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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0 22:51:29 ID : RAY5QoE5RyK
우리는 그렇지 못했나보다. 꽤 오래됐지. 아마 지금쯤 19년이려나. 너랑 내가 친구였던 시간 말이야. 근데 뭐, 수년전까지만해도 우리는 말뿐인 친구였어. 사소한 농담은커녕 작은 스킨십조차도 하지 않았던걸로 기억해. 음, 그때였을거야. 내가 네 책을 온 힘을 다해서 뺏은 날. 너희 반 앞에서 네 이름을 부르며 고래고래 소리지르던 나를 기억하니? 넌 이어폰을 끼고 책을보며 내 목소리는 들은척도 안했잖아. 다 들렸을거라는걸 뻔히 알고있었는데.
2019/06/10 22:58:51 ID : RAY5QoE5RyK
넌 인기가 많던 아이었고, 그런 너에게 큰소리칠수 있던 사람은 나뿐이었을거야. 심지어 너의 부모님조차 널 함부로 대하지 못했지. 네 친구들은, 성큼성큼 너의 교실로 걸어들어가는 나를 놀란눈으로 쳐다보고 있었어. 네가 펴놓기만 하고 읽는둥 마는둥 하던 책을 겨우 빼았자, 그제야 너는 나를 귀찮다는 눈으로 보더라고. 당황하지 않았다면 거짓이겠지. 비록 졸음이 가득 묻어난 눈동자였지만, 난 처음보는 네 그 눈을 절대로 잊지 못해
2019/06/10 23:02:44 ID : RAY5QoE5RyK
'..뭐.' 간단하면서도 자신의 의도를 손쉽게 나타낼수 있는 그 한 마디를 무시했더라면, 네 아름다운 눈에 순간 정신을 놓아 얼굴을 붉히지 않았더라면, 우린 서로를 증오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과연 우리가 추하지 않았을까.
2019/06/10 23:22:18 ID : RAY5QoE5RyK
너는 얼굴이 빨개진 나를 보고 한심하다는듯 조소를 날렸어. 너도 한낱 여자에 불구하다는듯이. 그 순간 정신이 확 들더라고. '난 너에게 화를 내기위해 네 교실로 들어온거야' 몇번이나 되내었는지 몰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너에게 소리를 질렀어. 주어와 목적어, 모두 빼놓은 상태로. 아, 후회된다. 뺨이라도 한대 때릴걸 그랬나봐. 네가 고의적으로 퍼트린 네가 나를 좋아한다는 헛소문을 믿은 전교생덕에, 하루에도 몇번씩 걸레를 빨아야했거든. 입으로.
2019/06/10 23:31:21 ID : RAY5QoE5RyK
정신이 나갔었어. 눈에 뵈는게 없었어. 널 진심으로 죽이고 싶었고, 진심으로 망치고 싶었어. 근데 그거 알아? 그때 우리가 만난지 14년째었어. 그 14년 동안 우리가 말을 제대로 섞어본 일은 아주 먼, 글자도 몰랐을때 네가 나한테 팔찌를 선물한 날과, 내가 너한테 소리지른, 이날 하루뿐이었어. 그날, 학교를 어떻게 마무리지었는지도 모르고, 종례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집으로 향했어. 내일부터 좆됐다. 이런 생각만 가득했었지. 그 생각 덕이었을까. 난 항상 가지고 다니던, 네가 줬다는 것조차 잊은 팔찌를 학교에 놓고왔었어.
2019/06/10 23:35:43 ID : RAY5QoE5RyK
솔직히 엄청 놀랐었어. 네가 착한척, 순진한척 온갖 척은 다 하며 우리집에 와서 팔찌를 갖다준건 둘째치고, 네가 그 팔찌에 대해 기억하고 있다는게 충격이었어. 나도 기억하지 못했던 아주 오래전 일인데 말이야. 오빠와 단둘이 살던 그 집에서, 넌 우리 오빠가 권한 초콜릿을 매정하게 사양했지. 우리 오빠의 그 어정쩡한 자세와 민망한 표정을 난 아직도 기억해.
