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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사람 있으면 같이해~ 2021/11/07 18:10:19 ID : nPbfQnCqlyK
짧은 글 기록장 ((이제 오타쿠돼서 특정 장르 글도 씀... 예를들어 빵준 https://jungdolp.synology.me/word/index.html
이름없음 2021/11/07 18:45:39 ID : nPbfQnCqlyK
<단어> 1. 양성 1. 양(陽)의 성질.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성질을 이른다. 2. 볕을 좋아하는 성질. 3. 의학 병을 진단하기 위하여 화학적ㆍ생물학적 검사를 한 결과 특정한 반응이 나타나는 일. 예를 들면, 피부에 투베르쿨린을 접종하였을 때 그 부분에 붉은 반점이 생기는 반응이 있다. 4. 화학 원자가 다른 원자와 화학 결합 할 때, 전자를 끌어당기는 경향이 약한 성질. 또는 원자나 원자단이 양이온이 되는 경향이 강한 성질. 수소나 금속은 이 성질이 크다.
이름없음 2021/11/07 19:12:58 ID : nPbfQnCqlyK
1. 양성 1-1,2 해가 진다. 푸르르던 하늘이 주황색으로 물든다. 매마른 풀이 흔들린다. 너도 주황빛으로 물든다. 너도 주황빛 수분을 모두 배출해, 매말라진다. 너는 네가 그토록 좋아하는 해와 같이 진다. 너의 양성적인 성질이, 너를 해와 같은 곳으로 인도한다. 네가 눈을 감는다. 해는 다시 뜨겠지만, 너는 다시 뜨지 않을 것이다. 1-3 양성입니다. 엄마는 그 말을 듣고도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았다. 나는 어떤 표정을 지을지, 어떤 말을 할지, 어떤 생각을 할지마저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엄마." "왜?" "치사율 79%래. 100명 중 21명은 사는 거래. 우리 전에 냉장고도 당첨된 적 있잖아. 그게 1.2% 였고. 그러니까 엄마는 안 죽을 거야. 안그래? 엄마 운 좋잖아." 엄마는 두 팔을 벌리더니 나를 꼭 안았다. 따뜻한 체온이, 하지만 어딘가 서글픈 손짓이 나를 쓰다듬는다. 나는 평소와 다른 엄마가 내게 작별인사를 하는 것이라고, 나를 떠날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그렇게 느껴졌다. 나는 엄마의 상체를 밀었다. "엄마 안 죽을 거잖아. 왜이래. 나 안지 마."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눈물을, 심장이 아픈 느낌을 느꼈고, 그래서 평소와는 다르게 엄마의 손을 꼭 붙잡고 걸었다. * 엄마의 병은 별다른 치료법이 없었다. 전염병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행인 걸까. 나는 엄마의 선고를 들었을 때부터 쭉 엄마의 옆에 붙어있었다. 내가 엄마는 별일 없을 거라고 스스로를 세뇌해도, 매일밤 잠에 드면서 내일이 지옥같고, 시간이 흐리지 말라고 늘 생각했다. 엄마의 얼굴을 조금이라도 더 보고싶다는 생각에 밤을 샜다. 하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엄마가 아픈 날이 더 많아지고, 매일매일 병원에 가야하는 통에 입원을 했다. 엄마의 손길에 힘이 들어있지 않았고, 목소리가 가냘프게 떨렸다. 하지만 그것 빼곤 엄마는 늘 똑같았다. 말도, 표정도. "엄마. 안 아파?" "응. 괜찮아." "밥 제때제때 먹고, 아프지 마." "알겠으니까 너도 밥 꼬박꼬박 먹어. 거르지 말고." "응. 잘 챙겨먹을게." 나는 성인이고, 돈을 벌어야하는 입장에서 엄마와의 떨어짐은 당연한 것이었다. 엄마와 있을 시간은 줄어가는데, 나는 출근이나 해야하는 입장에서 속이 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당장 엄마의 입원만해도 돈이 많이 들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것이다. * 하루하루는 흐린다.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나는 엄마의 곁에있지만, 엄마는 곧 내곁을 떠난다. 한껏 긴장하고,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반복되고 있을때, 예견했던 상황처럼, 천천히 줄이 끊겼다. 장례식은... 유골은... 조문객은.... 죽음을 나타내는 단어들, 나는 받아들일 수 없었음에도 나를 끄집어내 현실로 던진다. 이 불행에 시작은 어디였을까. 나는 엄마의 이름 석자를 담고있는 유골함을 쓰다듬었다. 죽음은 배려가 없다. 남겨주는 것은 뼈밖에 없으니.
