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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2/10/25 22:10:01 ID : AnTU5ak9zfb
단어 문장 글 아이디어
이름없음 2022/10/25 22:10:26 ID : AnTU5ak9zfb
난입 환영
이름없음 2022/10/26 18:34:10 ID : AnTU5ak9zfb
“오래간만입니다, 마법사 양반.” 최하나가 밝게 웃었다. 지연은 이를 악물었다. 그의 인생, 아니 마법사생이 이제 곧 끝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저 망할 최하나만 없었어도 160년은 더 살 수 있었는데!
이름없음 2022/10/28 20:58:07 ID : AnTU5ak9zfb
그러나 이제 되돌릴 방법이 없으니 소년은 조소만을 날릴 뿐. 위대한 신을 모시던 성소에는 이젠 고요만이 잠들어 있도다. 아, 태초의 가이아를 깨우고, 잠자는 용을 물어뜯지 말라...
이름없음 2022/11/07 16:54:18 ID : hbxDBBvA1yH
마법사, 마법들은 그들이 하는 일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마법사들은 마법을 이용하고 사용하고 징검다리처럼 밟고 건너뛸 줄 알아야 합니다. 마법들은 세계에, 시곗바늘에, 바다의 물방울 사이에 기거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일을 마음껏 수행하고, 언제나 과잉되어 습기 가득한 날 창문에 맺히는 이슬처럼 흘러내려야 합니다. 하지만 마술사들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마술사들은 본래 알고 태어났으니, 마술사에 대하여 가타부타 이야기 해보았자 혀의 낭비일 뿐이니까요.
이름없음 2022/11/09 16:42:14 ID : AnTU5ak9zfb
모래시계가 깨진다. 셀은 겨우 모래 한 줌을 쥐어잡는다.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가는 모래들, 그리고 손바닥에 남은 조금의 알갱이들. 여자는 탄식한다. 시간이 없다.
이름없음 2022/11/18 17:18:31 ID : E3xzVbxxBfd
매끈매끈한 트레이닝 외투, 부드러운 털가죽 코트. 옷걸이에 걸린 교복 바지 뒤로 몸을 숨기던 기억. 따끔따끔한 냄새가 하나의 숨통을 눌렀고, 매캐한 연기가 집 안에 가득... 하나는 그곳에서 하나의 죽음을 겪었다. ’어째 집에 있어야 될 게 하나도 없네. 가스레인지, 밥솥, 너 집에서 요리도 안 해먹냐?’ 뭐라고 대답했더라. 아마, ’사먹으면 되지,‘ 라고 썩 까칠하게 말했던 것 같았다. 그래도 걱정해줬는데, 지금이었다면 더 친절한 말투를 써줬을 텐데. 날 걱정해줄 사람은 정말 몇 없는데.
이름없음 2022/11/18 17:24:53 ID : Ds8oZijhbwr
마법사 다섯 인간 하나라는 뜻인가?
이름없음 2022/11/18 17:43:22 ID : E3xzVbxxBfd
제목은 영어 의문사에서 따왔는데(when where who what why how) 너레더 말 그럴듯하니까 지금부터 그런 걸로 하겠음
이름없음 2022/11/28 16:44:29 ID : AnTU5ak9zfb
셀은 야만적인 시절에 살아본 적이 있다. 왕이 구름에게 명령하던 그 들판이 셀의 침대였다. 창을 놓친 병사들에게 허락된 것은 죽음이니, 셀은 피를 마시고 자랐다.
이름없음 2022/12/03 15:20:48 ID : AnTU5ak9zfb
백사장에서, 파도 소리가 들릴 때 나는 춤춘다. 하늘은 어둡고 태양은 붉다. 그리고 바다는 와인색. 진홍왕이 창을 던지자 해가 피를 흘리며 바다로 가라앉는다. 맨발에 조개껍데기가 채인다. 창공에 매달린 금실과 은실이 흔들린다. 달이 쨍, 깨지는 소리. 별들이 일제히 폭발한다.