2019/06/10 23:42:58 ID : RAY5QoE5RyK
네가 간 후 오빠는 나한테 조심스레 말을 건넸어. 우리 동생, 다 컸네. 잘생긴 친구도 있고. 이대로 서있다간 눈물이 터질것만 같아서 황급히 방에 들어왔어. 오빠한테 너무 미안했어. 근데 웃긴게 뭔지알아? 그 와중에도 난 네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있었어. 난 멍청하게도 인터넷 소설처럼 그런 뻔한 전개를 상상했나봐.
2019/06/10 23:49:07 ID : RAY5QoE5RyK
다음날, 난 진짜 온갖것 다 각오하고 학교에 갔다? 근데 밤을 지새우며 했던 걱정이 무색할정도로 아무일도 없었어. 심지어는 인기가 아주 많던 여자애가 나한테 먼저 인사를 걸었어. 어벙벙하게 있다 겨우 손을 흔드는 내 어깨 위로 뭔가 무거운게 닿아왔어. 네 팔이었지. 하룻밤 사이에 회개라도 했는지 나한테 심할정도로 살갑게 구는 너에게 난 따지듯이 물었어
2019/06/10 23:56:13 ID : RAY5QoE5RyK
왜 이러냐고. 내가 너한테 잘못한거 있으면 그냥 말해달라고. 그랬더니 너는네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나에게만 소곤거렸지. -무슨소리야 네가 뭘 잘못했다고. 오히려 싹싹 빌어야 할 쪽은 나인걸?- 몸이 얼어붙었어. 그 뒤에 네가 덧붙인 한마디가 소름돋았거든. 난 네가 정말 좋아.
2019/06/10 23:56:58 ID : gmNwK0oK0q1
수고했어 진짜 고생많이 했네
2019/06/10 23:57:07 ID : FdB89y7z85V
보고있어
2019/06/11 00:21:22 ID : RAY5QoE5RyK
그 뒤로는 그냥 별일없는 하루하루였어. 나도 점점 너를 보는게 아무렇지 않았고. 음 하루는 자칭 네 여자친구가 별 볼일 없는 나를 찾아왔다지? '너 뭐야' 단 한 마디 설명도 없이 나한테 그러더라고. 네가 대체 어떤 존재길래 내 남친이 나한테 소홀해지냐고. 알고보니 너, 이리저리 내 얘기 많이 하고 다녔더라. 분명 넌 네 여자친구한테도 아무 생각 없이 내 얘기를 늘어놓았을테고, 여자친구는 다른 여자 이야기를 하는 너한테 화가났겠지. 아니, 정확히는 나한테.
2019/06/11 00:25:48 ID : RAY5QoE5RyK
어찌됐든 그 친구 덕에 너랑 내가 정확히 1년동안 떨어져있었으니 오히려 고마워해야하나? 걘 나한테 입에 담지도 못할 욕을 쏟아부었고, 당시 15살이었던 여린 나는 도망치듯이 전학을 가버렸어. 오빠는 말없이 나를 꼭 안아주더라. 아마 학교폭력 뭐 이런걸로 생각을 했을거야. 16살, 중학생의 마지막 해에 난 다시 너를 만났어.
2019/06/11 00:30:12 ID : RAY5QoE5RyK
고작 1년밖에 되지 않은 시간인데도 넌 많이 변해있었어. 예쁘게 생겼던 얼굴은 섹시하게, 얇은 목소리는 듣기 좋은 중저음으로. ..아, 컨셉까지 잡고있더라. '잘생기고 인성 좋은 모범생'. 역겨웠어. 15살, 너는 나뿐이 아닌 네 눈에 거슬리는 모든 이들을 괴롭히고 다녔잖아. 네 눈짓 한번으로 한 사람의 일년을 망쳤잖아.
2019/06/11 01:10:00 ID : RAY5QoE5RyK
처음에는 널 알아보지 못했어. 앏은 황금빛 안경에, 쑥 커버린 키가 너무도 어색했나봐.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며 급식을 먹는데, 빈 내자리 앞에 네가 털썩 앉더라. 내 친구들의 매서운 눈초리에도 아무말 없이 묵묵히 밥을 먹던 너는 나에게 한마디를 남겼어. ..오랜만이다. 순간 너의 얼굴에서 과거의 네가 보였어. 얼핏 보이는 접힌 눈꼬리가 너라는 걸 확실히 증명해주었고. 아마 지금부터가 너와 내가 보냈던 10대의 마지막 순간들 이야기지?
