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텐 그게 아빠야. 정말 싫지만 마냥 싫어할수가 없어. 아빠를 동정하고, 또 사랑해.

사실 방금 아빠랑 싸우고 와서 엉엉울면서 적는다. 사실 싸운건지도 잘 모르겠어. 오늘 아빠가 낮부터 술먹고 들어와서 내 자다가 밥 다 차려놓으니까 그제야 방 밖으로 나와 밥먹는게 너무 보기 싫었어.

얼마나 먹은건지 자고일어나서도 여전히 취해있는것도 보기 싫었고, 정말 그러면 안되는거잖아. 이러면 또 밤에 안자고 새벽에야 잘텐데. 내가 그랬으면 당연히 아빠도 잔소리 할 일일걸 너무 듣기 싫어하는거야.

보고있어. 숨 고르고 마음이 편해질때까지 털어놔줘 계속 보고있을게 :)

듣기 싫은티 팍팍내더니 담배피고 들어와서 좆만한게 말 싸가지없이 한다고 하는거야. 사실 항상 아빠 눈치보며 이런말까지 나오기 전에 멈추거든. 근데 말 들으니까 머리가 띵하고 눈물이 나오더라.

항상 이런식이야. 나는 항상 불만이 많은데 아빠 눈치보면서 멈추고, 아빠가 화내고 나면 집안 분위기 싸해지고 뒷정리는 다 나랑 엄마랑 동생이 해야해.

그런데도 쉽게 이혼하라는 얘기는 안나와. 엄마가 워낙 아빠를 불쌍한 사람이라고, 그래도 엄마를 많이 사랑한다고 말하는걸 들으며 자라서 그런가.

사실 우리 아빠가 좀 험하게 컸어. 뭐 자기 얘기 워낙 안하는 사람이긴 한데 어릴적 얘기는 할아버지한테 맞았다는 얘기말고 딱히 못들어봤을 정도로. 할아버지가 술먹고 들어오면 맞고 쫓겨나는게 일상이었대.

가스라이팅이라고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 물론 내가 아빠같은 남편을 만난다면 당장 이혼도장 찍고 나오겠지만, 남편이 아니라 아빠잖아?

할아버지한테는 맞고 살고, 할머니도 엄청 무뚝뚝한 분이시거든. 그래서 그런지 사랑받는법도 모르고 주는법도 모르는 사람이야. 돈 벌어다주는게 가장이 할 일의 전부라고 진심으로 믿는 사람인것 같아.

아빠를 미워할수 있었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근데 그게 안되더라?

내가 하고 싶다는건 다 하게 해주셨고, 뭐든 좋은걸로 사주고 해주고 입히고 먹이고 싶어하셨어. 본인은 술먹고 담배피는것 말고는 돈도 잘 안쓰고.

사실 아빠가 은퇴를 하셨어. 나이가 꽤 있으시지. 이제 자기가 돈을 못버니 쓸모가 없어졌다고 생각하는지, 엄마한테 이혼하자는 얘기를 꺼내셨다고 하더라고.

그 얘길 듣고 나는 뭐라고 말이 안나왔어. 엄마를 생각하면 이혼했으면 하는데, 난 아빠가 불쌍해서 못 볼것같아.

방금 아빠가 밥 차려주니까 그제야 와서 밥먹는게 보기 싫었다고 햿잖아. 아빠한테 밥 차릴때 같이 나와서 수저놓고 반찬 꺼내면 좀 좋냐고 얘기했는데 당연하다는듯이 차리지 말라고 얘기하는거야.

난 그런식인게 너무 싫은 동시에 불쌍하다고 생각해. 진짜 자기에 대한 투자를 할 줄 모르는 사람같아. 밥 안차려주면 안먹고, 라면끓여먹고. 맨날 술먹고. 나나 동생이다 둘다 딸이기도 하고 아빠는 회사 다녀오면 맨날 늦고 거기다 술먹고 들어오니까 아빠랑은 별로 안친한데 그래서인가 싶기도 하고.

집에 들어오면 재미있는게 없나? 대화가 별로 없는것도 사실이야. 아빠랑 대화를 피하기도 하고. 아빠의 대화 주제는 매일 너무 부담스럽기만 하거든.

내 대학, 내 취업, 앞날... 그런데 긍정적인건 하나도 없어. 대한민국은 학벌이다. 우리 집근처 지거국도 학벌 점수에서 40점 까이면서 시작한다... 내가 가고싶은 학과 말하니까 거기나와서 최저시급 받으며 일할거면 왜가냐. 공무원시험이나 준비해라...

