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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2/06/18 10:43:50 ID : 2JSMjjvA446
차를 타고 있었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고속도로를 엄청 빠르게 달리고 있었음 그런데 고속도로 한참 옆쪽에서 소년농부 한태웅이 트로트 콘서트를 하고 있었음 대체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손짓으로 '반가워요' 랑 '팬이에요' 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음
이름없음 2022/06/18 10:44:23 ID : 2JSMjjvA446
그러던 와중 나도 모르는 새에 콘서트장 쪽으로 진입함 이상하다는 생각은 안 들었음 한태웅님 얼굴이나 보고 가자 싶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는데 알고 보니 내 뒤에 있었음 나랑 나이도 같은데 대단하네 어쩌네 잡담 시작함 뭔가 자연스럽게 콘서트장 맨 뒷자리에 합석하게 됨 노래를 누가 불렀는지는 기억이 안 남 한참 노래를 듣다가 별 생각 없이 잠깐 나왔던 것 같음 걷다 보니 예전에 자주 갔던 프랜차이즈 밥집이 나옴
이름없음 2022/06/18 10:45:30 ID : 2JSMjjvA446
'오랜만인데 간단한 거라도 먹을까' 싶어서 밥집 안으로 들어갔더니 내가 생각했던 그 곳이 아님 누가 봐도 이탈리아인인 셰프가 웃으면서 등장함 셰프 뒤에는 웨이터들이 양복 입고 팔에 수건 걸치고 접시 위에 스뎅 냉면그릇 얹은 그거 들고 줄줄이 따라옴 뭐지 싶어서 일단 메뉴를 좀 보겠다고 했더니 셰프 표정이 싸하게 굳음 아랑곳 않고 봤더니 별 해괴한 메뉴가 한 4페이지를 채우고 있음 "간단한 행복의 이탈리아풍 소테" 이런 느낌이었음 그런데 또 가격은 현실적이었음 6000원~12000원 정도
이름없음 2022/06/18 10:46:02 ID : 2JSMjjvA446
뭔가 먹기 싫었음 질색하고 나와서 콘서트장으로 돌아갔음 마침 콘서트도 끝나서 한태웅님이랑 다시 걷기 시작함 그런데 발이 자꾸 따끔따끔해서 장화를 벗었음 (내 옷차림은 분홍 장화에 검은 바지에 긴 코트였음) 장화 안을 들여다봤더니 개미 4마리가 돌아다니고 있었음 걸을 때마다 신발에 개미가 들어온다고 한태웅님한테 하소연함 노닥거리는 것도 질려서 그냥 자취방으로 가기로 했음 콘서트장이 있는 곳이 정확히 어딘진 몰랐지만 일단 위치는 자취방 근처가 확실했기 때문에 금방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음
이름없음 2022/06/18 10:46:35 ID : 2JSMjjvA446
이만 가보겠다고 대충 말한 다음 밖으로 나오려고 하는데 한태웅님이 되게 차갑게 흘겨봐서 느낌이 쎄했음 아스팔트가 깔린 자그마한 공터를 지나가는데 뭔가 조그마한 박스가 공터 가운데 부근에 있었음 시커멓고 영어로 뭐라 써 있었는데 열어 봤더니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짧뚱한 밧줄 같은 것에서 손만 닿아도 살이 아리는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옴
이름없음 2022/06/18 10:46:57 ID : 2JSMjjvA446
갑자기 플래시백이 나옴 알고 보니 이 박스 안에 있던 이상한 폴리에스테르 밧줄은 고대 마야인들이 주술을 진행한 결과물의 간이 복제품이었음 연기의 영향으로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렸고 한태웅님이 자신의 하수인들과 걸어 나와서는 나를 들었음 들어올려지자마자 눈앞이 새하얘져서 정신을 잃었음
이름없음 2022/06/18 10:47:17 ID : 2JSMjjvA446
시간이 지나고 정신을 어느 정도 차렸는데도 몸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고 주변 풍경도 보이지 않았음 대충 알겠는 건 한태웅님과 그의 하수인들은 나를 제물로 삼아 고대의 어느 해괴한 이교도의 아무 의미도 없는 주술을 실행에 옮길 생각이라는 거였음 한태웅님은 나를 홀려 콘서트장으로 끌어들인 흑막이었음 그 생각이 들고서부터는 정신줄을 잡으려고 엄청 노력했음 그러다 보니 갑자기 다시 눈앞이 하얘지기 시작했음
이름없음 2022/06/18 10:47:52 ID : 2JSMjjvA446
다행히도 내 강력한 정신력 덕에 주술은 실패했음 전속력으로 도망가기 시작함 도망가던 와중에 행인에게 자취방으로 가는 길을 물어봄 알고 보니 반대 방향이었음
이름없음 2022/06/18 10:48:09 ID : 2JSMjjvA446
그래도 일단 뛰기 시작함 내가 저 이교도들을 정신력으로 이겼다는 생각 + 몸이 엄청 가볍고 엄청 빨라서 기분이 좋았음 한참 뛰던 와중 사람 형태의 이상한 환각이 나타나서 '이름이 필요 없느냐' '넌 네 이름 하나면 족하느냐' 고 물어봄 달리면서 내 이름은 OOO 하나면 충분하다고 계속 대답함 '흐흐흐 충분하다' '그 생각을 잃지 말고 살아가거라' 라는 말과 함께 꿈에서 깼음
이름없음 2022/06/18 10:49:22 ID : 2JSMjjvA446
대체 뭐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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