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미국의 겨드랑이를 떠나자 (56)
2.신약: 유선형 비둘기와 경유 바다의 세이렌 / >>210, 211 (209)
3.미연시 (미남 연쇄살해 시뮬레이션) (141)
4.일루바크를 여행하는 모험자를 위한 안내서 >>357 (352)
5.어느 유학생의 평온한 나날 >>605 (605)
6.[Ⅴ] 그 엘프 니트는 여동생을 만나고 싶다.(루바브~ (519)
7.날도 더운데 마당에서 물놀이 개장이나 하러갈까 (스레주 off) (567)
8.붕어빵 (251)
9.포켓몬스터 소울 실버 랜덤 너즐록 챌린지 시즌 3 (207)
10."...이 파티 되게 재미없죠. 차라리 우리끼리 몰래 나가버릴까요?" (>>223) (222)
11.설화중고등학교 교생선생 곽지우 (319)
12.☆★앵커판 잡담스레 7★☆ (101)
13.가자 가가자자 가가가자자자 (708)
14.100레스 안으로 끝나는 인스턴트 규칙괴담 (32)
15.도시로 돌아가기 (713)
16.>>61 / 그래도 우리의 계절 다 카포 (61)
17.해리포커와 죽빵의 기물(1) (648)
18.팔자주름 없애는 꿀팁 알려준 사람 어딨니?? (21)
19.다이스 굴리는 스레 2 (340)
20.★앵커판 관전스레★ (632)
1
이름없음
2026/02/19 01:19:01
ID : tirwFikljvC
9
매사추세츠의 아침 하늘은 맑은 푸른색이다. 엷은 구름이 내 머리 위를 지나가는 가운데, 지구 반대편에서는 나의 가족들이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동생 녀석은 좀 다를지도 모르겠군. 그 녀석이라면 아직도 게임을 하고 있을테니까. 이래서야 대학은 어떻게 갈런지 모르겠어. 이젠 나도 해외에 있으니 공부를 봐 주지도 못할텐데.
* * *
[목표]
1. 좋은 학점 받기
-수업시간에 열심히 듣고 필기, 매일 그날 배운 것 복습하고 자려고 노력하기
2. 도서관 책 많이 읽기
-의식적으로 도서관에 들러서, 못해도 한 달에 한 권은 읽는 걸 목표로!
3. 좋은 친구 또는 연인 사귀기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고, 더 상냥한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기
[얻은 것]
"대신하는 이": 검은 벨벳 테디베어. 딱 한번이지만 대신 죽어준다.
심안: 마주할 의지가 있다면 뭐든 꿰뚫어볼 수 있다. 무엇이든 알 수 있고 마음 속도 알 수 있다. 20레스 단위로 1번씩 사용 가능. 쓸 때는 앵커 레스에서, 무엇을 대상으로 쓰고 싶은지도.
[연락처]
가족 단톡방(아버지, 어머니, 동생)
외삼촌의 전화번호
사촌동생의 전화번호
민속학부 4학년 씨의 전화번호
중세형이상학부 2학년 씨의 전화번호
철학부 3학년 씨의 전화번호
문학부 2학년 씨의 전화번호
경영학부 1학년 씨의 전화번호
심리학부 1학년 씨의 전화번호
402호 씨의 전화번호
고등학생 씨의 전화번호
천문학부 조교님의 전화번호
천문학부 사무실 전화번호
천문학부 교수님의 메일 주소(현재 답변 불가)
천문학부 디스코드
보드게임 동아리 디스코드(지질학부 3학년 씨, 화학부 4학년 씨, 심리학부 1학년 씨)
* * *
대략적인 인물들의 설명과 이미지: https://justpaste.it/kfa4h
크툴루 신화 베이스의 호러 일상물입니다. 인물들이 죽거나 미치거나 실종되는 등 끔찍한 일을 당할 수 있음에 주의.
이전 레스 안 보고 그냥 끌리는 대로 막 앵커를 달아도 됩니다(다만 개그는 적정 선에서!)
연속 앵커 가능, 앵커 미루기 가능, 잡담, 질문, 토론 등 아무튼 뭐든 가능
개그는 적정 선에서
2
이름없음
2026/02/19 01:23:31
ID : tirwFikljvC
0
자, 그런데 이제부턴 뭘 해야 하지? 생각해보면 막연히, 유학의 기회가 있으니까 왔을 뿐 유학을 와서 뭘 하겠다고 생각한 게 딱히 없었다.
이렇게 자취방에 들어와서 짐을 풀 때까지도 말이지.
그런고로 목표를 정해보자.
예시: 연애하기, 좋은 학점 받기, 클럽 활동 하기, 스포츠 활동 하기, 도서관 책 많이 읽기 등.... 몇 개든지!
3
이름없음
2026/02/19 08:43:15
ID : 3xCktur865c
0
좋은 학점 받기, 도서관 책 많이 읽기, 좋은 친구(혹은 연인) 사귀기
4
이름없음
2026/02/19 09:31:31
ID : tirwFikljvC
0
다이어리의 첫 장을 펼쳐서 우선 떠오른 것을 세 줄 적었다.
1. 좋은 학점 받기
2. 도서관 책 많이 읽기
3. 좋은 친구 또는 연인 사귀기
좋아, 나의 고향에서는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다. 바로 시작해볼까.
우선은 로 가 보자. 거기라면 을 이루기 위한 발판이 될 것이다.
*: 대학교에 있을 법한 시설을 적당히 자유롭게
*: 1~3번 목표 중 택1
5
이름없음
2026/02/19 17:03:28
ID : mpTSHxyJRzO
0
학교 도서관
6
이름없음
2026/02/19 23:31:23
ID : 3xCktur865c
0
1번이랑 2번 목표
7
이름없음
2026/02/20 02:03:40
ID : tirwFikljvC
0
도서관에 가면 좋은 학점을 받고, 도서관 책도 많이 읽을 수 있다. 아니 어쩌면 좋은 학점은 받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도서관 책만큼은 많이 읽을 수 있겠지. 간단한 짐을 챙긴 뒤 몸을 일으켜 자취방을 나왔다.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벌써 강이 보인다. 실은 기숙사를 구할 수도 있었으나 구태여 자취를 택한 것은, 이 도심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강의 정취 때문이다. 영 꿉꿉하고 우중충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만 나는 어릴 적부터 왜인지 이런 물 흐르는 풍경에 동경을 느껴서, 여기가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왜 이렇게 물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사주의 영향인가.
사실 사주는 잘 모른다. 그냥 해 본 말이다.
문득 나는 다리 한 중간에 멈춰 서서 저 강바닥에 내 마음을 비추어 본다. 이렇게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 보면 무언가가 떠내려 온다.
전체적인 형상은 꼭 사람 같은데, 그렇다고 사람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어딘가, 왜인지 모르게 부족해보인다. 무엇이 부족한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는 것이었다. 그것은 전체가 푹 젖은 채로 강바닥에 삼켜질 듯이 떨어지며 가라앉다가, 다시금 힘없이 떠오른다. 무언가 붙들고 끌고 가려다가 놓아준 것처럼.
8
이름없음
2026/02/20 02:19:50
ID : tirwFikljvC
0
다만 그것을 오래 보고 있을 여유는 없다. 곧 점심이 되니 식사도 해야 했고, 도서관에서 책도 읽어야 했다. 나는 다시금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고보니 근방에 뫼니에르가 맛있는 집이 있다고 했는데. 듣기로는 이 도시 외곽의 항구촌에서 갓 낚아 올린 생선을 직접 공급받는다고 하였던가. 이따가 책을 적당히 읽고 배가 꺼지면 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다리를 지나 조금 더 걷다 보면 대학의 교정이다. 공부하기는 좋아보이는데, 문제는 부지가 여간 넓은 게 아니다. 도서관이 어디였더라. 애초에 나는 길치이기까지 해서, 이런 광활한 미로를 파헤치는 것에는 도통 자신이 없는 것이다.
어디, 도움을 받을 곳이 있을까. 주위를 둘러보다 나는 를 발견한다. 무언가 물을 수 있겠지.
*
1. 전신과 옷이 푹 젖어,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은 창백한 피부의 젊은이
2. 대학 축구 팀의 오징어 마스코트가 그려진 옷을 입은 쾌활해보이는 젊은이
3. 키는 멀대같이 크고 도수가 높아보이는 안경을 쓴, 구부정한 자세의 젊은이
9
이름없음
2026/02/20 11:11:55
ID : lfQoK1xxu7d
0
1
10
이름없음
2026/02/20 18:42:25
ID : 3xCktur865c
0
전신과 옷이 푹 젖어, 머리카락이 뺨에 달라붙은 창백한 피부의 젊은이
11
이름없음
2026/02/20 20:34:52
ID : tirwFikljvC
0
그 사람은 창백한 뺨에 검은 머리카락이 달라붙은 것을 뗄 생각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무언가, 저 너머를 바라본다. 눈동자에는 어쩐지 알 수 없는 빛이 서려 있다.
