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04/12 15:31:36 ID : eLhtcsmHBbw 1
bit cloudy
2 이름없음 2023/04/12 15:38:17 ID : eLhtcsmHBbw 0
"들판은 그것이 언어로 묘사될 때 실제보다 더욱 녹색을 띤다. 꽃을 문장으로 표현할 때 그 문장은 상상의 영역에서 꽃을 정의하는 것이며, 이때 꽃의 색채는 원래 식물세포가 결코 이룰 수 없는 항구성이란 특징으로 치장된다."
3 이름없음 2023/04/12 15:43:00 ID : eLhtcsmHBbw 0
무언갈 표현하려고 할 때 두 언어가 마구 뒤섞여서 독백에서마저도 의도치 않은 적막이 늘어나고 있다 언젠가는 나아질까
4 이름없음 2023/04/12 15:48:40 ID : eLhtcsmHBbw 0
친구 집에서 이틀밤을 묵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5년 전 이맘때를 회상했다. 어째서 이곳이 떠올랐을까, 유독 사무치는 외로움 때문이라고 스스로 답을 내렸던 것 같다
5 이름없음 2023/04/12 15:50:27 ID : eLhtcsmHBbw 0
머리에 열이 올라서 화면 보기가 힘들다 나머지는 내일 작성해야지
6 이름없음 2023/04/13 06:01:28 ID : eLhtcsmHBbw 0
카페인 섭취가 너무 과했던 탓인지 스트레스가 급격히 늘어난 탓인지 긴장성 두통과 어깨 통증이 도졌다 몸을 좀 풀어줘야 할텐데 그럴 여력이 없다
7 이름없음 2023/04/13 06:03:38 ID : eLhtcsmHBbw 0
간만의 휴식인데 이상하게 아주 오래 전부터 누려왔던 것처럼 느껴져서 끝이 두렵다
8 이름없음 2023/04/13 06:05:13 ID : eLhtcsmHBbw 0
향에 관심이 생긴 후로 후각이 예민해진 것 같다. 첫 끼니로 베이컨과 달걀을 넣은 라면을 먹었는데 계속해서 코를 때리는 훈연향이 신경을 거슬린다
9 이름없음 2023/04/13 06:20:59 ID : eLhtcsmHBbw 0
사적인 감정이 외부의 추잡스러운 감정에 오염이 되는 것을 보고 뼛속 깊은 불쾌감을 느꼈다. 어리석게도 그걸 입 밖으로 꺼내버린 건 내 자신이니 다른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다. 다시는 그다지 가깝지 않은 남에게 사람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 않기로 결심했다. 분명 이것을 이미 경계하고 있었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해이해진 까닭은 덧없는 시간의 흐름에 전부 망각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10 이름없음 2023/04/13 11:37:05 ID : eLhtcsmHBbw 0
너는 왜 공연한 사과를 하면서 민폐를 끼칠까
11 이름없음 2023/04/13 12:20:46 ID : eLhtcsmHBbw 0
다수의 사람들이 타인에 대한 시각과 태도에 상당히 자기자신을 투영하는 것 같다. 경험주의적인 사고를 지녔을수록 이 경향성은 두드러진다.
12 이름없음 2023/04/13 12:28:47 ID : eLhtcsmHBbw 0
“우리는 잘못된 스핑크스이고, 우리가 누구인지 모른다는 사실만 남는다. 이렇게 자신과 조화하는 법을 알 수 없을 때만이, 우리는 삶과 조화를 이룰 수 있다. 부조리는 신적인 것이다. 가설을 세우고, 인내심을 갖고 검증하고, 정직하고 엄격하게 통찰한 후, 그 가설을 폐기한다. 행동한다. 그리고 우리의 행동을 유죄시하는 가설을 통해 우리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우리는 일생 동안 하나의 길을 만들고, 그 길을 따라가면서 그 길에 맞서서 행동한다. 우리 아닌 어떤 것, 우리가 되기를 원하지 않는 것에 우리 자신을 맞춘다. 또한 우리의 실체라고 결코 알려지지 않기를 바라는 어떤 것을 참조하면서, 우리의 몸짓과 태도를 선택한다. 읽지 않을 책을 산다. 음악을 들으려는 것도 아니고, 그 자리에 나오는 누군가를 보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콘서트에 간다. 걷는 것이 피곤할 때 우리는 긴 산책을 나선다. 우리는 시골로 휴가를 떠난다. 다름 아닌 전원생활이 지루하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13 이름없음 2023/04/13 13:00:32 ID : eLhtcsmHBbw 0
다 잊어갈 때쯤 묻어뒀던 타입캡슐을 열어보듯이 알만한 건 다 안다 생각했던 미성년 시기의 글을 들춰봤다. 비록 내가 쓴 글은 남아있지 않지만 그 답으로 어림짐작하기를 당시의 나는 미처 자각하지 못했던 그 나잇대 특유의 오기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상대에게서 나의 비루한 과거에 묶여 미처 보지 못했던 다정을 발견했다. 나이를 먹는 것은 당연하지 않았던 것이 당연해지고 당연했던 것이 당연하지 않아지는 것. 발 딛고 있는 곳이 고지라고 손쉽게 생각하던 오만을 훗날 또 다시 되돌아보게 될 줄은 몰랐다. 지금으로부터 몇년 후가 되었든 마찬가지겠지. 나는 내 스스로에게 좀더 겸손해질 필요가 있다.