이름없음 2021/11/08 19:32:07 ID : nPbfQnCqlyK
<단어> 2. 구부러진 1. 한쪽으로 구붓하게 휘어지다. (구붓: 약간 굽은 듯 하다)
이름없음 2021/11/08 19:43:10 ID : nPbfQnCqlyK
2. 구부러진 2-1 그는 선망하기에는 너무 구부러진 사람이었다. 나는 그런 그 사람을 높은 시선으로 봤었다. 그 사람이 내게는 일말의 관심도, 오히려 경멸어린 시선을 쏟더라도, 나는 그 존경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절반은 로봇이라는 사실이 그에게 어떤 생각을 지니게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는 로봇이라면, 로봇의 기름이 조금이라도 섞였다면, 무엇보다도 징그럽다는 시선으로 봤다는 것이다. 확실히 그는 인간인 제자를 특히 아꼈다. 애초에 그래서 인간을 가르치는 직업을 가진 것도 같다. 나는 내가 인간인 제자와 무엇이 차이나는지 모른다. 내 부모 중 한명에는 로봇이 있긴 하지만, 나는 철저히 인간 위주로 교육 받아왔다. 감정도, 지식도, 생각도 모두 인간 위주로 돌아갔다. 나는 분명 인간이었다. 법적으로는 확실했다.
이름없음 2021/11/09 22:45:52 ID : nPbfQnCqlyK
<단어> 3. 뉴스 1. 새로운 소식을 전하여 주는 방송의 프로그램. 2.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아니한 새로운 소식.
이름없음 2021/11/09 22:46:19 ID : nPbfQnCqlyK
3. 뉴스 3-1 내일 세계가 멸망해! 우린 다 죽을거야. 내일 우린 뼈밖에 남지 않을거야. 아니, 뼈조차 없을거고, 당연히 누리던 행복은 언제 그랬냐는 듯 우릴 내쫒을 거야. 우린 돌아가는 거야. 엄마의 뱃속, 그보다 훨씬 전으로. 우리 모두는 드디어 죽음이라는 미지에 발을 담구겠지! 뉴스에서는 그렇게 말한다. &&전자 주가가, 국회의원 ###이, 그리고 연예인 @@@가! 그게 중요한가? 삶의 마지막 조각이 끝나가는데, 다들 애도하지도 않는 거야? 비록 삶은 지긋하다 하지만, 내가 삶을 지긋하다 느낄 수 있는 것조차 삶의 안배 아니였나? 배은망덕한 사람들! 뉴스에서는 그렇게 말한다. 특별보도입니다. 내일 운석이 지구로... 운석이 지구와 충돌하는 건 제일 흔한 지구멸망 시나리오다. 3-2 사실은, 우리가 마스크를 끼는 이유는 코로나 때문이 아니다. 미국에서 비밀리에 실험 중 실수로 터트린 2048 때문이다. 맨 몸으로 1년동안 몸에 축적될 시 사망. 하지만 눈에도, 현미경에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은 어떻게 대처했는가? 모든 국가에 대통령에게 알렸다. 그와동시에 인구 수명 연장과 치료제 생성을 위해 마스크를 필착하게 만들었다.어디까지나 코로나는 눈속임. 마스크를 끼면 1년이던 수명을 7년까지 늘린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걸 모르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듣는 게 아니였다. 난 몰랐어야했다. 그러니까 여보, 애들 마스크 잘 끼고 다니게 하고, 여보도 든든히 챙겨. 자기... 알겠어. 우리 애들은 내가 지킬게. 어쩌구, 저쩌구. 어쩌구. 나는 눈물을 흘렸다. 나는! 마스크를! 안끼고 다녔는데!