아빠가 돈이 많으면 너희한테 공부하라 소리를 안해도 되는데 내가 돈이 없어서 이런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나도 벗어나려고 아등바등 해봤는데(이말 되게 충격적이었어.) 안되더라...

에구... 아버지가 너무 안타까우신데 스레주도 너무 안타깝다... 어느 한쪽을 비난할수가 없다 ... 스레주 심란하겠다

>>20 레스주 아까 보고있다고 해준 레스주네. 엄마가 나 걱정되셨는지 방에 들어오셔서 잠깐 못썼어. 이제 이어쓸게.

글쎄. 사실 내가 뭘 원하는지 잘 모르겠어. 정말 하소연 판에 딱 어울리는것 같아. 아빠를 미워할수도 없고, 안미워할수도 없어.

아빠가 미워졌던 날이 또 언제가 있더라. 물건 부술때? 그 물건을 내가 치우고 있을때. 너무 비참하더라. 뭐 많진 않아. 이때껏 살면서 세번네번정도? 물론 엄마는 더 많이 치워보셨겠지만.

당장 기억나는건 아빠가 물을 떠다달라고 했는데 왜였는지 떠다주기 싫었어. 떠와. 라고 명령하는게 싫었었나 그랬던것 같아. 그래서 좀더 예쁘게 말하라고 했는데 절대 안그러더라구. 결국 떠다주긴 했는데 물을 다 먹더니 컵을 그대로 휙 던졌어.

그 순간 중력이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 진짜 보지도 않고 옆으로 휙 던지는데 꿈인줄 알았어. 치워주기 싫어서 신문지만 옆에다 던져놨는데 절대 안치우더라? 그래놓고 휙 나가버려서 내가 장갑 끼고 치우는데 너무 비참해서 눈물이 나왔어.

또 한번은 동생이 샤워를 너무 오래 하는게 거슬렸던 모양이야. 모르겠어. 어차피 아빠는 안방 화장실 쓰면서 왜그렇게 거슬렸는지. 그날은 정말 최악이었어. 싱크대에 먹던 라면 냄비(뚝배기였어)를 던졌는데, 원래 있던 컵이랑 이것더것이랑 섞여서 진짜 치우기 최악이었어

한번 던지고도 분이 안풀렸는지 몇번 더 던진것 같은데, 온 데에 다 튀어서 닦기 힘들었어. 거기다 음식물 쓰레기랑 유리조각이 섞여있었지. 아빠 분풀이 뒤처리를 내가 하는게 너무 억울한데, 엄마가 들어와서 보면 치우는 마음이 나보다 힘들것 같아서 동생 데리고 내가 치울 수 밖에 없었어.

일단은 이것만 생각나네. 아빠가 부순거 치운 기억은. 아빠가 미웠을때가 또 언제더라. 대학 급나누기 할때? 지거국 이하는 다 쓰레기고 갈 가치도 없으니 그런데 갈 바에는 공장이나 가라고 귀에 못이박히도록 들었어 꽤 어릴때부터.

근데 지거국이 어디 쉽겠니. 그래서 아빠가 쓰레기라고 말하는 곳밖에 못가겠다는 각이 섰을때. 나는 정말 죽을것같이 힘들었어. 물론 지금은 그건 극복했지만.

내 고등학교 시절의 가장 큰 과제는 아빠의 세상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던것 같아. 아빠가 나쁘다는 대학, 아빠가 나쁘다는 직업. 아빠가 보는 세상을 내가 따라가지 않기 위한 과정말이야.

아. 아빠한테 이런말 하는거 좀 폐륜같지만 아빠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 보면 좀 저급하다는 생각 들것같아. 뭐 익명이라고 아빠한테 이런말 하는 나도 똑같나.

욕도 너무 많이하고, 특히 운전할때. 그것도 어린 자식들 앞에서(물론 지금은 별로 안어리긴 하지만...) 매장 직원한테 툭툭 반말던지는 것도 별로. 그걸 내가 지적해도 그럼 내가 존댓말 해야하나? 라면서 매장 직원한테 말하는것도 별로.

식사예절도 딱히... 쩝쩝거리고, 식사 속도 맞춰주지도 않고, 밥푸고 수저까지 싹 차려놔야 나와서 후다닥 먹고 들어가는것도 별로. 가족하고는 얘기도 안하면서 술먹자는 연락 거절하는 법이 없는것도 별로.

