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4/10/03 05:44:40 ID : UZdwoNArtg2 0
"으음.." 잠에서 막 깨어나 몸을 뒤척이는 그녀의 귓가에 빗소리가 울린다.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는 중이다. 어둡고 우중충한 날씨 탓에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구분조차 힘들었다. "몇 시지?" 자리에서 일어나 커튼을 걷어내니 마을 중앙의 시계탑이 보인다. "9시가 조금 넘었나..?" 시간을 확인한 뒤 그녀는 빠르게 외출 준비를 마쳤다. 아직 덜 마른 우비 탓에 기껏 씻은 몸이 더러워졌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나가면 또 젖을텐데 뭐..'
2 이름없음 2024/10/03 05:57:09 ID : UZdwoNArtg2 0
외출 준비를 마친 뒤 그녀는 잠시 거울 앞에 멈춰섰다. 거울에는 붕대를 감싼 여린 소녀가 비춰지고 있었다. "..붕대를 갈아야겠어." 얼굴의 반을 감싼 붕대는 그녀의 왼쪽 눈을 완전히 가리고 있었다. 이 붕대 덕에 그녀는 반 쪽 뿐인 시야로 세상을 살아가는 중이였다. 어째서 붕대를 감아야 하는지는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님, 마을 사람들, 심지어는 그녀를 진찰하는 의사조차도 말이다. 그들에게 매번 붕대에 관해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일관적이였다. "케일리, 이건 너를 위한 일이야." 하지만 반 쪽 짜리 시야로 이 마을에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였다. 하루도 쉬지 않고 쏟아지는 빗줄기는 그녀의 시야를 흐려놓기 십상이였다. 어떤 날엔 한 걸음을 내딛는 것 조차 힘든 날이 많았다.
3 이름없음 2024/10/03 06:09:47 ID : UZdwoNArtg2 0
"오늘은 유독 빗줄기가 굵은데 괜찮을까?" 마음 같아선 집에 있고 싶은 그녀였지만 오늘은 꼭 밖으로 나가야했다. 저번 주에 받아놨던 식량이 전부 떨어졌기 때문이였다. "다녀올께요. 엄마, 아빠." 그녀는 부모님께 인사를 건내며 용기내어 현관을 나섰다. 닫혀가는 문 너머에선 잘 다녀오란 말은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도 말이 없으시네.' 이렇게 된 것은 그녀가 10살이 되어 붕대를 처음 감기 시작했을 때 부터였다. 울고 불며 매달리고 화를 내어봐도 부모님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으며 없는 사람 취급했다. 단지 하루에 딱 1시간 시간을 내어 그녀와 대화를 나눌 뿐이였다. "...빨리 병원부터 가자." 그녀는 애써 섭섭함과 슬픔을 억누르며 발걸음을 옮겼다. 비를 머금어 질퍽해진 길을 따라 조금씩 움직이니 습기와 추위가 몸을 아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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