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했던 팬 창작 모바일 게임이 있는데 멀티 플레이 형식인 데다가 유저가 많지 않아서 항상 접속하면 죄다 낯익은 사람들뿐이었어 그러다 매일 비슷한 시간대에 접속하는 유저 하나를 보게 됐거든 인식하고 나니까 호기심이 드는 거 있지 친추하고 게임 같이 돌리자고 말 걸었더니 선선히 수락하더라 그러다 그 다음 날도 다음 날도 똑같은 시간에 접속해서 자연스럽게 매일 같이 하게 됐어 거기서 문득 궁금해진 거야 나이는 몇 살일지 어디 사는지 뭘 하는지 여자인지 남자인지... 꽤 오래 채팅을 이어 가다가 알게 됐지 나랑 동갑인 여자애였어 초등학교 끝나는 시간이 다 비슷하니까 접속 시간이 같았던 거래 친구야 네 이름은 채연이야 이걸 나는 여즉 기억하고 있네 너는 강아지 형태의 캐릭터였고 나는 줄무늬 옷의 여자 살인마 캐릭터였어 거의 매일 빠지지 않고 출석하며 그런 생활을 반 년 정도 했을까 그 겨울날은 이상하게 꽤 오래 게임을 했는데도 자꾸만 아쉬움이 드는 거야 더 하자면서 몇 번이나 시간을 늘리다가 마침내 핸드폰 반납할 시간이 되었지 아쉬워서 가야 된다는 말도 못 하고 어쩌지 하면서 있었는데 그때 네가 전전긍긍하던 날 알기라도 하듯 그랬어
[ 오늘 재밌게 한 거 잊으면 안 돼! 내일 아침에 또 보자 ]
맞아 내일 아침이 있는데 나는 왜 이러고 있었을까 마침 다음 날이 토요일이라 아침 일찍부터 할 생각에 [ 내일 아침에 봐!! ] 만 남긴 채 네 대답도 듣지 않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어 다음 날은 유독 눈이 일찍 떠지더라 핸드폰부터 잽싸게 가져온 뒤 게임에 접속했는데 터치하는 족족 검은 화면만 보이는 거야 왜 그러지 싶어서 잠깐 쉬었다 다시 들어갔는데도 여전히 검은 화면이었어 이상해서 다시 깔아 보려고 몇 번의 가벼운 손짓으로 앱을 지운 순간 있지 플레이 스토어에 게임 이름을 검색하고 그런 앱은 없다는 친절한 텍스트를 건네받기 전까지 나는 뭐가 잘못되었는지 몰랐던 거야 내가 상기하고 네가 기약했던 내일 아침이 우리한테는 영영 오지 않을 거라는 걸 그때는 알지 못했던 거야
오늘 재밌게 한 거 잊으면 안 된다고 그랬지 벌써 그 오늘로부터 사 년이나 흘렀네 나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어 채연아 이제 네가 날 기억할까 모르겠다 이럴 줄 알면 마지막에 인사라도 좀 많이 나눌 걸 그랬나 봐
잘 지내고 있어?
얼마의 시간이 흐른대도 넌 기억 속에서 여전히 내 친구일 거야
이름없음2021/10/13 16:41:48ID : Bf9fSFipfbB
너무 감동적이다.... 채연이라는 애가 꼭 이걸 봤으면 좋겠어ㅜㅜ
이름없음2021/10/13 16:45:11ID : A6mNy2K589x
정말 다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보고 싶어서 혼잣말처럼 적은 글인데 그렇게 예쁘게 읽어 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