서였다. 어째서 제 1면에, 그것도 메인으로 써져있단 말인가. 투고한 연구에 대해서 자신이 없는 건 아니다. 오히려 차고 넘친다. 하지만, 당장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더라도 이건 기뻐하려 해도 기뻐할 수가 없었다. 영락없이 죽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멀쩡히 살아 숨 쉬는 꼴을 본 것 같은 혼란이다. ‘뭔가가 빠진 거야.’ 하고 H가 읊조렸다. 다시금 고개를 숙이고는 신문을 응시했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편지를 전달해주라는 말을 들어버렸다. 칙칙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기다시피 편지를 집어다가 내 앞에 들이미는데. 거절할 수가 있어야지. 편지를 가방 안에 우겨넣은 채 고향으로 내려가는 기차를 탔다. 기차는 한산했다. 한산한 만큼 조용했고, 조용한 만큼 바깥을 보기 일 수였다. 창 너머, 눈이 분분히 내려앉은 설경이 있었다. 날으는 새도, 태양도, 구름도 없는. 그야말로 산과 눈, 청청히 푸른 하늘만으로 절경은 이루어졌다. 기차에서 내리고 나서야 손이 시렵다거나, 바람에 살갗이 아린다거나 할 뿐이었다. 한 걸음 떨어져있었을 때가 좋았다. 얼마쯤 걸어, 고향집에 도착했다. 지금은 사람이 들락거리지 않아 먼지며 거미줄 투성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 집이 좋다. 대청마루에 짐을 풀고 방문을 하나하나 열어봤다. 경첩이 찢어질 듯 비명을 질러대는 소리가 곳곳에서 났다. 방 안에 가구들엔 두터운 먼지가 가득했다. 줄곧, 청소하기만 했다. 지치진 않았다. 되려 추운 날씨에도 마음만은 따뜻해졌다. 배가 고파지면 가지고 온 라면으로 허기를 없애고 온종일 먼지를 뒤집어 쓰며 청소를 이어갔다. 저녁쯤이 돼서야 간신히 대청마루에 풀어났던 짐을 방 안으로 들이밀 수 있었다. 조금은 지쳐오는 몸을 이끌고 짐을 풀어놨다. 세면 도구, 읽을 만한 책, 노트북, 옷가지 등등. 그 작은 가방에 많이도 넣어놓았었다. 물건을 차례로 푸는데 편지가 딸려나왔다. 마을 이장에게 가져다 달라고 했었나? 머릿속에 심한 기침과 몸살에 몸져누운 친구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무엇을 전하고 싶길래 그 몸으로 편지를 썼을까? 내심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는 문장력 자체는 매우 좋다고 느꼈어! 그런데 내용의 유기성이 조금 부족하다고 생각해. 이런 걸 산만하다고 하나. 중심 내용이나 형성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잘 안 와닿는 느낌? 중요한 부분에 힘을 실어서 쓰면 어떨까 싶어. 그리고 맞춤법 한번씩만 돌려주고. 스레에 바로 쓰는 거니까 그건 어쩔 수 없나? 그리고 한번 더 말하지만 문장 자체는 너무 좋아. 문단 단위로 봐도 그렇고. 예쁘다 싶은 언어들은 많이 발견하고 가는 것 같아.

내가 뭐 전문가도 아니고 평론에 익숙한건 아니지만, 책 읽는거 좋아하고 하니까, 애서가의 시선에서 직괸적으로 평가하면, 장식이 너무 많아. 그래서 이야기의 진행이 느려보여. 짧게 끝날 상황이 너무 늘어난 것 같다는 느낌? 그 외에는 문장의 흐름이 자연스러운게 돋보이네.

>>6 >>7 피드백 고마워! 다음 번에 레더들의 피드백에 주의해서 써볼게. 칭찬 감사히 받을게! >>6 음.. 내가 폰으로 쓴 것들이라 문법 검사기를 돌릴 환경이 못 됐어. >>7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 한 번 반영해보도록 할게.