14 이름없음 2023/04/13 13:29:33 ID : eLhtcsmHBbw 0
성장에는 망각이 필연적인 걸까? 지난 자리에 먼지 따위 쌓일 일 없게 거듭 곱씹어 미적지근한 열기마저 느껴지는 이들에게는 과거의 아둔함이 어떻게 느껴질지 궁금하다.
15 이름없음 2023/04/13 13:47:11 ID : eLhtcsmHBbw 0
90분 이상을 정오 뙤약볕 아래 있어도 어지간해서 타지 않던 피부가 아침수영을 시작하자마자 새까맣게 타버렸다
16 이름없음 2023/04/13 14:05:52 ID : eLhtcsmHBbw 0
방금 깨달은 사실인데 나는 지속적으로 갈망할 대상을 찾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방금까지 갈 곳 없는 감정들을 명명할 구체적인 대상을 끊임없이 물색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내가 느끼고 있는 그리움이 엄밀한 향수가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몽상에서 깨어났다.
17 이름없음 2023/04/14 06:57:55 ID : eLhtcsmHBbw 0
포만과 추위와 졸음은 한데 모여 나를 모서리에 정박시킨다. 알면서도 잘못된 것을 쉽사리 고치지 못하는 것은 내가 그곳에 침체되어있는 원인이 그뿐이 아니기 때문일까
18 이름없음 2023/04/14 07:11:10 ID : eLhtcsmHBbw 0
어쩌면 나는 유년기보다도 괴로움에 내성이 없다. 굳은살 대신에 박여버린 방어기제로 오랜기간 잔뜩 억눌려있던 속살은 조금만 날카로워도 피를 내비친다.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물을 한껏 머금고 어린 아이처럼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19 이름없음 2023/04/14 11:11:38 ID : eLhtcsmHBbw 0
6년은 결코 짧지 않다. 그간 너무도 당연하게 자리하고 있던 옥시토신이 송두리째 뽑혀 사라졌으니 그 빈자리가 다른 것으로 메꿔지기까지 자못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곳이 공허한 것인지 심신이 공허해서 이곳을 공허하다고 느끼는 것인지—언제까지고 중도에 머문다면 색채 없는 답은 얻을 수 없는 걸까 끝이 있음에, 끝이 없음에 불안을 느낀다.
20 이름없음 2023/04/14 14:08:33 ID : eLhtcsmHBbw 0
그곳의 음습한 물비린내와 녹음이 짙어 눈 앞을 물들이던 지독한 여름을 그린다. 그늘진 시멘트 고가도로 밑 습한 공기, 회색 하늘, 물 맺힌 철제 펜스… 그리워할 것은 하고많다. 나는 아직까지도 그것들의 잔해를 그러모아 백일몽을 꾼다.
21 이름없음 2023/04/15 02:48:07 ID : eLhtcsmHBbw 0
흐린 빛을 좇는다. 부러 블라인드를 열어젖히지 않는다. 이 시기 거리에 진동하는 자스민 내음과 보랏빛 능소화를 발견하기 전까지 나는 그 시절 그곳의 오래된 인위를 더듬는다.