이름없음 2022/12/29 17:06:26 ID : AnTU5ak9zfb
태양계, 지구, 남태평양, 해리엇 섬, 노란색-파란색 줄무늬 지붕 집 마법사에게 마법사, 잘 지내? 지구 중력에는 적응했어? 뭐, 적응 못했어도 지구인 몸 구해서 잘 살고 있겠지. 난 잘 지내, 여긴 훨씬 나아졌어. 총독 모가지를 날려줘서 고마워. 루시는 요즘 드라마에 푹 빠져 있어. 알파 센타우리로 가겠다나 뭐라나... 물론 태양계 상황이 좀 안정적이어야 바깥으로 나갈 수 있겠지만. 새로 취임한 대통령은 카이퍼 벨트 연합에 가입하고 싶어해. 명왕성 측에선 엄청 반대하는 중! 그래도 에리스가 우호적이어서 잘 풀릴 것 같아. 있잖아, 마법사. 난 당신에게 궁금한 게 많지만 그중 하나만 물어볼게. 정말로 돌아올 생각이 없어? 지구가 벨 망원경을 띄웠다지만 우리 궤도는 깨끗하고 결계사들이 대기권 전체를 방어중이야. 왜 떠났어? 이제 모든 것이 완벽한데. 그냥 경치 좋은 화산에서 휴가나 평생 즐길 수는 없었어? 당신이 이 편지를 열 때 우리의 그리움을 느끼고 슬퍼하길 바라. 루시, 에퀴아, 그리고 나한테 평생 욕먹기 싫으면 답장 꼭 해. 특히 루시는 당신 소식이 없으면 우리 국민이 불법 구금된 것으로 간주하고 지구로 함대를 보낼 거란 말이야. 루시가 어떤 앤지 알잖아. 이만 줄인다. 다음에도 편지할게. 사랑을 담아, 유나가. 태양계, 파도와 지진의 장남, 최초기지, 제3휴게실 PS: 에퀴아가 캐나다에 사는 자기 친구 베아트릭스 세륨 볼케이노 브라운한테 자기 진짜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해달라더라.
이름없음 2023/01/11 15:43:25 ID : AnTU5ak9zfb
왕위요구자가 클레임 걸어서 전쟁하는 건 중세풍인데 마법으로 전차와 포병을 때우며 드래곤이 공군을 대신하고 의회 내에서는 매일같이 여야대립이 일어나는 전제군주제 세계를 바탕으로 쓰여진 로판 같은 거 보고 싶다
이름없음 2023/01/13 14:09:10 ID : AnTU5ak9zfb
우리가 남은 이유는 간단해요. 와면할 수가 없었거든요. 그 힘을 가지고, 이 모든 고통과 분쟁을 한번에 해결할 수 있을 마법을 가지고 그냥 도망만 칠 수가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불의 마탑을 옮기지 않았죠. 그냥 적측 포탄 - 마법사가 날린 게 분명했어요 - 을 맞고 쓰러지게 내버려두었죠. 실험자재와 논문과 연구물이 아무리 귀해도 사람의 생명에 비하겠냐만은, 우라 마법사들은 인간도 못 되는 족속이라 그걸 나름의 속죄라고 여겼던 거에요. 기자님도 아시겠지만, 마법사들이 민족과 국가에 얽매이기 전, 네 원소 마법을 믿기도 전 옛날에는 세상을 멸망시키고 모든 사람을 흙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마법이 있었다고 해요. 결국 마법사들은 그 마법 때문에 멸망했고. 이 부분부터는 편집하셔도 좋아요. 아마 윗선에서도 기자님보고 이거 자르라고 할 것 같긴 하네요... 공군 대령 한 명이 우릴 찾아왔었어요. 요구는 뻔했조. 마탑규율에서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거. 별들을 재정렬하고 잊혀진 것들을 깨우는 마법. 심우주에 도사린 것들의 아가리로 이 행성을 던져넣는... ’거절할게요.