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얼마전에 꿈을 꿨는데 너무 신기할 정도로 생생해 (1)
2.꿈이야기좀풀어도될까? (4)
3.얘들아 이거 꿈이지? (8)
4.꿈 이어꿔보고싶어요 (2)
5.꿈에 나온 사람을 좋아해 본 적 있니 ? (11)
6.예전에 꿈에서 이상한느낌이 든다는 스레주인데 오늘 느꼈어 (7)
7.자기가 꾼 악몽 쓰고가기 (52)
8.루시드드림을 너무 자주 꾸는데 힘들어 도와줘 (9)
9.꿈인지 현실인지 자주 햇갈려 (2)
10.간만에 너무 선명한 꿈을 꿨어. 심지어 꿈인지도 깨달았어 ㅠㅠ 석원정이란곳이 어디일까? (5)
11.꿈이 뭔가 이상해 (21)
12.오컬트방엔 적는거 아닌거같아서..! (1)
13.ㅇ (19)
14.중학교때 꾼 꿈 얘기 적을게 (22)
15.자면서 꿈 꾸는게 뭔가 도피처가 되어가는 기분이 드는데 (8)
16.해몽할 줄 아는 사람 있어? (3)
17.내 꿈얘기 들어줘!! (18)
18.지구가 종말할 때 붉은 달이 두개가 뜬다 (가장 기묘하고 아름다웠던 꿈.) (15)
19.같은 꿈 연속두번.. (1)
20.꿈속에서 꿈을 두번이나 꿨는데 엄청 소름 돋았어 (3)
1
이름없음
2018/09/01 14:59:57
ID : 4Hvcq0tvxwm
0
그렇게 극적이고 그런 얘기는 아니지만 뭔가 묘한 느낌이 있었어 그래서 잊고 싶지 않으니까 늘 잊을 무렵이 되면 사이트나 블로그, 친구들한테 얘기한다던가...그런 식으로 계속 떠올려. 내 얘기 들어줄래 레더들?
2
이름없음
2018/09/01 15:00:59
ID : 4Hvcq0tvxwm
0
나는 이따금씩 가위에 눌렸어. 아주 어릴 때는 그냥 단순하게 뭔가 쫓아온다던가, 무서운 만화를 보고 잤을 때 그게 꿈에 나온다던가 하는 거였는데, 초등학교 고학년인가 중학교때부터는 가위가 눌리는 꿈이 한정되어있었어.
3
이름없음
2018/09/01 15:04:27
ID : 4Hvcq0tvxwm
0
무슨 내용의 꿈이었냐 하면, 아무것도 없어. 진짜 아무것도 없는 꿈이야.
내가 좋아하는 만화가가 쓴 등산 경험 에세이 중에서, 너무 높은 산에 올랐을 때에 강한 기압 때문에(맞나?) 귀가 꾹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던 얘기가 있었거든? 우리는 평소에 아무리 조용하다 느껴도 무수한 잡음 안에서 사는 거였다고, 그게 막히는 순간 그사람이 딱 든 생각이 '아, 이 적막이 미치도록 시끄럽다.'하는 거였대. 내가 저 꿈을 안 꾸게 된 이후에 본 에세이였지만 읽자마자 바로 그때 그 꿈을 기억해냈지.
4
이름없음
2018/09/01 15:05:55
ID : 4Hvcq0tvxwm
0
검었어. 우리가 눈을 꽉 감으면 찾아오는 어둠만큼. 그것도 어느 정도는 빛이 들어올텐데, 그게 아니라 정말 그냥 순수한 검은 색이 내 주변에 있었고, 나는 나를 3인칭으로 바라보고 있었어(감정은 내 눈에 보이는 나와 같이 움직였지만 시점만 3인칭이었어)
5
이름없음
2018/09/01 15:06:43
ID : 4Hvcq0tvxwm
0
왜 어둡다가 아니라 검었다냐면, 그 중에서도 나는 선명하게 보였거든. 자체발광 정도는 아니고 그냥 실내 불빛 정도의 불 아래에 선 나를 뚝 떼어다 거기 둔 것처럼.
6
이름없음
2018/09/01 15:08:29
ID : 4Hvcq0tvxwm
0
내가 잠에 들었을 때 그 꿈을 꾸기 시작하면, 나는 그 공간(편의상 이렇게 부를게)에서 눈을 뜨는 걸로 시작했어. 누워서 뜰 때도 있었고, 서서 뜰 때도 있었고, 공중에 뜬 채로 눈을 뜰 때도 있었지.
한번 눈을 뜨면 그대로 가만히 있었어. 그냥 정말 잠에 덜 깬듯, 멍하니 주변을 잠깐 보는데 이때 내 주변이 검다는것도 알았지.
7
이름없음
2018/09/01 21:34:55
ID : BwLcMkranzO
0
(미안해 스레주야 학원갔다오느라...)