22 이름없음 2023/04/16 06:40:58 ID : eLhtcsmHBbw 0
이미 만들어진 것을 다루는 일은 소모적이며 아직 형성되지 않은 것을 어르는 일은 배설적이다. 우리는 늘상 손쉽게 괄시하는 것들을 동력 삼아 시공간을 초월하는 원형을 유지보수한다. 배설된 것은 첫 들숨을 들이키는 순간 소모되기 시작하며 소모된 것은 마지막 날숨을 내쉬는 순간 배설되기 시작한다. 배설된 것이 배설을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배설이며 소모된 것이 소모하는 것도 어디까지나 소모이지만 이미 연소된 불씨는 결코 이전보다 커질 수 없다. 이렇듯이 우리는 다시는 같은 곳을 딛지 못한다. 이렇듯이 우리는 딛을 수 없는 감옥에 적당히 방임되어 있다. 그러다 문득 여느 때와 같이 회오리의 z축을 거스르는 순간 이 세계는 깨어질 것이고, 마침내 이 망상도 흩뿌려졌다.
23 이름없음 2023/04/16 07:52:53 ID : eLhtcsmHBbw 0
어제 비가 온 탓인지 옷 무더기에서 습기 먹은 냄새가 난다. 약품통에서는 뿌린 적 없는 향수 냄새가 진동을 한다. 몇주 전 황급히 구입했던 싸구려 핸드크림을 오늘 결국 쓰레기통에 처박았다. 오늘따라 후각으로 와닿는 세상이 메스껍다.
24 이름없음 2023/04/16 11:21:19 ID : eLhtcsmHBbw 0
정지 상태의 관성을 뛰넘는 자극이 곧잘 없다
25 이름없음 2023/04/17 14:31:13 ID : eLhtcsmHBbw 0
나아가기 위해서는 더 큰 불완전성에 품어지는 수 밖에 없는 걸까? 진리를 바라고 원론를 논하는 순간 이분법의 장난질에 제자리를 빙빙 돌다 결국 잔디밭에 드러눕고 들꽃의 아름다움이나 논하게 된다
26 이름없음 2023/04/17 17:47:50 ID : eLhtcsmHBbw 0
내 안은 이상할 정도로 경계를 우습게 여긴다
27 이름없음 2023/04/19 07:03:47 ID : 1u6Zg7y1Cje 0
매번 하는 결심이지만 앞으로는 스트레스에 몸이 아파도 제때 진통제를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몽중에서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에 무지하듯이 수중에서는 내가 치는 물장구에 물이 어디까지 튀는지 알 재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남들의 요란한 물장구에 물 밖에서 짜증스레 몸을 제끼던 나를 반성했다. 안압이 높아져서 괜스레 싫증이 났다. 집에만 도착하면 졸음이 쏟아지는 이유가 집 안에 볕이 들지 않아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늘은 귀가 후 거실 블라인드부터 걷기로 했다. 이래서야 직사광선이 달갑지 않다. 이곳의 해는 너무 직설적이어서 사실 모로 비추는 해도 달갑지 않다. 다만 오늘 밤은 깊게 잠들고 싶다.
28 이름없음 2023/04/19 07:30:44 ID : 1u6Zg7y1Cje 0
제일 좋아하는 과일맛을 마지막까지 아껴먹고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먼저 듣듯이 쾌락의 상반을 고려하는 것도 어느정도는 본능적인 것이다. 무방비한 쾌락 추구는 종내 본능마저 거스르게 만든다.
29 이름없음 2023/04/20 04:03:31 ID : eLhtcsmHBbw 0
지난 봄과 여름에는 집 밖을 나서는 일이 드물었고 가을에는 주변을 돌아볼 여력이 없었으며 겨울에는 이곳에 없었다. 되돌아보면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 더 나은 감정과 시간의 안배가 가능했을지도 모르므로 앞전의 문장은 스스로에게 하는 파편적 변명이다.
30 이름없음 2023/04/22 18:17:23 ID : eLhtcsmHBbw 0
음영이 비현실적인 여름의 복선과 손에 묻은 오일파스텔 모카포트의 크레마와 아끼는 잔에 따른 커피와 메이플 시럽을 뿌린 프루트 샐러드 알맞게 기울어진 해로 고르게 채색된 아이보리색 건물과 그 아래 그늘진 테라스와 태양을 닮은 꽃떨기들 정수리께가 뭉근하니 요 며칠 기억을 기계에 의탁했다
31 이름없음 2023/04/24 15:03:20 ID : eLhtcsmHBbw 0
알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입 밖으로 무겁게 꺼내던 우스꽝스런 말이 머리를 잠식한다
32 이름없음 2023/04/24 15:07:24 ID : eLhtcsmHBbw 0
난 아직도 네 감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비로소 자유로워지면 더이상 이런 생각도 들지 않을까 애시당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불건강한 사고습관에 불과한지 아니면 명백한 애착인지
33 이름없음 2023/04/25 16:19:47 ID : FimE8oY8i67 0
오늘 비오는데 레주 일기 생각나서 들렀어. 거기도 비 와?