‘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알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협이요, 그것들이 지구를 뜯어먹을 통로를 만들어 주는 셈이니. 하지만 그 대령님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지금도 가끔 생각해요. 우리가 알려줬으면 어땠을까? 우리는 정녕 미신조차도 못 될 멍청한 옛날이야기 때문에 국가와 민족을 배신하고 일만 곱하기 이만이나 되는 사람들이 차가운 콘크리트 속에서 죽어나가게 만든 걸까? 기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름없음 2023/01/17 15:30:50 ID : AnTU5ak9zfb
모르간 배리, 요르크의 공작이자 대 에이레 제국의 차녀, 통칭 진홍공 모르간은 어머니와 단둘이서 티타임 중이었다. “대기근으로 인구를 줄여봤자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그건 그냥 목적 없는 잔혹에 불과해요. 원 역사, 아니, ‘잘못된 역사’를 보세요. 저에게,“ ”모그, 그만해라. 난 이미 의회의 동의를 얻어 법안을 가결했어. 경제 상황이 좋지 않단다... 대외 식량 원조는 없을 거야.“ 모르간은 입술을 깨물었다. ”대외 원조라니, 폐하께서는 에이레의 왕관뿐만이 아니라 브리튼의 관도 머리에 얹고 계신 분이 아니십니까. 그들은 폐하의 백성이에요. 어째서 그런 말씀을,“ “오, 그 말 한 번 마음에 드는군,” 에이레의 마레드 대제가 말했다. “너 역시 그들의 공작이지. 그러니 너의 개인 재산이라도 털어 봐라. 요르크에도 보리가 말라죽어 나무를 씹는 자들이 넘친다 하니, 그들에게 네 응접실의 식탁 다리라도 잘라 내주려무나.“ 잠깐의 정적 후, 모르간은 ”명하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마레드가 찻잔을 비울 때까지 토끼풀 정원에는 사람 말소리가 없었다.
이름없음 2023/01/20 18:17:02 ID : E3xzVbxxBfd
공포새가 멸종하지 않은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는 로판 보고 싶다 배경은 아메리카 아즈텍 문명으로
이름없음 2023/01/30 21:52:56 ID : AnTU5ak9zfb
이름없음 2023/01/30 22:39:08 ID : AnTU5ak9zfb
이름없음 2023/02/11 12:18:36 ID : AnTU5ak9zfb
우리들의 포격이 너희들의 왕을 죽였다. 머리 위로 손을 들어라! 무릎을 꿇어라! 너희의 목숨이 태양과 바다와 천체를 움직이게 될 것을 기뻐하라. 태양의 집 일위카틀 토나티우에서 명예를 누리게 될 자들이여, 무의미한 저항을 중단하라. (이 텍스트는 틀랄록급 전함의 함장이 히스파니아의 마드리드라는 도시에 방송한 연설로 알려져 있으나, 실존여부는 불명확하다. 1번째 천년기와 2번째 천년기의 기록이 주로 사회 고위층에 의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몬테수마 3세의 선전 활동의 일환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이름없음 2023/02/22 21:09:46 ID : AnTU5ak9zfb
