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자고, 언제나처럼 개꿈을 꾸고 있었어. 허무맹랑한 내용의 유치한 거 있잖아. 동화의 내용에 대한 힌트를 듣고 맞추면 길이 열리는 미로를 친구랑 둘이 깨는 꿈을 꾸고, 우리는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키다리 아저씨를 맞추고 미로를 빠져왔어.
일단 그 친구는 내가 알고 있는 얘야, 모습도 똑같았고!
이름없음2021/07/17 19:14:15ID : Zhgjbcmk8mH
이제 미로를 빠져나오고, 눈 앞에 공원이 펼쳐졌는데 너무 익숙한거야. 으스스하게 물든 붉고 누런 낙엽들이랑 거대한 원숭이가 조각된 건물, 낡은 주홍색 벽돌로 장식된 길. 공원 입구긴 했는데 나는 이 길을 걸으면 있을 낡은 분수가 있는 연못이랑 가장 꼭대기에 있는 나무로 된 오두막 식당, 그 뒤에 넓게 펼쳐진 놀이터를 기억할 수 있었어.
벌써 5번도 넘게 꿈에서 나온 장소였고, 매번 악몽을 꾸는 곳이었거든. 진짜, 평소엔 몰랐는데 이번엔 왜 이 장소가 그렇게 익숙하게 느껴졌는지 알았어. 입구초입에서 얼른 들어가자고 뭐하냐고 물어보는 친구를 두고 한참을 고민하다가 깨달은거였고.
이름없음2021/07/17 19:16:39ID : Zhgjbcmk8mH
그래서 영 올라가기가 싫었어. 사람이라곤 단 한명도 안 보이는 음산한 악몽에 나왔던 장소를 이미 기억했잖아. 꿈이구나, 하는 것만 겨우 깨닫고 친구한테 '우리 여기 올라가지 말자, 저번에 꿈에 나왔을때도 기분 나빴어.' 하고 말을 했어.
평소같으면 대답을 정말 잘해주는 친구라, 왜? 라도 물어봤을텐데 아무 말이 없길래 의아해서 옆을 보니까
이름없음2021/07/17 19:18:44ID : Zhgjbcmk8mH
친구가 있던 자리에 남잔지 여잔지도 모르겠는 게 입 꾹 다물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어. 아까까지만 해도 비어있던 공원에 한 가득, 내 옆에 있는거랑 똑같은게 똑같은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고.
깜짝 놀라서 잠에서 깨니까 가위에 눌렸고. 진짜 기분 더러웠어..
이름없음2021/07/17 19:21:17ID : Zhgjbcmk8mH
얼굴은 하얗게 질린건지 원래 그런 색인건지 회색끼가 잔뜩 놀았고, 너무 말라서 눈이 잔뜩 돌출된 그런 몰골이었는데 머리카락도 눈썹도, 속눈썹도 안 보였어. 팔짱까지 끼고 있어서 얼굴이 꽤 가까웠는데도 말이야. 다음부터 꿈인 거 알아도 절대 말 안할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