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02/12 23:19:38 ID : s4NxVhz88ks
자유롭게 평가해줘. 피드백 환영이야. 1. 돛

2 이름없음 2023/02/12 23:20:29 ID : iphBzbu60q0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바다가 돌아왔다. ` ` 바다가 사라진 처음엔 그저, 나에게 화가 많이 났구나- 생각했다. 이제껏처럼 마지못해 다시 내게 달려오겠지, 눈물을 흘리며 내가 너무 보고싶었다고 이야기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나흘을 기다렸다. 일주일이 지나니 화가났다. 내가 뭘 또 그렇게 잘못했을까, 이정도 까지 할 일인가, 집에 있겠지, 문을 안열어주는 건 내게 심통이 나서겠지, 바다는 자존심이 세잖아, 그래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보름이 지난 시점엔 걱정이 되어 미칠 것 같았다. 바다가 혹여나 사고가 났거나 죽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바다의 고향인 여수에 찾아갔다. - 할머님 저 왔어요. 바다 여기 있나요. -너거 둘이 같이 있던거 아니었나? , 바다가 나한테 니랑 같이 어데 간다고, 연락 안된다 카고 일주일 전에 왔다갔는디. 바다가 사라졌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졌다. 이런적은 없었는데. 머릿속이 하얘졌다. 경찰서로 가서 실종신고를 했다. 일주일 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바다를 찾아야 해. 바다를 찾아야 해. 바다를 찾아야 해. 전쟁 속에서 임무를 부여받은 군인 마냥, 그렇게 바다를 찾아 다녔다. 마치 그것이 내 사명처럼 느껴졌다. 바다가 평소 가는 곳을 전부 돌았다. 그렇게 전국을 돌아다녔다. 바다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나를 텅 비게 만들었다. 바다는 종종 내게 이런 말을 하곤 했다. -너와 나누는 사랑이 나의 일부를 차지한다는 사실이 벅차. 사랑해, 사랑해 찬아. 그 말을 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희미하게 웃었다. 바다야, 나에게 우리의 사랑은 일부가 아니라 전부였나봐. 네가 없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 같아. 나는 너를 위해 살아왔나봐. 나는 네가 없이는 존재 할 수 없나봐. 넌 나고 난 너야. 그게 증명할 수 없는 온전한 진리야.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완벽한 진리야. 네가 사라지니까, 나도 살수가 없어졌어. 바다에게 하고픈 말을 머리로 뱉어내고 속으로 되삼켰다. 말들을 삼키니 역류하듯 헛구역질이 났다. 밖으로 뱉어져야 할 말들이, 누군가에게 전달되어야 될 말들이, 몸 속에서 빠져나가지를 못하고 있으니 탈이 날 수 밖에 없었다. . . 바다가 사라진 지 반년이 다 되어간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말 죽을 것 같았다. 몸이 제기능을 하지 못했다. 심장은 요동치고, 호흡은 멈췄다가 가빠지길 반복했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버텨내기 보단 받아들였다. 그랬더니 잠잠해졌다. 내 마음처럼, 내 몸도 바다없는 삶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나보다. 나는 바다가 죽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경찰은 더 이상 바다를 찾지 않는다. 도무지 찾아도 없다고, 아마 사망한 것 같다고 내게 이야기 했다. 다 죽이고 싶었다. 자기들이 뭔데 함부로 바다의 죽음을 말하지? 제대로 찾은 건 맞나? 이 살의를 경찰들에게 숨기지 않고 들어냈다. -진정하시죠.- 이 말이 나를 더 미치게했다. 니들이 우리가 어떤 사이인지 아냐고 따지고 싶었다. 그러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나는 무언가에 홀린 듯 경찰서에서 나왔다. 그렇게 나는 바다의 죽음을 받아들여야 했다. 바다가 죽었다. 그리고 나도 죽었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나는 죽은 사람이었다. 죽지 않은 게 이상했다. 이미 내 정신은 죽고 텅 비어버렸으니, 내 몸뚱아리도 아무런 쓸모가 없었다. 수십번 정도 자살을 시도했다. 신은 죽는 것 마저 내 뜻대로 하지 못하게 하는구나, 내게서 모든 것을 앗아가더니, 결국 빈껍데기 같은 몸으로 기약없이 몸뚱아리가 수명을 다 할 때 까지 기다려야 하는구나. 몸은 성한 곳이 없었고, 상처는 더 이상 내게 고통을 주지 못했다. 종종 바다를 원망했다. 너는 나를 어디까지 망가뜨리려고 하는 거야. 나를 어디까지 끌어내리려고 하는 거야. 얼마전 꿈에 바다가 나왔다. 바다는 여전히 사랑스러웠지만,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바다는 나를 보며 슬며시 웃었다. 그 미소가 나를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울음짓게 만들었다. 바다는 울고있는 나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찬아, 신의 것을 내게 줘. 바다의 한 마디를 끝으로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신의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언젠가 바다가 내게 손수건을 준 적이 있었다. 그 손수건엔 십자가와 물방울이 자수로 새겨져 있었다. 삼 년 전쯤, 나는 바다와 함께 여수로 가는 길에 그 손수건을 잃어버렸다. KTX에서 내리다가 틈 새로 빠뜨려 다시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문득 꿈 속에서 바다가 말한 신의 것이 그 손수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역으로 향했다. 손수건을 잃어버렸던 그 곳으로 갔지만, 손수건은 다시 찾을 수 없었다. 포기하고 다시 돌아가려던 찰나, 노숙자처럼 보이는 사람이 나의 손수건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차마 그에게 그것을 달라고 말할 수 없었다. 그는 추위에 덜덜 떨며, 내 손수건을 손에 꽉 쥔채, 살려고 애썼다. 내가 저 손수건을 가져간다면, 그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을 앗아가는 것과 같을 것이다. 저 손수건을 다시 되찾는다고 해서 바다가 내게 다시 오는 것도 아니다.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차피 바다는 죽었는데. 나는 주머니에 들어있던 오만원 권을 아무말없이 노숙자에게 건넸다. 그가 무어라 감사인사를 했지만,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나는 여수로 향했다. 여수의 바다는 동해안과 달리 파도가 세게 치지 않는다. 바다는 자기 인생도 여수의 바다처럼 잔잔하고 평온하게 흘러가기를 바란다고 했었다. 나는 바닷물을 손에 한움큼 담고, 그것을 전부 마셨다. 목이 타는 듯이 따가웠다. 바다가 내 안으로 들어온 듯 했다. - 그걸 왜 먹어 바보야. 바다의 목소리가 환청처럼 들렸다. 눈물이 났다. 나는 그대로 주저 앉아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내 머리위로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졌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바다가 내게 말했다. - 찬아, 신의 것을 내게 줘. -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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