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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04/27 22:07:54 ID : koMrvzO04E6
좀 심하게 횡설수설할 수도 있어요 미안해요
이름없음 2023/04/27 22:08:33 ID : koMrvzO04E6
일단 걔를 처음 만난 건 sns에서 만났어요 어이 없긴 하네요 현실에서 처음 만ㄴ난 것도 아니면서 사랑 운운 하는 게.. 어쨌든 저희는 공통점이 꽤 있었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10:03 ID : koMrvzO04E6
걔는.. 음 그래요 가명을 하나 지어줄까요 신지라고 해둘게요 왜냐면 처음 만났을 때 걔 프사가 에반게리온 신지였거든요 미안해요 자꾸 다른 얘기로 새서 어쨌든 걔는 일한지 5년쯤 되는 바텐더였고 저는 3년 정도 된 바텐더였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10:51 ID : koMrvzO04E6
저희는 서로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것도 공통점이였어요 저는 해외에 부모님이 계시고 신지는 타지에 부모님이 계셔서 자주 보지 못했으며 사이도 안 좋은 거 마저 똑같았죠 저희는 둘 다 불행한 상태였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12:20 ID : koMrvzO04E6
신지는 인스타에서 본 제 사진이 예뻐서 단순히 하루 정도 술을 마시고 가볍게 헤어지는 일회성 관계를 목적으로 디엠을 넣었는데, 제가 그때 하필이면 병원에서 상담을 받은지 몇 시간 안 됐던터라 신지한테 미친 듯이 말을 쏟아냈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13:08 ID : koMrvzO04E6
신지는 제 정서가 불안정한 상태인 걸 바로 알아채더라고요 자기도 가끔 그런다며 우울한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죠 맞아요 저희 관계는 절대 건강할 수 없더라고요
이름없음 2023/04/27 22:14:26 ID : koMrvzO04E6
그치만 신지는 저랑 진심으로 잘 맞았어요 처음에는 인스타 전화로 먼저 전화를 했어요 목소리는 깔끔하면서 약간 낮은 게 듣기 좋았어요 음 신지는 제가 말하는 걸 가만히 듣기만 했어요 제가 대화의 10/8을 차지하고 있었죠 신지는 그저 들으면서 듣고 있단 호응이나 약간의 조언 뿐이였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15:13 ID : koMrvzO04E6
신지랑은 사는 곳도 그닥 멀지 않았어요 차로 한 시간 정도면 가는 거리였거든요 저희는 안지 일주일 만에 몇 번의 전화를 하다가 실제로 만나기로 마음 먹었어요 신지는 제게 전화번호를 달라 했고 저는 흔쾌히 주었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16:08 ID : koMrvzO04E6
제가 신지에게 전화번호를 달라 하니 신지는 비밀이라 했어요 딱히 내키는 대답은 아니였지만 어차피 신지가 제게 전화를 걸면 신지의 전화 번호가 뜰 거라 생각했죠 그치만 제가 좀.. 단순하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신지는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를 걸더군요
이름없음 2023/04/27 22:17:18 ID : koMrvzO04E6
아 참고로 저희 둘 다 이름은 몰랐어요 저는 신지를 다 믿지 못해 가명을 알려주었고 신지는 그냥 자기를 편할 대로 부르라 했거든요 그래서 신지와 전화를 하는 내내 야, 너 이런 호칭만 썼었어요 그래도 좋았어요 정말 오랜만에 공감대가 맞는 사람이였으니까요
이름없음 2023/04/27 22:19:23 ID : koMrvzO04E6