34 이름없음 2023/05/02 13:21:15 ID : dVe1DwMrvBa 0
여기도 어젯밤에 비가 왔어 일이 바빠서 못 들어온 새에 누가 다녀갔구나
35 이름없음 2023/05/02 13:41:54 ID : eLhtcsmHBbw 0
어느 때고 감정에 지배 받지 않는 시기가 없다. 내가 아닌 나의 감정이 나의 감정을 좌우하는 것을 느낄 때 그에 반발심이 일만큼 미처 섬세해지지 못하고 그저 삶이 무상해지는 인형이 된다. 주어진 사명을 따를 때 고뇌는 휴지조각이 된다. 기나긴 사고과정을 거슬러 존재를 되묻는다. 저항의 저항으로 하여금 존재하는 나는 뒤집힌 삶인가?
36 이름없음 2023/05/04 03:01:53 ID : AY79ipbu1g4 0
감정이 함의된 글자를 읽어 내리기가 힘들다. 무심하게 찍힌 활자 따위로 타인의 참담을 헤아리는 것이 미지의 세계를 함부로 축소해버리는 무례를 저지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까닭이다.
37 이름없음 2023/05/08 14:15:15 ID : eLhtcsmHBbw 0
수요일까지 무사히 일과를 마치면 익일 중에 해변에서 책을 읽기로 했다
38 이름없음 2023/05/13 12:43:14 ID : eLhtcsmHBbw 0
"비가 멈추고 몇 십 배로 팽창한 태양이 다시 한 번 나타났을 때, 난 저 높다란 탑의 옥상 위에서 걸리버와 함께 생활하고 있어, 그때 내 주위엔 늪과 원색의 꽃들과 열대림과 솟아나는 땀과 열병에 걸린 인간들, 그밖엔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
39 이름없음 2023/05/13 14:28:04 ID : eLhtcsmHBbw 0
6시간을 취침하고도 잠이 깨지 않아 오전 9시 경 헤비크림을 넣은 더블샷 에스프레소를 주문했다. 즉각 활력이 솟아나는 것을 보고 나는 이러한 신체기전이 지나치게 인공적인 프로그램 같다는 숱한 생각을 했다. 오후 3시 경 운동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약해진 정신에 익숙한 피로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하루 할당량을 넘어섰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보다 시급한 수마를 떨치기 위해 옅은 블랙커피를 내려 마셨다.
40 이름없음 2023/05/13 14:31:47 ID : eLhtcsmHBbw 0
잊혀질 기억과 흘러가는 감정을 선별해 숱하게 쓰이지 않은 수식어로 붙잡아 놓는다. 숱한 정의에 기억은 덮어씌워지거나 희석되면서 공동묘지의 묘비명처럼 늘어진 채 활자로 잔여한다. 말은 쓰일수록 닳는 속성을 지니고 있기에 사유하지 않을 땐 아무도 모르게 말의 저변을 주워다 놓는다.
41 이름없음 2023/05/14 15:17:43 ID : eLhtcsmHBbw 0
날이 좋아 강변에 텐트를 치고 나들이 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대교의 가장자리에서 물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 잠수교를 지나는 인파가 한가득이다. 나는 그곳을 건널 때마다 실감되는 고즈넉한 주말의 오수가 눈물겨웠는데 당신들에겐 그 광경이 너무도 당연하게 주어지고 있을까?
42 이름없음 2023/05/14 15:20:33 ID : eLhtcsmHBbw 0
첫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이 휴식이 언젠가는 종식되리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렇기에 나는 혀끝으로 가늠되는 평화를 더욱 느릿하게 씹어삼킬 수 있었다. 지나치는 순간에도 눈치챌만큼 희소한 정경은 그 광경보다도 더 강렬한 감정으로 남아 기억의 대비를 높인다.
