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저희 외할아버지댁이 있는 곳은 아포에서도 시골중의 시골이라 근처에 편의시설 하나없는 완전 깡촌인 그런 장소였습니다. 외할아버지의 집은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이 모여사는 작은 마을에 있었는데 약간의 개조를 곁들인 기왓집이였기에 꽤나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었죠. 구석에는 외양간을 개조해 만든 창고도 있었고 그곳에넌 트랙터와 온갖 공구류들이 즐비하게 늘어져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창고를 지나 무너진 뒤뜰의 담장을 넘어가면 작은 뒷산이 하나 나왔는데 그곳에는 돌아가신 외갓댁의 선대분들이 묻혀있는 장소였죠. 저의 괴담은 그곳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름없음2022/11/22 12:43:33ID : 6qlB9jBtdws
외할아버지의 생신을 맞아 이른아침 일어나 채비를 하고 저희는 외할아버지댁이 있는 아포로 향했습니다. 그날따라 아침부터 날씨가 좋지 않았고 아니나 다를까 가는도중에 조금씩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고 이내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운전하기가 힘들 정도로 비가 쏟아져내리기 시작하더군요. 어머니와 아버지께서는 집안 어르신들과 생신 축하파티를 뒤로 연기하는것이 어떻겠냐며 한창 말씨름을 하고 계셨고 당시 어린 나이였던 저와 동생은 비가 무수히 쏟아지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그냥 그 나이 또래들이 하는 실없는 헛소리를 늘어놓던 중이였죠. 헌데 한참을 창밖을 바라보던 동생이 갑자기 저의 등을 손가락으로 콕콕 찌르며 "형아 저게 뭐야? 밭에 이상한 아저씨가 서이써" 라고 이야기하더군요. 저는 동생이 가르키는 방향으로 보았고 실제로 그곳에는 물웅덩이 위에 농부들이 입을법한 작업복을 입고 한손에는 낫을 든채로 멍하니 서있는 아저씨가 한분 계셨었습니다.
이름없음2022/11/22 12:47:14ID : 6qlB9jBtdws
차는 금방 그곳을 지나쳐갔고 아주 잠깐 스쳐지나간 것이긴 했지만 분명히 저와 동생 모두가 그 사람을 본 것이였죠. 저는 약간 이상한 아저씨일거라며 동생에게 말해준뒤에 다시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는데... 글쎄 동생이 아까전과 같은 소리를 한번 더 하더군요. "형아 아까 그 아저씨 저기 또있는데?"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저는 다시한번 동생이 가르킨 지점을 보았고 그곳에는 아까전의 그 아저씨가 서있었습니다. 똑같은 복장에 이번에는 낫을 높게 치켜든채로 말이죠. 2번이나 같은 사람을 다른 장소에서 목격하자 등골이 오싹해지더군요 저는 동생과 자리를 바꿔앉았고 그때부터는 창밖을 뚫어져라 주시하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