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4/09/13 23:30:08 ID : Be0ty6rwJSI 0
"...어쩌다 이렇게 됐더라?" 그것이 뭐가 중요할까? 이미 상황은 개판이 됐는데 말이다. 이젠 큰일이다. 죽음이 얼마 남지 않았음이 느껴진다. "죽일까? 죽을까?" 텅 비어버린 머릿속엔 한 생각만이 맴돈다. 그리고 다시. "죽일까? 죽을까?" 루인은 여전히 보라색 머리카락을 쓸어내리고 있다. 그녀는 나에게 결정을 종용한다. 끈적거리며 달라붙는 시선에 호흡은 가빠져만 간다. "그래! 결정했어." 결심한 듯 한 내 모습에 그녀는 나를 바라본다. "루인, 걱정은 말아줘. 후회는 없을테니 말이야." 콰직- 그 다음 순간 나는 칼을 목에 박아넣었다. "컥..커헉..." 기도에 피가 차오르며 숨이 막혀온다. 출혈 때문인지 의식은 공중에 붕 뜬 듯 어중간하다. 루인이 나에게로 다가온다. 평생 좁혀지지 않을 듯 했던 거리는 내가 죽기 직전에야 사라진 것이다. 이제서야 둘이였던 하나는 완전한 하나가 된다. '루인..드디어...!'
2 이름없음 2024/09/13 23:39:21 ID : Be0ty6rwJSI 0
띡- 띡- 띡- 기분 나쁜 시침 소리가 귓가에 울린다. "으윽..케흑...컥! 켁!" 아직까지 목에 남아있던 이물감 탓에 연거푸 기침을 한 뒤에야 정신이 들었다. 주변을 살피자 허름하고 가구라곤 자명종 뿐인 방이 눈에 들어왔다. "여긴 저승인가?" 방엔 창문은 고사하고 나가는 문 조차 없다. 그야말로 완벽한 밀실. 하지만 저승이라기엔 많이 모자라보이는 장소다. "분명 자살했던 것 까진 기억이 나는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할 때 뭔가가 벽을 뚫고 내 어깨를 스쳤다. 쉬익- 쉭- 사람 형태의 어둡고 반투명한 그것은 몇차례 더 벽을 투과하며 주위를 맴돌았다.
3 이름없음 2024/09/13 23:46:19 ID : Be0ty6rwJSI 0
이내 그 속도가 눈에 익기 시작했을 때 쯤 그것은 움직이기를 멈추곤 나를 응시했다. "겉보기엔..." 호기심에 손을 뻗을려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 태클을 걸어왔다. "인간같죠?" "!?"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옆엔 처음보는 신사가 서있다. "안녕하세요. 잠깐 착오가 있었던 점 사과드리겠습니다. 전 앙리라고 합니다." 왼손에 중절모를 벗어 쥐곤 인사를 건네는 그의 모습엔 여유로움이 묻어나왔다. 마치 무언가를 알고 있는 듯 한 수상한 분위기. 하지만 난 쉽사리 그에게 말을 걸 수 없었다. 그것은 앙리의 오른손에 들려있던 작은 날붙이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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