근데 아빠가 술좋아하는 모습 볼때마다 저게 나때문인가 생각이 들기도해. 동시에 이런 생각 드는게 별로기도 하고. 진짜 이거 읽는 레더들 너무 혼란스럽겠다 이게 무슨 말인지... 내가 아빠한테 더 살가운 자식이었어야 했나? 더 자랑스러운 자식이었어야 했나? 싶으면서...

아빠한테 잔소리하는거, 듣기 싫은말 하는거 좀 그만해야 아빠가 가족한테 조금 더 살가워지려나 싶으면서도 안할수가 없다

자기 몸 소중히 여기지 않는것도 딱 질색이야. 어릴때 난간에 기대 서 있어서 그러다 떨어지면 어쩌겠냐고 들어오랬는데 죽기밖에 더하겠냐면서 여기서 떨어져도 안죽어. 떨어져 볼까? 하던것도 너무 싫지. 사실 어릴때는 싫다는 생각도 못하고 이날까지 기억할 정도로 충격만 받았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까 싫더라.

본인이 나중에 치매 걸리면 그냥 죽어야겠다고. 뭐 어떻게하면 사람이 죽는다던데 진짜냐고. 그렇게 준비만 해두면 내가 죽겠다고 말하는것도 얼마나 듣기 싫었는지.

뭐 딴얘기긴 한데 나는 어디가서나 사랑 많이받고 자란 티가 난다는 소리 들어. 애교도 많고 정도 많아. 좀 이기적이기도 하고 고집도 세지. 어떻게보면 본인은 사랑 못받고 자랐지만 날 이렇게 키운 아빠에게 고맙기도 하고, 이렇게 큰 내가 대견하기도 하고.(물론 내가 이렇게 큰데는 엄마 영향이 90%긴 하다...)

이러고 또 내일 되면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것도 질린다. 물론 아빠도 아빠 나름대로 쌓인게 있겠지. 술먹고 담배피우는게 아빠 인생의 낙인데 가족 아무도 그거 이해 못해주는거, 나도 수능끝나고 문제집버리고 빈둥거리면서 너무 행복했는데 아빠도 그러고 싶은거 당연히 알지. 근데 뭐 집안일좀 하라고 하는게 듣기 싫을수도 있고.

근데 못할얘기한거 아니잖아... 제발 건설적이고 진지하게 얘기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아빠가 그걸 못하는 사람이야. 뭐 은퇴하실 나이니까 나이도 좀 있고, 워낙 고집이 세고 그렇게 평생 살아오셨어. 자기 말이 맞고 틀렸다 하더라도 자기는 여태껏 이렇게 살았고 죽을때까지 이렇기 살거라는 입장이셔.

정말 못고치는거겠지 그건...? 그냥 이렇게 살수밖에 없는거겠지? 하소연하면서 계속 눈물이 줄줄 나는데 모르겠다. 이게 속이 편해지는건가? 근데 어디가서도 이런얘기 해본적 없어서. 좀 낯선 기분이긴 하다. 나 좀 일찍 자는 편이라 지금도 늦었다. 일어나서 또 할말 있으면 달게. 아마 있을거야...ㅎ

레주... 우선 많이 힘들었겠다. 그냥 중반부터 읽는데 계속 눈물이 났어. 불쌍하다는듯이 동정하지는 않을게. 기분 나쁠수도 있으니까. 우선 먼저 말해주고 싶은건 이건 절대 레주 잘못이 아니야. 자신이 존재함으로써 아버지께 폐를 끼쳤다는 생각을 버려. 이 글만 읽어도 레주는 가족의 일원으로써 최선을 다했고 너무 잘 버텨줬어. 여기서 더 어떻게 잘할 수 있겠어. 레주 아버지도 너무 고단 인생을 살아오셨고 레주를 위해 최선을 다하신건 너무나도 존경스러워. 다만 미안하지만 그것들이 레주와 레주 가족을 향한 태도를 높게 평가할 수 있도록 정당화할 수 없어. 레주 아버지는 레주의 정신건강에 좋지 않아보여. 같은 공간에 있는 것 자체가 너무 많은 요소들을 불러와. 물건 던지기. 말 심하게 하기 (제일 화가 났던 부분은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않은 미성년자에게 자신의 죽음을 가벼이 이야기한것. 그래도 부모는 자식에게 울타리가 되주어야하는데,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어야 하는데 이를 기만한 행위.) 레주 아버지는 이렇게 쭉 살아오셨고 레주가 노력했음에도 바뀌지 않으셨다는건 앞으로도 바뀌시길 기대하는건 많이 힘들 것 같다. 레주는 레주의 인생을 살아. 아버지와 정말 달라도 괜찮고 그분의 말을 따르지 않아도 좋아. 아버지라고, 가족이라고 무조건 다 따라야하는건 절대 아니야. 그건 구속이지. 레주는 잘못한 거 없고, 레주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