수면이 출렁거립니다. 내 위장에 철썩이는 파도가 칩니다. 나는 난간을 꼭 부여잡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숨을 헐떡입니다. 속이 조금은 가라앉습니다. 그제야 시야가 트입니다. 바다에는 다이아몬드가 떠다니는 듯합니다. 손을 뻗으면 잡힐까 궁금해집니다. 저것을 내다 팔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마음이 쪼그라든 부자들에게 순수를 팔 수 있다면. 다만 세상의 염세에 마음 전부를 내준 나입니다. 절박한 이에게는 하늘도 노랗게 보인다죠. 윈터필드 증권거래소 거래품목에 파릇파릇한 감상이 올라있다 하더라도 그곳에 내 몫은 없습니다. 순진의 두 가지 조건은 여유와 멍청함. 가끔 소망합니다. 나는 왜...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끄집어냅니다. 눈도 닦고 입도 닦습니다. 토하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오늘 아침 기분이 울적하여 레이스가 달린 옷을 입었거든요. 지금은 7피트 땅속에 잠들어계신 삼촌께서 젊은 시절 입으시던 드레스입니다. 내가 가진 의복들 중에서 가장 맵시있는 것이고요. 물론 지금쯤 흡연실이나 응접실에 계실 신사숙녀들 눈에는 거지의 넝마주이로 보이겠지만요. 나는 그곳으로 뛰쳐들어가고 싶습니다. 자연이 만든 아름다움을 분수에 넘칠 정도로 두 눈에 담았으니 인간 장인들의 미를 구경하고 싶어졌습니다. 내 앞으로 양산을 쓴 숙녀분이 스쳐 지나갑니다. 그제서야 내가 꼴사납게 반쯤 주저앉아 있음을 인지합니다. 황급히 일어나 치맛자락을 정리합니다. 단은 내 무릎을 아슬히 가리고 정강이를 간질거립니다. 의자에 앉으면 발이 대롱거리던 아이가 6피트를 넘으리라 누가 예상하였을까요. 하나 버리기엔 참 미려한 옷입니다. 내 인생이 대체로 이와 같습니다. 나는 손톱 거스러미, 흔들리는 이, 내다팔 순 없지만 자리를 차지하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내게도 미정의 때가 타있을지 모릅니다.
이름없음 2023/03/04 21:37:38 ID : AnTU5ak9zfb
아주 오래전에 신이 살았다.
이름없음 2023/03/05 10:43:14 ID : Lfhzhvwnvdx
오늘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에서, 네가 아닌 누군가와, 어떤 이유로든, 이렇게 아닌 어떻게든, 이것이 아닌 아무것이나 할 거야!
이름없음 2023/04/09 00:33:56 ID : AnTU5ak9zfb
지금 봐도 마음에 드는 글
이름없음 2023/04/20 16:59:34 ID : AnTU5ak9zfb
선택에 대한 대가가 제대로 묘사된 글을 쓰고 싶다. 주인공에 대해 냉정하고 건조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름없음 2023/05/30 01:09:33 ID : AnTU5ak9zfb
ㅁㅁ, 나의... 나의? ㅁㅁ는 나의 무엇이지? 피고용인? 동업자? 전우? 그도 아니면, 친구? 그래, 내가 ㅁㅁ를 친구로 생각한다는 것은 역겹고 처참하고 모순적이며 징그러운 일이지만 그래도 최악은 아니다. 안심하며 돌아눕는다. 등이 배긴다. 매트리스를 바꿔야 할까? 낡고 속은 다 뭉친 지 오래니까. 눈꺼풀이 떨리더니 저절로 열린다. 침대가 너무 불편해서. 그래서 잠이 안 오는 거다. /이걸 자기합리화라고 하던가./ 나는 나 자신에게 닥치라고 내뱉는다. 고개를 든다. 03시 20분. 젠장맞을, 출근해야 하는데...
