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2/02/17 14:58:30 ID : ilzQpXwLhAj 1
2022/2/16~ 난입환영 간단한 정보 -17살 여자 -여자친구 있음, 양성애자 -장거리 연애 -아빠랑 둘이 살고 있음 -친언니는 서울에서 고시준비 -우울증, 불안장애 치료 시작한지 반년 -정신과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 병행중
2 이름없음 2022/02/17 15:02:35 ID : ilzQpXwLhAj 0
2022/2/16 오늘 언니를 거의 20일 만에 만났다. 너무너무 고대하던 날이 드디어 도래하니 심장이 뛰었다. 어제 밤을 샌 탓인지 조금만 눈을 붙이려했던게 몇 시간을 자버려서 그녀를 서운하게 만들었다. 미안했다. 너와 함께하는 시간이 너무 소중한데, 한낱 잠 따위를 이겨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내가 나를 나약한 사람으로 느껴지게 만들었다. 같이 영화를 보는데 왜인지 내일 언니와 헤어지고 난 뒤 내가 느낄 공허함이 지금의 나를 덮치는 것 같았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제까지도 항상 작별의 순간은 슬펐지만 이정도로 안타까웠던 적은 없었는데. 아, 내가 지금 많이 외롭나?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추측은 맞았다. 난 내가 외로운 걸 인지하지 못했다. 내가 외로운 식사에서 음식을 삼키지 못했던 이유,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매일 눈물을 흘렸던 이유가 꽤나 설명되었다. 그녀에게 말했다. 너무 외롭다고. 언니는 울었다, 나만큼, 혹은 그보다 더 많이 울었다. 나는 언니의 우는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외롭지 않은 사람은 아닐지라도, 외로움을 감사함으로 귀결시킬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내가 외로움 때문에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은 날 사랑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하다, 신을 믿진 않는다, 그러나 왜인지 그가 나에게 동아줄을 내려준 듯한 느낌이 든다. 내가 가진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느껴진다. 사랑이 전부구나, 사랑만이 모든 것을, 모두를 보호하는 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3 이름없음 2022/02/17 15:08:28 ID : ilzQpXwLhAj 0
그냥 어제 끄적였던 글 그때 나는 그토록 미성숙 했나. 아픔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깨닫지 못한 채, 왜 사랑이 이리 아픈 것이냐며 신을 탓했었나. 신은 없다 믿으면서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그런 자가당착. 구심점이 내핵이듯, 세상의 모순점은 나인 듯한 감상. 그것이 널 사랑함에도 눈물을 흘렸던 까닭일까.
4 이름없음 2022/02/18 01:39:12 ID : vii1jBtdyE8 0
2022/2/17 오늘 다시 대구로 돌아왔다. 어제 펑펑 울어서인지 오늘 ktx에선 눈물이 나지 않았다. 내가 좀 더 씩씩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역에서 집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 집에서 쉴 지 독서실을 갈지 고민했다. 7시에 국어학원 상담을 가야해서 1시간 정도밖에 공부를 못하지만 가는 걸 택했다. 꽤나 값졌다. 오늘 국어학원에 처음 방문했다. 선생님이 아직 1학년이니 천천히 가자고 하셨다. 하루에 하나씩 만 배우고, 못따라와도 괜찮다고. 불안이 줄었다, 내가 너무 조급한 아이었나 싶었다. 수업은 학년 구분없이 언니 오빠들이랑 같이 한다고 했다. 나보다 성숙한 사람들과의 접촉은 언제나 설렌다. 아빠는 혹여 내가 버거울까 걱정했지만, 난 오히려 좋았다. 그리고 저녁으론 오랜만에 요리를 해 먹었다. 김치볶음밥을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놀랐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지 못했던 요리를 하니 기분이 좋았다. 남은 것들은 냄비에 하트 모양으로 담고 아빠에게 문자했다. "나 독서실 가니까 남은 거 와서 드셔~" 요즘 너무 바빠서 아빠와 저녁을 같이 못먹은 게 마음에 걸린다. 독서실에서 12시 쯤 나왔다. 항상 집갈 땐 언니랑 전화 했었는데, 언니가 전화를 안받았다. 그래서 가은이에게 전화했다. 집가는 길이 깜깜하고 어두워서 혼자가기가 두려웠다. 가은이와의 대화는 언제나 즐겁다. 나에게 너무 소중한 사람, 고마웠다. 그리고 언니가 나에게 전화했다, 공부하느라 무음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렇지 않았다. 언니는 나에게 고민하고 있는게 있다고 했다. 언니 부모님은 내가 언니랑 동갑이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줄 아시는데, 언니는 거짓말 하는게 점점 버겁다고 했다. 나는 언니에게 신중하라고 했다. 사실 말한다고 큰 일이 나는 것도 아닌데, 나는 처음에 꽤나 회의적이었다. 언니 부모님이 나와 언니를 못만나게 할까 두려웠다. 그리고 나는 우리 아빠에게 말할 용기가 없기에, 음, 내가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일종의 열망이 무의식 중에 존재해서, 내가 회의적인 태도를 비치게 했을지도. 그러나 생각을 거듭할 수록 그런 생각을 사라지고, 객관적 감상만 남았다. 자기전 남은 시간은 언니랑 전화해야지.