2019/06/11 15:41:32 ID : HAZinPa3zRy
우리가 만난 곳은 아주 외진 곳에 위치한 시골학교였어. 학생수에 비해 학교가 너무 적어, 전교생은 매우 많았지. 그 많고도 많은 학생중, 넌 어떻게 날 알아봤을까. 대체 왜 나를 알아봤을까. 그때 난 자발적으로 친구를 만들지 않았고, 넌 전학을 온 탓에 친구가 없었어. 지나가다 한번쯤은 돌아볼 외모이긴하지만, 차갑게 보이는 인상 덕에 너에게 모두 말을 걸지 못했을거야
2019/06/11 16:21:50 ID : 43PbeLbA3RA
뭔가 소설같다
2019/06/11 20:49:22 ID : WnU0slA6koG
와...다음이 궁금해진다....
2019/06/11 21:08:30 ID : RAY5QoE5RyK
그 때문에 너와 나는 자연히 붙어있어야만 하는 시간이 늘어났어. 심지어 고등학교 3년내내 짝을 했고, 체육시간 같은 자잘한것도 함께할 수밖에 없었어. 물론 3년동안 우리가 나눈 말은 손에 꼽을정도로 적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넌 그때 나한테 진심으로 다가왔었던것같아. 뭐 내가 그걸 알았어도 너한테 심하면 심했지, 더 잘해줄일은 없었을거지만 말이야
2019/06/11 21:21:49 ID : WnU0slA6koG
스레주 올려줘서 고마워ㅠㅠㅠㅠ
2019/06/11 21:34:11 ID : RAY5QoE5RyK
재현아, 내 청춘을 무참히 앗아간 재현아. 이렇게 우리의 이야기가 끝이 날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조금 아팠지만, 커서 웃으며 나눌수 있는 추억으로 남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네가 그리워. 네가 보고싶어. 몇분이라도 좋으니까 네 목에 코를 박고 향기를 맡고싶어.
2019/06/11 21:40:42 ID : RAY5QoE5RyK
수많은 날들중 어느하루.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가, 우리의 미래를 산산조각낼 아이가 내 옆에 앉아있던 너에게 말을 걸었어. '재현아, 난 이수라고 해. 은이수. 옆은 누구야? 여자친구? 귀엽게 생겼네.' 걔는 귀찮다는 듯 연필을 돌리고 있는 너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었고, 네 볼까지 만지작대며 온갖 애교를 부려댔어. 보다못한 내가 이수의 손을 잡고 내리자 금세 시무룩해지며 자리로 돌아갔지. 근데 있잖아 재현아. 지금까지도 난, 걔가 우리한테 순수한 마음으로 왔을거라고는 생각안해.
2019/06/12 20:16:01 ID : mK4ZbjBuoE3
그 후로도 걔는 언제나 우리 근처에 있었어. 급식을 먹을 때도, 잠시 간단한 이야기를 나눌때도. 아마 너에게 말을 건 이후로는 계속 우리와 함께였을거야. 넌 걔가 싫지 않았는지 점차 부드러워졌고 말이야. 심지어 너는 걔가 은근슬쩍 허벅지를 건들이는데도, 얼굴을 슬며시 붉힌채 아무말도 하지않았어. 근데 재현아, 넌 알고있어. 아니 알고있었을거야.걔가 뻔하지만 유치한 방법으로 우리를 떨어트려놓으려했던거 말이야. 뭐 딱히 우리가 친했다고 할수는 없지만.어찌됐든 넌 거기에 알면서도 모른척 속아넘어갔고, 난 그렇게 점점 너와 어색해져만 갔어.
2019/06/12 20:25:32 ID : 7vveK5aoFbg
보고있어!!