바닥을 보면 보도블럭에는 젖은 발자국의 행렬이 늘어서 있다. 그 사람에게서 멀어질 수록 점차 흐려지는 발자국은 그 자가 온 곳을 가리키고 있다.
이윽고 눈이 마주친다. 그 자는 철퍽철퍽하고 발소리를 내며 다가와서는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뭔가 물어봐도 된다는 뜻일까. 최대한 예의 있는 투로 도서관이 어디인지 물으니, 그 자는 입꼬리를 쭈욱 늘이며 입을 찢기라도 할 것처럼 웃어보이더니 나의 어휘를 지적했다.
그래, 제법 어색했나보지? 그런데 어쩌라는 건가. 나는 수능용 영어 지문에 더 익숙한 사람이다. 생활용 영어는 익숙치 않단 말이다. 표정이 무심코 조금 구겨진 것이 들켰는지, 그 자는 제법 과장된 몸짓으로 고개를 갸웃거리곤 몸을 숙여 나와 눈을 맞춘다. 얼굴이 가까워지니 물비린내가 짙게 풍겨온다. 그리고 희미하게는 달콤새콤한 과일 향 같은 것도.
그러고는 자기 혼자 재미있다는 듯이 깔깔 웃어제끼고는 나의 양 손을 자신의 양 손으로 잡는다.
축축해.
12
이름없음
2026/02/20 20:34:56
ID : tirwFikljvC
0
어쨌든 이 사람, 내가 제법 마음에 든 것 같다. 도서관에 직접 안내해주겠다는 모양이다. 그런데 손은 조금 놔 주면 안 될까. 계속 이렇게 마주본 채 양 손을 붙잡고 갈 셈인가. 손이 붙잡혀 있으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방어하기가 힘들다.
그런 게 뭐가 중요하냐고? 중요하다. 내 안의 투쟁본능이 이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뭣보다 이 사람 뒤로 걷고 있잖아. 이래서야 제대로 안내가 가능한가. 나는 아무래도 이상한 사람을 만나버린 것 같다.
아무튼, 걷는 폼을 보면 조금 걸릴 것 같으니 가는 동안 이 사람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까.
*
1. 신분을 묻는다
2. 젖어있던 이유를 묻는다
3. 그 외, 자유로운 질문
13
이름없음
2026/02/20 21:37:13
ID : o440pSJVf9g
0
1번
14
이름없음
2026/02/21 07:39:32
ID : tirwFikljvC
0
신분을 물으니 이 사람은 그런 게 뭐가 중요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말하길 그런 것 없이도 어차피 자주 볼 사이인데, 학과니 나이니 하는 사회적인 것에 묶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한다.
어이없음이 역치를 넘어서서 도리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무심코 실소를 터트리자 자기도 웃는다. 네놈은 뭐가 좋다고 웃는거냐.
기분이 좋아졌는지 녀석은 자신을 소개했다. 듣자하니 민속학과의 4학년이라고 한다. 다행히도 과는 다르군. 안심하고 있었는데, 반대로 질문이 되돌아왔다.
어느 과냐고? 나 얘기하는 건가? 아니, 되물을 것도 없겠지. 주변에 나 말고 사람이 어디 있어. 그렇지만 되도록이면 이 사람한테는 내가 누구인지 특정할만한 정보를 주고 싶지 않은데. 애초에 이렇게 축축하게 젖어있는 시점에서 그다지 멀쩡한 사람이 아니라고.
얼굴이 다가온다. 부담스러워. 어떻게든, 뭐든 말하고 끝내자. 어떻게 대답할까.
*
1. 사실대로 말한다
2. 같은 과라고 거짓말한다
3. 다른 과라고 거짓말한다
4. 그 외 자유
15
이름없음
2026/02/21 14:42:27
ID : 67AmFjAi078
0
다른 과라고 거짓말할까?
16
이름없음
2026/02/22 11:38:52
ID : Xta2q0rgpeZ
0
3. 다른 과라고 거짓말한다
17
이름없음
2026/02/22 22:30:41
ID : tirwFikljvC
0
나는 적당한 과를 이야기했다. 그러자 민속학과 녀석은 가만히 나를 바라본다. 이 녀석의 형형하고 맑은 녹색 눈이, 어쩐지 섬뜩하게 느껴졌다. 마치 꿰뚫어보는듯한 눈. 시선을 맞추기가 어려워져서 고개를 슬쩍 돌리니, 마주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아닐텐데.
녀석은 이전과는 달리 낮고 조용한, 그리고 어딘가 끈적끈적하게 들러붙는 것 같으면서도 미끈하게 핥는 듯한 목소리로 키득거린다.
순간 몸이 굳는다. 어쩐지 압도되는 느낌이다. 삐걱거리는 목을 움직여 다시금 녀석을 돌아보자 그 녀석의 눈은 곱게 접혀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그러나, 어쩐지 기묘한 어둠이 느껴진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전부 알고 있다는 것 같은 태도, 붙잡힌 손과 질척거리는 목소리. 어째선지 이 녀석에게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의미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이상해진다. 망가진다. 더 이상 나는 내가 아니다. 나는 무엇이지? 무엇을 위해 여기에 있지? 이 앞에 있는 사람은, 아니 존재는 대체 뭐지? 나는 뭘 위해 여기에 왔지? 나는 무엇을 하고 있지? 육신과 정신이 점차 멀어진다. 나약한 몸을 움직이던 가냘픈 숨이 이별을 고하려 한다. 이별의 키스는 나의 타액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산화탄소의 맛. 멍한 머리. 존재한다. 무엇이? 나는? 어째서? 왜?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18
이름없음
2026/02/22 22:49:13
ID : tirwFikljvC
0
어쩐지 알 수 없는 죽음의 감각이 발뒤꿈치에서부터 타고 올라와, 몸을 휘감고 나를 집어삼키기 일보직전일 때 나는 정신을 차렸다.
도서관의 의자는 딱딱하지만, 그런대로 앉기 편하다. 무심코 잠들었던 걸까. 조명은 적절하고, 온도도 습도도 괜찮다.
옆에서 의자를 끄는 소리가 들려 돌아본다. 민속학과의 선배가 옆에 앉았다. 갓 빨아 말린 것처럼 햇볕의 냄새가 나는 옷을 입고 있는 그 사람은, 조금 푸석거리는 머리카락을 손으로 쓸어 정리하더니 관자놀이를 가볍게 긁는다.
아, 맞아. 그랬었지. 내가 도서관을 찾아 헤메고 있었더니 마침 자신도 도서관에 가던 길이라며, 함께 가자고 했었다. 옆에 앉을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뭐 상관없나.
선배의 맑은 녹색 눈은 두꺼운 책의 한 중간에 꽂혀 있다. 궁금해서 흘낏 들여다보니, 심지어 영어도 아닌 것 같다. 일단 문자 자체는 알파벳 비슷해보이는데, 독일어나 프랑스어려나? 읽는 본인도 외국어는 익숙치 않은 건지, 제법 골머리를 싸매는 것 같다.
음, 어쨌든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
*
1. 읽을 책을 찾아온다
2. 선배에게 말을 건다
*
19레스가 1을 택할 경우, 0~9 중의 숫자를 선택.(다이스 가능)
19레스가 2를 택할 경우, 어떻게 말을 걸지 자유롭게 서술
19
이름없음
2026/02/22 23:43:27
ID : s007bvclii0
0
1
20
이름없음
2026/02/23 12:00:23
ID : A42Lf9a5Ru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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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ce(0,9) value : 5
21
이름없음
2026/02/23 15:58:30
ID : tirwFikljvC
0
500번 서가로 가면 과학 서적들이 늘어서있다. 개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 역시 전공인 천문학 서적들일까.
여러 책들이 있지만, 우선 관심이 가는 건 이 4가지다.
첫번째는 《허블의 시야를 빌리다》
표지 한가운데에는 아름다운 장미 성운의 사진이 있고, 그것을 가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위치를 피한 것처럼 상하에 제목과 저자의 이름이 적혀 있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것인지, 각 모서리 부분이 조금 닳았지만 오히려 그 점이 구미가 당기게 한다.
두번째는 《명왕성을 여행하는 법: 거대한 주방세제가 휩쓸고 지나간 평원에서부터》
옅은 노란색, 매끈한 페이퍼백 표지에는 낙서처럼 단순하지만 위트있는 그림과 너드 냄새가 나는 개드립이 군데군데에 보인다. 본 적 있는 화풍이다. 종종 이 작가의 웹코믹이 번역되어서 돌아다니던 것 같은데, 그 사람이 책도 냈었구나. 전혀 몰랐다.
세번째는 《북극성부터 시작하는 천체 관측》
한국어 번역판도 있는 천체 관측계의 고전 입문서다. 나는 초등학생 때 이 책을 보고 스타호핑법을 배웠다. 정작 도시에서는 별이 안 보여서 헛수고였지만. 그리운 추억이다. 뭐, 한국에 돌아가면 번역된 걸로 읽을 수 있으니까 이 책은.... 잠깐만, 2025년 개정판이라고?