이름없음우 2023/06/05 23:03:33 ID : AnTU5ak9zfb
”나를 [][] 부른다 너.“ 아이가 나에게 명하였다. 나는 무엇인가 아이의 문장에서 생략되었다 어렴풋이 깨닫지만 그것이 어떠한 음소로 이루어졌는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였다. 이것은 내가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공기의 떨림의 조합이다. 나는 물었다. 발음할 수 없는 것을 발음하려 시도하며. “네 이름이 [][]야?“ 아이는 고개를 흔들어 저으며 그들의 말을 내뱉었다. 짜증서린 어투로 보아 부정이라는 것만 유추할 수 있었다. 잠깐의 침묵 후, “그냥 뿌리. 너는 나를 이것 부른다. 이것은 [][]가 당신들의 말 속.” 뿌리가 말을 이었다. 문법이 꽤 자연스럽다. 이 근처에 개척민들이 오갔는지 떠올려보았다. 내 기억으론 없는데 뿌리는 어떻게 우리말을 배운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이름없음 2023/06/12 23:38:11 ID : AnTU5ak9zfb
아, 우리는 도대체 왜 이 땅을 미답지라 믿었을까요! 황무지와 허허벌판은 잠시뿐, 우리가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색깔로 장식된 도시가 지척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각하, 제가 방문했던 그 야만인의 마을에는, 길목마다 깃털을 엮어 만든 캐노피가 걸려 있었습니다. 각하께서는 이를 저속한 공작의 오만이라 칭하실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 아름다움이 베렐의 성전에 장식된 색유리에 걸어도 색이 바라지 않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또한 도시의 질서정연함은 제국의 것이었습니다. 예,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제국의! 그 제국은 어쩌면 멸망한 것이 아니라 이 대륙에 새 자리를 잡았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 편지를 쓰는 내내 간절히 기도하였는데, 이는 다만 제 비루한 어휘로는 경이를 온전히 묘사할 수 없음에 대한 한탄입니다. (A의 보고서 2p) ---- 각하, 그들은 저를 환대해 주었기에, 저는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야만인들 사이에서 지내는 것이 거짓믿음 가진 이들 사이보다 더 낫다’ 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것은 모두 제 오만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들은 작은 대포를 가지고 있는데, 화승도 부싯돌도 없이 불을 뿜으며 장전할 때는 대포의 뒷부분이 열려 작은 포탄을 집어넣습니다. DT는 그것이 핸드캐논에 더 가까운 물건이라 하였지만 그 파괴력만큼은 어떤 대포보다도 강력합니다. 그리고 모든 야만인이 그것을 능히 다루니 남녀노소 모두 병사나 다름없습니다. (B의 보고서 6p) -----//
이름없음 2023/06/28 21:54:30 ID : AnTU5ak9zfb
"루이제 엘리자베트 폰 슈마허 경." 아이는 나무둥치에 걸터앉으며 말한다. 목소리가 울음을 터트릴 것 같다. 무릎꿇고 있던 여자가 일어난다. 정복 바지 무릎에는 이파리와 진흙과 개미가 붙었다. 여자는 옷을 정돈해야 하는지 고민한다. "나는 경을 사랑했어요." 여름 한낮이다. 하지만 빼곡한 나뭇잎에 햇빛 한 점 찾을 수 없다. 어둠이 베일처럼 여자의 얼굴 위에 드리워진다. 별안간 바람이 분다. "압니다, 폐하. 보잘것없는 제게 이 모든 것을 주신 분이 바로 폐하 아니십니까." 아이는 눈을 감고 고개를 젓는다.
이름없음 2023/07/05 21:04:50 ID : AnTU5ak9zfb
날 걱정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것은 내가 22년간의 고행 끝에 깨달은 진실이다. 가족, 친구, 그리고 애인... 원한 적이 없다고 하면 나는 거짓말쟁이겠지. 하지만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 중 하나라도 내 의사와 같았던 것이 있었던가? 적어도 2051년 이후로는 없었다. 언제나 선택지가 하나밖에 없는 인생이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아무도 없는 것도 가스레인지에 불 좀 켜보려다 제풀에 주저앉는 것도 피묻은 리볼버를 손질하는 것도 밤낮 바뀐 패턴으로 사는 것도 매일같이 그것들을 마주하는 것도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었더라면 주저없이 택했을 텐데! 그러나 나는 또다시 오늘밤을 반복하겠지. 붕대로 상처를 싸매는 삶을.