2019/06/13 00:04:23 ID : RAY5QoE5RyK
언제 한번은, 걔가 네 아이스크림에 본드를 넣은 적이 있었어. 조금도 아니고, 한통 반을 때려붓더라. 어떻게 아냐고? 봤으니까. 그 아이스크림을 몇 숟가락 먹은 너는 금세 인상을 찌푸리며 짜증을 냈어. 이상한 맛이 난다며 바로 버렸잖아. 솔직히 말해줘. 너 그거, 나 아니라는거 알고있었지? 그렇게 내 뺨을 때리면서도 말이야. 너 봤잖아. 은이수 머리카락에 묻은 본드. 우리사이에 아무리 대화가 없었다해도, 넌 나를 네 감정 쓰레기통으로 이용했어. 은이수가 우리에게 온 후로. 분명 그 전에는, 가끔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나눴잖아. 소소하긴 하지만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잖아.
2019/06/13 20:33:35 ID : WnU0slA6koG
아 진짜ㅠㅠㅠㅠㅠ 스레주 지금 괜찮은거가....ㅠㅠ
2019/06/13 23:03:28 ID : 9fVbA0lhams
이수는 어느날 내게 말했어. '나 재현이랑 사겨ㅎㅎ' 뭐 그런가보다 했지. 딱히 아무 생각이 안 들었어. 널 아주 많이 좋아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나봐. 아무 감정없는 축하해~ 한 마디 해주고 하던일을 마무리지었어. 걔 표정이 정말 보기 좋더라. 뭐 내가 질투라도 할줄알았나보지? 그날 톡으로 너한테 말을걸었어. 이수랑 사귄다며? 축하해 오래가. 날 괴롭힌 너였지만, 축하는 해줘야 할 것 같았거든.
2019/06/13 23:07:26 ID : RAY5QoE5RyK
근데 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따져물었어. 누가 그런 소리를 해? 은이수랑 안사겨. 머리속이 뒤엉켰어. 왜 이수는 거짓말을 했지? 기재현 말이 거짓인가? 아니, 내가 이걸 왜 궁금해하지? 애써 당황스러움을 감추고 대충 얼버무렸어. 너는 믿는 눈치더라.
2019/06/13 23:46:30 ID : nDyZeNthhAj
ㅂㄱㅇㅇ
2019/06/20 17:24:58 ID : WnU0slA6koG
ㄱㅅ
2019/06/20 19:54:17 ID : SILcGoNwLe3
헉 다음 내용 너무 궁금해
2019/06/20 21:46:56 ID : FimMpaoK3U4
헐 보고있어
2019/06/21 16:24:06 ID : dwsmJTO5U7s
헐 ㅂㄱㅇㅇ 꼭 이어가줘ㅠㅠ 스레 올려줘서 넘 고맙다ㅠㅜ
2019/06/21 22:10:54 ID : jyY9s63PfO2
흐아 보고있어!!!
2019/06/22 07:45:16 ID : Le5eY4HDxU1
ㄱㅅ
2019/06/22 10:10:02 ID : RAY5QoE5RyK
열흘도 안되는 짧은 시간동안 아주 많은 일이 있었어. 일단 마저 풀게. 난 네 말이 믿어지지 않았어. 이수는 네 옆에서 팔짱을 끼며 가슴을 들이밀었고, 무뚝뚝했던 너는 예쁘장한 여자애의 애교에 넘어갔지. 솔직히 연인도 아닌데 자기야 여보야 등 애칭을 부르고 수위가 아주 강한 스킨쉽하고 다니지는 않잖아? 너는 걔랑 사귀지 않았어. 단지 너 혼자 마음에 품었을 뿐이지. 근데 기재현, 이수는 너 안좋아했어
2019/06/22 10:15:21 ID : RAY5QoE5RyK
내가 위에서 언급했었지? 네 강한 인상 덕에 아무도 다가오지 못했다고. 은이수는 네 얼굴과 말투를 보고 네가 잘나간다고, 소위 말하는 일진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몇달이 지나도 일진은 커녕, 노는 아이들조차도 널 무시하니 은이수는 깨달았을거야. '시발 남자 잘못골랐다' 그때부터지. 은이수가 나랑 거리를 둔다고 네가 나한테 작게 말 걸었을때부터, 은이수는 다른 남자에게 콧소리 섞인 애교를 부려댔어.
