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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10/21 19:16:09 ID : eGqY3Ds79bi
하늘을 별로 수놓는 은하수가 끝나는 곳, 너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때문에 뒤에서 너를 보면 꼭 너에게서 은하수가 피어오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했다. 언젠가 나는 너에게 왜 항상 그 자리에 있느냐 물었고, 너는 잠시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은하수가 처음으로 솟아나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라는 다소 어린아이는 이해하기 힘든 답을 내놓았다. 그리고 그 때의 나는 고작 일곱살이었다. 그러니까, 제대로 이야기를 해 보자면 나에게 네가 정말로 이상한 아이처럼 보였다는 말이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너를 이상하게 생각했고, 어른들은 너가 부모를 잃은 탓에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때때로는 어떻게 사람이 은하수를 만들 수 있느냐고 코웃음을 치기도 했다.
이름없음 2018/10/21 19:22:40 ID : eGqY3Ds79bi
물론 너는 모두가 너를 이상하게 생각한다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늘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 하면서 하늘로 시선을 돌려 검은 빛 동공에 밤하늘을 새겼다. 그 옆모습은 아무런 욕심도, 욕망도 없이 청렴한 모습이라서, 가끔 집으로 돌아가는 길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홀린듯 네 옆모습을 보곤 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홀렸다기보다는 동경심에 그런 것 같지만, 아무튼. 비록 부모가 없어 옷은 낡았고 제대로 씻지 못해 지저분했으나, 너에게는 나같은 미천하고 어리석은 사람에겐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가 항상 있었다. 머리가 좀 크고 나서는 부처를 바라보던 그 제자들의 심정이 이랬었겠지, 같은 생각을 했을 정도니 말이다.
이름없음 2018/10/21 19:35:14 ID : eGqY3Ds79bi
그리고 내가 십대 후반의 나이가 되었을 즈음, 마을은 모든게 바뀌어 있었다. 자연재해로 인해 토지는 피폐해지고, 어린 아이들은 점점 생기를 잃어갔으며, 어른들은 자신의 자식이 생기를 잃어간다는 사실에 이성을 잃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아이를 끌어안고 울부짖으며 눈물을 흘렸다. 그래, 계속되는 흉년으로 제대로 챙겨먹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진 아이들에게서 전염병이 돌기 시작한 것이다. 오직 아이들에게만 한정되어 돌기 시작한 그 전염병은 끔찍하기가 이를 데 없어서, 점점 쇠약하게 만들더니 끝끝내는 피를 토하다가 고통스레 죽게 만들었다.
이름없음 2018/10/21 19:46:06 ID : eGqY3Ds79bi
하지만 어린 아이가 없는 우리 집과 가족이 없는 너는 전혀 상관이 없어서, 나는 이따금 음식을 싸들고 너에게 찾아가 이런저런 말을 걸기도 했다. 어린 시절이었다면 생각도 못 했을 이야기지만, 마을에서는 너에게 신경 쓰는 사람이 없었고 나는 너에 대한 편견을 버린지 오래였기에. 이미 그 때의 나는 너가 모든것을 해탈한, 부처같은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나와 너는 내가 싸온 음식을 나눠먹으며 실없는 이야기들을 나눴다. 예를 들면 달은 과연 지구를 사랑할까, 같은 주제로.
이름없음 2018/10/21 19:50:48 ID : eGqY3Ds79bi
물론 나는 늦게 잠에서 깨어났고, 늦은 밤에는 집에 돌아가야 했으며, 너는 밤이 깊어지면 하늘을 보는 것에 집중했기 때문에 실제로 대화를 하는 시간은 길어봐야 두 시간이었지만 그 시간이 나에게는 유일하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왜냐 묻는다면... 음, 부모님은 돈 문제로 언제나 미간을 찌푸리고 계셨으며 어린 사촌들을 죽어가고 있었고, 동네에는 곡소리가 끊이질 않는데다 내 친구 중 일찍 아이를 낳은 애들은 항상 울고 있고 그게 아니면 돈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쯤에서 말 해 보자면 나는 독립이 상당히 늦어진 편에 속하는 축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점에서 후회를 하거나 하진 않았다.
이름없음 2018/10/21 20:01:49 ID : eGqY3Ds79bi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내 또래와 현실에서 벗어나 실없는 이야기를 하며 웃는 그 시간은 내 인생의 한줄기 빛같았다. 무겁게 내려앉은 분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처. 너는 내가 보자기에 싼 음식을 들고 멍하니 널 바라보고 있으면 피식 웃으며 자세를 고쳐앉고선 오늘은 또 무슨 얘기를 할까, 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이야기 상대가 없어서 말하는 기술이 좋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넌 쉽게 날 웃기고 즐겁게 만들었다. 지금 생각 해 보자면 썸 아닌 썸을 탄 것 같기도 하다만 이 주제는 조금 있다가 다시 이야기 해 보도록 하고, 지금은 너와 내가 만난 이야기에 집중하자. 나는 보자기를 풀고, 마실것과 끼니를 해결 해 줄 음식을 너에게 내밀고선 옆 자리에 앉아 아무런 주제나 던지듯이 꺼냈다.
이름없음 2018/10/21 20:04:05 ID : eGqY3Ds79bi
음 혹시 지금 이거 보고있는 사람 있어? 있으면 레스 좀 달아줘, 만약 보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지금 계속 이어 쓰고 없으면 이따가 스레주 라는 닉네임으로 와서 다시 쓰게.
이름없음 2018/10/21 20:24:02 ID : eGqY3Ds79bi
없군! 그럼 나중에 이어 쓸게~

레스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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