이름없음 2023/07/31 17:13:28 ID : q3Pg1xu3xA0
그러니까 호른 백작이 죽은 건 사고였어요. 그리고 따지자면 검은탑 측에 더 문제가 있었고요. 저희는 마법진을 제대로 그렸단 말입니다. 이동 에너지가 우주 엘리베이터 높이와 다르다고요? 중력이 줄잖아요! 전하의 학자들에게 물어보십시오, 제 말이 맞는지. 푸른탑에서는 제대로 했습니다. 검은탑에서 마석을 아끼겠답시고 자기네들이 계산해둔 에너지를 한번에 주입하는 바람에 그 사단이 벌어진 거에요. 전하께서 제 태도가 오만불손하다고 생각하시는 건 잘 알겠습니다만, 그래서 뭐 어쩌실 겁니까? 군이라도 소집하실 겁니까? 그렇다면 제발 검은탑으로 가 주시길. 저희도 검은탑에 할 말이 많은 참이거든요. 계속 여기 있으실 거에요? 저희가 호른을 살려낼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왕자님. 저희도 정말 유감이지만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이름없음 2023/08/10 22:58:25 ID : AnTU5ak9zfb
기다리고 있어. 우리가 더 이상 증거없는 힘에 의존하지 않을 날을. 달과 별이 권능을 잃어버릴 시간을. 오래된 세상의 노래들이 그저 공기의 울림이 될 때를. 그때 나는 물에서 끄집어낸 물질로 당신에게 갈 수 있겠지. 기다려줘. 궤도를 계산하고 있으니까.
이름없음 2023/08/17 17:09:08 ID : smJRu4MrBAi
15년. 마리는 손끝을 하늘에 뻗는다. ‘너무 길어,’ 짜증이 든다. 15년은 너무 길다. 그녀는 손가락 끝을 본다. 어쩌면, 이 너머에... 마리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은 떠올릴 때 달고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쓰다. 눈을 감았다 뜨자, 그녀는 한 소녀가 그녀의 눈앞에 서 있는 것을 알아차린다. 소녀는 길다란 머리칼에 교복 차림이다. 가슴팍에 달린 S16-1의 장미 교표가 익숙하다. 소녀의 미소는 그녀의 기억과 꼭 같다. 마리는 자신이 귀신을 보고 있는 것인가 의심한다. 하지만 그녀는 뇌의 망상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들 중 하나이며 유물론자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나의 불안감이 만든 환상이겠지.’ 불쾌감이 마리의 목을 긁어댄다.
이름없음 2023/08/17 22:56:36 ID : AnTU5ak9zfb
그러나 그녀는 무엇에 대해 불안해하는가? 그녀의 얼굴이, 어릴 적과 변함없는 맑은 얼굴이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쓸데없는 생각.’ 마리는 일축한다. 유리는 못해도 5년을 경험하였고 이는 소녀가 성인으로 자라기에 충분한 시간이니. 뿐만 아니라 제1 상급학교 학생 전유리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학년 수석 겸 마법 탐구 동아리장 전유리, 또는 인류공화국의 요원 유리 코웰-전. 다른 사람들의 관점에도, 인간의식의 연속성에 대한 그녀의 신념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그녀에게는 둘이 다른 사람이었다.
이름없음 2023/08/25 17:41:33 ID : jupQslBbvbg
옛날 디스토피아 설정임 올드해서 버렸지만... 마리와 유리는 쌍둥이 자매임 둘은 시민권(장르문법)은 없으나 꽤 괜찮은 집안이었고 대단히 우수한 학생이었음. 제1상급학교(비평준화 시절 명문고st)에서도 전교권으로 놀던 자매는 체제의 비밀을 파헤치려는 아이들과 마주하는데... 결과적으로 그 친구들(특: 찐부잣집)은 재교육(1984의 무성의한 인용) 받고 원래의 순탄한 삶으로 돌아감. 도련님아가씨 아니었던 애들은 추방령. 유리는 마리 포함 모두를 통수친 후 공화국의 요원으로 발탁, 대대로 시민이었던 가문으로 신분세탁. 마리는 유리를 죽이려 했으나 자신이 그동안 경멸해오던 동급생들과 마찬가지로 온실속 화초였다는 것만 인정하고 자수함
이름없음 2024/01/03 15:01:23 ID : AnTU5ak9zfb