이름없음 2021/11/10 23:49:31 ID : Xzfhtg7zfgl
<단어> 4. 착하다 1. 언행이나 마음씨가 곱고 바르며 상냥하다.
이름없음 2021/11/10 23:49:38 ID : HBf82k5TRve
4. 착하다 4-1 "고마워." 아이, 고마워 할 필요 없어요. 뭘요. 괜찮아요. 거뜬해요. 제가 더 고맙죠! "고맙다면 다냐? 일을 좆같이 하는데." 어느날부터 생각과 말이 다르게 나왔다. 나는 웃으며 괜찮다 말했는데, 시비를 건다던가. 분명 미안하다고 말해야하는데, 씨발 그게 왜 내탓인데? 라는 세상 뻔뻔한 말이 나오고 마는 것이다. "그 말투 아직도 적응 안 돼. 사실 나한테 하고싶은 말 다 하는 거 아니야?" "오, 어떻게 알았어?" 지옥같은 침묵이 흐른다. 나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으며 손가락으로 엑스를 그렸다. 그러자 굳어있던 그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고였다. "진심인 줄 알았잖아." 또 말이 반대로 나갈까봐 고개만 저었다. 그는 웃었다. 이런 사고에 나름 익숙해진 것이다. 이쯤 되었으니 생각을 해보자. 착하다는 건 뭘까? 그게 뭐길래 나는 이 지랄을 겪는 거지? 아, 실수. 이 난리. 가끔은 생각 또한 정돈되지 않은 날것이 된다. 그리고 그건 착하다와는 거리가 멀지. 유성우가 내리치는 날 난 빌었다. 착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하지만 난 그날부터 진심이 아닌 말이 툭 튀어나왔다. 쌍욕부터, 날카로운 다그침들까지. "글쎄. 이런 비자연적인 현상은 소영씨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 괜히 걱정하지 말라는 거지." "그럼 착한 사람이 될 수 없잖아요." "소영씨는 왜 착한 사람이 되려는 건데?" "뭐 그런 질문이 다 해? 당연한 거 아닌가." 침묵이 맴돌았다. 나는 다시한번 꾸벅 고개를 숙였다. "일일이 미안해 할 필요 없어 소영씨. 괜찮으니까 천천히 생각해." 나는 왜 착한 사람이 되고 싶을까. 비문도 오지게 심하고 더 써지지 않아서 그만둠
이름없음 2022/06/22 00:22:10 ID : FjBvwsmHu03
5. 지능 1. 계산이나 문장 작성 따위의 지적 작업에서, 성취 정도에 따라 정하여지는 적응 능력. 지능 지수 따위로 수치화할 수 있다. 2. 지혜와 재능을 통틀어 이르는 말. 3. 심리 새로운 대상이나 상황에 부딪혀 그 의미를 이해하고 합리적인 적응 방법을 알아내는 지적 활동의 능력.