신지와 만나기로 한 날, 저는 신지의 동네로 갔어요 신지가 오겠다고 했지만 신지에게 제 차를 자랑하고 싶던 마음도 있던 거 같아요 사실 저 신지 얼굴도 모르긴 했어요 왜냐면 신지는 자기 셀카를 인스타 아예 안 올렸고 그 흔한 스토리도 안 올렸거든요 그래서 사진 좀 보내봐라 해도 신지는 그냥 니가 생각하는 거처럼 잘생기진 않았다며 얼버무리곤 했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20:41 ID : koMrvzO04E6
약속 시간이 되고 제가 약속 장소 앞에 있으니 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전화가 왔어요 저는 너무 반가운 마음에 바로 전화를 받고 주변을 둘러 봤어요 저 멀리서 전화를 하고 저랑 똑같이 주변을 둘러 보던 사람과 눈이 마주쳤어요 신지였죠
이름없음 2023/04/27 22:21:59 ID : koMrvzO04E6
음 신지의 외관은.. 뭐라 설명하기 어려운 거 같아요 일단 피부가 되게 하얗고 투명했던 거 같아요 눈 밑에 다크서클도 인상적이더라고요 눈매가 짙고 입술이 좀 얇았어요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수려한 외모는 아니였을지 몰라도 절대 평범한 외모는 아니였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23:18 ID : koMrvzO04E6
신지는 저를 보자마자 가볍게 인사를 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어요 손이 차갑고 커서 기분 좋더라고요 그 후에 저희는 파스타를 먹으러 갔어요 저는 그 날 오프일이라 시간이 비었는데 신지는 출근 시간을 조금 늦춘 거라 저희는 빠르게 놀아야 했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24:16 ID : koMrvzO04E6
신지와 있는 시간은 정말이지 행복했어요 신지는 제 얘기를 잘 들어주었고 춥다 하면 손을 맞잡아주곤 했거든요 심장이 간질간질 하고 온 몸이 저리는 기분이였어요 정말 오랜만에 이런 감정을 느껴서 더욱 소중하게 느꼈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25:51 ID : koMrvzO04E6
저희는 서로가 꽤 마음에 들었어요 조금은 불행하고 힘들더라도 서로 만날 때면 그런 게 조금이나마 잊히는 기분이였거든요 그치만 신지와의 벽은 허물어지지 않았어요 신지의 이름이며 전화번호는 여전히 몰랐거든요 하물며 신지가 그 지역 정확히 어느 동네에 거주 중인지도 몰랐어요 제가 매번 가는 동네도 신지의 거주 동네가 아닌 신지의 직장이 있는 곳이였거든요
이름없음 2023/04/27 22:26:47 ID : koMrvzO04E6
그래도 괜찮았어요 그런 게 신경 쓰이지 않을 만큼 저는 이미 신지가 소중했거든요 조금 불편하면 뭐 어때요 저는 상관 없는데 제가 좋으니 괜찮다 생각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지
이름없음 2023/04/27 22:28:06 ID : koMrvzO04E6
신지는 어느 날 제게 너무 우울해서 죽어버릴 거 같다고 했어요 저는 진심으로 신지가 걱정스러워 신지를 보러 갔어요 아니나 다를까 신지의 수척하고 퇴폐적인 모습은 더욱 심해져 있었어요 오히려 이젠 병약해 보였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29:14 ID : koMrvzO04E6
신지는 처음으로 제게 울면서 말을 했어요 너무 힘들어서 다 그만두고 싶다고 이런 일에 이제 진절머리가 난다 했어요 저는 신지를 진심으로 위로 해주었고 그 날 새벽 둘 다 무단으로 월차를 쓰고 바다를 보러 갔어요 신지랑 본 새벽 바다는 고요했고 신지는 아무 말 없이 계속 바다만 응시할 뿐이였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30:02 ID : koMrvzO04E6
신지는 제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 했어요 그러면서 저를 꽉 안아주었어요 그때 정말 심장이 터질까 조마조마 했어요 그만큼 신지가 좋았어요 물론 이게 신지의 마지막일 줄도 몰랐고요
이름없음 2023/04/27 22:31:00 ID : koMrvzO04E6