세월이 유난히도 길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무심한 봄바람이 다정히 닿고, 차오른 달은 망양한 하늘을 월광으로 채색합니다. 저 소쩍새가 제 맘을 아는 듯 궁궁히 울고, 무심한 시냇물은 무궁한 별빛 담고 도도히 흐릅니다. 참으로 무심해서 서럽습니다. 유난히도, 세월이 길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때론 하염없이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안으로는 온갖 당파 논쟁에 밖으로는 외세에. 이다지도 세상은 무심한데 사람은 그러지 못하는 것마냥 구는 것이, 내겐 어느 것이 옳은 것인가 헤매게 합니다. 나는 본디 다정(多精)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세상 속에 은(隱)하는 이처럼 무심하지 못하지요. 압니다. 그저 맘속에 뜻을 품고 사는 것조차 독이란 것을. 이런 고요한 날이면 마음에 쌓인 응어리를 술잔에 찬 달빛으로 풀어냅니다. 내일이면 내 안의 격랑도 차차히 사그라들까요. 내일이면 당파의 논쟁과 외세가 사그라들까요. 내일이면 달빛과 햇빛이 사그라들까요. 달빛이 씁쓸하게 느껴지는 밤입니다.

어느 날의 기억이다. 당시 나는 어리숙한 꼬마 아이였고 왜소하기 짝이 없었다. 지금 네가 침대에 걸터앉아 발을 뻗으면 당연하리만치 닿은 바닥도, 나의 어린 시절에는 머나먼 거리였다. 성취하려 들지 않으면 닿지 않기 일쑤였고, 닿는다면 성취감이란 달콤한 보상도 담보했지. 침대에서 내려올 때는 한 발은 침대 밖으로 한 발은 침대 가장자리에 걸치고, 두 손으로는 몸을 살포시 밀며 걸친 발을 떼고는 그때 서도 느껴지지 않는 땅의 감촉을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되뇌며 아찔한 공기의 감촉을 지워냈다. 두 발이 땅에 닿을 때면 그 아찔함도 달콤함으로 치환됐지.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기억하건대, 그날에는 아무도 없었다. 계단을 내려와 거실을 봤든, 부엌을 갔든, 부모님의 침실 문을 열었든, 창고의 먼지를 마셨든, 하다못해 현관을 가도 아무도 없었다. 신발이 없었어. 두 분 다 밖에 나가계셨고, 나 혼자 남겨진 거지. 글쎄, 지금이야 왜 그렇게 신났던 건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집에 홀로 남겨졌다는 두려움보다 침묵이 감도는 시간이 온전히 나의 것이었다는 감상이 마음 한구석에 박힌 한 포기의 의심, 두려움, 의혹이라는 온갖 의심암귀를 앞질렀었다. 영웅담을 하도 많이 봐서 그런 지도 모르지. 이쯤 되어 너는 혹시 이 편지에 대해 의혹을 품고 있을지 모르겠다. 편지만 읽고 보면 나란 녀석의 어리디어린 유년기는 소심함과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순수함으로 점칠된 것처럼 보일 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실제로 나는 그랬다. 네게 평소에 나에 대해 어떻게 말하든 나는 그런 아이였다. 하나, 아니 둘 정도는 네가 나라는 형에 대해 느끼고 있는 인식이랑 비슷한 게 있긴 있다. 하나는 지금처럼 눈물이 없다는 것과 둘은 지금보다 더 어처구니없는 지점에서 호기심을 발휘한다는 거지. 그때도 그랬다. 창고에서 썰매를 발견한 거야. 나무와 철판을 덧대어 만든 썰매였다. 녹이 슨 것도 아니요, 나무가 썩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먼지만 쌓였을 뿐. 