네번째는 《천체물리학 1000》
두껍다. 제목의 1000은 쪽수라는 말이 있다. 물론 거짓말이다. 1000페이지 넘는다. 난 교양서가 이렇게까지 두꺼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예전부터 궁금하긴 했다. 주변에서 다들 추천하더라. 그래서 읽어볼 생각은 있었는데, 역시 이 정도 두께의 원서는 조금....
......아. 모르겠다. 이렇게 계속 고민만 하고 있을 수는 없지. 그래, 뭐라도 고르자. 나는 했다.
*
1. 첫번째, 《허블의 시야를 빌리다》를 선택했다.
2. 두번째, 《명왕성을 여행하는 법: 거대한 주방세제가 휩쓸고 지나간 평원에서부터》를 선택했다.
3. 세번째, 《북극성부터 시작하는 천체 관측》을 선택했다.
4. 네번째, 《천체물리학 1000》을 선택했다.
5. 선배 찬스! 자리로 돌아가서, 민속학과 선배에게 책을 추천받았다.
6. 사서님! 카운터로 향해서, 사서로 보이는 사람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22
이름없음
2026/02/23 15:59:35
ID : mE4KY04FdCm
0
6!
23
이름없음
2026/02/23 17:34:47
ID : mE4KY04FdCm
0
선배찬스ㄱㄱ
24
이름없음
2026/02/23 17:59:52
ID : tirwFikljvC
0
선배에게로 돌아가자, 자리에 앉은 그대로 목만 돌려 내 쪽을 가만히 올려다본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는데다가 신기할 정도로 목 관절이 유연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돌아가지도 않을 각도로 목을 돌렸다.
선배는 내가 말한 책 이름을 듣더니, 관심없다는듯 다시 홱 하고 고개를 돌린다. 그런 것보다는 이 쪽이 더 재미있다고 한다. 맞다 이 사람 민속학과였지. 나랑 관심사가 다를 가능성이 높겠군.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가서 사서 분께 물어보려고 했더니, 팔을 붙잡혀서 그대로 도로 앉혀졌다.
그리고는 읽던 책을 그대로 내민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한쪽 손으로는 턱을 괸 채 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본다. 내 팔을 꽉 붙잡고 있는 걸 보면, 이걸 읽으라고 강요하는 것 같다.
그 상태로 몇 분 정도, 무언의 대치 상태가 지속되자 선배는 못내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입술을 짓씹다가 한 마디를 툭 던진다. 싫어?
*
1. 네
2. 아니오
3. 네니오
4. 애초에 뭐라고 써 있는지도 모르겠는데요
25
이름없음
2026/02/23 18:00:52
ID : mE4KY04FdCm
0
3 네니오
26
이름없음
2026/02/23 19:01:45
ID : tirwFikljvC
0
네와 아니오. 두 가지 선택지가 눈 앞에 그려진다. 굳이 말하자면, 내 마음은 양 쪽 모두이면서 어느 쪽도 아니다. 댁이 그렇게 열심히 읽고 있었으니 아무래도 궁금하긴 했다. 그렇지만, 역시 이런 두꺼운 책은 좀 그렇다고 할까. 양장본에, 엄청 고풍스러운 느낌이고, 그리고 남이 읽는 걸 방해하는 느낌이기도 하고.
횡설수설거리며 부족한 영어로 어떻게든, 내 나름의 이유를 설명했다.
여전히 이 사람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지만, 그래도 다행히 납득은 한 것 같다. 내 팔을 놓고는 책을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더니 보란 듯이 한숨을 쉬며 책장을 넘긴다. 팔랑 하고 책장이 넘어가는 소리를 뒤덮듯,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다. 선배의 배에서였다.
선배는 잠시 멍하게 있다가, 책을 아예 덮어버린다. 아무래도 읽을 마음이 사라진 것 같다.
그러고는 잠시 날 보다가, 이것저것 정신없이 과장된 몸짓을 하며 장황한 말을 늘어놓았다. 쓸데없는 미사여구가 많고, 말도 빨라서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들은 채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더니 뭔가 기뻐하는 것 같았다.
27
이름없음
2026/02/23 19:02:50
ID : tirwFikljvC
0
그렇게 끌려가서 도착한 곳은 해산물 요리를 파는 식당이었다. 같이 밥 먹자는 거였나? 듣자하니 여기는 뫼니에르가 유명하다고 한다.... 아? 그러고보니까 그런 얘기를 들었던 것 같다. 근데 오늘 꼭 먹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뭔가 오늘따라 물비린내를 많이 맡은 듯한 기분이라서 그다지 끌리지 않았다.
어쨌든 사준다고 하니까 맛있게 먹기로 했다. 그럼, 뭘 먹는 게 좋으려나. 메뉴판을 훑어보았다.
-가자미 뫼니에르 / $19.55
딜 버터와 레몬이 곁들여진 Deep gourmand 시그니처 메뉴
-(2인 세트)화이트 와인 대구찜 / $35.99
통통하게 살이 오른 대구를 화이트 와인과 함께 쪘습니다
-참치 파스타 / $12.99
감칠맛이 풍부한 오리엔탈 소스와 참치의 조합
-참치 샐러드 / $15.00
바삭한 크루통과 부드러운 참치, 신선한 채소의 삼중주
-클램 차우더 / $11.59
따끈한 클램 차우더 한 그릇이면 속이 든든해져요
-빵 4조각 / $9.99
곁들임 빵
아 맞다 여기 매사추세츠지. 물가가 돌아버렸군.
*
1. 메뉴를 고른다
2. 선배를 돌아본다
*
28이 1을 선택할 경우, 상기한 메뉴 중 적당한 것을 원하는 양만큼(뭐든지, 얼마든지)
28이 2를 선택할 경우, 선배는 무슨 메뉴를 골랐는지 묻기 or 2인 세트를 시켜서 함께 나눠 먹자고 제안하기 중 택1
28
이름없음
2026/02/23 19:04:00
ID : mMjfU2E7e1u
0
2 사주세요. 지~긋.
29
이름없음
2026/02/23 19:47:27
ID : 3xCktur865c
0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야 ㄷㄷ
선배는 무슨 메뉴를 골랐는지 묻기
30
이름없음
2026/02/23 20:00:09
ID : tirwFikljvC
0
선배는 무슨 메뉴를 골랐는지 묻자, 곁들임 빵 4조각을 먹을 생각이라고 한다.
제일 싼 메뉴인데? 정말 그것만 먹으려는 건가. 설마 최대한 싼 걸 고르라는 무언의 압박인가. 그러고 보면 미국은 저맥락 사회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봤었다. 그러니까 무언가 말하고 싶은 게 있으면 굳이 완곡하게 말할 거 없이 대놓고 얘기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도 이렇게 은근히 돌려서 눈치를 주는 사람이란 있는 거구나.
아니, 어쩌면 이것도 내 편견인가? 나는 선배와 눈을 마주친다. 선배의 두 눈동자는 티 없이 맑은 연녹색을 띠고 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온화한 것 같으면서도, 기대하는 것 같기도 하다.
역시 모르겠군. 어떻게 하지.
고민하던 끝에, 나는 했다.
*: 메뉴를 결정하거나, 선배에게 하고 싶은 질문을 하거나, 아무튼 자유롭게
31
이름없음
2026/02/23 20:01:16
ID : mMjfU2E7e1u
0
"사주시는 거 맞죠?"
32
이름없음
2026/02/23 20:08:12
ID : tirwFikljvC
0
잘 모르겠으니 일단 확인하기로 했다. 사주시는 거 맞죠? 선배는 신나게 고개를 끄덕인다. 눈이 어쩐지 반짝반짝거리는 것 같다.
하긴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사이드 메뉴만 시키는 사람이 있을 리가 없다. 뭔가 클램 차우더라던지, 아무튼 다른 메뉴를 더 먹을지도 모른다. 안심하고 메뉴를 고르도록 할까.
가자미 뫼니에르, 2인용 화이트 와인 대구찜, 참치 파스타, 참치 샐러드, 클램 차우더, 빵 4조각. 어느 걸 먹을까.
*: 적당한 메뉴를 원하는 만큼(뭐든지, 얼마든지 자유롭게)
*: 선택 - True or False(참고: 어느 걸 고르든 계산은 선배가 합니다.)
33
이름없음
2026/02/23 20:12:34
ID : mMjfU2E7e1u
0
대구찜은 2인용이니까 패스하고 다음으로 비싼 뫼니에르 ㄱㄱ
34
이름없음
2026/02/23 21:16:13
ID : 3xCktur865c
0
무슨 의미일까?