사실 아버지라는 사람을 미워하기도 쉽지 않고 오히려 이 관계가 뒤틀려있는것에 대해 내 잘못인거같지? 내가 그래. 나는 자라오면서 정서적으로 심하게 불안정했는데 모든것의 시작은 아버지의 언어폭력이었어. 우리 아버지는 나를 자주 비하하셨어. 못생겼다, 누구는 이런데 넌 이따구냐, 미친년, 개같은년, 어쩌다 너같은게 나왔냐 등등. 그래도 가정에 충실하셨어. 나는 좋은 학교를 들어갔고 좋은 교육을 받았을 정도로 아버지가 나를 뒷바라지 해주셨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폭력은 지속되었고 나는 우울증을 아주 심하게 앓았어. (아버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지 않은 이야기를 자주 들었을 시기에는 더 심해졌고 공황장애. 불안장애. 폭식증을 같이 얻었어. 좀 다른 이야기니까 넘어갈게) 정신과에서 나는 광적으로 아버지를 종교처럼 생각한다? 그러니까 가족이고, 아버지니까 미워하지 못하는 상태. 그렇다 하시더라구. 그런데 이 관계에서 내가 잘못한건 없었고 아버지를 미워해도 괜찮다는거. 이걸 배웠어. 아버지가 내게 잘해주신건 당연한거라고. 부모님이 선택해서 날 낳았고 날 키운거라고, 그리고 선택한 순간부터 따라오는 부모로써의 책임감은 나에 대한 폭력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그러니까 나에게서 원인을 찾으면서 힘들어하지 말라고 하셨어. 사실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는데, 일년 반 정도 지나면서 나는 여전한 언어폭력을 넘기고 아버지가 미워서 악착같이 돈벌어서 독립했어. 행복하냐고? 응, 예전보다는 행복해. 그리고 아버지라는 사람 지금은 미워해. 감사하지만 동시에 미워. 이 정도는 내가 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스레주도 너에게서 원인을 찾지말고 아버지를 조금 더 미워해도 괜찮아. 감사는 하되, 미워해도 정말 괜찮아. 사실 지금도 우울증이랑 다른 병들이 좀 심해서 약을 여러개 먹는데 약때문에 글을 제대로 썼는지도 모르겠어. 너무 두서없이 길었다면 미안. 푹쉬고 잘자. 내일은 오늘보다 더 웃을 수 있는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42 내 글에 눈물이 났다니...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사람에게 그정도의 공감을 해줘서 고마워. 레스주가 말했던대로 나는 꽤 나만의 신념을 가지고 살고 있어. 분명 그런 것 없이 내가 틀렸다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지. 하지만 이제는 아빠도 완벽하게 옳은 사람이 아니고, 내가 아니라 아빠를 미워한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어. 분명 나는 아빠 때문에 많이 힘들었고 요즘도 종종 힘들어. 점심 아빠랑 같이 먹어야 하는데 무슨 낯으로 볼지 걱정이다. 친구만난다고 나갈까 싶기도 하고. 어제 너무 감정적으로 써서 그리 미덥진 않겠지만 난 꽤나 내 인생에 만족하고 있어. 설령 그렇지 못한 날이 오더라도 레스주가 해준 말 꼭 새기고 살게. 진심으로 고마워.

