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악마의 아이 (13)
2.흑백 (1)
3.소설 쓰고 있는데 뭘 써야할지 모르겠어 (11)
4.상상력 하나는 쥑이는 초보 작가의 능력 모음 (2)
5.일기는 하루에 한 편씩 (20)
6.소설을 쓴다는 게 처음엔 쉬울 줄만 알았지. (15)
7.모두에게 잊혀지고 싶어 (3)
8.내가 글 쓰면 읽어줄 사람 있을까? (9)
9.무섭게 쓰고싶은데 안 무서운 소설 (24)
10.동화의 종말 (8)
11.창작소설)제목:강박장애 (8)
12.외사랑 (25)
13.뿌빵 (22)
14.*씀* 조각글 쓰는 물고기 (52)
15.*408호 꽃과 나비* (10)
16.내가 성공해야 할 이유 (4)
17.구테 나흐트 (1)
18.*408호 꽃과 나비* (13)
19.무제 (14)
20.어디선가, 누군가의. (7)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한 십분이나 됐을까요. 저는 요새 신경이 날카로워져있습니다. 왜 이런 짜증나는 소리가 자꾸 들리는건지, 참 거슬리고 신경쓰입니다.
뿌빵, 뿌빵. 뿌빵이라지만 귀엽고 듣기 좋은 소리나 웃긴 소리는 아닙니다. 목 쉰 거위가 꽥꽥거리는 느낌입니다. 아무튼 하늘이라고 해야되나, 고개를 올려다봐야하는 정도의 높이에서 자꾸 들립니다.
아, 저는 편의전 알바생입니다. 카운터는 유리로 된 입구 바로 옆에 있어요. 소리가 신경쓰여 계속 문밖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도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며 걷습니다. 어디서 들어봤음직한 소리라면 그냥 그렇겠거니 하겠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신경쓰기엔 사소한 일인것같고, 신경 안쓰기에는 참 거슬리는 소리입니다. 진짜 짐승이라면 돌이라도 하나 주워다 던지고싶을 정도입니다.
이 시간엔 손님도 거의 없습니다.대략 15분에 한명꼴입니다. 나는 심심하기도 하고, 호기심이 동하기도 해서 그냥 무슨 일일까싶어 문밖에 나가서 보기로 했습니다.
저 멀리 사람들이 모여있는게 보입니다. 여기는 번화가고, 편의점 거의 바로 앞에는 버스정류장도 있습니다만 버스정류장이 저기에 있었나 싶습니다. 사람들이 너무 다닥다닥 붙어있는것도 그렇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갈까 싶었지만 그만두었습니다. 어제 시재점검을 했는데 만원이 비어있어 지갑에 있던 만원을 채워넣었습니다. 약 2시간을 허공에 날렸습니다. 만약 내가 나간 사이에 도둑이라도 든다면 이번엔 2시간어치로 끝나지 않을테니까요.
나는 그 소리가 참 거슬려서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었습니다. 손님들은 의외로 내가 틀어놓은 노래에 별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아마 요즘 힙합이 대세여서 그렇겠죠. 어릴때에는 영어로 된 힙합음악을 듣는다고 하면 괴짜취급을 받기도 했습니다.
요새는 그저 옛날 힙합을 좋아한다는 핀잔이 다입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역시 남들이 다 하는걸 하면 여러모로 편합니다.
나는 biggie의 'everyday struggle'을 듣기로 마음먹습니다. 다음 곡은 뭘 들을까 하며 멍하니 정면을 바라봅니다. 뭐, 어차피 앨범 수록곡이니 굳이 곡을 정하지 않아도 다음 트랙이 나오겠죠.
차사고인가 싶어 후다닥 밖으로 뛰어나갔습니다. 어느쪽이지 싶어 고개를 휙휙 돌려보니 아까 사람들이 있던 쪽입니다. 거리도 대충 비슷한 것 같습니다.
사실 나는 사고현장을 좋아합니다. 불이 활활 타고있거나 차가 대파된 곳에 구경꾼으로 서있으면 왠지 다른 세계로 들어온 것 같습니다. 물론 사람이 다치거나 하는것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러나 사고현장은 좋아하면서 피해자가 없기를 바란다니, 그저 비난받기 싫은걸까 싶기도 합니다.
아무튼 나는 잠깐만 그리로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전에 충전기에 꽂아뒀던 핸드폰을 챙기러 다시 편의점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지갑도 챙겨야죠. 잠깐이지만 혹시 모르는 일입니다. 청바지 뒷주머니에 지갑을 넣고, 손에 핸드폰을 꼭 쥐고 문을 나서려는 순간 문앞에 사람 실루엣이 비칩니다. 왜 하필 이런 타이밍에만 손님이 올까요? 뒤돌아서 카운터로 갑니다.
할아버지와 아저씨 사이 나이대의 남자입니다. '디스' 담배를 달라고 합니다. 문득 아버지 생각이 납니다. 우리아버지도 항상 디스 담배를 피십니다. 편의점에서 일하고서야 디스 담배가 제일 싼 담배라는 사실도, 제일 타르가 많은 축에 속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웬만하면 손님과 말을 섞지 않습니다만, 어째서인지 그 손님에게 방금 쾅하는 소리를 들었냐고 물었습니다. 손님은 그렇다고만 대답하며 오천원 지폐를 내밀었습니다. 얘기를 길게 하고싶지 않은 모양입니다. 어딘가 가야하는 모양이지요.
나는 혹시 뭔지 봤느냐고 되물었습니다. 보지 못했답니다. 차사고가 아니겠느냐고 하며 손님은 나갔습니다. 저 손님은 여자 비명소리를 듣지 못한걸까요? 이어폰을 끼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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