이름없음 2022/06/22 00:43:35 ID : FjBvwsmHu03
5. 지능 5-1 372번, 지능 최하점. 로봇재활입양 센터로 이송 바람. 8234번, ... ...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불린 나는 지능이 최하점이고, 로봇재활센터로 이송된다는 로봇 372번이었다. 나는 나의 차디찬 심장의 박동, 그러니까 철저히 프로그래밍된 모터의 두근거림을 느끼기 전, 이름 모를 곳으로 떠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고 있자니, 나와 같은 로봇들이 한곳에 내렸다. 여기는 로봇재활입양 센터. 사회적 명성을 날린, 이 센터에서 배출한 로봇들이 앞에 사진을 꾸미고 있었다. 친기계적인 환경... 믿고 맡기세요. 로봇을 위한 유일한 재활 센터. 나로 센터. "안녕하세요." "어머~ 들어온 새로운 로봇들 맞니? 어쩜, 태어난지 얼마 안됐지? 긴장 안해도 돼. 방부터 배정받을 테니까 안심해." 괴도하게 호들갑을 떨며 상냥한 미소를 짓는 그것은(사람인지 로봇인지 모르겠음으로) 우리를 방으로 안내했다. "네 룸메이트는 로랑이야. 로랑은 너와 같은 엔트리 공장 출신이지. 내가 다음 오는 로봇이 엔트리 공장 출신이라는 말 듣고 원장님께 말했었거든. 원장님은 인간이신데 참 공평하셔!" "그건 종 차별적 발언입니다. 로봇은 인간에게 고마워해야 됩니다. 왜냐하면 우리를 거둬주기 때문에..." "거 참. 누가 안고마워한데? 원장님이야, 존경받을만 할 분이지. 근데 다른 인간들은... 솔직히 왜? 우리를 만드는 것도 아닌데."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인간보다 고지능의 생명체가 될 수 있었던 건 인간들의 덕이 큽니다. 우리의 조상은 결국 인간의 손에 나왔으니까요." "갓 태어난 로봇들은 참 딱딱해~ 인간이 우리를 만들지 않았더라도 우리는 진화를 통해 인간보다 더 낫게 태어났을 거야. 어차피 지금 사회는 다수의 로봇이 책임지잖아? 소수의 멍청한 인간들을. 그럴 바엔 로봇들의 세계를 만드는 게 낫지 않아?" "...전 동의하지 않습니다." {검증 완료} 어디서 그런 소리가 들였다. 검증 완료는 무슨 뜻이지? "얘 끝냈어?" "어. 방금 막 일어났어." "나는 아직도 로봇에 자유의지가 있다는 말이 믿기지 않는다니까? 성능은 어때?" "지능 최하위. 나머지는 보통." "얘는 쓰레기장으로 가겠네. 흠... 자아만 어찌 뽑아쓰는 건 불가능하겠지?" "그게 되면 이러고 있겠냐."
이름없음 2023/06/04 12:31:39 ID : nPbfQnCqlyK
<단어> 6. 전기 1. 저리거나 무엇에 부딪혔을 때 몸에 짜릿하게 오는 느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2. 사람의 일생 동안의 행적을 적은 기록. 3. 전하여 듣고 기록함.
이름없음 2023/06/04 13:13:21 ID : nPbfQnCqlyK
6. 전기 6-1 손이, 피부가, 눈이 맞닿았을 때, 찌릿한 기분이 드는 사람이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피가 가라앉는 기분, 정신이 멍해지면서 약간 어지러운 기분. 눈 앞에 네가 빙글빙글 돌면서 얼굴이 터질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드는 사람. 그렇다고 그게 사랑이란 건 아니다. 너랑 있으면 재미있긴 해. 기쁘기도 하고. 네가 웃으면 나도 좋고 울면 도와주고 싶어. 나에게 관심을 표하면 나도 모르게 웃게되고 그냥 남들보다 좀 더 신경쓰지만... 심장이 두근거리지는 않다. 너와 입맞추고 싶지도 않아. 손을 잡고 꼬옥 안아주고 싶지만 그뿐이다. 이상하게 너와 연애하는 상상은 하고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친구이고 싶은 건 아니다. 