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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oker 2021/08/10 12:58:24 ID : 2oE2lcr88pe
🚬 Window Smoker Action 🚬 아마도 하루 한편 업로드 예정 🚬 참고자료 Coffee Talk / VA-11 HALL-A: Cyberpunk Bartender Action 🚬보는 사람 있나 항상 걱정하는 사람이니 난입을 망설이진 마시길
8/10 2021/08/10 15:17:04 ID : pbDBxO3DvBe
“오랜만에 달이나 한번 봐볼까.” 유난히 건조하고 추웠던 어느 한 겨울날 밤, 나는 어질러진 방을 뒤로 한 채 창가로 향했다. 창문을 열면 시린 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들겠지만 그래도 왠지 밖에서 피우고픈 기분이었다. “후우….” 빛난다. 모든 건물이 세상이 마치 낮인 마냥 빛났다. 우리 빌라만 빼고. 주인 닮은 우리 빌라는 동내에서 유일하게 어둑어둑하고 칙칙했다. 담뱃불을 난간에 짓이기다 문득 이런 곳에 사는 내 신세가 서러워 무심코 혼잣말이 튀어나왔다. “그래도 저 치들은 달이 이렇게 아름다워도 달이 떴는지 안 떴는지조차 모르겠지.” “맞는 말이에요.” 대답을 기대하고 던진 말이 아니었다. 언제 옆집에 사람이 들어왔을까. 나는 목소리가 난 옆집 창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염없이 달을 바라보던 네가 내 눈에 들어왔다.  “저기 사람들은 아마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조차 모를걸요." 네 말을 끝으로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나는 그렇게 말주변이 좋은 성격은 아니었고 그건 너 역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정적을 참지 못한 내가 머리를 긁으며 네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이사 오셨나 봐요?” 다시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굳이 두 번이나 양보할 생각은 없었던 내가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들어가려는 찰나 네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 “오늘 이사 왔어요. 그쪽은요?” “이 빌라에서만 5년 살았어요. 밑바닥 인생으로 내려온 거 환영해요.” “킥킥…. 그게 뭐예요. 이렇게나 달이 예쁜데 밑바닥이라니, 말도 안되죠." 창문을 닫기 위해 잡고 있던 손잡이를 놓고 네 손을 바라봤다. 고생이라곤 안 해봤을 듯한 작은 네 손은 비어있었다. 나는 아까 짓이긴 담배가 아깝다 생각하며 담뱃갑에서 한 개비를 더 꺼냈다. 라이터 불을 켜다 보니 넌 무슨 생각으로 창문을 열었을까 궁금해졌다. “이 추운 날 그쪽은 왜 창문을 열어두고 있어요? 저처럼 담배를 피우는 것 같지도 않고. 한 개비 드릴까요?” “저요? 담배는 아쉽지만 사양할게요. 음 창문을 연 이유라… 글쎄요, 어떠려나요. 그냥 이유 없는 달 구경?” “우리 같은 밑바닥은 감기 걸리면 큰일 납니다? 얼른 창문 닫고 주무시는 게 좋을걸요." “그러는 그쪽도 지금 창문 열고 담배 피우고 있으면서.” 난 손가락으로 툭툭 재를 털어내며 말했다. “전 담배가 따듯해서 괜찮아요.” “와. 진짜 한마디를 안 지려고 하네.” 나는 웃으며 연기를 내뱉었다. 너는 말하면서도 눈이 달에 고정되어 있었다.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밑바닥이라는 표현이 미안할 만큼 아름다운 달이었다. “아까 한말 취소할게요. 달이 참 아름답네요. 여기가 그렇게 밑바닥은 아닌가 봐요.” 너는 처음으로 나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그렇다니까요.” 달에 홀려서였을까. 나는 너를 멍하니 쳐다보다 독한 담배 연기에 정신을 차리고 잔불을 난간에 짓이겼다. “그거 주인아주머니한테 안 혼나요? 되게 이런 거에 민감하실 것 같은데.” “아…. 이건 같은 밑바닥… 아니 밑바닥 바로 위 동지끼리 비밀로 합시다.” “음… 그쪽 하는 거 봐서 생각해 볼게요.” 나는 한 손으론 꽁초 두 개를 창문 밑으로 떨어트리고 다른 한 손으론 창문 손잡이를 잡으며 말했다. “보기보다 뒤끝 있으시네요. 암튼 전 담배도 다 피웠고 하니 먼저 들어가 볼게요. 그쪽도 얼른 들어가세요. 진짜 감기 무섭다는 거 농담 아닙니다.” “알겠어요. 같은 밑바닥 바로 위 동지를 걱정시킬 순 없죠 킥킥. 잘 자요.” 나는 어깨를 한번 으쓱하고 창문을 닫았다. 그리고 발로 바닥을 대충 정리하고 바닥에 누웠다. 눈을 감아도 웃는 너의 모습이 생생했다. 분명 달이 너무 아름다워서, 독한 담배 연기에 취해서, 혹은 건조한 겨울바람 때문에 생생한 것이라고 착각할 뿐이었다.