>>43 레스주도 많이 힘들었겠구나... 가정이라는 공간은 어떤 사회적 공동체보다도 가장 근본적이고 중요한 공간인데 그곳에서 상처를 받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아. 내 주변에는 부모님에게 상처받은 친구들이 몇몇 있어. 언어폭력에다가 실제로 신체적인 폭력을 어릴때부터 받은 친구도 있었고. 경제적 활동도 하지 않으면서 도박과 유흥에 중독된 아버지를 가진 친구도 있었어. 그 친구들은 아버지에게 한치의 애정도 없어서 나처럼 애증하는 친구는 없던것 같아. 그래서 나는 아빠의 모든 것을 포용할 정도로 사랑하거나 그 모든 걸 무시할 정도로 미워하고 싶었던것 같아. 이렇게 혼란스러운 감정 말고. 레스주는 아버지를 미워하고, 동시에 감사하는 감정을 인정했다니 정말 멋지다. 나한테 그건 아직 좀 어려운 일인것 같아. 레스주의 얘기 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레스주가 내 마음이 편해지는 길을 선택하라고 말했듯이 레스주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많이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자신의 트라우마를 대면하고, 극복하려 노력하고, 같은 고통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그걸 꺼내 보여줄만큼 멋진 사람이니까.

부모님이 날 선택해서 낳았다는 얘기를 들어서 하는 말인데. 뭐 대부분의 자식이 그렇겠지만 나는 유독 부모님에 대한 애정? 경외 같은 감정이 두드러지는 것 같아. 그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어. 엄마아빠 모두 본인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내가 태어난 날이라고 말하셔. 자기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날 기른 일이라고 말하시고.

사실 부모가 되기 전까지 부모의 감정을 어떻게 이해하겠어. 그리고 부모가 되어서도 이해하지 못할수도 있지. 나는 어릴 때부터 꽤 많은 사랑과 돈을 먹고 자랐어. 날 갖기 위해서 온갖 보약을 지어 먹었다고 하시고, 내가 태어나고 얼마 안있어서부터 병이 있어서 그걸 고치겠다고 또 돈을 많이 쏟았다고 하시지. 이 병은 아직도 못나았어. 뭐 생명에 지장이 있는 병은 아냐.

우리 엄만 내가 아기때 눈을 뜨고 있는 모든 순간 나에게 뭔가를 해주고 싶으셨대. 혼자 노는걸 못보고 있으셨다고 하더라구. 내가 애를 안키워봐서 모르긴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라고 생각해. 내 병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야. 병이라고 쓰니까 좀 거창해 보이는데... 사실 대부분이 한번쯤은 있었을거야. 그렇지만 어릴대 조금 있다가 낫고, 혹은 가끔씩 스트레스 받을때 조금 생겼다고 없어지고 할만큼 그리 낯설고 위험한 병은 아냐. 하지만 엄마는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한게 보기 안타까우셔서 본인이 약을 머겅 모유수유를 하면 낫는다고 해서 그렇게도 해보고, 식습관도 고쳐보겠다고 풀만 먹고 사시기도 하고, 서양의학부터 한의학까지 안해본게 없으셨어. 그 모든 돈을 군말없이 대주신 아빠에게 많이 고마워 하시고.

나도 좀 부모님을 종교처럼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항상 미안한 존재들이야. 엄마는 말할 것도 없고 아빠 또한 그래. 아빠가 항상 자연인이 되고 싶어 하셨는데, 전에는 도시 근처에서 살아야한다고. 자연인도 아무나 하는거 아니고 늙을수록 도시 근처에서 살아야 한다고 했었는데 요즘에는 아빠가 자연인의 삶을 우리를 위해 얼마나 포기한걸까 생각을 해.

단순히 자연인의 삶 뿐 아니라 본인의 삶을. 아빠는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했음에도 두분을 부양하고 계셔. 그러니까 나에게도 부양을 기대하시지. 그럴 때 언젠가 자식은 아빠의 투자금이 아니라고 말했고, 자식은 원래 마이너스 투자인거라고 말했지. 그때 아빠가 나도 낳으면 낳고 말면 말자는 주의였다고, 너희 엄마가 애가 없으면 이혼하겠다고하는데 어쩌냐고 말하셨어.

뭐 이것조차 언어폭력일수도 있겠지만 아빠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는데 날 낳은걸까 싶으면서 짠하더라고. 부모가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희생적인 일인지 잘 모르면서 엄마의 의견대로 날 낳아서 자신을 후회하고 있는건 아닐까 싶고.