밖에는 겨울 한가운데라는 걸 만천하에 알리고 싶었는지 하늘에서 눈이 끊임없이 내리고 있었지. 이틀 전부터 끊임없이 내린 눈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집 옆에 작은 언덕은 티끌 한 점 없이 백옥이더구나. 순수한 건지 무지한 건지, 나는 언덕을 기어 올라갔지. 그 날씨에 말이다. 작은 언덕이라 앞서 칭했긴 해도, 지금의 나나 너의 기준이지 그때의 나는 말 그대로 기어 올라갔다. 바위, 자잘한 돌덩이, 울퉁불퉁한 지형. 손이 시렸고 대충 껴입은 옷은 묵직했지만, 잘도 올라갔다. 당연하게도 썰매는 등 뒤에 줄로 꽁꽁 묶었지. 그랬으니까, 언덕 정상에 올랐을 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갔었다. 머리가 핑 도는 듯했고 입에서 단내가 날 듯 말 듯 했지. 우습게도, 소심함의 대명사였던 나는 그 지경에도 웃을 수 있었고 이내 입꼬리가 바짝 올라가게 웃었다. 성취감, 호기심, 모험에의 동경. 모든 게 나를 좌지우지했다. 시쳇말로 나는 그 순간에 영원할 것만 같은 달콤함에 미쳐 있었다. 줄을 끊었다. 모세혈관이 수축하고 시리도록 차가운 손이라 줄 매듭을 끊는 게 힘들어 입으로 물어뜯었다. 썰매 위로 몸을 뉘이고, 차가운 손으로 백옥의 눈을 매만지며 나는 웃고 있었다. 발로 지면을 박차며 열심히 올라온 언덕의 비탈길을 이번엔 썰매를 타고 내려갔다. 바위, 돌덩이, 울퉁불퉁하고 지면이 솟아오른 곳. 썰매가 힘껏 좌우로 요동쳤고, 동시에 빠르게 언덕 밑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지금에 와서도, 물론 그때에서도. 나는 평할 수 있겠지. 단언컨대, 아찔했다고 하고 싶구나. 운이 없기도 했다. 튀어나온 작은 돌이 썰매와 부딪혀 깨지면서 비산했다. 그중 일부가 머리에 부딪혔고 아픔을 느끼기 전에 나는 눈길 위로 굴렀다. 구를 때 잘못 굴렀는지 다리가 삐었다. 뼈가 탈이 났는지 단순히 삔 건지, 알 수도 알 필요도 없었다. 다만, 오로지 상황만은 명백했다. 언덕 오르는 데에 기어올라아야만 했던, 썰매를 이고 진이란 진을 다 빼며 정상에 도착했던, 그리고 지금은 다리가 삐어버린 작고 소심한 꼬마가 돌이 가득한 비탈길에 서 있었다는 것이다. 걸어서는 내려갈 수도, 내려가다가 얼음판이 생긴 곳에서 미끄려졌다간 돌밭에 뒹굴기 십상이었다. 침대에서 내려오는 것과는 규모와 위험도부터 차원이 다를 테지. 부모님은 집에 도착했을까, 도착했다면 나의 부재를 언제쯤 눈치채실까. 눈치챈다 하더라도 이 언덕에 내가 올랐다고. 썰매를 타려 했다고 생각하기에 얼마나 오래 걸릴까? 눈은 내리고 있었다. 펑펑, 악마의 똥가루가 미친 듯이 퍼붓고 있었지. 나를 몰두하게 했던 호기심은 의심암귀에게 패해 양상이 뒤바뀌어 있더군. 내 유일한 해결의 열쇠는 벌벌 떨어야만 한다는 하나의 강령에 패배한 거야. 맹세컨대,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애써 신은, 내게는 너무 컸던 장화의 앞코에 눈이 잔뜩 쌓일 정도로 가만히. 애처롭게도 나를 깨운 건, 부모도 지금 편지를 읽고 있을 너도 아니었다. 악마의 똥가루와 죽을 듯한 추위였다. 진짜로 그때는 죽을 것 같았어. 언뜻 주마등이 스치더군. 어처구니가 없지. 햄릿의 대사가 설핏 들렸다.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딱 내 꼴이더구나 싶었다. 얼어붙어 뒤질 바에는,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려고 해보는 게 더 폼날 것 같더구나. 어린아이의 치기? 만용? 무지? 아니다. 