신지는 바다를 본 그 날 이후 저와 연락이 끊겼어요 인스타그램도 비활성화를 했고 카카오톡도 아예 탈퇴를 해버렸어요 제가 아는 거라곤 저 두 메신저 뿐이였는데 너무 잔인했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31:59 ID : koMrvzO04E6
한동안 신지의 빈자리 때문에 미칠 듯이 울었어요 가게도 몇 번 빼먹고 집에 틀어박혀 울며 술만 마시기도 했어요 빈자리가 너무 컸어요 자주 만나는 건 아닐지라도 항상 연락을 하던 신지가 없으니 허전했어요
이름없음 2023/04/27 22:33:07 ID : koMrvzO04E6
신지는 제게 돌아오지 않았어요 신지를 만나던 그 곳으로 가도 신지는 오지 않았어요 저는 아직도 신지와 닮은 사람을 보면 붙잡고 싶을 때가 있어요 이게 벌써 2년 전인데 말이예요, 재밌네요
이름없음 2023/04/27 22:34:09 ID : koMrvzO04E6
저는 신지가 없으니 정말 미칠까 봐 무서워서 일에만 열중했어요 그 결과 저는 바에서 부 오너를 맡게 되었고 어쩌면 그 모습은 신지가 만들어 냈을지도 몰라요 신지도 바에서 부 오너를 맡고 있었거든요 저는 점점 신지를 닮아갈지도 몰라요
이름없음 2023/04/27 22:34:43 ID : koMrvzO04E6
미안해요 말이 좀 길고 읽기 어렵죠 오늘도 어쩌다 보니 신지를 닮은 사람을 봐버렸는데 너무 오래 생각에 남아서 푸념할 곳이 필요했어요 미안해요
이름없음 2023/04/27 22:35:45 ID : koMrvzO04E6
저는 제가 신지를 사랑했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가끔은 저희가 사귄다거나 결혼을 한다는 상상을 해본 적도 있어요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면서 부족하지 않게 잘 살 수 있을지 모른다 생각 했거든요
이름없음 2023/04/28 22:06:33 ID : koMrvzO04E6
사실 이전에 신지를 찾고 싶은 마음이 컸어요 그래서 무작정 신지를 만나던 곳으로 가서 하염 없이 서 있던 적도 많아요 그치만 신지는 꼭 증발한 거 마냥 나타나지 않더군요 참 잔인한 남자예요 어쩜 그리도 자기 맘대로일까
이름없음 2023/04/28 22:07:35 ID : koMrvzO04E6
저는 신지를 사랑한 게 아니라 그저 신지와의 시간이 좋아서, 나와 같은 우울한 사람이라서 이런 이유로 신지를 그리워한다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였던 거 같아요 저는 신지를 사랑해서 이런 거였어요
이름없음 2023/04/28 22:09:40 ID : koMrvzO04E6
좀 우습죠, 대체 신지가 뭐라고 긴 시간이 지나도록 잊지 못하고 있는지 저도 궁금해요 가끔은 좀 웃기기도 하고요 저는 그냥 신지한테 머리를 쓰다듬어졌을 때 심장이 저랏한 느낌도 들었지만 신지랑 사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대한 느낌도 없진 않았어요
이름없음 2023/04/28 22:11:48 ID : koMrvzO04E6
가끔은 신지에 대한 생각을 하면 그리움이 저를 애워싸고 그 안에서 태어난 우울이 목을 조르는 느낌이예요 신지는 제게 있어 죽음과 삶의 경계인 거 같아요 재밌더라고요 거의 한 평생을 알고 지낸 가족들 보다도 신지에 대한 감정이 더 시적이고 폭력적이라는 게
이름없음 2023/04/28 22:14:22 ID : koMrvzO04E6
사실 신지와는 거의 연인 사이였다 생각했어요 여기 미성년도 많이 쓰는 커뮤니티니 이런 말 하기 조금 그래서 생략한 거긴 하지만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어 조심히 더듬어 보려 해요
이름없음 2023/04/28 22:15:47 ID : koMrvzO04E6
신지와의 두 번째 만남에선 신지도 오프였어요 둘 다 시간적 여유는 있었죠 신지와 차를 타고 강변 도로를 드라이브 중이였어요 여름과 가을 그 사이 어딘가에 있던 시원한 밤이였어요
이름없음 2023/04/28 22:17:55 ID : koMrvzO04E6
신지의 조금 긴 머리카락이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고 입가엔 미소가 띄워져 있었어요 저희는 그렇게 새벽까지 같이 있었어요 운전을 너무 오래 하는 제가 걱정 되었는지 신지는 잠시 쉬었다 가자 했죠 뭐.. 이상한 인터넷에 떠도는 이야기들처럼 분위기에 휩쓸려 그렇고 그런 짓을 하진 않았어요 저희는 그냥 한적한 곳에 차를 주차하고 차 안에 라이트를 켜 얘기를 나눌 뿐이였거든요