레주 살아오면서 돈 다 대주시고 그래도 아직 가족이라는 공동체 아래에 같이 계시다는건 절대 후회하시는건 아닐거야. 표현이 많이 거칠고 서툴 분이신거지 레주를 미워하고, 증오하고 그런건 절대 아니어보여. 레주를 너무 사랑하는데 당신이 살아온 배경이 화목하지 못했어서 당신이 살갑게 대해주시지 못하는 것 같아. 가족은 원래 어느정도 서로 손해보는게 있더라구. 그게 어떤 형태든. 그걸 서로를 위한 사랑과 애정으로 견디는거라고 생각해. 아버지께서 레주를 위해서 자연인의 삶을 포기하시고 당신의 삶을 일부 포기하셨다면 썩 마음이 편하지는 않지만 레주도 분명히 가족을 위해서 포기한 부분들이 있을거아니야?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한 손실이지,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결국 서로를 위해서 희생하는 부분이었던거야. 그 부분에 대해서 너무 자책하지마. 레주도 분명 희생한 부분들이 있을거고 쉽지 않았을 거잖아. 조금 더 욕심부려도 되고 레주는 레주 생각보다 정말 괜찮은 사람이야. :)

그리고 위로해줘서 고마워 :) 정말로

>>52 하소연을 하면서도 아무렇지 않은 듯 묻어뒀던 기억을 다시 꺼내니까 눈물이 나는게 이게 정말 내 마음이 풀리는건가 싶었는데, 내 하소연을 읽어주고 공감해주는 레스주가 있어서 마음이 풀리는것 같아. 역시 아직 세상은 살만하다. 이런 감정 느끼게 해줘서 고마워.

내가 책은 별로 안읽는데, 웹툰이랑 웹소설은 많이 읽는 편이거든? 그중에 어떤 소설이 떠오른다.(소설 맞추는 사람 있으려나?) 여주가 남주의 머리카락이 예쁘다고 칭찬했어. 그러니까 남주가 머리카락을 잘라서 주려 해. 그것에 여주가 당신은 내 눈이 예쁘다고 생각하죠? 내 눈이 뽑혀 당신의 손 위에 있다면 어떨것 같나요? 라고 물어. 그것이 당신이 내게 당신의 머리카락을 주려 했을때 내가 느낀 기분이라고. 남주가 내가 당신을 화나게 했나고 물어. 여주는 당신이 날 슬프게 했다고 답하지. "당신이 당신을 소중히 여기지 않으면, 당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속상해져요."라고 여주가 말해주는데 오늘 불현듯 이 장면이 떠올랐어.

아빠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본인을 사랑했으면 좋겠어. 차라리 내가 없어도, 엄마가 없어도 잘 먹고 잘 살 사람이구나 싶게.

힝 오랜만이다. 오늘은 아빠가 창 밖으로 던진 이불을 주우러 나갔다가 또 슬퍼져서 쓰러 왔어.

겨울 내내 묵혀둔 이불이랑 외투들을 몽땅 세탁소에 맡겼었는데, 그거 내옷 두개 빼곤 다 엄마아빠 옷들이랑 이불이거든. 어디 둬야 할지도 모르고 해서 그냥 엄마 올때까지 바닥에 쌓아서 둬야지 하는 생각이었어. 근데 내방에 있는데 쿵-하는 소리가 들리는거야. 어느집인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동생이 우당탕거리면서 나와서 왜그러냐고 하는거야.

그때쯤에야 우리집인걸 알았어. 필요없으면 다 버리라더라.

너무 어처구니가 없는거 있지. 자기는 치울 생각을 조금도 하지 않고, 이거 세탁소에 가져다 맡긴것도 우리랑 엄만데. 치워져 있지 않으면 가져다 버리라니. 심지어 그냥 하는 말도 아니고 아파트에서 그 무거운걸 던지는건 무슨 큰일날 일이야. 아래 사람이 있었으면? 그걸 맞았으면? 아니면, 그걸 맞은 사람이 어쩌면 노약자였으면?

진짜 상식 밖의 일이야. 차라리 치우라고 말로 하던가... 당연한듯이 그걸 주우러 나가는게 우리인것도 서러워. 엄마는 아빠와 결혼해서 너희를 낳은 인생을 한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난 정말이지 그렇게는 못 살것 같아.

한번 침대에 누워서 폰하는걸 보고, 왜 그렇게 사나고 했던가. 그날 빼고는 참 괜찮았는데 결국 여길 다시 들어오게 됐네. 앞으로도 어느날엔가 계속 서러워하면서 들어오게 되겠지.

짜증나. 버럭버럭 소리지르는것도 욕하는것도 화낸거 온집안에 티내고 다니는것도.

