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시발점은 오늘 새벽. 언제 잤는지도 기억이 안 나는데 꿈 내용이 소름끼쳤어.

일단 나는...... 자각몽을 꾸기는 하지만 내 의지대로 꿈을 막 조작하느니 하는 건 못해. 그냥 꿈인 걸 아는 정도. 무슨 느낌인지 알겠어......? 꿈인 건 알지만 깨어나고 보면 내가 내 의지대로 한 건 하나도 없는.

그냥 잤지, 시험공부를 하다가. 근데 꿈에서 내가 혼숨을 했어.

시작하고 나서도 꿈인 걸 몰랐고, 나도 내가 꿈 속에서 왜 그랬는지도 몰라. 토끼 인형으로 했는데 내가 아마도 피를 넣었던 거 같아...... 뭐 괜찮겠지ㅋㅋ?? 이러면서 했던 거로 기억해 그리고 토끼 인형을 화장실에 뒀어.

근데 꿈이라는 게 워낙 이상하잖아...... 현실에선 일어날 수 없는 일들도 일어나고. 나는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집이 엄청 넓음. 우리 집 아닌 줄 알았다. 배치도 비슷하고 한데 엄청 넓은... 샹들리에같은 거도 달려있었을걸.

나는 진짜 내가 뭔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다. 대충 그때의 감정같은 걸 떠올려보자면 별 생각 없이 당연한 것처럼 하던데...... 나는 부엌에 가서 식칼을 꺼냈어. 식칼을. 손잡이가 식칼 치고 엄청 예뻤던 게 기억이 난다. 날은 하얀색이었고. 그걸 인형에게 쥐여주고 나서 내 방으로 돌아가서 숨었지.

그리고 거기서부터 기억이 안 나.

잊어버렸다. 메모라도 해 뒀어야 하는데......

확실한 건 내가 들켰다는 것과, 그 인형이 인형이 아니라 사람의 모습으로 날 찾아왔다는 것, 소금물을 뱉으려 했지만 그 전에 인형이 내 볼을 쥐어서 다 흘렸기 때문에 그 상태로 조금만 더 꿨으면 꼼짝없이 죽어야 했을 것이라는 거지.

인형은 무슨 옷이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 표정 없는 토끼 가면같은 걸 쓰고 있었고, 머리가 곱슬 없이 길었는데 빨간 머리였다. 진짜 무서웠어. 나보다 키도 커.

걔가 내 상체에 칼을 찌르려던 그 순간에 딱 깨어났는데, 내 오른쪽 옆구리가 중지손가락 두 마디 정도 다 쓸려 있었어.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지만 부위가 부위인지라......

그리고 다리에 멍이 들었어. 지금은 이래. 사진 살짝 징그러울 수 있다...

이런 거 잘 아는 사람...... 있나.

괜찮아 그냥 잊고 좀 쉬어 99 퍼센트로 아무 일 없을거야

나 혼자 있을때 혼숨했는데 문을 진짜 너무 세게 두드리는 소리때문에 소름돋아서 방에서 뛰쳐나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