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胡蝶之夢 (12)
2.각자 꿈 꾼 내용 말해보는 스레 (14)
3.꿈 일기장 (56)
4.루시드 드림 꾸는 법 찾아보다가 정리해봄. (1)
5.나도 꿈일기장 써볼래 (11)
6.3년동안 꿈에 갇혀있었다는 스레주 이거보면 꼭 댓글 좀 달아줘 부탁이야. (187)
7.안녕 날기억할려는지 모르겠네... 3년간 갇혀있었다는 그글...약속을 지킬게 (14)
8.3년동안 꿈에 갇혀있었다는 스레 뭐야?... (32)
9.꿈 전문 해몽 가능한 분 있으시다면 해몽 부탁드립니다. (2)
10.예쁜 꿈 다이어리 발견함 (7)
11.매일 다른 꿈을 꾸는 것은, 평생에 거쳐 꿔온 어제의 꿈이 있었기 때문이다. (504)
12.내주변인인척하는 무언가에 대해서 (9)
13.. (79)
14.어디서든 빠질 수 없는 그것☆잡담판 (432)
15.오뚜기 나오는 꿈인데 보고 뭔지좀 알려줘 (1)
16.꿈 안 꾸는 방법 아는 사람??? (10)
17.. (1)
18.AI 꿈해몽 분석기 (1)
19.너무 그리운 사람 꿈에서 보는법 (2)
20.처음으로 꿔본 가위 (1)
조금 무서웠던 내가 꾼 악몽에 관해 글로 풀어써볼거임. 사람에 따라 혐오스러울만한 요소가 다량 포함되어 있으니 읽기 전에 각별히 주의 바람.
간만에 본가로 내려왔어. 내일은 아침 8시부터 할머니 집에 가야해서 오늘은 글을 길게 못 쓸 것 같아. 그래도 최대한 써볼께. 참고로 이건 말 그대로 내가 꾼 꿈에 관한 이야기라 맥락이 다소 이상할 수 있어. 너희들도 알다시피 꿈이란게 원래 그렇잖아? 막 일그러지거나 의미불명의 일들이 많이 생기곤 하지. 그럼 이야기 시작할께.
1. 인어
꿈 속에서 나는 어떤 시커먼 장소에서 눈을 떴다. 주변에선 바람소리와 파도소리가 울려퍼졌고, 나를 원형으로 둘러싼 두꺼운 벽에선 짙은 한기가 내 몸을 옥죄었다. 내가 천장을 올려다봤을 때, 나는 내가 어떤 장소에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이곳은 등대였다. 높게 솟은 벽을 따라 지어진 계단 위로 번쩍이는 빛과 같은 것이 보였다. 내 의지는 계단을 오르고자 했으나 몸은 그것을 들어주지 않았다.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 팔다리는 등대의 문을 열어젖혔다. 낡은 나무문이 끼익소리와 함께 열렸고 벽 밖에서 소리로만 존재했던 풍랑이 온몸으로 불어닥쳤다. 시선은 이젠 아래로 향했다. 쏟아지는 비에 점차 젖어가는 내 손은 꽤나 긴 시간 고된 일을 한 듯 굳은살이 짙었으며 한 눈에 보기에도 노인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노인은 몇발짝 더 내딛어 말뚝과 밧줄로 만든 울타리를 부여잡았다. 점차 거세지는 비바람을 상대로 몸을 지탱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울타리는 튼튼했음에도 그는 얼마가지 못가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말았다. 노인은 전신에 진이 빠진 듯 진흙구덩이 속에서 몸을 웅크린채 신음했다. 나무하나 없는 절벽에서 태풍이란 대적하기 힘든 어떤 절대적 존재와도 같아보였다. 그만큼 거셌고 거대했으며 공포스러웠다. 노인의 손과 발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어째서 그렇게 빨리 지쳐버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는 이것이 자신의 최후임을 직감한 듯 했다.
