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본의 탐정이었는데 의뢰를 받음.(3인칭 시점과 1인칭 시점을 왔다갔다 함)
입주하는 사람마다 소사燒死한 시체로 발견되는데 정작 집 안은 그을린 자국 하나 없는 말끔한 상태인 기묘한 사건. 의뢰를 넣은 사람은 4번째 입주자인 부부의 부인 쪽. 정말 싸게 내놓아진 집이라 찝찝해도 들어왔는데 한동안 무탈하다 남편이 집에서 자꾸 이상한 걸 보기 시작해서 맡긴 의뢰. 부부는 5살 난 어린 아들이 있어서 혹시라도 아이에게 해가 갈까봐 더 불안해 했음.
그래서 내가 집에 가봤는데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깔끔한 2층 목조 집이었음. 크림색 외벽과 검정에 가까울 정도로 짙은 갈색빛을 띤 목재가 기억남. 요새 지어진 집 답지 않게 전통 가옥의 외관을 하고 있어서 그랬던 것 같음.
나는 안에 들어가서 집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부부의 인간관계나 전 입주자들의 인간관계, 집을 지은 회사 등을 조사해봤지만 실마리가 없어서 골머리를 앓던 도중 남편 쪽이 집안에서 크게 다치는 일이 발생함. 가스가 터졌나 그랬음. 비명을 듣고 달려간 부인의 신고로 병원에 실려간 남편은 깨어나자마자 뭔가가 집안에 있다는 말만 반복.
결국 부부는 거주를 포기하고 짐을 뺐고 나는 의뢰인이 포기했으니 의뢰에서 손을 뗌.
이후 갑자기 화면 전환되고 영화처럼 '3개월 뒤' 라는 자막이 뜨고 나는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사를 보다 그 사건의 진범이 잡혔다는 기사를 보게 됨.
범인은 사이비 종교의 신도들.
그 2층짜리 집이 일종의 신단이자 교의 거점같은 거라서 입주하는 사람마다 불태워 죽인 거였음. 그런데 교리에 아이를 소중히 여기고 신처럼 떠받드는 그런 게 있어서 신도들은 내게 의뢰를 한 그 부부에게 아이가 있는 걸 보고 처음으로 막 죽이는게 아니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죽인 뒤 아이는 빼돌리려고 했던 거임. 하지만 남편 쪽이 묘하게 감이 좋아서 아슬아슬하게 들킬 뻔한 일이 많아지자 남편을 먼저 죽이려 했으나 실패했고 꼬리가 잡힌게 일의 전말.
아, 그랬구나, 하며 기사를 읽던 나는 마지막 문장을 보고 소름이 돋아함. 신도들은 집의 천장에 숨어들어(그니까 1층 천장과 2층 바닥 사이 그 좁은 틈) 살았다는 거임.
그리고 영화처럼 내가 그 집을 조사하고 부부와 이야기하던 그 모든 순간 동안 천장의 틈으로 날 지켜봤을 신도들의 시점에서 내가 비춰지고 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