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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2/11/14 08:11:30 ID : hzcNvvii8ja
살짝 길어질 것 같아서 나눠서 쓸게. 나는 꿈 속에서 하나였어. 한 명이 아니라 호소다 마모루 감독 작품 늑대아이의 주인공 하나... 도시에서 살며 사냥을 나갔다가 급류에 휩쓸려버린 그이와 사별하고 이런저런 문제로 시골에 내려가서 큰 집을 헐값에 사다가 보수해서 아이들과 살았는데 내가 하나로서 꿈 속에서 봤던 집은 시골이긴 해도 조금 다른 곳이었어.
이름없음 2022/11/14 08:13:37 ID : hzcNvvii8ja
깊고 깊은 숲을 지나야 만날 수 있는 한 시골 마을에, 논밭도 있지만 원작보다 조금 작은 집 바로 앞에는 내 키보다 조금 낮은 높이의 작은 미로형 정원이 있었어. 분명히 그이를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두 아이를 데리고 이사를 결심하여 집에 도착한 그 시점이었지.
이름없음 2022/11/14 08:17:19 ID : hzcNvvii8ja
그리고 청소를 했어. 지붕도 수리하고, 방도 꾸미고, 마지막으로 아이들의 약간 자라난 키를 집 기둥 중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곳에 자리잡은 것을 하나 골라 음각으로 새기는 것까지. 집의 크기나 구조, 주변 풍경은 조금 달라도 원작의 전개를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었어.
이름없음 2022/11/14 08:23:24 ID : hzcNvvii8ja
드디어 큰 일이 끝났다는 생각으로 집 마루에 드러눕자 시야가 어두워졌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다가 겨우 그친 날이 되었어. 그날은 아이들에게 우비를 입혀주고 오랜만에 나가서 놀 수 있었던 날. 그리고 그이를 떠나보내고 처음으로 맞이한 햇살이 그렇게 잔인할 수가 없었던 날과 비슷한 공기였으나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을 주던 날. 나는 어김없이 아동용 우비 두 벌과 성인용 우비 한 벌을 꺼내들었어. 그중 내 것은 틀림없는 노란색이었고.
이름없음 2022/11/14 08:31:33 ID : hzcNvvii8ja
영화를 오래전에 봐서 영화와 일치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갈색 장화를 꺼냈어. 신어 봤더니 무릎 바로 밑까지 오는 예쁜 장화였지. 아이들은 벌써 저만치 뛰어가서 무엇이 그렇게 신기한지 까르르 웃으며 놀고 있었고, 어느새 기억 상으로는 마을에서 여러 도움을 주셨던 할아버지도 오셔서 아이들을 봐 주고 계셨어. 자신은 괜찮으니 잠시 걸으면서 쉬라는 듯 손짓을 보내시길래 무슨 일이 있어도 꽃처럼 웃으라며 내게 붙은 하나라는 이름처럼, 나는 밝게 웃으며 알겠다고 하고 집 앞의 미로로 들어섰어.
이름없음 2022/11/14 08:39:50 ID : hzcNvvii8ja
몇 번 들어가 보지 않았던 곳임에도 신기하게도 나는 쉽게 중심까지 도달할 수 있었는데, 걷다 보니 미로가 한 겹이 아니라 두 겹인 구조라는 것도 알게 되었어. 늑대 정도의 동물이면 무리 없이 그 사이를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중심에서 마주한 미로의 끝은 허리 정도의 높이 아래로는 키가 작은 식물로 막혀 있었고, 그 위로는 공간이 있었어. 그이가 늑대의 모습으로 나에게 찾아온다면, 그리고 이곳에 있다면, 정확하게 눈을 마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나와 그이에게 꼭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던. 그런 곳.
이름없음 2022/11/14 08:45:42 ID : hzcNvvii8ja
그래서 그럴까? 갑자기 미로가 바스락거리며 무엇인가 미로 사이의 공간을 통해 지나다니는 듯한 소리가 들렸어. 그 소리 자체는 작았지만 느낌은 결코 작지 않아서, 토끼나 다람쥐 같은 평범한 크기의 소동물은 아니겠다 싶었지. 무슨 동물일까 궁금해서 사람 말을 알아듣는지도 불확실한 동물에게 대뜸 이리 오라며 말을 걸었어. 길을 따라서 미로의 중심으로 걸어오면 밝은 빛이 환하게 들어오는 곳이 있을 거라고. 그곳이 미로의 끝이고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며.
이름없음 2022/11/14 08:50:30 ID : hzcNvvii8ja
그러자 그 동물이 정말 알아듣기라도 한 것처럼 조금 빨라진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어.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아까는 무슨 패기인지 어떤 동물일지도 모르는데 이리 오라고 했지만 지금은 두려운 마음이 커졌어. 혹시나 무서운 짐승이면 어떡하지, 아직 두 아이가 있는데, 이대로 무슨 일을 당하는 걸까, 이런 마음.
이름없음 2022/11/14 08:55:04 ID : hzcNvvii8ja
덜컥 겁이 나서 천천히 뒷걸음질로 도로 미로를 나가려고 했는데, 이미 늦었던 건지 미로 끝에서 단 한 번의 꺾이는 짧은 구간을 두고 바스락대는 소리는 가까워져 있었어. 나는 완전히 등을 돌리는 자세도, 그렇다고 정면으로 마주하는 자세도 아닌 모호한 모습으로 뚫려 있는 곳을 주시하고 있었지. 저 멀리서 나는 아이들과 할아버지의 웃음소리, 우거진 숲 속의 새소리, 그 무엇도 들리지 않았고 오로지 눈 앞의 존재가 내는 소리에만 온 신경이 쏠린 채로.
이름없음 2022/11/16 01:19:01 ID : hzcNvvii8ja
무언가 다가오고 있다는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겠지? 분명히 산짐승의 기척인데도 익숙한 거야. 낯설긴커녕 오히려 정겹고 사랑스러울 정도로. 속으로 온갖 추측을 얼마나 했을까, 어느샌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터지고 말았어.
이름없음 2022/11/16 01:20:10 ID : hzcNvvii8ja
지금 누군가 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보고 있다면, 그리고 늑대아이를 본 적 있다면 그 정체가 무엇인지 눈치챘을 거야.
이름없음 2022/11/16 01:23:07 ID : hzcNvvii8ja
내일은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이것까지만 미리 쓰고 가는 편이 좋겠지? 풀들 사이로 천천히 걸어나온 그것은 바로 청색과 회백색 털을 가진 늑대 한 마리. 그렇게 사랑해서 모든 걸 놓고 함께했고, 목이 터져라 울고 부르짖던 그이였어. 꿈 속의 나에게는 두 아이만을 남기고 가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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