True
35
이름없음
2026/02/24 06:58:57
ID : tirwFikljvC
0
dice(-1,6) value : 2
*1 이하의 값이 나올 경우 전부 1로 간주
36
이름없음
2026/02/24 07:26:31
ID : tirwFikljvC
0
잠시 기다리자 내 몫의 가자미 뫼니에르가 담긴 접시와, 빵 여덟 조각이 쌓인 접시, 그리고 작은 버터 그릇이 나왔다. 선배는 내게 가자미 뫼니에르를 밀어주곤 빵을 가져가 버터나이프로 능숙하게 버터를 바르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나는 잠시 선배를 바라본다. 빵을 우물거리는 선배의 입술이 버터로 번들거렸다. 뭐가 문제냐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최악의 타입이다. 이 인간 상식이 없다. 놀랍게도 사이드 메뉴만 시키는 사람이었다.
이거 골 때리는 새끼네. 나는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떨어트렸다. 시야를 채운 가자미 뫼니에르는 뽀얀 속살의 군데군데를 옅은 갈색으로 그을린 채 누군가에게 먹히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크고 두툼한 것이 꽤나 질이 좋은 가자미로 보인다. 그러고보니 이 근방의 어촌에서 직접 공급받는 물건이라고 했었지. 산지직송의 매력이군. 싱그러운 허브 향과 고소한 버터 소스는 상당히 유혹적이지만, 그래도 역시 느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내가 김치의 민족이라서 그런 것일까. 나는 침을 삼키고, 곁들여진 레몬 조각을 집어들었다. 뿌려진 과즙의 시큼한 향이 코를 찌르고 들어왔다.
포크의 옆날로 가자미의 살결을 누르자 가볍게 부스러지며 한 입 크기의 조각이 만들어진다.
나는 문득 고개를 들어, 반대편에 앉은 선배를 흘낏 바라본다. 내가 생선을 한 조각 써는 동안 벌써 첫 번째 빵을 다 먹었는지, 새 빵에 버터를 바르고 있다. 얼마나 빨리 먹는 거야. 그보다 역시 저것만 먹는 건 좀 불쌍해보이는데. 나눠줘야 하나.
*
1. 신경쓸 거 없다. 그냥 내 거나 먹자.
2. 역시 한 입 정도는 나눠줄까.
3. 그 외 자유롭게
37
이름없음
2026/02/24 10:41:18
ID : mE4KY04FdCm
0
2 그래도 얻어먹는건디
38
이름없음
2026/02/24 11:58:34
ID : pPhhxPg2Lbw
0
드실래요? 물어본다.
39
이름없음
2026/02/24 13:35:36
ID : tirwFikljvC
0
선배도 드실래요? 뭔가 눈치가 보여서 묻자, 선배는 빵빵해진 볼을 한 채 말 없이 고개를 젓다가 꿀꺽 삼키고는 괜찮다고 했다. 말하길, 자기는 몇 년째 그걸 먹어서 이젠 더 먹기가 좀 그렇다고 한다.
질린 걸까. 아까 전의 기묘한 모습들과는 다르게 의외로 평범한 사람같은 모습을 보인다. 묘하게 안심이 되어서,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생선 조각을 포크로 찍어 입에 넣었다.
첫 맛은 생각한 대로 조금 느끼했다. 풍족하게 끼얹어진 버터 소스의 느글거림을 레몬즙 조금으로 완전히 중화할수는 없었다. 다만 가볍게 씹으니 흰살 생선 특유의 탱글거리면서 부스러지는 식감이 좋았고, 미국에서는 보기 드물게도 적절한 수준의 짭짤함과 부드러움 속에 섞여들어오는 매콤한 후추 맛이 좋았다.
답지 않게 신나서 몇 조각을 더 허겁지겁 먹자, 선배는 기쁜 듯이 나를 바라본다. 무척이나 사랑스럽고 가여운 것을 보는 것처럼, 상냥하고 따스한 시선이 나를 감싼다.
아무튼 진짜 맛있긴 했다. 조금 과장을 덧붙여서 표현을 하자면, 어쩐지 머릿속에 바다의 풍경이 그려지는 것 같았다. 음울할 정도로 짙푸른 바다와, 퉁방울눈을 가진 생선들이 어부와 혀를 뒤섞는 감미로운 맛. 모독적일 정도로 황홀한 쾌락이 혀 위에서 꿈틀거리며 기어다녔다. 아아, 맛있어....
40
이름없음
2026/02/24 13:36:51
ID : tirwFikljvC
0
어쨌든 그렇게 만족스러운 식사를 끝냈다. 앞으로 이 선배와 더 친해지는 게 좋을 지도 모르겠다. 맛잘알이네. 그런데, 배부르게 먹으니 어쩐지 식곤증이 오는 것 같군. 식당을 나오면 근방에는 스타벅스가 보인다. 아아, 익숙한 별다방.
한국에서는 더 싸고 양도 많은 브랜드가 지천에 널려 있으니 거의 갈 이유가 없었다만, 정작 본토에 오고 나니 다른 물가가 너무 비싸서 여기를 찾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었지.
뭐 요점을 말하자면, 커피가 마시고 싶었다. 그리고 선배와 친해질 필요성을 느꼈지. 그렇다면 함께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것이 최적의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결제는 내가 한다! 초면의 선배에게 밥을 얻어먹었으니, 이번에는 커피를 사는 것이 맞는 것이다.
나는 선배에게 커피를 마시자고 제안했다. 선배는 기쁜 듯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는 각자의 몫의 커피를 받아들고 자연스럽게 적당한 테이블에 앉았다.
...근데 무슨 얘기를 하지?
*: 이야기의 주제를 자유롭게 지정
41
이름없음
2026/02/24 16:40:56
ID : 3xCktur865c
0
선배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자
뭘 좋아하는지, 평소 어떤 생활을 하는지 등등
42
이름없음
2026/02/25 07:52:20
ID : tirwFikljvC
0
할 말이 없으니 호구조사를 하기로 했다. 뭘 좋아하냐고 물으니 선배는 최근 라틴어에 빠졌다고 했다. 언젠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고등학교 때 AP 과정에 도전해볼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그러고 보면 아까 도서관에서 읽고 있던 책도 외국어였지. 혹시 그것도 라틴어 서적이냐고 물으니 맞다고 했다. 이쪽 학과 학생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하는 전설의 명저에, 전 세계적으로도 따져도 몇 부 정도만 남아있는 희귀한 서적이라고 했다. 선배는 관심을 가져준 것이 기뻤는지 잔뜩 들떠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최근에는 그 책에 빠져 주구장창 읽고 있는 것 같다.
나를 만난 것도, 며칠째 도서관에 틀어박혀서 책만 읽고 있으니 사서가 쫒아낸 결과라나. 이야기를 하다 보니 흥분했는지 선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서관에 가고 싶단다. 어쩜 이리 제멋대로일수가.
어쩐지 그 학구열에 기가 눌려서 슬슬 헤어지기로 했다. 그래도 선배의 전화번호는 얻었으니, 나중에 더 친해질 수 있겠지.
나 또한 남은 커피를 다 마시면 자리에서 일어나야지, 그렇게 생각하며 빨대를 입에 물자 누군가가 어깨를 두드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 손길은
*
1. 거의 붙잡고 흔들듯 해서,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 매우 가볍고 조심스럽게, 어쩌면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약했다.
3. 친근하게 툭툭 치는 것 같았다.
43
이름없음
2026/02/25 08:26:39
ID : mE4KY04FdCm
0
3
44
이름없음
2026/02/25 09:05:41
ID : tirwFikljvC
0
그 곳을 돌아보면 와인빛의 야구점퍼를 입고, 한쪽 입꼬리에 붉게 튼 자국이 눈에 띄는 이가 미묘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정돈되지 않은 밤갈색 머리가 이리저리 뻗쳐있어서 척 봐도 그리 단정하진 않다.
그 사람은 입꼬리의 찢어진 부분을 손톱으로 긁으며 걱정하는 듯한 투로 묻는다. 아마 신입생인 것 같아서 하는 말이라며, 아까 전 그 사람이랑은 친해지지 않는 게 좋다고, 충고 같은 말을 했다. 이 근방에서 유명한 정신이상자라고 한다. 정신이상이라곤 하지만 그건 단순한 병적 증상같은 것도 아니며, 마주해선 안 될 것을 마주하곤 완전히 미쳐있다고, 나쁜 소문을 넘어서서 개인의 악의가 응축된 것 같은 표현이다.
하지만 그럴 리가 없다. 선배는 좋은 사람이다. 조금 제멋대로인 구석이 있지만, 내게는 계속 상냥하게만 대해주었다. 선배는 분명 독특한 사람이지만, 배려심이 깊고 훌륭한 사람이다.
내 혼란을 눈치챘는지, 그 사람은 자기소개를 한다. 중세형이상학과의 2학년이라고 한다. 그런 학과도 있었구나. 근데 자신의 신분을 말한다고 해서 신뢰가 가지는 않는데. 어쨌든 초대면부터 남을 비난하는 걸 보니 그다지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적당히 커피를 다 마셔버린 뒤 자리에서 일어나 커피를 정리한다.