5 이름없음 2022/02/18 19:28:35 ID : o5bwnu5V9cq 0
친언니 한테 쓰는 편지 윤포 우리 드디어 두 달만에 보네..! 보고시퍼서 죽는 줄 알아써 ㅜ 혼자 타지에서 그렇게 열심히 사는게 나는 너무 대견하구 자랑스러워. 종종 언니한테 찾아올 외로움이나 불안감을 토로할 사람이 언니 곁에 없는 사실이 좀 안타깝기도 하고 ㅎㅎ 근데 언니는 강인하고 씩씩한 사람이니까 보란듯이 꿈을 이룰 거라고 믿어. 언니와 떨어져 있던 두 달 동안 난 꽤 많이 변화했어. 여전히 눈물이 많고, 때론 불안할 때도 있지만 꽤나 씩씩해진 것 같아. 주변에 감사하고 또 내 곁에 존재하는 것들을 당연시 하지 않으니까 내가 축복받은 사람 처럼 느껴지더라. 윤포 너 같은 언니가 내 가족이라는 것도 신이 내게 내린 축복이겠지? 아무튼 나는 잘 지내고 있고 앞으로 더 잘 지낼 거야. 때로는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운 적도 있지만, 그건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해. 그만큼 언니가 나한테 많이 소중했단 뜻이겠지. 언니를 진심으로 응원해. 언니의 꿈, 언니의 미래, 열정, 열망 그런 것들이 전부 이뤄지기를 내 꿈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정도만큼 바래. 항상 행복하진 않겠지만 행복하지 않은 날 보다 행복한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고, 슬픈 날보다 벅찬 날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 언니가 서울로 간 이후로 난 소중한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사랑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으로 성장했어. 사랑해 우리 언니❤️
6 이름없음 2022/02/19 02:45:39 ID : vii1jBtdyE8 0
2022/2/18 개학이 열흘 정도 남은 시점. 현재하고 있는 모의고사 공부에 학교 내신을 추가로 예습하기로 했다. 오늘 부터 시작할 계획이었고, 그래서 일찍 일어나려 했다. 그러나 눈을 뜨니 3시... 오늘 가야했던 상담도 못갔다. 충격적이었다. 무려 10시 간을 잤다. 작년 이 맘 때 쯤, 나는 잠의 숙주에 지나지 않을까 라는 글을 썼던 것을 메모장에서 발견했다. 그때가 다시 오버랩 되었다. 그러나 별 느낌이 없었다. 무던해진 걸까 익숙해진 걸까 ㅋㅋㅋ. 밥을 먹고, 씻고, 바로 독서실로 향했다. 중요한 건 늦게 일어났다는게 아니라, 일어나자 마자 해야하는 일을 했다는 것. 그 사실이 나를 무력감과 죄책감에서 빠져나오게 만들었다. 공부를 하고 학원을 갔다가 또 공부를 하러 독서실에 갔다. 처음 시작한 내신 공부나 꽤나 재미있었다. 내일은 언니를 보러 서울에 간다, 너무 너무 신난다. 행복이란 이런 걸까. 항상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건 미래에 대한 생각.
7 이름없음 2022/02/23 21:06:33 ID : vii1jBtdyE8 0
2022/2/23 왜인지 모르게 하루 종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끼니를 걸러서 인가 생각이 들어 꾸역꾸역 저녁을 먹었다. 밥을 먹고나니 체기가 올라왔다. 어지러웠다. 무엇에도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던 공부를 스탑하고 집에 가기로 결심했다. 몸이나 마음 중 어느 하나 혹은 둘 다 가 삐걱거려도 내 삶의 톱니바퀴는 옳게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내 숨통을 조였다. 오늘 내게 찾아왔던 무력감은 잠시 달리기를 멈추라는 몸의 신호가 아닐까 라며 다시 자기합리화. 자괴감이 든다. 나에게 너무나도 엄격한 잣대가 내려진다. 내일도 이럴까 막막함이 찾아온다. 내일 나의 하루엔 신의 축복이 깃들 수 있기를 바라는 건 내 욕심이랄지. 속절없이 흘러가는 시간은 더 이상 내게 의식되지 않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고요함에, 아니 공허함에 이토록 익숙해진 나는 더 이상 아무렇지 않은 듯이 군다.