8/11 2021/08/11 01:23:25 ID : pbDBxO3DvBe
그날도 담배를 피우기 위해 창문을 열었더니 창문 난간에 기대 있던 네가 내 옆에 있었다. 너는 나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그쪽은 오늘도 담배?” “뭐 저야 매일 그렇죠. 그러는 그쪽은 오늘도 이유 없는 달 구경?” “네 뭐 저도 매일 그렇죠. 똑같네요 우리.” 내가 웃으며 연기를 내뿜자 또다시 정적이 흘렀다. 어찌 보면 당연했다. 우린 어제 처음 만난 사이였고 둘 다 친화력이 좋은 편은 아니었으니까. 조용히 재만 털어내는데 네가 대뜸 말을 꺼냈다. “오늘 하루 어땠어요?” 난 재를 털어내던 손가락을 멈추고 너를 돌아봤다. 내 기대와는 달리 넌 여전히 달만 바라보고 있었다. “뭐 그냥 평범한 하루였죠. 하루 종일 일거리 찾아 돌아다니다가 아무 소득 없이 집으로 돌아오는. 잘 알잖아요. 그쪽은 어땠어요? 그쪽도 평범한 하루였나요?” “오늘은 생각할 거리가 좀 있어서 집에서만 있었어요. 소득이 없긴 했는데 이것도 평범한 하루로 쳐주시나요?” 난 담배를 다시 입으로 가져가며 말했다. “아뇨. 그건 평범한 하루는 아니었네요. 우리 밑바닥의 특유의 발버둥이 없었어요. 조금 여유가 있으신가 봐요?” “전 다니는 직장이 있거든요. 사정 때문에 쉬고 있긴 하지만요.” “오….” 나는 남은 담배를 난간에 짓이기며 말했다. “있을 때 잘해요. 나중에는 구할래도 구할 수가 없어요.” “킥킥… 방금 그쪽 되게 늙어 보였어요.” “그런가요? 저도 늙었나 봐요.” 슬슬 인사를 하고 들어가려던 순간 문득 달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날도 달이 밝고 아름다워서 절로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달이 아름답네요.” “그러게요.” 이번엔 달에 홀려서인지 그리 불편하지 않은 정적이 찾아왔다. 가만히 달을 들여보던 나에게 네가 또다시 대뜸 말을 꺼냈다. “달이 아름답네요라는 말, 일본에선 흔한 고백 방법이래요. 돌려 말하는 일본인 정서에 딱 맞는 고백 방법이라나 뭐라나.” “컥… 케헥… 뭐… 뭐라고요?” 어젯밤 내 모습이 떠오른 나는 당황해서 헛기침이 저절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괜찮아요? 그쪽이 그런 의도로 말한 게 아닌 건 알아요. 걱정하지 마요.” “크흠… 흠… 담배를 좀 끊어야겠어요.” “그래요! 잘 생각했어요. 제가 응원할게요.” 나는 담뱃갑을 방 안으로 던지며 말했다. “한번 피워보면 그런 말 쉽게 못할걸요?" 그러자 너는 벙찐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다 돌연 깔깔 웃으며 말했다. “이미 끊었거든요. 제가 그렇게 젊어 보여요?” “의외네요. 그런 인상으론 안 보였는데.” “젊어 보인다는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킥킥…” “아 방금 그건 아니라는 말을 일본인 정서로 표현한 건데요.” “와 진짜 너무하시네요. 한마디쯤은 져주시지.” 나는 한번 씩 웃어 보이곤 방의 시계를 돌아보았다. 이미 시간이 꽤나 늦어있었기에 너에게 인사를 건넸다. “전 오늘은 이만 들어가 볼게요, 잘 자요.” “잘 자요 저도 오늘은 이만 들어가 봐야겠네요.” 서로 인사를 마친 너와 나는 창문을 닫았다. 나는 그날도 대충 발로 바닥을 정리하고 바닥에 누웠다. 어쩐지 평범한 하루에 특별한 일과가 추가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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