노인은 그 자리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 아주 잠깐동안 추위에 덜덜 떨었지만 흐려진 안광으로 짐작하건데 그는 몽롱한 의식 속에서 꽤나 편안한 죽음을 맞았을 것이다. 이때부터 나는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그의 몸에서 구속을 풀고 빠져나와 영혼과 같은 상태가 된 것이다. 일종의 자각몽이라 보는 것이 맞겠다. 나는 노인의 시체를 뒤로한채 그가 가려던 길을 마저 걷기 시작했다. 비바람은 그저 나를 뚫고 지나갔기에 어둠을 제외한다면 걷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그 길의 끝에는 작은 사이즈의 나무 오두막이 하나 있었다. 그곳은 노인의 집이였다. 아니, 그곳에서 평생 살지는 않았을테니 임시거주지란 표현이 옳을 것이다.
오두막의 문을 열고 들어가니 실내는 꽤나 아늑했다. 낡았지만 잘 정돈된 침대와 켜져있는 양초에서 나오는 은은한 불빛은 밖의 거친 환경을 잊게 해줄만큼 따뜻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것은 벽면에 비스듬히 거치되어 있는 엽총인지 뭔지 모를 총과 그의 가족 사진이었다. 사진은 색이 바랠정도로 오래된 듯 보였고 아내와 자식의 얼굴이 약간 번져있었다. 노인은 왜 이런 좁은 암초섬에서 등대지기를 하고 있었던 걸까? 그런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나는 그의 방을 뒤적였다. 그러던 중 잠겨있는 서랍장 하나를 발견하였다. 시대상에 맞지 않게 금속으로 잘 세공되어 만들어진 서랍장은 굳게 잠겨있었다. 아마 이 시점에서 내게 선택지는 2가지가 있엇을 것이다. 총으로 서랍장을 쏴서 열거나, 혹은 열쇠를 열심히 찾아보거나. 그리고 안타깝게도 당시의 나는 꿈 속이었던 탓인지 총의 존재를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하지만 실내를 한참동안 뒤졌음에도 열쇠는 찾지 못했다. 선반에도, 침대보나 카펫 아래 혹은 그 외의 장소에도 열쇠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럼 남은 곳은 한 군데 뿐이었다. 노인의 시신. 어쩌면 그의 옷 주머니 깊숙한 곳에 열쇠가 있을지도 몰랐다. 다시 빠르게 왔던 길을 돌아가자 아까 전보다 한 층 더 창백해진 그의 시신이 보였다. 조심스레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자 물컹거리는 차가운 질감의 피부가 옷감 너머로 느껴졌다. 비가 내리던 탓인지는 몰라도 그 불쾌한 감촉 탓에 온 몸에 소름이 돋는 듯 했다. 다행히 주머니엔 열쇠가 있었고 그것을 가지고 돌아와 금속 서랍장을 열 수 있었다. 그 안에는 노인의 이름이 적힌 일기장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한 쪽 구석에는 거치된 총의 총알로 보이는 박스들이 놓여있었다. 나는 일단 그것들을 모두 꺼내어 테이블 위에 두곤 일기를 펼쳤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타임랩스처럼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고 있던 것이다. 과거로 가는지, 미래로 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잠시 뒤 낮과 밤이 휙휙 바뀌던 하늘엔 어느새 해가 중천에 떠있었다. 내가 꺼내놨던 서랍장 속의 총알도, 노인의 가족 사진도 전부 없어진채 오두막 내부는 텅텅 비워져있었고 밖으로 나서자 노인의 시신 또한 보이지 않았다. 당황해 잠시 벙 쪄있던 순간 저 멀리서 뭔가가 암초섬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처음 들어보는 노래를 흥얼거리며 나룻배의 노를 저어 암초섬의 부두로 배를 몰았다. 나는 단번에 그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비록 전에 봤던 것보다 훨씬 깔끔해보였으나 그는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던 바로 그 노인이었다. 아무래도 일기장을 건드려 노인이 이 섬에 처음 왔던 날로 돌아간 듯 보였다. 지금부턴 그가 섬에 왔던 날을 기준으로 글을 작성하도록 하겠다.