43 이름없음 2023/05/15 03:00:31 ID : eLhtcsmHBbw 0
지평을 가로지르는 마천루와 가라앉는 노을, 온도 높은 일광 강변을 서행하는 바퀴와 철새의 날갯짓, 매번 헤매이던 철로의 샛길과 그 곁 습한 밤 울음 섞인 하소연, 반사적인 밀어냄, 미숙한 귀엣말, 교외로 이어지는 작은 육교와 그 아래 대각선 24시 패스트푸드점, 내려다 보이던 네온사인과 등지에 깔린 어둠, 엇갈린 입맞춤 엇갈린 와인바 스쳐지나간 비스트로 고도를 암시하던 거센 밤의 손짓과 움츠러든 마음 의식적으로 외면할 수 밖에 없었던 눈길과 그 외 모든 것
44 이름없음 2023/05/15 10:15:34 ID : eLhtcsmHBbw 0
해가 머리 위를 배회하는 시간에도 나는 밤에 있다. 현실은 조열한데 내 안은 이다지도 서늘하고 척척하다. 서로를 혐오하는 성질 탓에 당최 물기가 배어 나오지 않는다. 물 맺힌 심장에서 차마 놓아주지 못해 질식해가는 것들을 융통성 없이 끌어안고 있다.
45 이름없음 2023/05/16 03:10:07 ID : eLhtcsmHBbw 0
몸만 한 칼의 측면이 속수무책으로 밀려나는 몸뚱이를 구태의연하게 떠받치고 있으므로 살아있는 한 시간에 베일 일은 없다. 시간의 첨예함에 오금이 저리던 것은 거듭 그 경계를 들여다봤기 때문이다.
46 이름없음 2023/05/19 14:58:15 ID : eLhtcsmHBbw 0
우리는 바닥을 딛을 수 있는 바다의 경계면에서 부유하고 있다. 바닥을 상실한 이들은 허공을 젓고 뭍을 잊은 이들은 숨을 야윈다. 딛는 감각과 호흡을 동시에 박탈 당한 이들은 물에게 숨통을 반틈정도 내어줬을 시점에 이르러 존재마저 망각하고 물을 내쉬며 뒤집어진 신기루를 딛는다.
47 이름없음 2023/05/22 15:36:05 ID : eLhtcsmHBbw 0
정오의 햇빛에 데워진 물처럼 목덜미가 뜨끈하다. 이어지지 않은 살결을 만질 순 없지만 말단부로 혈액이 왕성한 경동맥을 느낄 수 있다. 떨어져 나간 풍경을 다시 경험할 순 없지만 찰나를 표상할 감각은 여전하다.
48 이름없음 2023/10/13 04:38:20 ID : O4INwMoY5Wq 0
어느 때보다도 죽음을 가깝게 느꼈다. 건강할 적에는 내가 유기체에 갇혀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산다. 할 일을 명확하게 알고 있으나 내 몸은 여전히 무겁고 신체의 무력감에 내 모든 정신을 편승하고 싶다. 저항을 이겨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마침내 내 머리의 일부는 애진작에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49 이름없음 2024/01/25 05:35:50 ID : hwJPbdwtvBd 0
언니한테 나는 무슨 존재야? 언젠가 스쳐지나갈 무수한 인연 중에 하나? 그동안 언니를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했어 내 세계가 너무 협소했던 탓인지 나는 여지껏 언니 같은 사람을 겪어본 적이 없어서 언니랑 있으면 내 스스로가 마치 생전 처음 타인과 관계를 맺어보는 사람 같아 대화 직후 말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 의심해본 적이 있어? 언니도 알다시피 우리는 너무 다른 사람이잖아, 나는 언니와의 대화에서 어디까지가 다르고 어디까지가 통용되는 부분인지 가늠하는 게 너무 힘들어 그런 것에 비해 그동안 우리는 너무 대화가 없었던 것 같아 오랜 기간 타성에 젖어 살아서 그런지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정의하고 언어로 정제하는 과정에 서툴러서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며칠 고민했어...
50 이름없음 2024/01/31 16:22:43 ID : hwJPbdwtvBd 0
숨도 쉬지 않고 이어오던 생각을 오늘 그만두기로 했다
51 이름없음 2024/01/31 18:17:44 ID : hwJPbdwtvBd 0
해변에 왔다. 날이 조금 흐리지만 해는 떴다. 바다가 회색이다. 정체 모를 사체가 내 앞에 있다. 파도에 휩쓸릴 때마다 비린내가 퍼지고 오른편으로 이동한다. 파도가 전후로만 움직이는 게 아닌 걸까? 누군가 건져냈다 내팽개치는 걸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걸까? 파도가 치우친 거라면 달이 해변의 우측에서 물을 끌어당기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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