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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2/04/05 23:26:37 ID : Co2NzcE9vu9
"왜 이 모임 이름이 BGS죠?" 나는 적막을 깨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날 쳐다보던 남자는 그걸 이제야 물어보냐는 얼굴로 대답했다. "바멜 고스트 소사이어티의 줄임말 입니다" 나는 미간을 찌뿌리고 한 번 더 물었다. "고스트 소사이어티는 유령학회라는 뜻이겠고.. 그럼 바멜은 대체 무슨 뜻이죠?" 남자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 그건 제 커뮤니티 닉네임입니다" 나는 미간이 더욱 찌뿌려졌다.
이름없음 2022/04/05 23:37:20 ID : Co2NzcE9vu9
이상한 사람들 같았지만, 왠지 믿음이 갔다. 원래 이런건 이상한 사람들이 전문이니까. "모임이라고 해도, 아직은 저희 둘 뿐이라.. 조금 부끄럽네요" "아니에요. 저도 사람 많은건 싫어서" 한 명은 키가 좀 작고 활달한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평범한 키에 희여멀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둘다 멀쩡하게 생겼기에 왜 이런일을 하는지 의문일 뿐이었다. 한참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활달한 쪽의 남자가 외투를 걸치고 일어서며 말했다. "자, 이제 출발합시다. 흉가로"
이름없음 2022/04/05 23:46:27 ID : Co2NzcE9vu9
우린 차를 타고 그 유명한 흉가 "호텔 필로스" 에 도착했다. 검은 외투를 맞춰 입은 두 남자가 먼저 호텔 입구로 다가가 주변을 살폈다. 등 뒤로 BGS 라고 적혀 있는 모습이 사뭇 특수부대를 연상시키는데, 너무 진지해 보여서 살짝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희여멀건한 남자가 나에게 말했다. "이제 들어가봐도 좋겠습니다" "잠시만요" 나는 들어가기전 꼭 물어야 할 것을 물었다. "...두 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이름없음 2022/04/05 23:55:23 ID : Co2NzcE9vu9
활달한 남자는 자신을 K, 희여멀건한 사람은 자길 G라고 부르라고 했다. 나는 본명이 궁금했지만, 이 이상한 사람들이 좋게 대답할거 같진 않으니... 그냥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 사람들은 경호원이니까. "그런데 무슨 이유로 여성분이 이렇게 흉가를 찾아올 생각을 하셨나요?" K가 내게 물었다. "그냥 다른사람들하고 똑같아요. 흉가체험 하면 혹시라도 뭔가 초현실적인 체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나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저 따분한 일상에 약간의 자극을 주고 싶을 뿐이었다. "...그런데 혼자가긴 무섭고, 친구 중에는 같이 가자는 사람이 없어서 포기하려 했는데, 우연히 인터넷에서 5만원 정도에 흉가 탐사 경호원을 해주는 모임이 있다고 하는걸 보고 용기를 냈죠" 내 대답을 듣고 표정이 밝아진 K가 말했다. "저희들이 쓸모가 있었네요"
이름없음 2022/04/06 00:02:45 ID : Co2NzcE9vu9
"그런데" 잠깐 동안의 정적 후에, K가 어두운 얼굴로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가 흉가 탐사를 가는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이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띵해졌다. 맞는 말이었다. 사실 당장이라도 내 뒤에 있는 희여멀건한 G가 내 머리를 망치로 내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하하 장난입니다" 겁에 질린 내 얼굴을 보고선 K가 웃으며 말했다. "흉가 탐사의 첫 원칙. 자신의 탐사 사실을 주변에 알린다" 그렇게 말하곤, K는 휴대폰을 꺼내들어 보여주었다. 휴대폰 속에는 친구에게 보내는 메세지가 한줄 있었다. [오늘 오후 7시 경 호텔 필로스 탐사. 3시간 안에 답장 없을 시 경찰에 신고할 것] "어서 믿을만한 사람에게 지금 상황을 알리세요. 흉가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주변에 꼭 연락을 해두어야 합니다"
이름없음 2022/04/06 00:13:12 ID : Co2NzcE9vu9
우리들은 호텔의 1층 로비로 진입했다. 무너져 내린 천장과 마구잡이로 가구들이 놓여진 난잡한 어둠 속에서, 제대로 보이는 것이라고는 둥그런 라이트 불빛 속 먼지 뿐이었다. "와, 진짜 1초도 더 있기 싫을 정도로 무서워요"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적막이 흘렀다. "... 두 분 뭐하세요?" K와 G는 서로의 옷소매를 잡고 내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둘 다 표정이 굳어있는게, 완전히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아, 그게 실은... 저희가 원래 밤에는 활동을 잘 안해서..." "저희들은 심령현상 관측의 용이함을 위해서 낮에만 진행합니다" 나는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심령 현상은 밤에 더 잘보이지 않나요?" "밤에 본 심령현상은 착각일 가능성이 높지 않습니까? 저희는 낮에만 관측을 시도합니다" G가 안경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지금 와서 보니 경호원이랍시고 이상한 혹을 두개 더 붙인 느낌이었다.