오늘은 공인인증서 발급받다 화를 내더라고. 늘 화 나지, 옛날 사람이고 컴퓨터 다룰줄 모르니까 얼마나 화가 나겠어. 근데 왜 그걸 보는 사람도 기분 나빠지게 하냐는 말이야.

아빠가 욕할때마다 머리가 어질어질해지는 기분이 들어. 나한테 화내는것도 아닌데 그 욕을 들을 사람은 나밖에 없어서 그 욕을 다 내가 먹는 것 같아.

아빠랑 밥을 먹고싶지 않아. 밥 다 차려주고 먹으라 하면 그제서야 나오는 것도. 오늘 뭐 먹을까 하면 있는거 먹으면 된다면서 자기일 아닌것처럼 구는것도. 밥은 또 얼마나 빨리먹는지. 사실 같은 자리에 별로 앉아있고 싶지 않아서 나쁘진 않지만. 그래도.

태어나서 한번도 아빠가 차려주는 밥을 먹은 사실이 없다는걸 알았어. 아빠가 먼저 밥을 차리고 나더라 나와 먹으라는 말을 한번도 하지 않았어. 당연히 밥은 내가 차리는거고, 내가 밥을 안차리면 아빠는 당연하다는듯 혼자만 밥을 챙겨먹어.

우울해. 너무 힘들어. 화가 나질않고 눈물이 나. 오늘 좀 아팠어. 아빠랑 병원을 이곳저곳 다녔지. 기다리는거 싫어하는 성격 뻔히 아는데 한마디 안해서 좀 고마웠어.

어제 아파서 잠을 못자서 낮잠을 잤어. 아침에 밥을 다먹었는데 밥을 할 생각을 조금도 하질 않아. 저녁이 다 되어서야 내가 또 밥을 했어. 내가 안주면 굶고, 날 챙겨줘야 곗다는 생각은 조금도 못하고.

결국 내가 국수삶아줬어. 설거지는 당연히 하지 않아. 내가 말했지만 동생한테 하라는 말 뿐이야. 밥이 없는걸 뻔히 알면 밥을 좀 해놔야하는게 아닐까. 밥없는거 알면 밥좀 해달라고 하니까 반찬 없어서 먹기 싫대.

난 날 애증해. 죽도록 싫지만 결국 난 나이기에 사랑할 수밖에 없어. 그럼에 날 애증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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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소연 2021/07/01 17:40:37 이름 : 이름없음
12레스 너네가 들은 말중에 가장 위로됐던 말이뭐야? 가장 듣고싶은 위로는? 2시간 전 new 86 Hit
하소연 2021/07/27 00:32:27 이름 : 이름없음
9레스 병원에 입원 할 때 양극성장애 진단을 받았어 2시간 전 new 44 Hit
하소연 2021/07/28 17:42:57 이름 : 이름없음
13레스 내가 버틸 수 있을까 2시간 전 new 43 Hit
하소연 2021/07/21 02:17:01 이름 : 이름없음
364레스 🗑🗑감정 쓰레기통 스레 3🗑🗑 2시간 전 new 1334 Hit
하소연 2021/06/03 21:21:37 이름 : 이름없음
13레스 지극히 내 기준 우울증환자로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3시간 전 new 117 Hit
하소연 2021/07/28 05:57:35 이름 : 이름없음
1레스 3시간 전 new 12 Hit
하소연 2021/07/30 00:09:15 이름 : 이름없음
1레스 죽는 것도 참 어려워 3시간 전 new 15 Hit
하소연 2021/07/29 23:45:16 이름 : 이름없음
12레스 여기에 하소연하면 내가 긍정적으로 답할게 3시간 전 new 37 Hit
하소연 2021/07/29 18:17:00 이름 : 이름없음
4레스 힝구 하소연 좀 할게 4시간 전 new 14 Hit
하소연 2021/07/29 22:36:39 이름 : 이름없음
2레스 수학 실력 열등감 4시간 전 new 16 Hit
하소연 2021/07/29 22:18:39 이름 : 이름없음
39레스 누구라도 좋으니까 무슨 말이라도 해줘 4시간 전 new 110 Hit
하소연 2021/07/27 18:39:32 이름 : 이름없음
4레스 빨리 독립하고 싶다 5시간 전 new 17 Hit
하소연 2021/07/29 21:32:14 이름 : 이름없음
606레스 하소연판 잡담스레 2판 5시간 전 new 3057 Hit
하소연 2020/01/29 15:10:23 이름 : 이름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