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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인 자유 일기※
접속 시간 및 날짜 랜덤
욕 필터링 거의 없음
가끔 글쓰기도 함
난입 환영
※스레주 소개※
미성년자 학생
심리검사 결과: Intj(용의주도한 전략가), 5w4(탐구자)
벚꽃이 만개했다. 수십 번을 맞이해 온 새로운 것들. 그럼에도 나는 새것이 두려워 옛것에 머무른다.
물이 되고 싶었다. 내 몸 속으로 방울방울 모여져 같이 흐르는 다른 물을 느끼고, 다른 물의 몸 속으로 내 몸의 방울방울을 부드럽게 밀어넣는 일. 그렇게 죽은 듯이 흘러가며 쉬는 것.
나는 소리내어 울었다. 신이 내게 사악한 천사를 보내 준 것은 그런 날이었다.
위에 말한 대로 월욜에는 머리 아파서 학원 빠지고
화요일에는 또 괜찮다가
수요일에 아침부터 목 아팠는데 심해지길래 조퇴함
목아픔이랑 몸이 약간 추운 게
코로나인가 싶어 자가키트 했는데 음성
또 어제는 일어나니까 온몸의 관절이 다 아프고 기력도 없어서
하루의 거의 절반 동안 누워만 있었음
첫사랑이라 하면 아직 기억하지
물론 지금은 일말의 감정도 남아있지 않지만
순수하고 열성적이었던 당시의 하루하루에 향수가 느껴진다
3년 전을 떠올리면 가장 생생했던 건 선크림 냄새
3년 전부터 지금까지 줄곧 같은 브랜드의 상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어째서인지 선크림 냄새를 맡으면 생각나는 건 주로 3년, 2년 전이다
(요즘은 2년 전이 더 많이 떠오르긴 하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3년 전의 비중이 제일 컸음)
일단 처음에는 내가 사랑을 시작한 걸 인정하기 싫었던 것 같다
이전에도 얕은 호감을 가진 적은 있었지만 사랑 수준으로 깊이 빠져 보지는 못했으니까
단순히 이번에도 그런 류의 호감에 지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던 듯
두 달쯤은 호감뿐일 거라고 혼자 우겨대다가 가볍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근데 마음이 깊어지니까 사랑임을 인지한 건지
사랑임을 인지한 것 때문에 마음이 깊어진 건지
뭔가... 돌아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큰 사랑을 하게 됨
그때는 나도 철없고 순수했어서
그대로 평생 그 애에게서 마음이 떠나지 않을 것 같았고
소심하지만 애틋한 쌍방 호감을 간직하다
끝내는 이어져서 아주 오랜 시간을 연애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냥 걔와 나 둘의 처지가 비슷한 것도, 예전에 이미 아는 사이였다가 재회한 것도, 심지어 이름 초성이 비슷한 것도
어떻게든 끼워맞춰서 우리가 운명이라고 확신했음
분명 그랬는데 이상한 변화가 생긴 거지
나는 영원히 종속되어서 그 애만을 바라볼 거라 믿었는데
휘몰아치는 감정에 이성을 빼앗겨서 취해 있다가
어떠한 계기도 없었는데 전혀 뜬금없는 타이밍에
갑자기 확하고 정신이 들더라
최면에 걸렸다가 한순간에 풀린 것처럼 너무 빨리 순식간에
친구들이랑 각자 집 가기로 하고 나와서
내가 친구 동생한테 맡겼던 소지품을 다시 챙겼는데
그게 뭔 손바닥만한 크기의 소주병 안에 우산이 있는? 암튼 괴상한 물건이었음
이건 별로 안 중요하고
친구랑 친구 동생은 집에 가고
난 고민하다가 나머지 애들한테 이끌려 인근 지하철역 근처로 갔음
밤하늘에는 별이 비현실적으로 많았고 불꽃놀이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축제처럼 화려한 역 앞의 버스 정류장에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는데
우리 학교 학생들이 꽤 있었고 다른 아는 애들도 있었음 (바빠서 인사는 못 했다)
어찌어찌 줄 가운데로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어딘가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느낌이었음
그 후의 일은 어떻게 될지, 언제 집에 올지는 장담할 수 없었고
설렘과 함께 두려움, 미묘하게 향수도 느껴졌다
꿈속에서는 몰랐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조부모님이랑 달 구경 드라이브를 갈 때의
그 느낌이랑 비슷했던 것 같은데
다른 좋지 않은 감정과 섞여 있었다
방에서 읽은 스레의 내용도, 꿈 전체의 내용도
어느 한 군데도 슬픈 부분이라고는 없는데
계속해서 슬픈 느낌이 잔잔하게 깔려 있었음
무엇보다 불쾌한 꿈이라고 느꼈던 이유는
왠지 누군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우울한 직감 같은 것이
여행의 설렘, 미묘한 슬픔과 함께
전혀 어우러지지 않게 뒤섞여 있었다는 점
이건 그냥 생각나서 말하는 건데
죽을 뻔한 경험이 있음
이것도 내가 아주 어렸을 때의 일
해외여행을 가서 부모님이랑 수영장에 놀러 감
풀장의 저 먼 안쪽으로 가는 엄마를 따라잡으려다가
당시의 어린 나에게도 허리 정도까지밖에 안 오는 물이었는데도
얼떨결에 튜브를 놓치는 바람에
물 안에 머리가 빠졌었다
쏜애플의 <아가미>라는 곡을 들은 이후로
습하고 더운 한여름 오후를 떠올리면 그 1집 앨범 커버의 이미지가 연상된다
전체를 가득 메우는 크고 붉은 원을 닮은 형상은
<빨간 피터>의 붉은 사과일까, 혹은 한여름의 녹아내릴 것 같은 태양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고통받던 이의 핏자국일까
솔직히 여름은 땀으로 축축하고 약간 불쾌한 느낌도 드는 계절이라고 생각함
시원하고 상쾌한 건 물에 들어가거나 했을 때의 얘기지
여름이 싫다는 것도, 풋풋한 분위기가 싫다는 것도 아니지만
더운 바람을 가르며 뛰어다니고, 에어컨을 튼 채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있는 청춘의 열정 못지않게
살이 맞닿았다 끈적하게 떨어지고, 흐르는 땀과 태양에 먹혀버릴 듯한 불쾌감을 주는 질척이는 움직임도
또 다른 방식으로 여름을 효과적으로 나타내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