그리고 카페를 나서려던 그때, 그 사람은 급하게 달려와 고이 접힌 영수증을 건넨다. 무슨 일이 생기면 여기 적힌 번호로 연락해달라고, 애원하듯 말한다.
*
1. 연락처가 적힌 영수증을 버리고 돌아간다.
2. 연락처가 적힌 영수증을 갖고 돌아간다.
45
이름없음
2026/02/25 09:40:51
ID : mE4KY04FdCm
0
혹시모르니까 챙기자
46
이름없음
2026/02/25 10:18:31
ID : tirwFikljvC
0
나는 떨떠름하게 그것을 받아 챙긴 뒤, 어쩐지 지친 정신을 붙들고 자취방으로 향했다. 오늘은 이런저런 일이 많아서 그런 것일까 뭔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집에 가서 쉬고 싶었다.
도착하자마자 옷을 벗어던지고 냅다 침대에 몸을 던져넣는다. 매트리스도, 시트도 새 것이라 어쩐지 부스럭거리는 느낌이 든다. 천장도, 침대도, 무엇 하나 익숙치가 않다.
이대로 조금만 있을까. 뭐랄까 다 귀찮아졌다. 핸드폰이나 보면서 헛짓거리에 시간을 쏟고 싶었다.
47
이름없음
2026/02/25 10:30:13
ID : tirwFikljvC
0
그리고 눈을 뜨자 방은 어두워져있었다. 불길한 예감에 핸드폰을 켜면 시간은 오후 11시를 조금 넘어 있었다.
그렇다. 잤다. 다 내팽겨치고 처 잤다. 조졌다. 루틴이 박살나버렸다. 그 와중에 배도 고프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매사추세츠에 있고, 여긴 미국 내에서도 상당히 치안이 좋은 곳이다. 운이 좋다면 야간에 영업하는 곳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할 건 하나뿐이겠지.
편의점을 털러 가자.
나는 적당한 겉옷을 주워 입고 바깥으로 나갔다. 불이 꺼져 있는 곳이 대부분이긴 했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근방에 24시간 편의점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발을 내딛으려는 그때, 등 뒤에서 가 들렸다.
*
1. 비명소리
2. 시끄러운 웃음소리
3. 철퍽철퍽거리는 소리
4. 불규칙한 발소리
5. 그 외 자유롭게
*: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볼까? Yes or No
48
이름없음
2026/02/25 10:37:16
ID : mE4KY04FdCm
0
끼아아ㅏ아악 비명소리
49
이름없음
2026/02/25 12:50:22
ID : oY7dO2q1vcs
0
세상은 각박하다
무시한다!
50
이름없음
2026/02/25 13:29:42
ID : tirwFikljvC
0
째지는 듯한 비명소리에 어깨가 흠칫 떨렸으나, 나는 그것을 애써 무시하고 앞으로 향했다. 돌아봤다간 무언가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다행히도 몇 블록 정도 가자 금방 문을 연 편의점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역시 이런 시간이 되면 신선식품류는 다 나가는 걸까, 괜찮은 건 없었다. 그나마 있는 컵라면도 그다지 맛있어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하는 수 없이 과자 몇 개를 담고 냉동식품 코너로 향했다.
어쩐지 냉동 라자냐가 할인 행사를 하고 있었다. 일단 싸니까 쟁여둘까.
바구니가 무거워지자 적당히 계산대로 향한다. 양에 비해 싸다! 정크푸드는 저렴해서 좋다. 나는 음식이 한가득 담긴 에코백을 한 손에 들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문을 향해 돌아선다.
바깥에, 뭔가 있다.
51
이름없음
2026/02/25 13:38:28
ID : tirwFikljvC
0
나는 무심코 주저앉았다.
기괴할 정도로 큰 눈. 눈동자의 비중이 일반인에 비해 높으나, 그 큰 눈동자 안에 광택은 전혀 없다. 꼭 죽은 생선 눈깔 같다. 그것의 창백한 피부가 밝게 빛난다. 편의점 내부의 조명이 비친 것만으로는 저렇게 밝게 보이기 힘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피부 자체가 발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코는 누군가에게 맞고 부러진 것처럼 비뚤어졌고, 한쪽 광대가 무너져있다. 검붉은 피로 범벅이 된 그것의 두툼한 입술이 달싹인다. 저것은 분명 나에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무언가 대답을 바라는 눈빛이나, 나는 아무것도 대답할 수 없다.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대답을 하겠는가?
어째선지 입꼬리가 끌려올라간다. 나는 왜 웃고 있는 걸까. 눈물이 나왔다. 히히, 하하하, 아하하하. 모르겠어. 전혀 모르겠어. 울고 또 웃었다.
문 앞에는 저것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계산대의 직원은 나 따위 신경쓰지 않고, 제 할 일만을 한다. 딴청을 피우는 것 같다.
누구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다. 삐이이 하는 이명이 들린다. 이건 생존본능이 지르는 비명인가? 하지만 어떻게 나가야 해?
밤에 나오는 게 아니었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 어떻게 할까요?
52
이름없음
2026/02/25 13:40:27
ID : mE4KY04FdCm
0
편의점에서 아침까지 버티는 건 에반가...? 아니면 아까 그 연락처 준 사람한테 전화라도
53
이름없음
2026/02/25 14:49:08
ID : 3xCktur865c
0
에서 연락처 준 사람에게 전화한다
54
이름없음
2026/02/25 16:10:33
ID : tirwFikljvC
0
숨이 가빠지고, 눈물이 턱 끝에 맺힌다.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고 핸드폰을 찾아 뒤적거리던 중에 얄팍한 종이가 떨어졌다. 주머니에 대충 구겨넣은 채 방치해뒀던 영수증이다. 필사적으로 전화번호를 눌렀다.
뚜르르르르, 뚜르르르르.... 툭. 여보세요. 들은 적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오열로 얼룩진 내 목소리는 스스로가 듣기에도 꼴사나웠다. 아까 전에는 그렇게 대해놓고 이제 와서 찾다니, 내가 생각해봐도 미안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어쩐지 알 것 같다는 듯이 담담한 태도로 나를 진정시켰다.
그것은 여전히 문 앞에 서서 나를 바라본다.
중세형이상학과 선배는 내 호흡이 조금씩 차분해지는 것을 기다려준 뒤, 방법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나는 무엇인지도 모를 것을 하나하나 따라했다. 그것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 게 보였다. 마침내 그것이 다른 곳으로 떠나자 나는 있는 힘껏 달려 도주했다.
집이 이렇게나 사랑스럽게 보일 수가 없었다.
안심감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현관문에 기대어 앉은 채, 식은땀과 눈물로 젖은 얼굴을 소맷단으로 문질러 닦았다. 살아있다. 살아남았다.
55
이름없음
2026/02/25 16:21:34
ID : tirwFikljvC
0
문득 핸드폰을 보자 여전히 전화가 연결된 채였다. 나는 감사의 말을 전했다. 멋쩍은 듯한 목소리로 괜찮다고 답한 그 사람은 조언을 덧붙였다. 그것은 밤에 활동하며, 생명의 징후에 이끌린다고 한다. 그러니 아마 나를 쫒아온 것일 거라고도.
하지만 그렇게 말하니 이상하게 걸리는 점이 있었다.
어째서 저것은 오직 나만을 바라보았는가.
분명 그 곳에는 두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나여야만 했는가. 순간 소름이 돋았으나, 어쩐지 그것에 대해 깊게 생각해선 안 될 것 같았다. 이제부터 밤에는 절대 나가지 않겠다고, 선배에게 답하자 그러는 게 좋을 거라는 답과 함께 전화가 끊겼다.
나는 사온 것들을 적당히 정리하고, 냉동 라자냐 한 조각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었다. 그럭저럭, 평범한 공산품의 맛이 났다.
고작 이런 걸 위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었을까. 어쩐지 허탈해졌다.
다시금 침대에 누워 생각을 했다. 내일은 일정이 있으니, 부디 이딴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
1. 첫 수업
2. 알바 면접
3. 친척집 방문
4. 그 외 자유롭게
56
이름없음
2026/02/25 16:23:50
ID : mE4KY04FdCm
0
1
일단 저 선배랑 친분을 다져야 될거같아...살고싶어...
57
이름없음
2026/02/25 16:32:49
ID : mE4KY04FdCm
0
여긴 이름만 메사추세츠고 사실은 인스머스 같은곳인가
58
이름없음
2026/02/25 16:57:17
ID : tirwFikljvC
0
바닷바람이 뺨을 스쳤다. 여행을 가기 위해 항구에 왔던 것 같다. 크고 작은 배들이 늘어서 있었는데, 나는 어떤 배에도 타지 못했다. 그렇게 내 앞에서 배가 죄다 떠나간 뒤, 혼자 남겨진 내 앞으로 우윳빛의 고상한 조각배를 탄 누군가가 노를 저어 왔다.
