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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레는 제 메모장이니
어딘가에서 이런 글을 본다면
모른 척 해주세요.
그렇다고 퍼가면 안 됩니다.(주겨벌라)
미완성인 글들이 대부분이라 아직 부족하니 비난은 삼가해주세요.
😳
그리고 이 때 깨달은 것이 있다. H는 의외로 무거운 주제로 가볍게 말하는 버릇이 있었는데, 또 의외로 속이 진중했다. 그래서 진중한 속으로 물 먹은 듯 무거운 내 생각을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가볍게 날려버려서, 그래서 안심이 됐다.
그렇게 아이의 말을 가볍게 넘겼으면서도 속이 진중했던 H는 그가 걱정하던 일을 곱씹어보았다. 죽어가는 널 살렸을 때 어땠던가. 그게 단순한 동정이었나.
넌 죽어가고 있었고, 나는 널 살려야 했다. 살리고 싶었다. 살려야 하는게 아니었더라도 나는 널 살리고 싶었다. 혐오와 동정과 애증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순간에도 망설임 없이 나온 행동이 날 깎아 널 지옥에서 끄집어내려는 행위였다면 나는 이게 동정과는 다른 사랑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땐 내심 같이 걱정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안도의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아이에게 그것을 고백할 생각에 마음이 다시금 놓였다.
그런 말을 들으면 그는 혀를 짓씹고 피비린내나는 웃음을 지어보였다. 생긋하고 예쁘고 순하게. 그 뒤에 숨긴 흉한 상처를 들키지 않도록.
J는 웃을 때 풀꽃처럼 웃었다. 그 전쟁통에서, 그 텅 빈 방에서, 살이 베이고 뼈가 깎여도 그저 작고 맑게.
어린 H는 풀꽃을 좋아했다.
13년 전 H의 눈에 든 풀꽃이 하나 있었다. 이름 모를 하얀 풀꽃. 꽃잎이 하얗고 깨끗한게 예뻐 꺾어 집에 가져간 적이 있었다. 책상 위에 두고 시간 날 때마다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하얗고 빳빳했던 꽃잎이 다섯 시간이 채 되지 않아 시들어있었다. 그게 슬퍼서 그 후로는 예쁜 풀꽃을 봐도 꺾질 못했다. 그럼에도 가지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J는 알까. 꺾고 싶지 않았고 시들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도 온전히 손에 쥘 방법은 뿌리 째 뽑아 곁에 두는 것 밖에 없었다. 이제 인정했으니 됐다고 생각했는데 또 그게 짜증이 났다.
달리 할 말이 없어 그냥 수긍했다. '이 곳'이 좆같은 건 누구나 인정하는 바였다. 소설에 나오는 웬만한 조폭회사보다 더했다. 그럼에도 이 곳에서 일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던 이유는 역시 돈이었다. 돈이고 안전이었다. 돈이고 안전이고 인간성에 비하면 무게가 컸다. 적어도 이 전쟁통에선 당연히 그랬다. 비인간적이라는 이유로 이 곳에 가지 않는다고 말하는 놈들은 간덩이가 작거나 이 곳에 청소부로라도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일게 뻔했다. 비인간적이란 부분에선 i도 동의했고 그래서 이 곳이 싫었다. 그럼에도 목숨과 인간성을 같은 선상에 둘 만큼 멍청했던 시절은 이제 다 지나간 후라 능력 되고 스펙 되는 i가 이 곳에 들어가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분노의 이유를 잊어버렸다. 어떻게 저 웃음을 보고도, 저 성정을 보고도 저 단단함을 보고도 반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저 반짝거릴 정도로 깨끗한 순수함이, 담담한 미소가 지나치게 이상적이고 꿈 같아 현실적인 그는 J를 좋아했다.
다만 이제는 저 미소가 절 향하게 만들 방도가 없어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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