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방 안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다보면
발치에 겨우 찰랑이던 우울이 천천히 차오른다.
발목을 지나 손끝, 턱끝까지 차오르다 이내 천장까지 닿게 되면 모든 세상이 느려지는데,
그러다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면
깊은 곳 숨어있던 심장까지도 물을 먹어 느려진다.
그대로 점점 느려지다 종래엔 모두 멎길 바란 적도 있다.
그렇게 몇 시간을 우울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폐부까지 들어찬 우울에 숨이 멎기 직전에
겨우겨우 방 안을 가득 채웠던 것이 가라앉으면
내게 스며들었던 우울마저 빠져나가
온 몸의 물이 빠져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지 못할만큼의 무력감을 느낀다.
물 속에서 숨을 쉬지 못하는 걸 보면,
나는 아무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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