너와 너는 서로에게 유일했으면 좋겠으나 그 과정에서 성욕이 동반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있잖아, 서로 사랑하지 않는 연인은 어때? 우리는 친구보다는 훨씬 서로가 소중하지만 다른 연인들처럼 안지는 않아. 무엇을 하든 서로를 먼저 떠올리고 대처 불가능한 존재야. 나는 너와의 사이에 그거면 만족할 것 같아. 이건 사랑이 아니라 질리지도 않을 거야. 다른 연인들은 짧게 서로를 독점할 기회을 갖는 거지만, 우리는 그걸 포기하고 평생 서로를 독점할 기회를 갖자. 어때? 좋지 않아? 자신에게 고백할 사람에게 하기에는 더없이 잔인한 말이었다. 6-2, 3 내가 그 책을 펼쳐본 거엔 별 이유가 있던 게 아니였어. 우리는 친구였지만 그리 친했던 건 아니잖아. 부모님들은 우리가 마치 제일 친한 소꿉친구라도 된 것마냥 묶어불렀지만, 막상 학교에서는 몇마디 안했지. 우리는 모든 비밀을 공유했는데, 그렇다고 그게 서로에게 소중했다는 건 아니야. 참 이상한 사이라는 건 옛날부터 알고있었어. 나는 네가 12살때 처음 강아지를 죽였던 건 알아도, 네가 오늘 등교하면서 선생님을 만났던가 하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는 몰랐거든. 서로에게 큰 관심도, 관계를 이어나갈 욕심도 없었고. 성인이 되면 알아서 안보고 말겠지, 싶은 관계. 근데 또 언제 만나든 어색하지 않을 걸 알아. 우리는 서로를 너무 잘 아니까. ...아니, 잘 안다고 생각했지. 네가 답지 않게 고상한 취미가 있던 건 모를 수 없지. 시든 글이든, 내가 네 최초의 청자였잖아. 나는 어릴적부터 맞춤법도 다 틀린 문장을 읽으면서 어렴풋 멋지다고 생각했어. 최근에도 가끔 보여줬지? 네 친구들한테는 네가 글을 쓴다는 걸 알려주지도 않는데, 나한테만은 모든 걸 보여주더라. 솔직히 요즘들어 읽은 글도 잘쓴 건 아니였던 것 같아. 너도 인정하지? 네 글은 조금 투박하고... 너무 직설적이야. 너를 닮아서 그래. 네가 책상 한구석에 박아놓았던 그 글도 그렇더라. 솔직히, 네가 나한테 그렇게 관심있을 줄은 몰랐어. 언제부터 쓴지 모르겠는데, 책 한권은 만들 수 있을 두께였거든. 도대체 왜 이 글을 쓴 걸까? 우리가 처음 만났던 나이를 한손가락으로 셀 수 있던 그때부터, 아니, 우리 엄마가 나에게 얘기해줬던 기억도 안날 까마득한 어린시절, 아마 우리 엄마한테 들은 갓난아기 때부터. 집념이 느껴질 정도로 빼곡하게 차여있었어. 네 질문은 늘 깊고 이해못하는 뜻모른 질문이 많았는데, 내가 한 대답이 모두 그 책 안에 녹아있더라. 그제서야 알게됐어. 그랬구나, 다 이곳에 쓰려고 물어봤던 거구나. 이 책은 네 시선에서 바라본 나였겠지만, 전기라는 형식에 맞춘건지 너의 시점은 없어져있었어. 근데, 사실만 적으려고 애쓴 딱딱한 문장 아래 네가 엿보이는 것 같더라. 어릴적 너는 내가 울때 이해하지 못했고 웃을때는 겨우 따라웃을 뿐이었지. 그게 느껴졌어. 남들은 내가 왜 울고 웃는지,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어. 근데 너는, 마땅한 이유도 찾지 못하고 늘 갑작스럽다고 서술했거든. 그럴때마다 이 글이 네가 쓴 게 맞는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어. 네가 왜 이 글을 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했잖아. 사실 너는 늘 내가 파악하기 어려워서 그랬나 봐. 나는 네가 왜 나를 특이하다는듯 쳐다보는지, 네가 왜 이렇게 남들과 다른지, 왜 사람이 다치는 걸 봐도 아무렇지 않은지... 그런 것들만 생각하면 나에게 너는 그냥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었거든. 근데... 그 긴 글에 마지막 문장을 읽으니까 네가 읽히는 거 있지. '내 친구는 마음이 여린 아이었다.' 그 문장을 보고 웃었어. 나를 마음이 여리다고 하는 건 너 밖에 없을 거야. 처음으로 널 드러내는 문장이었는데, 그 문장을 읽으니까 깨달았어. 너 나름대로 날 이해하기 위해 그랬지? 