1일차
그는 매우 기분이 좋아보였다. 전에 보았던 가족 사진을 탁자에 올려두곤 짐을 푼 뒤 바로 등대로 향했다. 등대의 여러가지 유지보수를 위해서였다. 그는 가끔씩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 외엔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그가 싸온 짐엔 장기간 먹을 수 있는 보존식품과 낚시 용품, 그리고 서적 몇권이 포함되어 있었고 그는 자신이 장기간 이 섬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란걸 잘 아는 듯 보였다. 첫째 날 그는 하루종일 등대를 손보다 통조림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2일차
그는 낚시를 시도했다. 아마 20번도 넘었을 것이다. 그러나 모두 실패했다. 절벽 위의 시점에서 본 입장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아마 거센 파도 탓인 듯 보였다. 물 속에도 크고 작은 암초들이 많이 있었고 강한 파도들이 이를 만나 물 속에 거친 해류가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바다에서의 경험이 적은 사람이었다. 또다시 그는 통조림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3~9일차
여전히 똑같다. 아침이 되면 낚시를 시도하거나 산책, 독서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가 물고기를 잡는 이유는 식량 뿐만이 아니라 기름때문으로 보였다. 아마 휴대용 램프의 불을 밝히기 위함일 것이다. 2~3번 낚시에 성공했으나 여전히 성공률보단 실패률이 높았다.
나는 이때 쯤부터 꿈에 실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족을 그리워하며 홀로 건실하게 살아가는 중년 남성의 이야기는 힐링은 되었지만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던 중에 10일차부터 그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왔다.
10일차
아침에 그가 눈을 뜬 뒤부터 어디선가 희미하게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절벽에 부딪히는 파돗소리에 묻혀 잘 들리진 않았으나 누군가가 노래를 부르고 있음은 확실했다. 남자 또한 이 소리를 들은 듯 절벽 주위를 이잡듯이 수색했으나 결국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내지 못했다.
11일차
노랫소리가 조금 가까워졌다. 여전히 같은 노래를 밤낮없이 부르고 있다. 남자는 아직까진 약간 겁먹은 것을 제외하면 괜찮은 것처럼 보였다.
12~15일차
노랫소리는 날이 갈수록 거리를 좁혀오더니 이젠 바로 절벽 아래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남자는 나룻배로 섬을 한바퀴 빙 둘러보다 해류에 휩쓸려 바다에 빠질 뻔 하였다. 그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오두막에 돌아와 잠에 들었다.
16일차
날씨가 좋지 않았다. 멀리서 먹구름이 조금씩 밀려왔고 바람이 강해진 것이 느껴진다. 그때 그 폭풍인가? 여전히 노랫소리는 들려왔다.
17일차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노인이 죽은 날보단 덜했지만 거센 비였다. 남자는 잠깐 등대를 돌아보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외출을 꺼렸다. 이젠 노랫소리의 근원지를 찾는 것을 포기한 듯 보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노랫소리는 들린다.
18일차
남자가 등대로 향하던 도중 미끄러져 울타리 기둥 중 하나가 뽑혀나갔다. 그 탓에 노인은 언덕을 굴러 낭떠러지로 떨어질 뻔 하였다. 간신히 기어올라왔으나 등대의 문을 닫은 그는 기진맥진해 있었다. 그날이었다.
드디어 꿈의 첫 시작. 남자가 죽은 시점으로 보이는 날에 도착했다. 다른 시점이었지만 같은 상황이란 것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가 안되는 것은 왜 그가 그렇게 지쳤음에도 등대 안에 머물지 않았냐는 것이었다. 잠시 그의 지친 모습을 보며 생각하고 있던 사이, 전에는 듣지 못했던 익숙한 소리가 들렸다. 그 노래소리였다. 높은 음으로 주위에 매아리 치듯 들려오는 노랫소리는 마치 바람을 따라 귀 안으로 파고들어 뇌를 긁어내는 느낌이었다. 남자는 자신의 손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그와 동시에 등대 밖에서 상황을 관찰하던 나는 볼 수 있었다. 저 멀리 선착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것을 말이다.
