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헤어지자."
체스 말을 옮기며 무덤덤하게 말을 했다.
"체크 메이트네."
무미건조한 말투로 체크판을 보고 나를 본 그녀의 눈은 어딘가 비어 보였다.
이름없음2021/05/21 21:53:07ID : zQoE07aturg
"...결국 이렇게 됐네."
나는 체념한 듯이 작은 웃음을 내뱉었고, 체스말들은 어지러이 얽혀 있었다.
그녀의 완벽한 승리 아래 언뜻 진흙탕이 보인 듯 싶기도 하였으나, 이미 해는 지고 있었다.
꽤 괜찮다고 생각했던 우리의 관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한 것은,
분명 그날부터였다.
이름없음2021/05/21 23:50:41ID : pU6jeNuk02r
괜찮은 우리 사이가 조금씩 허물어지기 시작한 날. 그날은 하늘이 너무나 깨끗해서 괜스레 감성적이게 됬던 날이었는데.
곧 있자 맑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이고 비가 추적 추적 내리고 있었다.
만나기로 약속한 카페에 들어가는 순간.
나느 그 자리에서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이름없음2021/07/06 23:25:06ID : eJValjtiknw
카페 한 구석에 어떤 여자가 내 시선을 뺐어갔다. 검은 머리는 쭉 떨어지다 끝에 살짝 펌이 생겼다. 잔머리가 부스스했지만, 자연광과 어울려 잘 녹아들었다. 그녀는 눈을 꼭 감고 있는데, 살짝 창백한 피부에 맞아 그것이 마치 뱀파이어처럼 보였다. 코가 유난히 오똑하게 서서 빛을 반사했다. 그래, 그건 내가 사랑하는 그녀였다. 나는 그녀에게 달려갔다. 지친 듯 안색이 어두었다. 식탁을 보니, 커피와 디저트를 먹다 잠이 든 것 같았다. 나는 그녀의 맞은 편 의자에 앉았다. 그러자 그녀는 눈을 번쩍, 그렇게 마주친 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