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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멀어진 적 없는데도
그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만으로도 멀어진 기분에
내 쓸쓸함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졌다. 정말 분하지만 내가 졌다.
나는 네게 품었던 기대를 대기 중으로 흩날려보냈다.
마음 속 성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너를 들락날락하는 손님의 지위로 내려앉혔고,
그 방은 존재한 적 없는 것처럼 닦아냈다.
비로소 너를 대하는 데 편안해졌다.
한 층 가벼워진 마음은 네게 더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너를 만나지 않더라도 괜찮을 정도로 식었다.
그래서 보고 싶다는 말을 전처럼 하지 않게 되었다.
가지 말라는 말을 전처럼 간절하게 하지 않게 되었다.
너는 이것으로 만족하시는지?
이게 평범한 사랑이라면 내게는 조금 소중한 친구를 대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다.
이게 네가 원하는 수준이고, 너와 맞는 수준이라면.
이걸로 네가 편안하다면...
그걸로 될까, 된 걸까
만날 건덕지, 이유가 없다고 네가 말할 때마다 무너지는 기분이다
단지 만나기 위해 만날 사이가 아닌 걸까 우리는.
나만큼 속상하고 내가 그립다고 말해도
그런 네 태도에 매번 상처받고 만다.
이건 이래서 부담스럽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안 되는 것 투성이인 건 너인데 날더러 어떻게 하라는 건지.
좋아하기 보다는 미안함이.
가득 차 있다기 보다는 텅 빈 마음이.
생기 넘치기 보다는 힘 빠진 느낌이.
행복하다기 보다는 우울함이.
하루가 멀다 하고 돌아오는 살기 싫은 밤과
내일을 이어나가야 하는 너와
짧은 시간이나마 얘기해서 좋았다고 나를 달래야 하는 마음과
우울함과
무력감과
공허함과
끝없는 우울.
끝없는 우울에 잠겨
끝을 바라고 만다.
하지만 도저히 네게 말할 수 없어 이 곳에 남긴다.
네게 그나마 괜찮은 모습만을 보여주고 싶어서 웃어본다
익숙한 척을 해 본다
하지만 미처 숨기지 못한 네 우울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은,
분명 내가 나약하기 때문이다.
너를 향한 사랑이 부족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생은 살아오던 대로 살아가게 된다는 점이 참 잔인한 것 같아.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건 웃으면서 "괜찮다"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지점이.
네 안에 나는 어디 있어?
날 챙기기는 하고 싶어?
그렇게 멋대로 즐겁고 아무것도 모르게 둘 거라면
적어도 같이 걷자고는 하지 말았어야지!
언제나 먼저 말하지 않는 건 너였다.
이런 계획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 않은 것도 너고, 내 미래에 대해 함께 고민해주지 않은 것도 너였다.
그런 주제에 이런 사소한 행동에 상처받고 울부짖는 네가 한심해.
본의 아니게 네 생각을 들었다.
말해 준 사람도 고의는 아니었을 거야.
하지만 받은 상처는 어쩔 수 없어서
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오늘 하루는 어땠니? 네게 중요한 날이었지?
어쩜 그렇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 그저 짐작만 할 뿐.
네 컴플렉스를 건드리지 않고자 하는 것도 내 배려의 일종이다.
말하지 않아서 편안하다는 것을,
말해서 편안해진 아이들은 모른다.
묻지 않아서 편안하다는 것을,
물어 달라 이야기하는 자들은 모른다.
조용해서 편안하다는 것을,
소란 속에 머무는 사람들은 모른다.
우린 처음부터 달랐던 거네.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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