하반신이 초록비늘로 둘러쌓인 그놈은 인어라고 불리기에 손색이 없을만한 모습이었다. 인어는 육지로 기어나와 양 팔로 바닥을 빠른 속도로 기어 오두막 앞에 도달했다. 쩍 벌어진 입에선 아직까지도 그 노랫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때, 노인이 등대의 문을 열고 나왔다. 그의 안광은 전에 봤던 것과 같이 탁해져있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가 자신의 의지로 등대의 문을 열고 나온것이 아니란걸 알게되었다. 그는 바다의 인어에게 홀렸던 것이다. 주름을 따라 흘러내리는 빗줄기가 그의 눈 앞을 가렸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여전히 멍하니 눈을 뜨고 약간 입을 벌린 채 앞으로 나아갈 뿐이었다.
그 뒤는 동일했다. 인어를 향해 나아가던 남자는 바닥에 고꾸라졌고 쓸쓸히 죽음을 맞이했다. 내 궁금증은 전부 해소되었으나 꿈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남자는 죽음을 맞이했으나 여전히 시간은 흘러갔다. 인어는 쓰러진 남자를 보며 옅게 미소를 짓곤 전에 들어보지 못했던 끔찍한 목소리로 노래했다. 광기에 차 기뻐하는 그 모습에서 저것음 외형만 인간을 닮았을 뿐 짐승과 다름없단 사실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남자의 몸에서 뭔가 빠져나오더니 오두막으로 향하는 것이 보였다. 그건 좀 전에 나의 모습이었다.
잠깐 오두막에 머물던 나의 환영은 곧이어 다시 밖으로 나와 노인의 주머니를 뒤적였다. 내가 열쇠를 집었을 때, 인어가 흠칫하는 모습을 보았다. 놈이 과거의 나를 인지한 듯 보였다. 그놈은 입맛을 다시듯 자신의 톱니모양 이를 좌우로 갈며 불쾌한 소리를 내었다. 나는 서둘로 오두막으로 뛰어들어갔다. 그 안에는 탁자에 앉아 일기장을 펼쳐든 내가 멍하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정말 유체이탈이라도 한 것 마냥 내 몸의 의식은 없어보였고 나는 인어로부터 내 몸을 지켜야했다.
전과 동일한 위치에 놓여친 총을 집어든 뒤, 총알을 장전하자 놈이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렸다. 인어의 팔은 매우 얇았으므로 이 둔탁한 소리는 그의 지느러미가 문과 충돌하며 생기는 소음인 듯 했다. 문을 향해 총을 쏴 건너편의 놈을 명중시킬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이 날씨에 밖에 나가 싸운다는 것은 무모한 짓이었고 두꺼운 통나무 문이 관통될지도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나는 조심스레 총구를 문 쪽으로 겨낭한 뒤 최대한 조용하게 창문으로 움직였다.
머리를 빼꼼 내밀어 밖을 살피니 놈의 지느러미 끝자락이 시야에 들어왔다. 유효타를 노리기엔 너무나 작은 부위였다. 되도록 인간인 부분을 맞추고 싶었다. 비늘이 감싼 지느러미는 겉으로 보기에도 굉장히 단단해보였고 어쩌면 총알을 튕겨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또다시 발소리를 죽이곤 위치를 옮겼다. 현관과 침실로 통하는 문 사이에 몸을 숨기곤 놈이 완전히 문을 부수기를 기다렸다.
1분 쯤 지난 뒤 문은 큰 소리와 함께 박살이 났고 나를 찾는 놈의 얼굴이 보였다. 나는 벽면에 더욱 바짝 몸을 밀착시켰다. 냄새를 맡던 인어가 조금씩 내 쪽으로 다가오다 충분한 거리가 좁혀졌을 때 내 총구가 불을 뿜었다. 굉음과 함께 샷건의 총알에 담겨진 쇠구슬들이 일제히 발사되었고 결과는 꽤나 효과적이였다. 놈의 배에 커다락 구멍이 뚫렸다.