이름없음 2023/04/28 22:20:21 ID : koMrvzO04E6
쓸데 없는 얘기도 하고, 조금은 무거운 과거 얘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어요 무심코 신지와 손 끝이 닿았을 때 무언가 찌릿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저희는 무언가 웃긴 느낌에 서로를 바라보다가 신지가 제 손을 마주 잡아 주었어요 그러고는 제 손등에 아주 잠시 동안 입을 맞췄다가 바로 뗐어요 한 3초도 안 되던 거 같긴 해요
이름없음 2023/04/28 22:22:14 ID : koMrvzO04E6
그 모습이 어딘가 웃기면서도 귀여웠던 거 같아요 마치 연인 같은 다정함에 웃음이 새어나왔죠 신지는 제가 실실 웃자 무엇이 웃기냐며 고개를 홱 돌렸고 저희는 그렇게 아주 가볍지만 가볍지 않은 스킨십을 했어요 제게 있어 신지가 첫 남자인 것도 아니며, 첫 스킨십 대상도 아니지만 왜인지 새로운 느낌이였어요
이름없음 2023/04/28 22:24:11 ID : koMrvzO04E6
아마도 그때 저는 신지에게 저도 모르게 사랑에 빠졌을 지도 몰라요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그 감촉이 생상할 수가 없죠 아직도 가끔 그 생각이 나서 손등을 쓰다듬곤 해요
이름없음 2023/04/28 22:27:04 ID : koMrvzO04E6
우울할 때면 가끔 신지의 생각을 하곤 해요 신지와 함께 보냈을 지도 모르는 일상들을 생각하며 신지를 그리워 하였죠 물론 신지를 이렇게까지 붙잡는 제가 싫어 다른 남자를 만나본 적도 있어요 하지만 다 그냥 그랬어요 모두 저와 헤어질 때 자신을 그대로 바라보며 연애를 하는 것이 맞냐며, 꼭 다른 누군가를 투영해서 보는 거 같다고 했죠 저 참 상처만 주는 안 좋은 애인인 거 같아요
이름없음 2023/04/28 22:28:03 ID : koMrvzO04E6
신지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신지는 매번 제게 자신은 정을 잘 못 줘서 관계를 끊어 내고 나면 한동안은 너무 아프지만 바로 괜찮아진다 했었어요 아마 저도 그렇게 해서 잊어냈겠죠?
이름없음 2023/04/28 22:30:44 ID : koMrvzO04E6
신지에겐 미안하지만 저도 언제까지고 이렇게 살 수 없었어요 신지에 대한 기억을 모두 떠나보낼 순 없지만 제 그때에 더 이상 묶여있지 않으려고요 저는 이제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만나는 남자가 생겼어요 사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안 되더라도 저희가 운명이 아니였다 생각하고 넘길 수 있을 거 같아요
이름없음 2023/04/28 22:31:55 ID : koMrvzO04E6
신지가 언젠가 제가 결혼할 때 식장에 와주면 좋겠어요 그럼 더할 나위 없이 미련을 버리고 행복하게 갈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음 솔직히 딱히 보는 분들이 없을 거 같아 그냥 제가 쓰고 싶은대로 써서 아마 좀 많이 횡설수설이고 가독성이 안 좋을 거예요 미안해요
이름없음 2023/04/29 02:44:47 ID : 85TPbgY0061
빨리 잊어요 그리고 평생 떠올리지 마요
이름없음 2023/05/20 20:57:39 ID : koMrvzO04E6
어 음.. 거짓말 같을 수도 있는데 며칠 전에 신지한테 연락이 왔어요 잘 지냈냐 하더라고요 처음엔 누군지 몰랐는데 얘기를 하다 보니 신지인 걸 알고 많이 고민했어요 얘를 받아줘야 할까 말아야 할까
이름없음 2023/05/20 20:58:06 ID : koMrvzO04E6
근데 제가 또 바보마냥 받아줘버린 거 있죠 행복하고 싶다는데 차마 내칠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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