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바탕 비가 뿌린 뒤라 땅이 질퍽했다. 내리막을 달리는 걸음에 조급함이 실려 있었다. 엊그제 삐끗한 발목이 시큰했다. 땀으로 끈끈해진 앞머리 때문인지, 발목의 아픔 때문인지 알 길은 없었지만 어쩐지 꼭 울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ㅡ 정연의, 죽었대.
형태를 갖추지 못한 말들이 혀끝에서 녹아내렸다. 이름만큼이나 단정한 부고 소식이었다. 있잖아, 나는 아직 네 언어를 기억해. 봄에 삼켜 냈던 문장이 겨울에 떠올랐다. 그때 말할 것을 그랬지. 그렇게 되뇌며 서도아는 나직하게 울음을 뱉어 냈다. 그 애가 사랑한 겨울이 유달리도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