산산히 부서진 내장 조각들이 인어의 뒤로 흩어져 벽과 충돌했다. 끔찍하게 짖이겨진 부속품들의 색은 공교롭게도 빨간색이었다. 피의 색깔까지 인간을 따라하다니 정말 악독한 생명체가 아닐 수 없었다. 놈은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하지 못했으나 곧 고통에 몸부림쳤다. 술독에 담근 뱀마냥 일시적으로 꿈틀거렸지만 오히려 그게 독이 된 듯 처참하게 늘어진 피와 살점들 속에서 죽음을 맞았다.
여기서부터 다시 내 몸은 통제권을 잃었다. 이제보니 나라고 생각했던 그 몸도 다른 누군가의 것이었다. 그의 얼굴 부분엔 검은 굴절현상이 일어나고 있었기에 나는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는 인어의 꼬리를 잡곤 시체를 질질 끌어 남자의 시신 근처로 다가갔다. 진흙에는 자갈이 많이 섞여있었기에 인어의 얼굴은 강판에 간 것과 같은 모양새가 되어 더욱 흉측해졌다. 그는 인어의 가슴팍에 뚫린 큰 구멍에 망설임 없이 손을 집어넣었다.
그는 인어의 내장 속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조금 시간이 흐른 뒤 그가 꺼내든 것은 인어의 심장이었다. 샷건에 날아간 것은 복부였기에 심장은 아직 온전한 상태였으나 뛰고있지는 않았다. 남자는 심장을 양 손으로 그러쥐어 짜냈다. 그곳에서 나온 검붉은 비가 노인의 시신을 적셨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노인이 다시 살아난 것이다.
이제와서 후술하는 거지만 나는 그 장면이 꽤 성스러워보였다. 마치 예수나 하느님같은 어떤 절대적 존재가 행하는 굉장히 숭고한 의식인 듯한 느낌을 받았다. 노인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 남자는 이미 자취를 감추었다. 노인은 깨어난 직후 비명을 질렀다. 그도 그럴것이 그의 눈 앞에 인어의 시체가 널부러져 있었고 노인의 온 몸엔 피칠갑이 되어있었다. 그가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전보다 훨씬 생기가 도는 눈빛으로 그는 오두막으로 뛰어갔다. 몸에 묻은 핏자국을 행궈낸 그는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 보였다. 나는 이 시점에서 인어의 시체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쏟아지는 뇌우와 급박한 성황 탓에 자세히 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 비록 앞면의 모습은 처참했으나 그녀는 발성기관을 제외하면 인간의 기준으론 미인이었다. 적어도 상체는 그랬다는 말이다.
노인은 얼마지나지 않아 오두막 밖으로 다시 나왔다. 이제 그는 생기가 도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는 젊어지고 있었다. 인어의 피가 그런 효과가 있던 것일까? 하지만 노인이였던 남자는 자신의 신체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큰 상자에 인어의 시체를 황급히 주워담을 뿐이었다. 인어는 사람 2명을 합쳐놓은 크기였는데 그는 그것을 번쩍 들어 상자에 담았다. 놀랄만한 괴력이었다.
곧바로 상자를 질질 끌어 부둣가로 향한 그는 그것을 나룻배에 실을려 노력했다. 하지만 작디작은 나룻배는 그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남자는 상자를 가장 높은 절벽으로 가져가 떨어트렸다. 기껏 담아놓은 것들이 흩뿌려져 강한 파도와 부딪혔다. 곧이어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버렸고 남자는 이제야 안심한 표정이었다.
밖의 피는 비가 지워줬지만 오두막 안의 피는 예외였기에 그는 날이 밝을때까지 걸레질을 계속해야했다. 겨우 모든 흔적을 지운 그가 잠에 들었을 때 저 멀리서 또다시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저 멀리서 작은 어선 한 척이 섬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배 위에는 어부 한 명과 전형적인 탐정 복장을 한 남성이 보였다. 둘은 잠시 다투더니 부둣가로 배를 몰았다. 아마 어부가 전날 있었던 태풍 탓에 해류가 강한 암초 근처로 배를 모는 것을 꺼리는 듯 싶었다.