오색의 비단 옷감에 감싸인 몸은 그 실루엣을 알기가 힘들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가 없었다. 부드러운 하얀 피부, 윤기가 흐르는 하얀 머리터럭을 가진 그 사람은 무척이나 고귀하고 또 아름다운 존재처럼 보였다. 달빛을 엮어서 만들어 낸 사람 같았다. 나는 그 사람의 말에 이끌려 그 배에 탔다.
배는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사람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다. 해가 떨어지고, 달이 솟아오르고, 달마저 떨어진 뒤에는 다시 해가 솟아올랐다. 몇 번이나 그런 것이 반복되었다. 이상하게 배도 고프지 않았고 피곤하지도 않았다.
그러던 중 문득 배가 흔들렸다.
아마 계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은 일흔 개의 계단을 힘겹게 걸어올라와서 나를 만나러 왔다고 했다. 함께 칠백 개의 계단 밑으로 가고 싶다고도 했다. 깊고 깊은 이해의 다락문 밑으로 향하고 싶다고.
배가 거칠게 흔들렸다. 내가 뭐라 답을 하기도 전에, 배는 전복되었고 뜨끈한 바닷물이 코와 입을 채웠다. 몽롱한 열 속에서 눈을 감았다.
59
이름없음
2026/02/25 16:59:30
ID : tirwFikljvC
0
눈을 뜨자 베개 한 쪽이 피로 젖어 있었다. 놀라서 입가를 손등으로 쓸어보니 피가 묻어나온다. 자는 동안 코피를 흘린 모양이었다. 게다가 이마에서는 열도 났다.
왜 중요한 일을 앞두고 늘 이 모양일까.
다행히도 시간표를 잘 짜둔 덕에, 오늘의 수업은 오후에만 있다.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뭘 하는 게 좋을까?
*
1. 수업 준비
2. 휴식
3. 그 외 자유롭게
60
이름없음
2026/02/25 17:03:00
ID : mE4KY04FdCm
0
아니 기 빨리는거냐고
2번 일단 회복하자...
61
이름없음
2026/02/25 17:07:03
ID : tirwFikljvC
0
너무 대놓고 묘사해서 벌써 다들 눈치채버렸군, 이거 큰일인데. 서술 트릭을 쓰려던 내 계획이 무너져버렸어. 배경은 매사추세츠주 아캄시입니다. 근방에 인스머스라는 소박한 어촌과 던위치라는 경치 좋은 농촌마을이 있습니다. 본 스레는 미스캐토닉 대학 천문학부 신입생인 주인공 씨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62
이름없음
2026/02/25 17:08:15
ID : mE4KY04FdCm
0
ㅋㅋㅋㅋㅋㅋ 찐 마경이잖아 ㅋㅋㅋㅋ
스레주 너무 재미있게 보고있어! 오래 연재해주라
63
이름없음
2026/02/25 17:30:15
ID : tirwFikljvC
0
일단은 휴식이 우선이다. 휴식을 하자.
피에 젖은 베개 커버를 벗겨서 세면대에 던져놓은 뒤, 아플 때 먹으려고 아껴둔 레토르트 전복죽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렸다. 죽이 데워지는 동안 적당히 베개 커버를 손빨래하고, 다음은 세탁기가 어떻게든 해 줄 것이라 믿으며 세탁기로 토스한다.
화장실에서 나오면 죽은 알맞게 데워진 상태다. 나는 죽을 한 숟가락 떠 후후 분 뒤 입에 넣는다. 김치가 있으면 딱 좋았겠지만 솔직히 썰기 귀찮았다. 그냥 이대로도 충분하다고 자기세뇌를 하며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몸이 따끈해지는 느낌. 아주 좋다. 근데 병원을 가 봐야 하려나?
*
1. 갑자기 이렇게 아픈 건 이상하다. 일단 병원에 가 본다.
2. 미국 병원비는 비싸다. 드럭스토어에서 적당한 약을 사 오자.
3. 그럴 기운도 없다. 좀 쉬면 낫겠지.
64
이름없음
2026/02/25 17:42:04
ID : Vasrs4Nzglx
0
1 병원가야해 근데 의사도 이상한사람은 아니겠지....?
65
이름없음
2026/02/25 18:02:17
ID : tirwFikljvC
0
어제만 해도 팔팔했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되는 건 뭔가 보통 일은 아니다. 분명, 필시 뭔가 이상한 점이 있다. 어제 겪은 일만 생각해봐도 솔직히 이상하잖아. 나는 병원에 가기로 했다. 지갑에서 대출혈이 일어나겠지만, 나는 죽고 싶지 않다. 가는 김에 근처에 한인 마트라도 있나 찾아봐야지.
나는 옷을 적당히 챙겨입고 나갔다. 바깥 하늘은 푸르고, 구름은 몽실몽실. 구글 맵을 켜고 근방의 병원을 찾아본다. 다행히도 적절한 곳이 한 곳 있었다.
작은 병원은 어쩐지 한산했다. 접수원 분은 웃으며 나를 응대했고, 거의 기다릴 것도 없이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의사는 날 보고는 안경을 고쳐쓰더니, 친절한 태도로 증상을 묻는다. 원인 불명의 코피, 갑작스러운 열, 몽롱함과 피로감. 그 모든 증상을 이야기했다.
의사는 가볍게 타자를 치고는, 다시금 나를 돌아보며 짐작가는 원인이 있느냐 묻는다.
*
1. 어제 있던 비현실적인 일들을 설명한다.
2. 최근 이사를 오고, 환경이 바뀌면서 무리한 것 같다고 말한다.
3. 짐작가는 게 없다고 한다.
4. 그 외, 자유롭게
66
이름없음
2026/02/25 18:07:55
ID : cNvzWjijdCr
0
두루뭉술하게 2번
67
이름없음
2026/02/25 18:19:47
ID : tirwFikljvC
0
어제 일이 정신에 영향을 줬다면 그럴 수 있지만, 육체적인 데미지가 있을 법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고보면 최근 집도 구하고, 대학 입학 준비도 하고, 이래저래 무리하긴 했다. 음, 역시 이것만큼 납득이 가는 이유가 없다.
나는 최근의 여러 피로했던 일들을 떠올리며, 적당히 이야기했다.
의사는 과로로 일어난 몸살인 것 같다며, 약을 처방해줄테니 며칠간 무리하지 않고 휴식을 취하길 권유했다.
합리적인 진단이었다.
진료비를 결제하고, 처방전을 받고, 털레털레 걸어서 약국으로 향했다. 처방전을 내고, 잠시 앉아서 기다리는 동안 다시 지도를 켰다. 한인 마트는 좀 거리가 있었다. 귀찮고 아프니 그냥 오늘은 가지 않기로 할까. 약을 받아 챙기고, 겸사겸사 진통제도 산 뒤 약국을 나왔다.
역시 병원까지 갈 필요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럼 이제, 다시 느긋하게 집으로 가볼까. 그러던 중에 알림 소리가 들렸다. 메세지가 와 있었다. 보낸 이는 이었다.
*
1. 민속학과 4학년 선배
2. 중세형이상학과 2학년 선배
3. 엄마
4. 동생
5. 친척 어른
6. 스팸 문자
68
이름없음
2026/02/25 18:21:48
ID : mE4KY04FdCm
0
3 엄마!
69
이름없음
2026/02/25 18:39:04
ID : tirwFikljvC
0
엄마였다. 삼촌이 알려줘서 어떤 집인지는 봤다만, 가구가 들어간 걸 못 봐서 어떻게 지내는 지가 궁금했다고 한다. 한국 살 때처럼 청소 안 하고 탱자탱자 놀지 말고, 이제 신경써줄 엄마 없으니까 정신 바짝 차리고. 늘 듣던 잔소리인데 왜인지 울컥했다. 아프고 서러운 와중에, 제일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어쨌든 궁금해하시는 것 같으니 집에 들어가면 사진을 찍어 보내기로 했다. 인테리어에는 영 소질이 없다만, 사람 사는 방처럼은 꾸며두었다.
좋아, 그러면 빨리 돌아가야지.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쉬고서 수업을 들으러 갈 수 있다. 나는 다시금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리고 조금 걷다 보니 공원이 나왔다.
분명 아까 전에 집에서부터 병원까지 갈 때에는 공원 같은 건 못 봤었는데. 지도 앱을 보니 공원을 가로질러서 가는 루트도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 루트로 가면 조금 돌아서 가게 된다. 어떻게 할까.
*
1. 산책 겸 공원을 가로질러 간다.
2. 다른 빠른 길로 간다.
