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cmsmNAkty0t 2021/07/27 20:09:53 ID : Lffe42Nta00 0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19학번 윤 도는 정신병을 앓고 있다. % 비정기 연재 난입 가능
2 ◆cmsmNAkty0t 2021/07/27 20:10:20 ID : Lffe42Nta00 0
그리고 프로파일러를 지망하고 있다. 정의를 추구하는 반듯해보이는 청년이 정신병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주위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알 리가 없다. 그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어떻게 그가 그 위상 드높은 관악 캠퍼스 심리학과 강의실에서 이렇게 앉아 있겠는가. 어떻게 그가 같은 정신병자 사이코패스 범죄자들과 대화를 나누도록, 그런 장래희망을 가지도록 가만히 놔두겠는가! 정신병자 둘이 만나서 좋을 일이 어디 있다고. 적어도 가만히 팔짱끼고 방관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3 이름없음 2021/07/27 20:10:49 ID : Lffe42Nta00 0
아마 교수나 부모가 도의 증상이 전혀 호전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면, 지금이라도 팔다리를 쇠사슬로 꽁꽁 묶어 정신병원 구급차에 태울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그는 지금 자유로운 팔로 멀쩡히 일어서 아이패드를 허름한 에코백에서 꺼내고, 커피가 든 텀블러의 뚜껑을 따고 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잘 몰라도, 윤 도는 정상인 행세를 아주 잘했다.
4 이름없음 2021/07/27 20:12:20 ID : Lffe42Nta00 0
그리고, 자기자신이 정신병자라는 것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고명한 심리학 박사들이 제 병증을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는 것이 웃기기도, 한심하기도 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들을 마음껏 비웃어주는 것을 대가로 언덕 위의 하얀 집에서 창창한 20대 시절을 보내는 것은 썩 끌리는 일은 아니었다. 아니, 심정적인 부분에서 솔직히 말하자면 그것은 죽어도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5 이름없음 2021/07/27 20:13:04 ID : Lffe42Nta00 0
그의 정신병력은 그가 아주 어렸던 시절, 10주간의 상담 진료으로 상당부분 호전되어 완치된 것으로 되어있었다. 실질적으로 의사도, 부모도 그 심각성을 거의 알지 못했고, 당시의 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9살의 윤 도가 토해낸 제 진짜 증상은 다소 특이한 상상친구를 두었던 꼬마가 다소 늦게까지 오랜 친구와 결별하지 못하여 정신과에 내원한 아주 흔한 기록 중 하나로 남았다. 그것은 그렇게 a4용지위의 검은 얼룩으로서, 어딘가의 캐비닛 구석에서 좀이나 벼룩 따위의 평생 일용할 양식이나 되어주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6 ◆cmsmNAkty0t 2021/07/27 20:13:57 ID : Lffe42Nta00 0
“ 그 잡벌레들은 나한테 고마워해야 할걸.” 진실로 그랬다. 그가 입을 굳게 다물고 있음으로서 저 조그만 벌레 친구들은 제 소중한 먹이가 캐비닛에서 꺼내져 위험하고 따가운 햇볕 아래를 들락날락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다가 운이 안좋은 경우 종이에 묻어 같이 끌려나와 살충제 세례를 맞을 수도 있는 일이었으니, 어떠한 의미에서는 윤 도는 수 백의 생명을 구원한 셈이었다. 이 또한 은이라고 볼 수 있었다.
7 ◆cmsmNAkty0t 2021/07/27 20:14:27 ID : Lffe42Nta00 0
그러나 윤도는 항상 불안했다. 병의 증세가 얼마까지 심각해질지, 저는 전혀 알 수 없었으니. 비약이 아니라, 갑자기 어느날 본인이 회까닥 돌아버려서 가족들을 모두 찔러 죽이고 집에 불을 질러버릴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그때에 가서 벼룩이나 좀이나, 뭐 그런 것들의 목숨을 수백 살린 은을 따져서야 모르는 일이었다. 여기서는 사람의 목숨이 훨씬 중했다. 정녕 도는 스스로를 일찍이 사회에서 격리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개인의 이기로서 사회에 남기를 택했다. 그것은 인생의 은을 전부 0으로 환원하는 평생의 업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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