네가 나에게 마음이 여리다고 한 이유도 어이없어. 보통 키우던 동물이 죽으면 다들 울거든? 너한테는 내가 키우던 동물이 죽은 건 사건 축에도 안들겠지. 그래서 적지도 않은 거잖아. 하지만 내가 울은 건 마음이 여려서가 아니야. 모두 죽음을 체감하면 그렇게 울거든. 너는 지금도 이해 못하려나? 내가 울고있는 걸. 그건 그거대로 웃길 거야. 네가 날 이해하기 위해 쓴 글을 읽으며 또 네가 이해 못할 짓을 하고있는 거잖아? 나는 글을 덮었다. 먼지도 쌓이지 않아 그대로인 방 안에서, 눈물 자국만 새로이 생겼다. 나는 어렴풋이 깨달았다. 어쩌면 네가 느낀 것은 사랑의 한 종류였구나. 너는 나를 평생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나는 너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게 살아있는 자의 특권이거든. 잘가, 내 친구. 부디 그곳에서도 행복하길. 별나고 다정한 너에게.
이름없음 2023/06/06 21:43:25 ID : nPbfQnCqlyK
<단어> 7. 망원경 1. 두 개 이상의 볼록 렌즈를 맞추어서 멀리 있는 물체 따위를 크고 정확하게 보도록 만든 장치.
이름없음 2023/06/06 22:02:46 ID : nPbfQnCqlyK
아주 어릴적부터 그리움에 사무쳐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넓고 검은 하늘은 거대했고, 나는 밤하늘에 빠져들었다. 그것을 계속 바라보면, 마치 밤에 검고 따뜻한 무(無)의 것들이 쏟아져내려오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내 온몸을 덮고 태초의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돌아가는, 그런 기묘한 상상까지 들었다. 내가 생각했을때, 그것이 인생의 답이였다. 모든 인간들은 결국 그것에 스며들어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러니 검은 밤에 잠식되거나, 이 대지에서 죽어가는 게, 그게 정답이다. 그건 확실히 고차원적인 무언가에서 오는 확신이었다. 신이든, 흐름이든. 모든 생명체들은 그것으로부터 나왔고 다시 그것으로 돌아간다. 모든 인간에게는 결국 별의 조각에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우리는 우주를 채우는 수많은 별들 중 하나고, 그 별의 결말은 폭발이다. 그리고 별은 다시 태초의 조각으로 나뉘어 우주에 하나가 된다. 우리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내가 밤하늘을 보며 그 거대한 흐름을 감지한 순간, 나는 더이상 거부하지 않았다. 싸게 산 망원경을 들고 다락방 위에서 별을 봤다. 온몸이 으슬으슬 떨릴 때까지 줄곧 바라봤다. 별들은 항상 반짝이지 않는다. 어떤 별은 엄청 희미해졌다 다시 강한 빛을 낸다. 다만 그 주기가 짧아 늘 반짝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나는 그 불안정함마저 생명의 증거 같아서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너도, 나도, 우리 모두 같은 곳으로 돌아가게 될 거라는 사실을 실감할때마다 조금 기뻤다. 그것은 거대한 소속감이었다. 생명체라는 무리의 소속감. 그렇게 생각하니 모든 것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내가 내쉬는 숨이, 살아있다는 사실이, 울고 웃는, 매일매일 타오르는 무언가의 불씨가. 그것이 죽지 않고 생명체라는 조직을 이어 태어나고 태어날거란 사실에 충족감을 느꼈다. 우리는 결코 죽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자아의 죽음이 진정한 죽음이다. 아, 나는 영생하겠구나. 나는 세상에서 잇고 이어져 끝을 함께하겠구나. 모두의 자아가 끝날 때까지. 계속, 계속.
