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10/26 02:56:26 ID : 2pWnU0nA3TQ 0
한번만 쓰려고 올린게 아니라 내가 쓴 소설 기록 겸 해서 앞으로 계속 쓰려고 따로 세웠어! 짧게라도 좋으니까 피드백 부탁해... 글 많이 안 써본 사람들의 감상이라도 좋으니까!
2 바다 2021/10/26 02:56:53 ID : 2pWnU0nA3TQ 0
요즘 로판에서 악녀에 빙의한 여주가 하녀들한테 역시 본성은 착하신 분이었어! 같은 소리 듣는게 짜증나서 씀 희대의 악녀가 하루아침에 선인이 되었다. 그리고 난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아, 앤!" "부르셨어요, 아가씨?" "응. 앤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 제발 그 역겨운 얼굴로 나에게 웃어주지 마세요. 부탁이니 날 괴롭게 했던 그 손을 들이대지 말아요. 형태를 갖지 못한 말은 부서져 내 입안에 쌓여만 간다. 저 반짝이는 바다 같다는 눈을 얼마나 후벼파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카스테아. 이런 내 마음을 평생 모를 원망스러운 사람아. "그 부탁이란 게 무엇인가요?" "내 데뷔탕트 때 입을 드레스를 앤이 만들어줬으면 해!" "제가, 요...?" "응! 디자인은 이미 다 그려놨으니까-"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걸까,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걸까. 당신이 대체 무슨 자격으로 내게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이해되지 않는다. 내 드레스를 찢어발겼으면서, 불태웠으면서, 걸레짝으로 만들었으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서 있기만 하자, 뭔가 이상함을 감지한 아가씨가 나에게 물었다. "앤...? 어디 아파?" "...아뇨, 아가씨. 괜찮습니다. 그저 너무 기뻐서... 잠시 멍해졌을 뿐이에요." "정말?! 그럼...!" "네. 아가씨. 그런 중대한 일을 제게 맡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난 이런 부탁 따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는데. 결국 나는 오늘도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 아가씨는 드레스가 바다색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심해처럼 깊고 깊은 바닷속에 별이 수놓아진 것 같은 드레스가 입고 싶다고 했다. 아가씨, 사실 전 바다를 본 적이 없어요. 그저 푸르고 푸른 물이 수평선 저 너머까지 아득히 이어져 있다고 들었을 뿐이랍니다. 아무도 듣지 못할 말을 조용히 읊조렸다. 바람을 타고 날아간 소리는 바스러져 형태를 잃었다. 나는 당신이 듣지 못할 걸 알고 있음에도 이야기를 계속한다. "오로지 상상에 의존해야 한다는 건 꽤나 힘들었어요... 아가씨도 참 너무하시지, 제가 바다를 본 적 없다는 걸 아시잖아요. 이번에도 절 골탕 먹이려 하신 건가요? 의도가 어쨌든 결국 당신의 눈동자를 생각하며 만들 수밖에 없었어요. 안타깝게도 말이에요." 강한 바람에 치마가 나부꼈다. 발아래로 보이는 도시의 야경은 태어나서 본 것 중 제일 아름다운 것이었다. 공기가 시리다. 난 걸쳤던 숄을 조용히 벗어던졌다. 이젠 주인 없는 천 쪼가리가 된 숄은 바람을 따라 가볍게 흘러갔다. "전 당신이 원망스러워요." 낡은 신발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찬 공기에 의해 붉어진 발끝이 눈에 띄었다. 가만히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다 말을 이었다. "평생 괴로웠으면 좋겠어요." 꼼꼼히 묶었던 머리마저 풀어헤쳤다. 긴 머리가 정처 없이 흔들린다. "그래서 바보 같은 선택임을 알아도, 이런 길을 택합니다." 마지막으로 그 말을 한 채, 나는 지붕에서 뛰어내렸다. 태어나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부유감이 어색하다. 스쳐 지나가는 주마등 속엔 내가 당신에게 맞는 모습만이 가득하다. 아가씨. 저는 당신을 평생에 걸쳐 돌봐왔죠. 미련이랄 것도 없는 인생이었지만 제일 후회되는 게 있다면 바로 그 사실일 거예요. 웃으며 눈을 감았다. 바다. 바다를 보러 가자. 이번에는 당신에게서가 아닌 이 두 눈으로 바다를 보자. 거친 파도처럼 해변을 마구 뛰어다니다가, 사라지는 바다 거품처럼 소리 없이 흩어지는 거야. 결국에 남는 건 모래에 새겨진 내 발자국뿐이기를. 내 마지막만큼은 당신에게서 자유롭기를. 그런 상상을 하며 나는 죽었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피인지도 눈물인지도 구별하지 못하며 마지막까지 상상을 하다 죽었다. 꽃잎처럼 흐드러지는 달빛이 비참하게도 아름다운 날이었다.
3 파문 2021/10/26 03:16:32 ID : 2pWnU0nA3TQ 0
너는 고요한 이곳에 파문을 일으키며 나타났다. 그리곤 이곳저곳을 마구 들쑤시더니, 결국 나에게까지 다가왔다. 철옹성 같은 내 마음을 달래고 달래서 성문을 연 너는, 결국 내 마음에도 파문을 일으키고 마는 것이었다. 쓰고 보니까 이게 뭔가 싶긴 하네...
4 이름없음 2021/10/26 09:32:25 ID : 2pWnU0nA3TQ 0
뜬금없긴한데 카스테아 사실 카스테라 먹고싶어서 만든 이름임
5 이름없음 2021/10/26 22:19:40 ID : 2pWnU0nA3TQ 0
왜... 50명이 넘게 봤는데... 없는 거야... 한 문장이라도 좋으니까 해줘으잉ㅠ
6 이름없음 2021/10/28 00:28:34 ID : 2pWnU0nA3TQ 0
너니까 그런 거 알잖아. 의미 없이 가볍게 건네는 말은 무거운 족쇄가 되어 날 붙잡았다. 네가 날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너에게 난 그냥 친구일 뿐이란 것도, 내가 이성으로 보일 일은 평생 없다는 것도, 네게 연인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 이 족쇄는 내가 찬거야. 바람에 날아갈 정도로 가벼운 말에 내가 의미를 부여했을 뿐이니까.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보석함에 내가 싸구려 보석들을 채웠을 뿐이니까. ...가슴이 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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