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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4/04/04 20:49:32 ID : tclfTTPbinX
*내가 쓴 단문들 백업하는 스레 *아무나 와서 쓰고 가도 되고 감상 남겨도 좋음
이름없음 2024/04/04 20:56:52 ID : tclfTTPbinX
세상이 망했다. 열심히 지구 온난화로 달궈지던 지구에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빙하기가 찾아왔다. 처음 몇 달 사람들은 난리법석을 떨었다. 부자들은 석유와 난로와 핫팩을 사재기 했고 조금 부자들은 라면과 연탄과 이불을 사들였다.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한 평 남짓한 공간에서 모든 옷가지들을 끌어안고 잠들었다. 하지만 세상은 당연하게도 망했다. 마지막 남은 인간이 숨을 거두고 150년 정도 지나 마지막 연밥이 눈보라에 깨지면서 모든 생명이 자취를 감추었다. 하늘은 여전히 두터운 눈구름이 모든 수증기를 얼려버릴 기세로 얼음 덩어리를 쏟아 부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휘파람 같은 바람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세상이었다. 비로소 조용해지자 지구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제야 잠들 수 있었다.
이름없음 2024/04/04 21:14:31 ID : tclfTTPbinX
여자는 영웅이 되고 싶었다. 이명이 시작되면 비명으로 끝나는 도시에서 살던 여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영웅이고 싶었다. 저 미개한 남쪽 도시를 묵사발로 만들어 자신의 도시에 무궁한 영광을 드리우고 싶었다. 그러면, 하늘은 맑게 개일것이다. 폭발음이 들리면 사람들은 피난하기 보단 축제가 열렸나, 생각할 테고 병원과 학교는 이제 군인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여자는 영웅이고 싶었다. 그래서 군부대에 자원했다. 전진, 전진, 전진. 총알과 총알이 오가는 전쟁터에선 성별이 중요치 않았다. 남자냐 여자냐 하는 것보다 중요한건 죽었느냐 살았느냐 하는 거였다. 여자는 통증의학에 대해 공부해 전선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했다. 하루에도 몇백 번 씩 썩은 살을 도려내고 진통 주사를 놓고 뭉개진 시신을 맞추어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힘든 날 속에 여자는 영웅이니 뭐니 하는 건 다 잊어버리고 얼른 저 빌어먹을 남쪽 도시놈들이 항복하길 바랐다. 그러다 여자의 부대가 작전을 완수하고 자원을 공급하기 위해 후퇴해야 할 일이 생겼다. 여자는 자신의 막사를 철거하고 의약품 꾸러미를 등에 업었다. 행렬을 맞추어 가는 도중에 여자는 다 죽어가는 병사 하나를 마주했다. 그 병사는 지뢰를 밟고 여기까지 날아온 듯 했다. 하반신은 간데 없었고 얼굴뼈 골절도 보였다. 그러나 불행히도 의식을 잃지 않아 천천히 죽어가고 있었다. 여자는 진영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여자에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여자는 조심히 진통주사를 들었다. 그리고 그 귀한 약품을, 야만적이고 끔찍한 남쪽 도시 병사에게 놓았다. 여자는 곧바로 후회했다. 이 남자는 어쩌면 자신의 이웃을 무참히 살해했을지도 몰랐다. 어제 다리를 잃은 소년병에게 총격을 가한 사람일 수도 있고, 이런 최후가 어울릴 만한 악행을 한 사람일지도 몰랐다. 그때 여자를 올려다 보며 남자가 중얼거렸다. "감사합니다..." 아. 여자는 눈물인지 피인지 모를것을 흘리며 눈을 감는 남자를 보다 문득 하늘을 올려보았다. 비극이 오가는 전쟁 속에서도 하늘은 무척이나 맑고 높았다. 그리고 여자는 생각했다. 여자는 영웅이 되고 싶었다.
이름없음 2024/04/04 21:19:03 ID : tclfTTPbinX
그러니까 아주 한낮의 일이었다. 점심을 먹은지 한 시간이 막 지난 무렵, 나는 당연하단 듯이 업무는 잠시 미루고 딴짓을 시작했다. 아, 곧 어버이날이지. 그냥 용돈으로 드릴까. 힘들여 골라봤자 몇 번 들여다보시지도 않을텐데. 그나저나 어린이 날에 비 와서 어쩌나. 언니네가 고생 좀 하겠어. 의미 없는 정보와 시시한 생각으로 시간을 낭비하던 중 나는 그것을 발견했다. 온통 분홍색의 웹사이트. 아니, 웹사이트라고 확신하기엔 도메인 마저 분홍색이었다. 뭘까. 이런 쪽으로는 아는게 없던 난 얼빠진 표정으로 모니터를 노려보는 것이 고작이었다. 얼마나 보았을까. 눈이 뻐근해질 즈음 나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이거, 옛날 소세지 색이야. 엄마가 거울을 보며 주름을 메만지지 않았던 시절. 아빠가 돋보기를 쓰지 않고도 술술 사전을 읽었던 그 때. 나는 아직 어렸고 주말의 늦은 아침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아직 나와 언니가 한 방을 쓰던 무렵, 아침잠이 많은 나는 주말이면 내 이부자리만 빼고 깔끔하게 정돈된 방에서 눈을 뜨곤 했다. 절반만 쳐진 커튼 때문에 방은 누렇게 보였고 덜 닫힌 방문 틈새로 하얀 거실 빛이 선을 그으며 들어왔다. 아침 먹으라며 엄마가 들어오면 멍하니 앉아있는 나를 보고 까마귀가 친구 하자고 하겠다며 놀림을 당하는 것이 주말의 시작이었다. 눈곱을 대충 떼고 밖으로 나가면 둥근 앉은뱅이 식탁에 아빠와 언니가 이미 앉아있었다. 무릎 걸음으로 내 자리에 가서 앉아 식탁을 보면, 그래, 계란물이 엉성하게 묻혀진 동그란 옛날 소세지 색이야. 생각을 마치고 모니터를 보니 기름진 분홍빛은 간데 없고 어바이날 선물 특가 팝업이 강제로 열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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