70
이름없음
2026/02/25 18:40:09
ID : mE4KY04FdCm
0
스트레스 해소할겸 공원을 가로질러 가자
71
이름없음
2026/02/25 18:50:05
ID : tirwFikljvC
0
그래. 역시 사람은 풀내음과 신선한 공기를 맡아야 한다. 나는 공원을 가로질러 가기로 했다. 조경이 제법 잘 꾸며진 공원 한가운데에는 예쁜 분수가 있었다. 분수의 한가운데에는 다리를 들어올린 문어나, 혹은 왕관 같은 모양의 장식물이 있어서 각 꼭짓점에서 물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분수 안에서, 후줄근한 군청색 트레이닝복 바지를 무릎까지 걷어올린 누군가가 바구니를 들고 동전을 줍고 있었다.
이상한 사람인가봐. 어떡하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대로 지나치려 했으나, 물에 젖은 고무 같은 것이 바닥에 마찰하는듯한 소리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들렸다.
*: 어떻게 대처할까
72
이름없음
2026/02/25 18:50:42
ID : 0nA5dRDwE65
0
도망가자. 뛰어!
73
이름없음
2026/02/25 19:02:17
ID : tirwFikljvC
0
나는 전력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정말 있는 힘껏 뛰었다. 이 도시에는 왜 이렇게 미친 놈들이 많을까 생각하며, 부족한 폐활량으로 노력했다. 뒤에서 헉헉대며 허겁지겁 뛰는 소리가 들리다가, 점차 멀어지더니 골목길에 들어갔을 적에는 아예 들리지 않게 되었다.
나는 잠시 벽에 기대어 숨을 골랐다. 진정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진정하고 나서도 나는 안심하지 못한 채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도 정말, 따돌리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금 터벅터벅 걸었다. 이젠 정말로 집이다. 나는 약을 먹고, 집안 사진을 찍고, 가족 단톡방에 올렸다. 걱정 말라는 말과 함께.
시간은 열한시 반. 이제 점심 식사를 하고, 수업 준비를 하면 될 것 같다. 뭘 먹지? 머릿속에서 여러 가지 메뉴가 떠오른다. 역시 배달을 시키는 편이 낫겠지. 지금 요리할 기력 따위는 없다. 레토르트는 아끼고 싶다. 어제 사온 냉동식품이 있긴 하지만, 어제 먹고 또 먹는 건 좀 그렇다.
*: 뭘 먹을까
74
이름없음
2026/02/25 19:19:35
ID : mE4KY04FdCm
0
치킨
인생은 birth와 death 사이의 chicken이다
75
이름없음
2026/02/25 21:24:59
ID : tirwFikljvC
0
역시 배달 음식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치킨이다. 참고로 나는 닭이라면 어느 부위든, 어떻게 요리하든 다 좋아한다. 그래도 너무 많이 먹는 건 좀 그러니까, 많이는 시키지 말까.
이윽고 주문이 접수되었다는 알림이 떴다. 나는 기지개를 한번 쭉 펴고, 행주로 가볍게 상을 닦았다. 앱 화면에는 배달원의 움직임이 보였다.
배달원은
*
1. 평범한 속도로 집을 향해 오고 있었다.
2. 이상할 정도로 헤매고, 때로는 아예 반대 방향으로 돌기까지 하고 있었다.
3. 집 근처에서 멈춘 뒤, 몇 분이 지나도록 계속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76
이름없음
2026/02/25 21:27:09
ID : mE4KY04FdCm
0
1... 괜히 2나 3을 골랐다가 치킨을 잃을 수는 없다
77
이름없음
2026/02/25 22:09:35
ID : tirwFikljvC
0
이 속도면 곧 도착할 것 같다. 금방 먹고 준비할 수 있겠지. 곧이어 초인종이 울렸고, 나는 문을 열었다.
그 곳에는 새까만 후드티에, 하얀색의 주름진 마스크를 쓰고, 검은 배달 가방을 등에 멘 사람이 있었다. 아마 배달원이겠지? 신장은 나와 비슷하나 조금 더 크고, 머리는 연분홍색으로 염색되어있었으나 뿌리가 검었다.
배달원은 귀찮다는 듯 나른한 눈을 하고, 웅얼거리는 말투로 주문을 확인한 뒤 치킨 상자를 건네준다. 그리고는 꾸벅 인사를 한 뒤 돌아가버린다.
묘하게 퉁명스럽지만, 뭐 요즘 세대 사람들은 다 그런 법이다. 나는 포장을 열고 치킨을 먹었다. 좀 짰다. 밥이랑 같이 먹으면 괜찮을지도.
어쨌든 지금은 배가 꽤나 찼다. 시간도, 촉박하지는 않지만 슬슬 준비를 하는 게 좋아보인다. 나는 입에 점심분의 약을 털어넣고 물을 삼킨 뒤 가방을 챙겨 수업으로 향했다.
78
이름없음
2026/02/25 22:17:42
ID : tirwFikljvC
0
도착한 강의실에는 그럭저럭 사람이 차 있었다. 어디에 앉는 게 좋을까.
*
1. 앞에서 두번째 줄, 혼자서 펜을 돌리며 장난을 치고 있는 안경을 쓴 학생의 옆자리.
2. 맨 앞 줄, 허둥지둥거리며 가방에서 무언가를 찾고 있는 주근깨를 가진 학생의 옆자리.
3. 맨 뒷줄, 핸드폰을 만지며 옆 사람과 낄낄대고 있는 경박해보이는 학생의 옆자리.
79
이름없음
2026/02/25 22:22:36
ID : cNvzWjijdCr
0
다 재미있어보이는 발판
80
이름없음
2026/02/25 22:23:03
ID : mE4KY04FdCm
0
가방에서 뭐가 나올지 모름.. 일단 2번은 안돼
+ 크아악 그렇다면 3
81
이름없음
2026/02/25 22:51:37
ID : tirwFikljvC
0
맨 뒷줄로 갔다. 역시 첫 수업부터 눈에 띄고 싶지는 않았다. 의자를 끄는 소리가 좀 시끄러웠던걸까? 경박해보이는 학생은 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혹시 여기 자리 있냐고 물으니 다행히도 아닌 것 같다.
곱슬거리는 흑발 사이로 보이는 귀에는 은빛 피어싱이 여러 개 보인다. 귀때기에 철물점을 차렸나. 아주 주렁주렁, 무거워보인다.
아, 무심코 너무 봤나. 시선을 눈치챈 그 사람은 내게 가볍게 말을 건다. 같은 신입생인 것 같다. 저 쪽은 경영학과라나. 그는 시덥잖은 이야기를 이것저것 하다가, 내게 한국인이냐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니 재밌다는 듯이 눈이 커지며, 내가 한국에서 무엇을 하다 왔는지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첫 질문은 어쩌다가 유학을 왔는지였다. 나는 기억을 되새겨보았다.
*, , : 다음 키워드 중 각 1개씩을 겹치지 않게 선택
1. 외삼촌의 추천
2. 엘리트 코스
3. 예전부터의 동경
4. 도피성
5. 새로운 자극
6. 부모님의 의향
7. 그 외 자유
82
이름없음
2026/02/25 23:00:33
ID : mE4KY04FdCm
0
일단은 5번 새로운 자극
그야 도파민은 중요하거든요
83
이름없음
2026/02/26 07:04:37
ID : NteMkpRA1xv
0
2
84
이름없음
2026/02/26 07:32:04
ID : mE4KY04FdCm
0
1번 외삼촌의 추천 하면 신봉자 가족이 되는건가?
재밌겠다 1번
85
이름없음
2026/02/26 08:26:53
ID : tirwFikljvC
0
솔직히, 꽤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다고 생각한다. 대기업을 다니는 아버지, 승무원 출신의 어머니 사이의 맏이로 태어난 나는, 어릴 적부터 그 나름의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말은 그렇게 해도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돈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만큼 이것저것 배울 기회가 많았던 것 같다.
어린 시절 거실에 놓인 큰 책장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어린이의 흥미를 돋구기 위해 재미있게 쓰여졌지만, 배울 점이 많은 책들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그것보다도 아버지의 서재에 몰래 숨어들어가는 것을 좋아했다. 아버지의 서재 한 켠에 놓인, 우주에 대한 화집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어쩌면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다른 밤하늘을 보고 싶어, 라는 갈망은.
중학생 시절, 첼로 학원의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며 올려다보는 서울의 저녁 하늘은 어둡기만 하고 별이랄 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있다면 이런 곳에서 벗어나서, 더 아름답고 더 반짝이는 별들을 보고 싶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나는 운이 좋았다. 어느 명절날, 외가에 모인 친척들과 둘러앉아 TV를 보며 떡을 주워먹고 있을 때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찾아온 것은 미국에서 결혼해 살고 있는 외삼촌 가족이었다. 저희 왔어요. 늦어서 죄송해요, 차가 막혀서. 푸른 눈의 외숙모가 옆에서 밝게 미소지으며 인사했다.
86
이름없음
2026/02/26 08:29:04
ID : tirwFikljvC
0
이런저런 근황 얘기가 오가고, 또 한 차례 용돈 수금의 시간이 왔다. 나는 외삼촌에게서 용돈을 받아 챙기며 연신 고개를 꾸벅이다 문득 그런 말을 들었다. 그러고보니 이번에 고등학교 올라간다며? 대학교는 어디 갈 지 정했어?