2019/06/22 15:56:02 ID : rhvu9y6koJS
헐헐 이거 현재진행형이야?
2019/06/22 18:41:03 ID : RAY5QoE5RyK
2019/06/23 12:29:11 ID : E09AqrwFa5W
너도 어렴풋이 눈치 챘을거야. 은이수가 너와 거리를 두려한다는걸. 하지만 넌 악착같게도 너의 감정을 무시했지. 옆에서 지켜보는 난 네가 한심하기만했어. 그때는 몰랐어. 나도 나 자신을 속이고 있다는것을. 언제 하루는 밤 늦게 너에게 전화가 오더라. 신호음 몇번 울린 다음에 무심코 전화를 받았지. 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건넸어. 취한 것 같지도 않은데, 내 이름을 부르며 나 좀 도와달라고 지금 와 달라고 하는 네가 자꾸 거슬려서 나도 모르게 너에게로 향했어. 그 깜깜한 밤에.
2019/06/23 19:36:54 ID : BeZdzQoLaq0
너무 궁금해..분위기가 몽글몽글 아련해서 더 궁금해ㅠㅜ
2019/06/26 18:49:02 ID : A3U1zO09tfW
ㄱㅅ.......다음이 궁금하다....스레주는 힘들텐데 미안....
2019/07/03 15:46:01 ID : atBAjcpRvfQ
흔한 소설처럼 포장마차로 오라는 너의 목소리에 몇십개나 있는 길거리 포장마차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너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어. 너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그렇게 몇시간이나 지났을까. 너에게 다시 전화가 오더라. 땀에 젖은 손으로 핸드폰을 붙잡고 급하게 버튼을 눌렀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조용히 귀를 대고 있자 네 웃음소리가 들리더라. 시끄러운 이야기 소리도. 전화를 잘못건 것 같았어. 그대로 멍하니 몇십초간 서있자 그제야 상황파악이 됐어.
2019/07/04 16:51:44 ID : RAY5QoE5RyK
너 참 나쁘다. 급한 내 목소리를 듣고 네 친구들과 한참을 깔깔댔을 네 모습이 눈에 훤해서 헛구역질이 나왔어. 끔찍하고 역겨웠지. 비록 몇 시간이었지만 너를 걱정한 내가 너무 싫었어. 끓어오르는 화를 삭히고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부들거리는 손을 주머니에 꽂았어. 그날, 나 혼자 집에서 밤을 새우며 울었다면 날 비웃을거니? 눈이 부어 학교에 지각하고만 나를 알았다면 불쌍한 눈으로 봤을거니? 아니, 애초에 넌 나를 걱정했을 거니?
2019/07/04 17:28:00 ID : y3UZfVdWkpP
더 써줘...
2019/07/06 02:13:41 ID : RAY5QoE5RyK
다음날, 과장 하나없이 눈이 부어 앞이 보이지 않았어. 그런데 놀랍게도, 학교에 가지않은 나에게 네 번호로 또다시 전화가 오더라. 수십번이나. 세네번은 무시했지만 게속 울리는 진동에 내 정신건강을 위해서라도 받아야만 할것같았어. 그렇게 한숨을 쉬고 휴대폰을 들었지. 네 번호였지만 태형이 목소리가 들렸어. 이 학교에서 유일하게 둘뿐인 친구 중 하나였던 김태형 말이야. 기억나지? 하긴, 돈으로 우정을 사버린 김태형을 기억못하는게 이상하지.
2019/07/06 10:03:51 ID : RAY5QoE5RyK
태형이는 늘 그래왔듯이 다정한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어. 가식이라고는 전혀 생각도 하지 못할만큼 따뜻한 중저음 목소리로. 음 아마 내가 태형이의목소리를 들었을때는 점심시간 쯤이었을거야. 태형이는 나에게, 네가 어제 널 밤 늦게까지 기다렸다고 했어. 지금 생각해보면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였지. 이상한게 한두가지가 아니네.
2019/07/06 10:19:28 ID : 3AY1biqjeNv
헐...이어가죠
2019/07/06 17:08:02 ID : TVdWnSLe5gl
헐 필력 장난 아니다..