이름없음 2022/04/06 00:23:52 ID : Co2NzcE9vu9
그 후로 한참동안 호텔 로비를 돌아다녔지만 그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그저 약간의 두려움만 있을뿐, 심령 현상이나 재밌는 사건은 없었다. "이제 2층으로 가볼까요?" 우리는 반쯤 무너진 계단을 타고 아슬아슬 하게 2층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에 K가 말했다. "제가 알아보니 이 호텔 주인의 딸이, 이 건물 205호에서 자살을 했다더군요. 그래서 상심한 주인이 호텔을 버렸고, 이렇게 되버렸다고 합니다" "믿을 수 없네요... 사실이라면 너무 소름끼쳐요" "뭐 흉가란게 대체로 그렇지만, 사실은 알 수가 없..." K는 말을 멈추고, 손을 뻗어 나를 막았다. 정확히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5칸 아래, 2층에 도착하기 직전이었다. "잠시만요" 그의 흔들리는 눈빛으로 말미암아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는걸 알 수 있었다. "...있다" 나는 그의 등 뒤에 숨어서 2층 복도를 조금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내 인생에서 잊지못할 사진 한장을 얻었다. 떨리는 눈으로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2층 복도 끝, 한 여인의 형체가 달빛에 반사되어 보였다. 완전 검은 색이라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히 조금씩 움직히는 인간의 형체가 복도 끝에 서 있었던 것이다. 나는 너무나도 큰 공포에 발도 눈도 떼지 못한체로 가만히 서 있었다. "G, 여기 있는 곳이다. 그걸 꺼내봐"
이름없음 2022/04/06 00:33:17 ID : Co2NzcE9vu9
G는 어디서 난건지 모를 서류가방을 바닥에 놓더니 활짝 열고 이것저것 물건을 꺼내기 시작했다. 미친거 같지만, 제대로 본게 맞다면 물총이랑 소금이었다. K는 굵은 소금으로 계단 앞에 선을 긋고선 물총을 들었다. 그리곤 물총을 발사했다. "꺄아악!!!" 나는 미친듯이 머리를 흔들며 다가오는 여인의 형체를 보고 소리를 내질렀다. 영적인 존재가 실제한다는걸 처음으로,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도망칠 수 있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눈에서 눈물이 살짝 날 뿐이었다. "진짜로 된다!" 그때 K가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그제서야 고개를 든 나는 충격적인 장면을 보았다. 미친거 같지만, 물총에 맞은 형체가 고통스러운것 처럼 흔들리고 있었던 것이다. 놀랄 틈도 없이 내 뒤에서 G도 물총을 발사했다. 상당히 어이없는 모습을 30초간 바라보던 나는 형체가 결국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입을 열었다. "저기요! 당신들 무슨 고스트버스터즈에요?"
이름없음 2022/04/06 00:41:15 ID : Co2NzcE9vu9
"네 뭐, 이젠 좀 비슷해졌네요" "네?" "저희들 귀신을 잡아본건 처음이라, 저희도 이게 될 줄 몰랐거든요" 허탈한 충격. 이렇게 밖에 말할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이 머릿속을 울려댔다. 이 사람들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인지, 내가 무슨 상황에 처한건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그 물총으로 귀신을 잡은건가요?" "그냥 물총은 아니고, 저희들이 성당에서 훔쳐온 성수가 담긴 물총입니다. 진짜로 성수가 귀신한테 먹히는군요" 이젠 신기한걸 넘어서 뭔가 뇌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이때 처음으로 도망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집에 갈래요" "205호는 안 가보시게요?" "당신들 다 정신병자야? 난 여기 더 못 있어" 나는 급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K와 G도 나를 따라서 허둥지둥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문이 닫혀있어!" 내 뒤에서 K가 말했다. 정말로 들어올때만 해도 열려 있었던 문이 어느새엔가 닫혀져 있었다. 그리고 아무리 흔들어 대도 열릴 기미가 없었다.