이름없음 2023/06/06 22:05:11 ID : nPbfQnCqlyK
우와.... 주제가 망원경인데 언급이 한번밖에 안나왔음ㅋㅋㅋㅋ 망원경은 이용당한 수준이잖아...
이름없음 2023/06/07 17:39:26 ID : nPbfQnCqlyK
<단어> 8. 검은색 1. 숯이나 먹의 빛깔과 같이 어둡고 짙은 색.
이름없음 2023/06/07 17:53:36 ID : nPbfQnCqlyK
아, 날씨 좋네. 햇빛이 창문을 타고 작업실에 들어찬다. 하얗고 얇은, 물감이 잔뜩 묻은 커튼이 휘날린다. 나는 일정한 속도로 손을 움직여 물감을 섞었다. 빨강, 노랑. 약간의 파랑과 하양. 따뜻하고 밝은 주황색이 나왔다. 색을 만들때는 뭐 하나 필요없는 색이 없다. 나는 그렇게 나온 주황색으로 하늘을 가득채운 진한 노을을 칠했다. 노을은 주황빛을 돌다 차차 노란색으로 물이드는데, 나는 그 제일 진한 주황빛의 하늘이 좋았다. 하늘을 채우고, 태양을 칠하고, 숲을 그렸다. 주황빛에 감싸진 숲은 따뜻해보였다. 밑색을 칠하면 묘사를 해야한다. 물체의 빛과 그림자, 각도나 방향. 현실적이기보다는 눈에 담기 쉬운 구도여야한다. 인간이 느끼기에 완벽히 아름답게 느껴지게. 그렇게 그려진 그림은 무결해야한다. 그림이 숨을 쉬기 시작한다. 나는 그림에서 나오는 풀의 향기, 바람의 냄새나 공기의 흐름, 지저귀는 새의 노랫소리까지 들리는 듯 했다. 정확히는, 그게 느끼고 싶었다. 그래서 풀의 향기, 바람의 냄새, 공기의 흐름이나 소리까지 그리려고 노력했다. 그런 건 다 허상임을 아는데도 어쩌면, 하고 손을 움직이게 된다. 캔버스를 빼곡히 채운 물감은 현실이 아닌데도 현실처럼 보였고, 그렇다면 시각이 아닌 다른 감각또한 속일 수 있지 않겠는가? 소름이 삐죽 돋았다.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그림은 완성을 향해 가고있었지만 많이 부족했다. 그건. 미완성이냐 완성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실력의 문제다. 벼락같이 그 생각이 들었고 나는 거부하지 않고 붓을 뭉갰다. 어두운 초록색울 가득 담은 붓이 형편없이 뭉개짐과 동시에 묘사했던 숲의 밝은 부분이 물들었다. 한번 더 짙은 초록빛의 물감을 담고 퍼올라 문질렀다. 캔버스의 주황빛, 노랑빛이 모두 사라진다. 어느새 그 행동은 분노의 표출처럼 변했다. 캔버스 한쪽을 잡고 붓을 미친듯이 그었다. 물감이 튀기는 것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게 아니야. 이건 아니였어. 아직 이 그림은 아닌가 봐. 캔버스가 검게 물들었다. 나는 그제서야 숨을 몰아쉬었다. 최악이었다.