2019/07/06 18:58:57 ID : RAY5QoE5RyK
넌 어제 내가 너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것을 몰랐을거야. 만약 알았다면 김태형에게 거액의 돈을 주며 나를 속이라고 하지 않았겠지. 재현아, 내가 너한테 뭘 그리 잘못했니? 나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길래 태형이한테까지 나를 거리두라 했니.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이 자꾸만 나왔어. 그래, 어디 한번 어떻게 지껄이는지는 들어보자 라는 마음으로 대답을 했어. 태형이의 입에서 마온 말은 정말 가관이더라. 아마 너, 날 끝없이 추락하게 만들기로 단단히 작정을 했었나봐? "야, 나 태형인데 재현이가 너한테 할말이 있대. 직접 보고 말하고 싶다 해서 전화도 내가 했다" 잘 기억을 나지 않지만 아마 이런 식의 말이었던것 같아.
2019/07/07 09:35:56 ID : RAY5QoE5RyK
단둘이 얘기하고 싶다면서 나를 창녀촌으로 부른 이유가 뭐야? 사실 이것도 순화해서 말한거지, 그때 김태형은 나에게 온갖 성희롱을 하며 큭큭댔어. 처음엔 안 갈 생각이었어. 네 생각을 뻔히 알면서도 네 지시대로 하는건 병신이지. 근데 생각이 달라지더라. 이미 너와의 관계는 위태로워졌으니, 다 포기한채로 어느새 신발을 신고 있었어.
2019/07/07 09:39:56 ID : 9a6Y9vzPdu1
보고있엉!
2019/07/07 09:41:39 ID : rglu9wNy2IG
보규잇어
2019/07/07 11:08:51 ID : VgphBzgnXwK
스레주....
2019/07/07 11:25:29 ID : glxCo0nxxDz
일부러 짧은 치마를 입었어. 일부러 딱붙는 크롭티를 입었어. 일부러 높은 굽 하이힐을 신었어. 일부러 진한 스모키 화장을 했어. 항상 교복을 입어서 그렇지 나 몸은 글래머 못지 않게 들어갈곳 들어가고 나올곳 나왔거든. 그렇게 김태형이 말한 장소로 김태형이 말한 자정에 도착했어. 저 멀리서 네가 여자 몇명 끼고 걸어오더라. 하긴, 은이수도 이제는 너한테 관심 없으니까.
2019/07/07 16:22:49 ID : RAY5QoE5RyK
넌 나와 눈이 마주치고, 바로 굳어버렸어. 아주 드물게 보여주던 너의 어벙한 표정을 보았지. 넌 급히 표정을 관리했지만 난 이미 보고말았어. 귀에서 목까지 붉어진 너의 얼굴을. 넌 바로 네 주위의 여자들을 보냈어. 널 노려보는 여자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말이야. "..나랑 대화하고 싶어서 온거지? 가자" 내 눈을 피하며 말하는 너를 따라 어딘가로 향했어. 뭐, 대충 짐작은했지만.
2019/07/08 20:51:10 ID : RAY5QoE5RyK
역시 얼마가지 않아 한 무인텔 앞에서 멈추더라. 넌 말을 더듬었어. ..들어가자. 아무말없이 카운터에서 키를 받고 너를 따라갔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 316호. 넌 방에 들어가고, 나를 침대에 앉혔지. 넌 말을 꺼냈어. '..왜 이렇게 짧게 입고 온거야' 웃겼어. 언제부터 내 걱정을 했다고
2019/07/09 00:15:48 ID : WmE1dBbDArs
더써줘ㅠㅠㅠ
2019/07/09 00:16:53 ID : WmE1dBbDArs
재발 더 서주세요
2019/07/10 12:23:40 ID : WmGts7hxQq0
미친 필력 짱이다ㅠㅠㅠ
2019/07/13 00:21:40 ID : RAY5QoE5RyK
"하고싶은 말 있다고 들었어. 빨리 해주면 안될까? 나도 갈곳이 있어서" 내 말에 네 표정이 굳어갔지. 그러고는 말했어. "어디, 갈건데" 사실 딱히 갈곳은 없었어. 단지 니가 너무 미워서 그냥 그래서, 그뿐이었어. 넌 갑자기 내 손을 잡았어. 내가 너에게 잡힌 손을 빼려는 순간, 너의 눈빛이 바뀌어있었어.