이름없음 2022/04/06 00:50:33 ID : Co2NzcE9vu9
"시발 ... 좆같아" 나는 절망감에 눈물을 흘리며 주저 앉았다. K가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걱정마세요. 나갈 방법이야 무궁무진 합니다" 검은 외투의 두 남자는 짧게 뭔가를 의논하곤 나에게 말했다. "저희 BGS가 안전하게 탈출시켜드리겠습니다. 문은 잠겨있어도 1층 창문을 깨고 나가면 될거에요" 우리 셋은 1층에서 사람이 나갈 수 있을만한 창문을 수색했다. 다행히 호텔이라서 아주 큰 창문이 달려 있는 것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자 이걸 의자로 깨고 나가 봅시.." K가 의자를 들고 창문에 던지려던 순간, K의 표정이 굳었다 잘 보니 창문 아래쪽에 정수리가 보였다. 검은색으로 긴 생머리 여자의 정수리였다. "G, 지금 귀신이 창문 밖에서 기다리는데 어떡하지" "진짜 너무 소름끼친다" 두 남자가 너무나도 태연하게 대하자 나도 김이 빠져서 허탈하게 말했다. "또 물총이랑 성수로 어떻게 하면 되잖아요" "아.. 그, 성수를 다 썼어요" "네!?"
이름없음 2022/04/06 00:57:47 ID : Co2NzcE9vu9
사람은 진화의 동물이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감정은 본디 유용하다. 공포, 슬픔, 고통 모두, 그 상황이 생존에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불쾌한 감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아, 성수를 더 가지고 올 걸!" "난 500ml면 충분할 줄 알았어" 그런데 이 남자들은 달랐다. 아까까지만 해도 덜덜 떨던 녀석들이 갑자기 사이보그라도 된 것처럼 비인간적으로 바뀌었다. "두 분 미쳤어요? 어쩜 그렇게 태연해요?" "저희 엄청 당황한 상태인데요" "아니 지금 말하는 꼴이 전혀 겁먹질 않았잖아요" "겁먹은거 티내서 좋을거 없잖아요" "K, 그냥 일단 유리창을 부수자. 귀신 주제에 뭘 할 수 있겠어"
이름없음 2022/04/06 01:10:17 ID : Co2NzcE9vu9
별로 믿고 싶지 않지만 돌파구는 있었다. 그들에게 다행히 굵은 소금이 남아있었다. G는 가져온 생수병에 소금을 넣어 소금물을 만들었고 그리고 각자 입에 소금물을 머금은 상태에서, K가 의자를 힘껐 던졌다. "읍!!! 음!!!" K가 물을 머금은채로 격렬하게 신음했다. 유리창이 깨지면서 갑자기 검은 형체의 여인이 솟아올랐다. 형체가 우리에게 다가오자 우리는 각자 머금은 소금물을 뱉고서는 전속력으로 창문을 빠져나갔다. 검은형체의 비명소리가 소름끼치게 귓가를 스쳤다. "탈출 성공이네요" K가 웃으며 말했다. 뒤를 돌아보니, 다행히 아무것도 쫒아오지 않고 있었다. "당신들 전부 정신병자야. 내가 인터넷에 이거 글로 써서 올릴거야" 나는 달리면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흉가체험을 갔는데 이상한 단체 회원들이 성수 물총으로 귀신을 집는다고 쓰시려고요? 곧이 곧대로 써봤자 아무도 안 믿을 뿐더러, 이걸 알린다 한들 무슨 일이 생길까요." "당신들 때문에 귀신한테 당할뻔 했잖아! 당신들 망하게 할거야"
이름없음 2022/04/06 01:15:04 ID : Co2NzcE9vu9
"구해준거나 다름없지 않나요? 뭐 그렇다 한들 저희들에게 큰 타격은 아니네요. 생업이 따로 있어서" K는 자동차에 올라타 시동을 걸었다. "인터넷에 소설인거처럼 올리는건 어떨까요? 그럼 믿어주진 않아도 사람들에게 대충 알릴 순 있잖아요" "...." 나는 더 이상 상대하기 싫어진 이 비 정상적인 인간들에게 환멸을 느꼈다. 능글맞게 웃는 K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말 안해도 그럴거예요" 내 인생에서 가장 이상하고 만화같은 체험이었던 날이었다. 미친거 같았고 믿을 수 없는 일들이었다. 그리고서 내가 다시 그들을 찾아간건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뒤였다.
이름없음 2022/04/06 03:26:26 ID : 2pXtimLbCo4
정보: 성수는 소금물에 홀리한 마음을 더해 만든다. 주인공 일당~! 홀리한 마음을 키워보라구~! 것보다 주인공 이름 궁금하다! 왠지 B일것 같음 다해서 KGB (그건그렇고 창소판 첨들어와봐서 중간에 레스달아도 되는지 규칙같은걸 모르겠네ㅋㅋ 안되면 말해줘 지울게! 소설 재밌게 잘 보구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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