생존욕이었다. 존재를 향한 나의 갈망이었다. 그것이 아니면 살지 못할 바였다. 썰매를 뒤집고 눈이 덮인 높은 바위를 힘껏 뛰어올랐다. 고통보다도 희열이 날 갖고 놀더군. 돌밭이라는 이름의 사로(死路), 그 옆은 순백의 생로(生路). 눈을 감고, 심호흡하며 몸을 뉘었다. 머릿속에는 끝없이 다시 일어날 수 있어를 반복했다. 바위를 하나의 비탈길 삼아, 썰매를 출발시켰다. 금세 추진력을 얻고 앞으로 나아갔다. 돌밭을 향해,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돌진하듯, 나는 힘껏 나아갔지. 가로질러 횡단하면 생로였다. 얼굴을 팔로 덮어썼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잘못하면 썰매 채로 뒹굴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 그 도박의 결과가 어떻게 됐을까? 결과를 간추리자면 이러하다. 뒹굴긴 했다. 팔에 피가 났지만, 돌밭을 가로질렀고 그대로 다시 썰매로 집에 도착했다. 도착한 후, 문 앞에서 나를 보던 부모님께 분수에 넘칠 사랑을 받고, 대가를 치렀다. 근신 3일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야기는 대충 이걸로 일단락이다. 그냥...네게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부모님께는 따로 편지를 썼다. 너도 봤을 테지. 그러나, 이 편지만은 너를 위해 남겨두고 싶구나. 남아있을 너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다. 그리고 미쳐 있었다는 표현을 쓰는 순간, 편지를 읽을 네가 화낼 거라 생각했다. 화를 내거라, 마음껏. 나의 잘못이 맞고, 미쳤다고 해도 싸다. 허나, 그러고 싶었다. 도전하며 살아왔고, 저항하면 살아왔다. 살아갈 세상, 자유롭고 싶었다. 그 뿐이다. 그리고, (단란한 가족사진과, 눈물방울 몇 자국.) (고개 숙여 읍하고 있는 남성의 사진,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처음 ‘이 곳’으로 떨어진 날을 기억한다. 유난히도 살결에 달라붙는 바람이 차가웠던 걸로 회상한다. 벌거벗은 전신을 연신 덮었던 바람은 언듯 비명 같기도 했다. 단순히 사람을 자원으로 취급하며, 짐짝처럼 수많은 같은 처지의 살덩이들과 달라붙어, 나는 바람과 함께 '이 곳'으로 불려갔다. 가는 동안 아무도 말이 없었다. 몇몇은 몸을 부르르 떨며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으나 그도 잠시 우리는 누가 시킨 적도 없지만 비좁은 짐칸을 원을 그리며 빙빙 돌았다. 앉을 자리는 없고, 계속 서 있기에는 다리가 아팠으므로. 내가 ‘이곳’을 밖에서 바라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이후로 지금까지도 나는 ‘이곳’을 밖에서 본 적이 없다. 최후는 아닐런지. 아, 다시금 그때 마냥, 심장이 옥죄어 온다. 뇌가 만들어내는 착각일까. “똑바로 걸어!" 심장 박동과 어긋나게 훅, 심장어림을 옥죄는 고통이 밀려온다. 그 기묘한 고통은 사람의 정신을 빌어먹을 정도로 가뿐하게 붙잡아, 현세로 집어던지는 것이었다. 허억-! 내 주변에도 비슷한 처지가 있던가. 숨 몰아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내 소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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