8 이름없음 2022/02/26 02:39:32 ID : vii1jBtdyE8 0
2022/2/24 물체의 소리없는 움직임, 그것에서 발생하는 이질감은 내게 상당한 안락함을 준다. 이토록 이상한 것이 있나, 이질감에서 비롯되는 편안함이라니. 모순된다. 그저 내가 당착이라 그런 것일까. 모든 것이 정지한 듯 고요하지만, 그것들은 결코 정지하지 않는다. 그것들을 구성하는 입자들, 원자 속의 전자들은 결코 정지하지 않는다. 그들은 고요하게 운동한다. 혹은 내가 움직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만큼 충분히 세밀한 감각을 가지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요는, 온 우주가 나를 위해 멈춘 듯 고요하다는 것. 문득 세상에 감사해진다.
9 이름없음 2022/02/26 02:39:59 ID : vii1jBtdyE8 0
2022/2/25 그녀는 종종 나의 어떤 깊은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깊은 글, 깊은 생각, 깊은 감정들을 이해하는 듯 보였지만 피상적이었다. 생각을 공유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녀의 자아는 불완전 하고, 그녀의 가치관은 확립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나의 어떤 얕은 것을 너무나 깊게 보고, 나의 어떤 깊은 것은 그보다 얕게 본다. 그녀는 순수하다, 어리다, 해맑다. 너무나 해맑다. 때때로는 무언가가 어긋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나는 차마 그녀에게 이것을 말하지 못한다. 내가 너무 많은 것을 겪은 탓인지, 그래서 또래보다 깊은 탓인진 잘 모르겠다.
10 이름없음 2022/02/26 02:45:00 ID : vii1jBtdyE8 0
분명 들떠야 하는데 이상하게 들뜨지 않는다. 가라앉는다. 안정제를 먹은 탓일까. 평소의 3배를 먹은 탓일까. 몽롱하고 정신이 잘 들지 않는다. 그러나 잠에 들지 않은다. 잠에 들고 싶은데 잠에 들지 못한다. 무언가를 격렬히 쓰고 싶은 충동이 든다. 쓰고 있는데도 쓰고 싶다. 그러나 제대로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자야하는데 눈을 감아도 잠에 들 것 같지 않아 눈을 감지 않는다. 눈을 감지 않으니 잠에 들지 못한다. 손이 떨린다.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 뭐 어떻게든 되겠지. 불안감을 애써 짓누른다. 꽤나 힘겹다. 자야되는데 어떡하지.
11 이름없음 2022/02/26 09:12:52 ID : 6Y3BfbyMqpf 0
지금은 언니를 만나러 가는 버스 안이다. 원래 이 시간 버스는 그다지 북적이지 않는데, 오늘 따라 유독 북적인다. 버스 맨 앞좌석에 초등학교 5-6학년 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앉아있다. 그 옆에는 그의 형처럼 보이는 사람이 그의 동생을 따뜻하게 바라본다. 나는 그들의 옆자리에 앉아있었다. 혹여 저 형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 때문에 그 옆자리에 앉지 못하는 가 싶어 뒤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그 형처럼 보이는 사람은 계속해서 동생 옆을 지켰다. 옆 좌석과 고작 70cm 정도 떨어져 있는 데. 그는 앉지 않았다. 그는 때때로 동생말을 듣기 위해 귀 귀울이는 듯한 자세를 취했는데, 그게 참 다정해 보였다. 웃긴 말인 진 모르겠지만, 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엔 따뜻한 사람이 많구나, 나도 그런 사람이 되어야지. 그래서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야지.
12 이름없음 2022/03/02 01:33:54 ID : vii1jBtdyE8 0
20220301 사랑하는 삶은 꽤나 벅차다. 항상 행복하진 않지만 스스로가 언제든 행복할 수 있는 사람으로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무치도록 보고싶을 때 비록 눈물을 흘리지만, 사무치게 보고싶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 축복이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God bless me. But god doesn't exist. 신은 나를 축복하지만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내 생각회로의 맹점. 자가당착. 내일 고등학교에 입학한다. 나는 다 잘 해낼 것 같은 근거없는 자신감. 근거없는 자신감만큼 공허한 것은 없다고 존경하는 이가 말했었는데. 공허를 단 하나도 지니지 않은 사람은 없어서, 그리고 나는 사람이라서 공허한 것을 지니고 있고 그건 당연하다. 오늘 일기는 헛소리 밖에 안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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