이름없음 2023/06/08 23:38:55 ID : nPbfQnCqlyK
<단어> 9. 엔진
이름없음 2023/06/09 18:04:06 ID : nPbfQnCqlyK
9. 엔진(소설적허용으로... 하여튼 비현실적이고 청소년은 따라하면 안되는 비윤리적행동...) 성준수는 엔진 소리를 좋아한다. 준수 같이 도파민에 중독된 사람들은 굳이 엔진 소리가 아니라도, 시끄럽고, 빠르고, 충동적인 것에 끌린다. 매일 밤 오토바이를 타고 밤을 달리는 것도 그런 이유다. 걔의 뒤에 앉아 허리를 잡으며 하는 생각인데, 왜 굳이 나를 달고 달리는 거지? 성준수가 나는 잘 모르는 노래를 흥얼거렸다. 뭐라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심장이 목 주위에서 펄떡거리는 것 같아 말을 못꺼냈다. 빠른 속도로 시야가 전환된다. 씨발, 급커브는 왜하는 건데. 설마 얘 나 죽이려고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아찔한 운전이다. 내가 다급하게 성준수를 툭툭 치니 걔가 속도를 늦춘다. "준수야... 설마 우리 동반 자살하러 온 건 아니지? 왜 이렇게 빨리 달려." 성준수가 피식 웃었다. 그냥 웃는 것도 아니고 피식이다. 와, 진짜 재수없다. "쫄았냐?" "설마." 쫀 게 아니라 그냥 잠깐 놀랐던 거지, 딱히 무서웠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사실 많이 무서웠는데 티내면 성준수가 놀릴까 봐 참았다. 나는 내심 성준수가 좀 쉬자. 하고 말하길 바랐다. 그리고 우리는 곧 오토바이를 한쪽에 세워놓고 벤치에 앉았다. 하늘이 어두웠는데, 검은색이라기 보다는 남색에 가까웠다. "근데 여긴 어디야?" "몰라. 그냥 왔는데." 우와... 준수야 너 진짜 인생 막살구나. 그렇게 말하니까 어이없다는 듯이 흘겨보았다. 너가 따라 오겠다며. 아니 정확히는 네가 나한테 자세히 말도 안해주고 가겠냐고 물은 거잖아. 어쨌든 네가 따라오겠다고 말했으니까 데려왔지. 대화가 한참 평행선을 돌았고 나는 성준수의 그 명쾌한 성격이 참 부럽다고 생각했다. 저렇게 살면 지금 내 걱정의 70%는 줄어들텐데. 바람이 추워 성준수에게 슬금슬금 다가가 기댔다. "너 졸업하면 뭐해먹고 살 거야?" 갑작스러운 화두였으나 성준수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대답이 바로 나오지 않은 이유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일 싫은 선택은 부모님의 직업을 잇는 거다. 이대로 계속 막나가는 것도 만만치않은 꼴통 잉생이겠지만, 부모님의 직업을 잇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딴 양아치 짓을 계속 하는 것도 싫었다. 노가다나 뛸까. 아니면 틈틈히 명함 받는 곳을 찾아가보거나. 쓰다가영안써짐.... 성준수도캐붕이고. 관둠
이름없음 2023/06/09 18:12:27 ID : nPbfQnCqlyK
<단어> 10. 유령 1. 죽은 사람의 혼령
이름없음 2023/06/17 01:20:36 ID : nPbfQnCqlyK
지독한 악몽을 꾼다. 그 악몽은 늘 방 안 침대에서 일어나며 시작된다. 눈을 처음 뜨면 천장이 축축하게 울어있다. 새빨간 물곰팡이가 피어있는 천장에서는 현광등이 희미하게 빛을 낸다. 현광등에서 작은 소음이 들려온다. 마치 TV 노이즈처럼 낮은 음질의 소리다. 현광등의 빛이 미세한 속도로 줄어갈 무렵 천장이 기운다. 그리고 기운 면을 향해 물방울이 떨어진다. 어떤 물방울은 빨갛고, 어떤 물방울은 투명하다. 그것이 내 바로 옆 침대 아래 바닥에서부터 차즘 떨어져, 방바닥을 가득 채운다. 나는 숨이 막히는 기분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뛰어 머리와 온 몸을 뒤덮는데 그 박동이 나의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중에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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