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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허물을 벗고🐜비로소🦋 (404)
내가 다섯 살이던 어느 날 엄마가 여태까지 본 적 없는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나는 그 말에 이렇게 대답했다.
진지하고 조금 피폐한 스레, 초단편 예정
나는 그리 고민하지 않고 엄마라고 답했다.
엄마는 만족한 것처럼 그래, 하고 나를 끌어안아주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엄마는 오랜만에 회사를 쉬었다며, 내 손을 잡고 놀러 가자고 말했다.
아빠랑은 같이 안 가? 내가 묻자, 엄마의 얼굴이 굳어졌던 것은 아직도 기억이 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엄마는 다시 환하게 웃었다.
차에 타서 잠시 잠에 들었다 깨자, 도착한 곳은 놀이동산이었다.
나는 귀여운 머리띠를 쓰고 팝콘 통을 끌어안은 채 놀이동산에서 즐겁게 놀았다. 사진에는 나와 엄마만이 찍혀 있었다.
돌아오는 길, 어머니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나는 다시금 잠이 들었다. 잔뜩 놀고 지친 탓에 자연히 눈이 감겨왔다.
그래서일까? 막상 침대에 누우니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나는 침대에서 뒤척이다가, 문득 엄마가 타 준 코코아가 있으면 잠이 잘 올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몸을 일으켰다.
살금살금 걸어, 문가로 향했다. 그리고 문 손잡이로 손을 뻗는 그 때.
바깥에서 고함소리가 들렸다.
나는 숨을 죽였다. 이 목소리는 분명 의 것이다.
1. 엄마
2. 아빠
아빠가 저렇게 큰 소리로 고함치는 건 처음 들었다. 그에 맞서는 엄마의 날이 선 목소리는 놀이동산에서 함께 웃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바깥은 아무래도 불안한 분위기가 감돈다. 나는 다시 침대로 향했다.
그리고, 양 손으로 귀를 막고 눈을 꽉 감은 채 다시금 잠에 들려 애썼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아빠가 나를 깨운다. 엄마는 분주하게 출근 준비를 하고 있고, 나는 아빠의 손에 이끌려 밥을 먹고 양치를 한다.
유치원에 갈 준비를 마치고 나면 엄마는 이미 집에 없다. 나는 언제나처럼 아빠를 졸졸 따라가고, 아빠는 나를 다정하게 안아올려 차에 태운다.
아빠는 내게 안전벨트를 채워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그리고는 갑자기 내게 묻는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나는 대답한다.
잠시 고민한다. 나는 아빠도 좋아해. 늘 나에게 다정하게 대해주셔.
하지만 엄마가 더 좋아. 어제는 놀이동산도 갔어.
나는 결심하고 답을 내린다.
엄마가 좋아요.
아빠의 얼굴에 쓸쓸한 기색이 돈다. 나는 재빨리 덧붙인다.
아빠도 좋아해요.
조금은 위안이 되었을까? 나는 아빠를 다시 올려다본다.
아빠는 멈칫하더니 뒷좌석의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향한다. 부르릉, 시동이 걸리는 소리가 나고 차가 나아가기 시작한다.
아빠도 엄마가 좋아.
아빠는 내게서 등을 돌린 채 나직이 말한다.
유치원에 도착하면 나는 아빠 손을 잡고 차에서 내린다. 그리곤 떠나는 아빠에게 손을 흔든다.
바이바이.
아빠가 탄 차가 내게서 멀어지고, 나는 선생님을 따라 유치원에 들어간다.
놀이 시간이 되면 나는 늘 함께 노는 단짝 친구 가온이를 찾아간다.
가온이는 자랑을 하는 것처럼 낡아보이는 장난감을 보여준다.
아빠가 새로 사 주셨어! 기쁜 듯이 말하는 가온이.
나는 밝게 웃는 가온이를 보고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어본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가온이는 답한다.
둘 다 좋아해! 밝게 웃으며 말하는 가온이.
나도 그렇게 대답하는 게 좋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 때쯤 선생님은 놀이 시간의 끝을 알린다.
그렇게 여느 때와 같은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시간은 하원 시간.
나를 맞이한 것은 누구일까?
1. 엄마
2. 아빠
엄마는 힘든 일이 있었던 것처럼, 조금 지친 얼굴로 웃어보인다.
나는 그런 엄마의 손을 잡고, 엄마의 차에 탄다.
짐칸에는 평소보다 많은 것이 실려있고, 엄마는 어쩐지 각오를 굳힌 듯한 표정.
엄마가 운전하는 차는 집을 지나친다.
어디 가? 그렇게 물어보면 엄마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오늘따라 대답이 없는 엄마가 무서워서 어디 가냐고! 소리를 지르면, 엄마는 되받아치듯 가만히 있으라고 소리를 지르고는 헉 하는 표정이 된다.
나는 서러움에 차 안에서 꺼이꺼이 운다.
엄마는 결국 차를 세우고, 내 손을 잡은 채 근처 편의점으로 향한다.
내 팔에는 내가 좋아하는 과자가 한아름 들려진다.
엄마는 그리고, 내게 다시금 묻는다.
아빠가 보고 싶어?
으응.
엄마랑 아빠 중에 누가 더 좋아?
나는 이 질문에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곧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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