첫번째 꿈은 여기서 끝났어. 아마 다음에 이어서 꿀 것 같아. 인상깊은 꿈들은 대부분 1년 뒤 쯤에 불현듯 다음 내용이 꿈에서 나오곤 하거든. 어쩌면 영영 다음 내용을 못 볼수도 있겠지만 말이야. 조금 쉬었다가 두번째 꿈을 쓸께. 다음 글 제목은 '심해 속 무언가'야.
그날은 수중 탐사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본 날이였어. 아마 영상에선 어떤 호수에서 수중탐사를 하던 도중 물 속에 고립된 스쿠버다이버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 난 그 영상을 본 지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잠에 들었고 이 꿈을 꾸게 되었어. 지금 밥이 다 되길 기다리는 중이라 길게는 못 쓸 것 같아. 쓸 수 있을만큼 쓰고 식사 후에 이어쓸께.
2. 심해 속 무언가
이번에 눈을 뜬 장소는 어떤 돔 내부였다. 동굴을 깎아내어 만든 듯한 그 돔은 굉장히 컸으며 광원이 존재하지 않았음에도 밝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그 한 가운데 서있었으나 곧 미끄러졌다. 넘어지며 땅을 짚은 손바닥에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그제서야 바닥을 내려다보니 투명한 얼음으로 이루어진 바닥이 보였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거대한 바다가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놀라 황급히 벽 쪽으로 기어갔다. 심해공포증이라 해야할까? 나는 그런 깊은 물을 극도로 싫어했다. 얕은 물이라면 괜찮았지만 저런 깊고 검은 물은 너머에서 뭔가 나와 나를 집어삼킬 것 같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내딛을 땅은 그 얼음 바닥을 제외하곤 없었다. 심지어 얼음은 아주 천천히 녹고있었다. 묘하게 따뜻한 돔 내부의 환경 탓이었다. 명확하게 나를 죽이고자 설계된 구조같았다. 이쯤 까지도 꿈이라는 자각이 없었기에 패닉에 빠져있을 때 쯤, 저 멀리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돔 전체가 진동하는 듯한 높은 주파수의 소리. 그것은 엄연히 생명체가 내고있는 소리였다. 소리를 듣자 전신엔 소름이 돋았고 나는 저항할 수 없는 어떤 무력감에 휩싸여 머리를 부여잡은채 바닥에 몸을 웅크렸다.
그 순간 보게되었다. 투명한 바닥 너머로 비치는 놈의 거대한 눈동자를 말이다. 눈은 푸르고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눈은 너무나 큰 나머지 검은자를 바닥에 뚫린 싱크홀로 착각할 정도였다. 한참을 그 상태로 얼어붙어 있었다. 왠지 움직이면 안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얼음 바닥은 점차 녹아갔고 이대로 있을수는 없다는 생각에 천천히 움직일려는 찰나, 놈과 눈이 마주쳤다.
이제 그 거대한 존재는 나를 완전히 인지한 듯 했다. 또 다시 소름끼치는 소리가 돔 전체에 메아리쳤다. 그 빛나는 눈은 바닥에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했다. 동시에 큰 충격이 돔을 강타했다. 아마도 녀석이 몸을 부딪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얼음 바닥은 깨지지 않았고 한참동안 울리던 진동은 잠시 소강상태에 들어갔다. 그때부터 나는 필사적으로 벽을 두들기거나 손톱으로 긁어보기까지 하며 살 방법을 찾아다녔다. 돔은 너무나 거대했기에 한바퀴를 빙 도니 체력은 이미 방전 상태였으나 수확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동굴의 한 모퉁이에서 두들기니 속이 빈 것 같은 소리가 나는 벽을 찾은 것이다. 그걸 어떻게 부수고 나갈지는 문제였지만 말이다. 잠시 고민하던 나는 아까 내가 누워있던 탓에 살짝 파여있던 얼음바닥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전신을 이용해 얼음을 녹이듯 파내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내 주먹만한 얼음 조각을 얻을 수 있었다. 그것을 입고있던 옷으로 감싼 뒤 붕붕 휘둘러 벽을 내리쳤다. 몇 번의 충격 이후 벽에는 틈이 생겼고 나는 그 사이에 손을 넣어 나머지 부분을 뜯어냈다. 그러자 인간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만한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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