문제는 그때부터였어. 편의상 공간이라고 하긴 했지만 거긴 공중이나 허공이라는 말로도 표현 못 할 그냥 그저 아무 것도 없는 세계였거든. 그걸 인식하는 순간부터 나는 미칠 것 같은 경험을 차례차례 해.
8
이름없음
2018/09/01 21:37:55
ID : BwLcMkranzO
0
어떨 때는 그 검은색들이 나를 감싸는것 같은 감각을 느끼면서 몸이 졸리는 것 같고 숨이 막혔어. 내 모습이 가려지지는 않아, 그냥 밖에서 외곽선을 어그러뜨리려는 그런 느낌...그리고 어떨 때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인지하자마자 뚝 하고 하염없이 아래로 떨어지거나 했고. 또 어떨 때는 신체적인 이상은 없이 소리를 질러 보기도 했는데 내 귀에도 아무 소리가 안 들리고 어딘가로 소리가 닿지도 않았어. 그게 미치도록 불안했던것 같아.
9
이름없음
2018/09/01 21:40:25
ID : BwLcMkranzO
0
그런 꿈을 매일까지는 아니고 어떨 때는 한 주에 몇 번, 그러다 몇 달 걸러, 그러다 몇 주, 이런 식으로 불규칙하게 꾸었어. 나는 그 꿈을 꿀 때마다 나 외의 다른 어떤 것도 그 세계에선 본 적이 없고, 어떤 소리도 그 외 아무것도 보고 듣고 느낀 적이 없어. 나는 그 때 왕따를 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더 그게 힘들게 와닿았는지도 몰라. 눈만 뜨면 현실에는 부모님도 오빠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내 방도 있었는데, 꿈에만 들어가면 미친듯이 외로웠고, 외로운 게 두렵기까지 했어.
10
이름없음
2018/09/01 21:44:14
ID : BwLcMkranzO
0
그러다 어느 날 같은 꿈을 꾸었어. 그 공간에서 멍하니 눈을 뜬 나는 드물게도 '이번에도 미치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 왜 이렇게 적냐면, 꿈에서 내 시야에 보이던 '나'는 내게 감각과 감정밖에 전달하지 않았어. 생각이나 소리 같은 건 하나도 들려오지 않았고.
(아까 소리가 들리지도 닿지도 않아서 불안했다고 한 거 말인데, 그쪽에서는 어땠는지 '생각'이 들어오진 않았어. 하지만 내가 보는 나->나를 보는 나 방향 뿐만이 아니라 나를 보는 나->내가 보는 나 쪽으로도 감정이 전달되는 것 같았지)
11
이름없음
2018/09/01 21:45:43
ID : BwLcMkranzO
0
그래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냐면, 무척 절망스러웠거든. 그 전까진 그냥 번번히 모든 때가 처음인것마냥 놀라거나 당황스러워하다 깨어났는데, 그건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고, 사실 그 당시에는 그 감정이 뭐였는지도 잘 몰랐어. 이걸 쓰는 지금 되새겨보니 굉장히 절망해서 자포자기 한 듯 했어.
12
이름없음
2018/09/01 21:48:01
ID : BwLcMkranzO
0
그랬는데 시야가 바뀌면서 지금껏 한 번도 보인 적 없던 '무언가'가 보였어. 사람이야. 어두운 옷에 어두운 망토를 후드까지 깊숙히도 덮어쓰고 있었고, 장갑을 끼고 있지는 않았지만 맨살이 살색으로도 무슨 색으로도 보이지는 않았어. 얼굴도 마찬가지. 주변이 그저 '검은'거였다면 그 사람은 뭔가...어느 광원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알아볼 수 없도록 '어두웠'어.
13
이름없음
2018/09/01 21:50:02
ID : BwLcMkranzO
0
그 세계 안의 나를 3인칭으로 보고 있는 내게는 미리 보였지만, 내게 보이는 나는 그 사람이 가까이 다가오기 전까지 모르다가 뒤에서 인기척이라는 걸 느끼고 그사람을 올려다봤고, 그 때 순간, 내가 보던 나와 나를 보던 내가 같아졌어. 그 사람 앞에 선 나의 시점으로 그 사람을 올려다 봤어.
14
이름없음
2018/09/01 21:51:30
ID : BwLcMkranzO
0
얼굴은 여전히 안 보였어. 만화같은 데서 보이면 안 되는 인물의 얼굴을 부자연스럽게 검게 하듯이. 그렇지만 턱선 한 구석은 약간 살 색이 비친 것 같았지. 빛도 없는데 비쳤다니 이상하지만, 아무튼 그랬어...그리고 묘하게, 아무것도 보이지는 않지만 그 사람의 인상이 기억에 남았어.