2019/07/14 01:49:18 ID : e40raq40r9b
ㅂㄱㅇㅇ
2019/07/14 19:27:13 ID : huq2K5anAZb
헐 필력오진다... 빨리 써주세요 제발ㅜㅠㅠ
2019/07/15 16:38:47 ID : bDusi3yJRvg
보고있어
2019/07/24 23:34:00 ID : Burak07bxA7
더 써주라 ㅠㅠ 진짜 소설같애 ,,
2019/07/24 23:44:04 ID : u3CnTXBBy3X
와......
2019/08/02 21:09:02 ID : HBgpgmNAksm
보고있어
2019/08/14 20:52:08 ID : Arz89Ajjs7e
보고있어
2019/09/21 12:48:41 ID : 87e40ty2IL8
스레주..더 써주라 제발ㅠㅠ 갱신갱신 무슨 일 있는건가ㅠㅜ
2019/09/21 13:09:21 ID : fbxA46lBhy7
헐모ㆍㅓ야모야 ㅣ더박
2019/09/22 21:25:33 ID : hfcGk8mE2nu
언제 올지 모르지만 기다리는중
2019/09/22 22:27:36 ID : 0k2si3B808r
다시는 안오겠는데
2019/09/22 22:33:24 ID : HA0mmspfbCi
7월이 마지막이야
2020/04/18 15:16:32 ID : Xze6rAkpPfP
오늘 올게 까먹고 있었다..ㅋㅋ
2020/04/18 15:27:21 ID : 2FcoMi9wE60
진짜 스레주야? 아이디가 달라서ㅠㅠㅠㅠ 그래도 계속 기다리고 있었어ㅠㅜㅠㅠ
2020/04/18 17:40:57 ID : Xze6rAkpPfP
눈빛이 바뀌어 있었다고 하니 흔히들 비슷한 상상을 할 거야. 근데, 그게 아니었어. 그런 게 아니었어. 같잖은 사탕발림으로 날 꾀어내고 나에게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순수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는 말이야.
2020/04/18 17:41:10 ID : Xze6rAkpPfP
너는 취한 것 같았어. 그 분위기에, 그 상황에. 고등학생들이 사창가의 한 모텔에서 저러고 있었다니 한심하기도 하지만, 불이 꺼진 채 밖의 빠알간 네온사인 등에만 서로의 얼굴을 비추어보았던 우리였기에 오묘한 기분은 어쩔 수 없던것일까.
2020/04/18 17:41:38 ID : Xze6rAkpPfP
붙잡힌 손은 빠지지 않아 힘을 주는 것을 포기한 지 오래이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는 채 넌 나의 눈을 계속 쳐다봤지. 인상을 찡그리는 너의 미간은 어디를 갈 것이냐는 질문에 답을 하라며 끊임없이 재촉하는 것 같았어. 그때 내가 괜한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너에게 답을 해주었어야 하는 것이었을까? 난 지금까지도 모르겠어 재현아.
2020/04/18 17:42:17 ID : vyMktvwsjfP
헐 스레주 진짜 오랜만이다 동접인가 보고있어!!!
2020/04/18 17:43:41 ID : Xze6rAkpPfP
넌 나를 계속 재촉하고, 난 김태형에게 들은 말만 되풀이하며 그렇게 시간만 가는 것 같았는데, 네가 무슨 말을 중얼거리더니 한숨을 푹 내쉬더라. 정확히는 한숨을 가장한 비웃음이 담긴 조소라 해야하나.
2020/04/18 17:49:59 ID : Xze6rAkpPfP
지금 말해서 미안한데 난 네가 뭐라고 하는지 듣지 못했어. 사실 굉장히 후회를 하고 있었지. 고3이었잖아 우리. 몇 월이었는지 기억은 안 나. 네 향이 가장 진하던 계절이었으니 여름이던가. 하루종일 공부만 해도 부족한데 아무 진전도, 목적도 없이 시간만 조금씩 조금씩 흘러가니 다급해졌던 나를 기억하니. 그 더운 여름날에 에어컨조차 나오지 않던 무인텔의 침대 위에서 우리가 나운 눈짓을 기억하니.