’개념에서 파생될 수 있는 모든 추론은 연산을 통해서도 그 본래의 특성으로부터 파생될 수 있다.‘ 드 모르간은 책을 덮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지. 계산만 하면 된단다! 계산이야말로 모든 것이지. 라이프니츠는 또 이렇게 말했단다. 적절한 연산과 그것을 수행하는 기계가 있다면,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리라고.“ 눈을 반짝이며 경청하던 소녀가 대답했다. ”맞아요, 선생님. 그러면 만약에, 정말로 그런 기계가 있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을까요? 예를 들어서, 어떤 시인이 A fortress formed to Freedom's... 라고 적고 그 다음 말을 고민해요.“ 남자는 헛기침을 했다. 그는 소녀의 어머니로부터 부탁받은 바가 있었다. 소녀를 시와 문학으로부터 분리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녀는 못 들은 체 하는 것인지, 정말로 못 들은 것인지 말을 이어나갔다. 소녀에게는 자아도취의 기질이 - 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 보였다. “ 그런데 그 다음에 올 수 있는 유일한 낱말은 hands 밖에 없어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문장을 기계가 계산하게 한다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글쎄다, 라이프니츠가 말한 기계를 실제로 만드는 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문장이라는 건 너무 많아.” 소녀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러면, 다시 책을 펴 보자.” 1855년, 해석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64세의 남자는 기계를 보고 있었다. 뿜어져나오는 증기와 철커덕거리는 굉음. 그러나 그것은 단지 겉치장으로, 기계는 오히려 수십 명의 계산원들과 더 비슷했다. 아니 어쩌면 수백 명. 어쩌면 수천, 수만 명. 남자는 아름다운 유리 궁전 아래 길고 긴 방정식을 계산하던 기계를 기억했다. 정부가 그의 발견을 통해 대포의 탄도를 계산할 수 있다는 걸 알아차리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 그는 로켓의 명중률을 높이고 있었다. 왕립 해군은 무엇보다도 더 정확한 계산을 요구했다.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이동하는 적함을 상대로 명중거리를 늘리고 또 늘려, 붉은 섬광이 적들에게 공포를 가져오도록. 남자는 대영제국의 바다가 넓어지는 것이 기꺼웠으나, 정말로 그가 원했던 것은... 남자의 꿈에는 집채만한, 왕립 해석 기관의 수 배는 되는 기계가 있다. 먼지만한 톱니바퀴가 굴러가고, 머리카락만한 구멍이 뚫린 천공카드가 기계에 입력된다. 기계 앞에서 그는 시를 읊는다. ’In the year since Jesus died for men, (중략) A fortress formed to Freedom's...‘ 이 시는 기계에 입력된 적이 없다. 앵무새처럼 기억을 따라하는 것은 백치라도 할 수 있다. 남자가 묻는다. ‘이 다음에는 무슨 단어가 와야 하겠는가.’ 기계가 대답한다. ’hands.' 이것이 찰스 배비지라는 남자, 인간 아닌 지성의 창조자가 이따금 꾸는 꿈이다.
이름없음 2024/01/04 00:54:07 ID : AnTU5ak9zfb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부인의 이름은 의도적으로 언급하지 않음
이름없음 2024/02/18 21:49:58 ID : AnTU5ak9zfb
우리는 어쩌면 내일을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 나는 하얀 방 안에서 그녀와 마주합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하나뿐인 존재인데 그것은 내가 곧 그녀이기 때문입니다. 오래 전 그녀는 내가 읽고 있는 그녀의 편지를 보면서 민망하다고 말했는데 나는 그녀가 웃기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녀가 원한다면 나는 그만둘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나도 그녀의 눈이 곧 나의 눈이고 나의 귀가 곧 그녀의 귀라는 것을 잊고 있었으니 멍청한 오만일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아무도 줄 수 없는 것을 주었습니다 그녀는 내가 그만두어도 된다고 말했고 나는 물살에 맞서 싸우기를 그만두고 흘러갔습니다 나는 돌벽에 이르렀는데 그곳이야말로 나의 누울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나는 나무의 일부가 되었고 그녀는 내 뿌리에 물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내 가지를 잡았는데 그러자 그것은 손이 되고 나는 끌려나왔습니다 그녀는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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