어머니는 외삼촌의 어깨를 툭 치며, 얘도 참, 아직 중학생인데 벌써 그런 걸 말하게. 그렇게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나 외삼촌은 나름 생각이 있는 것처럼, 너 혹시 유학에는 관심 없니? 라며 웃었다. 의외의 말에 눈이 팍 뜨였다.
듣자하니 최근에 이런저런 일이 있었는데, 일이 잘 풀리면 모 유명 대학 쪽에 연줄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아직 어떻게 확정된 건 아니지만, 유학을 준비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들어갈테니 지금 얘기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혹시 준비해 볼 생각 있으면 도와주겠다고.
망설임은 없었다. 나는 그것을 곧바로 수락했다. 나에게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그 뒤로는 일이 착착 진행되었다.
87
이름없음
2026/02/26 08:33:14
ID : tirwFikljvC
0
경영학과 녀석은 내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가, 문득 궁금해졌는지 에 대해 물었다.
*
1. 첼로
2. 외삼촌
3. 그 외, 자유로운 키워드 제시
88
이름없음
2026/02/26 09:08:31
ID : eY5Pba9zala
0
2
89
이름없음
2026/02/26 14:05:43
ID : tirwFikljvC
0
외삼촌? 외삼촌이라. 자유분방한 사람이었다. 너글너글한 성격에, 수완가라서 내가 어릴 적에는 이미 미국에 가 있었다. 자주 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간간히 선물 같은 것을 보내주거나, 볼 때마다 신기한 것에 대해 알려주는 사람이라서 좋은 기억이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내가 좋아했던 건 중학교로 올라갈 무렵 그에게 선물받은 플라네타리움이었다. 척 봐도 고급스러운 외양을 보면, 아마 가격이 꽤 나가는 물건이겠지. 밤이 되면 그것을 켜둔 채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잠드는 것이 일과 중 하나였다.
플라네타리움에 딸려온 디스크들 중에서는 특히 눈에 띄는 것이 있었는데, 그것을 끼워넣고 투영시키면 방 안은 여지껏 본 적이 없는 기이하고 비현실적인 색조로 물들었다. 마치 별이 내게로 쏟아지는 것 같은 환희가 그 곳에 있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그 디스크는 한두 번 정도 사용하고 나니, 쥐도 새도 모르게 없어져 있었다. 내가 봐도 심할 정도로 그것에 매달리며 주위를 의심하고 화를 냈지만 그런다고 돌아오지는 않았다. 나는 자연히 그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플라네타리움이란건 결국 언젠가의 밤하늘을 재현한 것이니, 어딘가에는 그것과 같은 밤하늘이 있을 것인데.
과거를 떠올리며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더니 주위가 조금 웅성대기 시작했다. 앞을 보니 교수님이 와 있었다. 수업이 시작되려는 모양이었다. 첫 날이니 대단한 건 없었다. 앞으로 진행될 것에 대한 대략적인 소개와, 뭐 이런저런 잡다한 것들.
*
1. 별 내용은 없었지만 집중해서 들었다.
2. 살짝 지루해져서 딴 생각을 했다.
3. 기타 자유롭게
90
이름없음
2026/02/26 14:50:46
ID : hwE1hhwFcsi
0
1 에서 학점 잘 받자고 했으니까
91
이름없음
2026/02/26 15:42:04
ID : tirwFikljvC
0
그래, 일단 내 목표는 학점을 잘 받는 것이다. 집중해서 듣는 편이 좋겠지. 나는 앞으로의 강의 계획 등을 대략적으로 메모했다. 말이 빨라서, 그걸 따라가려면 휘갈겨 쓸 수밖에 없었다.
흘낏 보니, 옆 자리의 경영학과 녀석 또한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꽤 의외다.
수업은 그렇게 물 흐르듯 진행된다. 프레젠테이션의 마지막 페이지가 띄워지고, 나는 기지개를 켰다. 학생들은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난다. 다음 강의까지는 시간이 좀 비는데, 할 일도 없으니 나는 교정을 둘러보기로 했다.
화단의 예쁜 꽃이나, 나무 같은 걸 보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그러던 중 문득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었다. 호기심이 동한 나는 그 쪽으로 향했다. 그 중심에는 가 있었다.
*: 자유롭게 적어주세요
92
이름없음
2026/02/26 16:16:34
ID : 3xCktur865c
0
그림을 그리는 학생
93
이름없음
2026/02/26 16:55:08
ID : tirwFikljvC
0
스트로베리 블론드색의 생머리를 곱게 내려묶은 한 학생이 연못을 바라보며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연못에는 오리가 발재간을 치며 둥실둥실 떠 다니고 있었다. 꽈악 꽉 하는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쩐지 멋진 사람이다. 저절로 발길이 멈췄다. 그 사람은 이 쪽을 돌아보더니, 표정이 굳고 안색이 창백해진다. 그의 신비로운 보랏빛 눈동자에 공포가 어린다. ...왜?
아직 아무 것도 안 했어요. 앞으로도 뭘 할 생각은 없지만, 아무튼.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할까?
*
1. 뭔가 말한다
2. 말하지 않는다
*
94가 1을 선택할 경우, 말할 내용과 태도를 자유롭게 서술
94가 2를 선택할 경우, 그 자리에 머무른다 or 다른 곳으로 간다 중 택1
94
이름없음
2026/02/26 16:57:35
ID : mE4KY04FdCm
0
1. 뭔가 말한다
95
이름없음
2026/02/26 17:04:44
ID : 7BxO8qjdDwE
0
왜 그러세요? 저 아세요?
96
이름없음
2026/02/26 17:23:02
ID : tirwFikljvC
0
언제 봤다고 이러는 거지. 나는 물었다. 왜 그러세요? 저 아세요? 그 사람은 놀란 듯한 소리를 내더니 시선을 피하며,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고 사과했다. 당신 때문이 아니라고.
뭔가 그 나름의 이유가 있던 것 같으니 대충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는 예의 있게 웃어보이며 자신을 소개한다. 철학과의 3학년이라고 한다. 이것도 인연이라며,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나를 모델로 한번 스케치를 해 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묘한 흥미가 어려 있었다.
*
1. 수락한다.
2. 거절한다.
3. 그림을 보여달라고 한다.
4. 그 외 자유롭게
97
이름없음
2026/02/26 17:24:46
ID : mE4KY04FdCm
0
수락하면서 자연스럽게 그림도 보여달라고 하자
98
이름없음
2026/02/26 17:36:10
ID : tirwFikljvC
0
흥미로우니 일단 수락할까. 대신 겸사겸사 그의 그림도 보고 싶었다. 그에게 그림을 보여달라고 말하자, 그는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스케치북을 펼쳐 보여주었다. 오일 파스텔 따위로 그린 듯한 그림들은 전체적으로 색감이 화려하면서도 독특하고, 거친 선으로 형태를 뭉개며 그려서 상당히 매력적인 인상을 주었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날것의 생동감이 잘 드러나는 좋은 그림들이었다. 그림을 칭찬하자 그 사람은 배시시 웃는다.
나는 그가 말하는 대로 적당한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연필이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조금 지나자 그 사람은 스케치북을 옆에 뒤집어 놓고, 가방에서 물병을 꺼내 목을 축이기 시작했다. 다 그린 건가? 아니면 아직인가? 봐도 되려나?
*
1. 그림을 본다
2. 가만히 있는다
99
이름없음
2026/02/26 17:52:44
ID : u4NtfXxTXBx
0
궁금한 건 못참지
본다
100
이름없음
2026/02/26 18:30:40
ID : tirwFikljvC
0
내가 스케치북을 들추려 하자, 그 사람은 나를 급하게 제지했다. 스케치북은 다시금 덮였다. 그러나 일부지만 확실히 무언가가 보이긴 했다. 그것은 수없이 많은 선이 겹치고 뒤섞이고 뭉쳐진 추상화에 가까웠다. 인간의 실루엣이라고는 한 조각도 보이지 않는, 기이한 비정형의 얽힘.
이 사람은 나에게서 무엇을 보고 있던 것일까. 보랏빛 눈동자가 나를 응시한다. 멋대로 보는 건 무슨 예의에요? 꼭 그렇게 말하려는 것처럼, 질책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던 그는 자포자기한듯한 한숨을 내뱉곤 나지막히 말한다.
미안해요.
그 사람은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한다.
*: 어떻게 할까?
101
이름없음
2026/02/26 18:39:42
ID : mE4KY04FdCm
0
기다려요! 붙잡아서 미안하다고 하자
+ 스레주 100레스 돌파 축하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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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겨드랑이를 떠나자
☆★앵커판 잡담스레 7★☆
나는 어릴때 백일장이 100일간 진행되는줄 알았어
🐞허물을 벗고🐜비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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