2020/04/18 17:53:25 ID : Xze6rAkpPfP
"할 말 있어서 불렀다며. 빨리 말하라고." 재촉하는 그 순간마저도 나는 손을 빼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너는 답답하게도 침묵을 유지했어. 아까 말했던가, 넌 분위기에 취한 듯 했다고. 네가 술을 마셨을거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너에게는 늘 풍기던 아이보리 비누 향기 뿐이었기에. 알콜 향은 조금도 나지 않았으니까.
2020/04/18 17:55:40 ID : Xze6rAkpPfP
그렇게 나도 할 말을 잃었고 괜한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네가 말하기 전까지 나도 말하지 않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네 눈을 똑바로 보았어. 밖에는 빵빵 거리는 소리들과 취객의 외침과 깔깔깔 웃음소리들로 시끄러웠지만 어째 우리 상태는 점점 끈적해지며 녹아내리기 시작하더라.
2020/04/18 18:01:18 ID : mE3u8lzXs2k
으악 ㅜㅜㅜㅜ 뭡닉가!!!! 보면서 작년거인지 몰랏어.....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본 절 용서하세요 ㅠㅠ
2020/04/19 00:13:50 ID : wnCkpXzdU6q
보고있어..!
2020/04/19 01:37:47 ID : 2KY3DBtg2Go
ㅂㄱㅇㅇ!!
2020/04/19 20:54:16 ID : i4Mkk2so0k0
ㅂㄱㅇㅇ... 개오진다 진짜
2020/04/19 21:04:28 ID : 2KY3DBtg2Go
ㅂㄱㅇㅇ..ㅜㅜ
2020/04/19 23:18:14 ID : mmnCo3TTV9g
ㅂㄱㅇㅇ ㅠㅠ 하 제발 다음 ㅜ
2020/04/20 20:21:38 ID : Xze6rAkpPfP
진짜 미친 것 같았어. 자세히 말하고 싶지만 잘 기억도 안 나고, 여기는 묘사하면 잘릴 것 같아서 대충 넘어갈게. 끝까지 가지는 않았어. 이곳에서 빨리 나가고 싶다는 마음과 이제 너랑은 상종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섞여 내가 먼저 입을 맞춘건 맞아. 내가 왜 그딴 역겨운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한창 인터넷 소설에 빠져있었기 때문에 그랬던 걸까.
2020/04/20 20:23:33 ID : Xze6rAkpPfP
나는 그래도 네가 양심이 있었으면 했어. 핑계일지도 모르겠네. 네가 나를 밀어내길 바랬기에 말이야. 아무리 그래도, 분위기가 달아올랐어도 날 밀쳐내고 밖으로 나가길 바랬어. 그리고 다시는 보지 않았으면 했어. 물론 학교에서는 마주치겠지만.
2020/04/20 20:28:37 ID : Xze6rAkpPfP
근데 너는 결국 그러지 않았지. 사실 뭐 첫키스는 아니었어. 그래서 망설임 없이 너에게 덤볐던 거고 말이야. 아이보리 비누 향은 너의 입에선 맛보지 못했어. 그냥 침이 섞이고 혀가 섞이고. 다행인걸까. 몸은 섞이지 않았으니까.
2020/04/20 20:58:40 ID : JWo4ZbfO9Aj
와,,,스레주 필력 장난아니다,,
2020/04/21 02:28:48 ID : 7Arthalio6m
어으어와아 대박....
2020/04/21 10:00:56 ID : O3zO2tvCo7u
소설이라고 한다 해도 너무 재밌어서 볼 듯 ㅋㅋㅋㅋㅋㅋ 개재밌누
2020/09/01 04:24:33 ID : fU7wINxTXul
레주님 언제 와요 ㅠㅠㅠ
2021/01/21 23:46:21 ID : xyJV85SIGnA
레주 언제와 나 죽어ㅜㅜㅜㅜ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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