15
이름없음
2018/09/01 21:53:22
ID : BwLcMkranzO
0
미형에 오똑한 콧선, 약간 튀어나왔지만 찡그리지는 않은 미간, 다소 야윈 듯한 뺨과 턱선...그렇지만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은, 한 20대 중후에서 많아도 30대 초밖에 안 될 정도의 사람. 그런데 키가 무척 컸어. 그 때의 나보다 머리 하나는 컸지. 나도 160대라서 작은 건 아니었지만...
16
이름없음
2018/09/01 21:56:57
ID : BwLcMkranzO
0
그러고는 다시 내가 둘로 분리되어 버렸어. '내'가 입을 열자마자 그걸 못 듣게라도 하려는 것처럼, 또 내 눈에는 무어라 말을 하는 내 모습밖에 안 보였어. 그 사람에게 뭔가 말을 하고 있었지. 나는 그 모습이 좀 신기했어. 이 때는 내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으면서, 입 자체를 열질 않을 때 였거든. 막힘없이 뭐라고 하는 내 모습이 생소하다고 생각하는데, 내 눈에 보이는 나는 점점 억울하거나 화난 표정이 되다가 눈물을 뚝뚝 흘렸지.
17
이름없음
2018/09/01 21:58:46
ID : BwLcMkranzO
0
그랬더니 아까 그 남자가 손을 들어서 머리를 쓰다듬어 줬어. 막 문질렀다기보단 그냥 툭 하고 머리 위에 얹어 놨지. 내 얼굴이 보이고, 남자의 등이 보이는 시야각에서 오른쪽 뒤부터, 검은 색이 아니라 흰색으로 갑자기 세계가 덮여오는거야. 진부해 보일지는 몰라도 정말로.
18
이름없음
2018/09/01 22:00:32
ID : BwLcMkranzO
0
그 사람의 어두운 색 의복 차림은 흰색을 주위에 두고 있으니 더 눈에 띄었어. 그리고 문득 생각이 들었지. 바닥도 천장도 벽도 없는 공간에서, 그 사람이 나타났을때부터 나와 그 사람은 바닥에 서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고.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했는지 어땠는지는 못 들었으니 모르겠어. 나의 시야는 처음 얼굴을 봤을 때 이후로는 그 사람의 앞을 본 적이 없거든...등만 보였지.
19
이름없음
2018/09/01 22:04:03
ID : BwLcMkranzO
0
아무튼 내가 보기에 그 사람은 몇 초 가만히 (내 눈에 보이는) 나를 보고 서 있다가, 뒤돌아서서 옆쪽으로(아까 설명한 시야대로라면 오른쪽 대각선 앞쪽 쯤)가버렸어. 내 눈에 보이는 나는 그 사람의 등에다 대고 뭐라고 한 것 같지만, 한번 눈을 깜빡이고 다시 떴을 땐 현실의 내 방, 아침이었고...난 가위에 눌리지 않았어.
20
이름없음
2018/09/01 22:06:08
ID : BwLcMkranzO
0
오히려 그날은 왠지 더 개운한 것 같았지. 분명 기분 좋을 일이 생긴 것도 아니고, 생길 것도 아니었고(내 과거 이야기니까) 원래부터 잠이 많으니 아침은 고역이라 알람도 못 듣고 계속 잠을 자는데 그날따라 알람이 울리긴 커녕 그 전에 일어났는데도 나는 멀쩡하거나 그 이상으로 상태가 좋았지. 너무 의아한 정도도 아닐 정도라 몇 분 뒤 알람이 울릴 때까지 멍때리고 있었지.
21
이름없음
2018/09/01 22:14:20
ID : BwLcMkranzO
0
꿈 얘기는 이게 끝이야. 그 뒤로부터 지금까지 쭉, 그 검은 곳이나 하얀 곳, 알 수 없는 망토를 쓴 남자를 꿈에서 다시 본 적은 없었어. 그때 오컬트에 흥미 정도만 가지고 있던 친구랑 얘기를 하면서, 혹시 수호신 같은 거 아니야?라는 소리를 들어서, 그걸 그대로 믿고 있어. 왜냐면 그 때 이후로, 약간의 기운이 생긴 건 사실이거든. 엄청난 건 아니고, 그냥 이죽거리는 학교 남자애들한테 말대답을 할 수 있게 됐다던가, 가기 싫을 때 싫다고 말할 수 있다던가....그 꿈들, 특히 마지막 꿈이 뭔가 나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는 했다고 생각해. 나 혼자 막 감동을 받아서 노력한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생긴 의지니까. 뭔가가 대가 없이 생겨났다는건 일종의 축복이 아닌가 했지.
22
이름없음
2018/09/01 22:15:39
ID : BwLcMkranzO
0
잊을 만 하면 그 사람을 떠올려. 요즘은 또 좀 힘들어져서 문득 또 떠오른 김에 적으러 와 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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