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8/30 05:04:51 ID : 7hs8qnXtfSN 3
제국의 드넓은 대륙에 태양이 뜨고 아침을 알리는 수탉울음에 신민들은 기상하여 내일을향해 달려간다 하나님이시여 우리 황제폐하께 은혜를 내려주사 기강을 굳히게 하시고 동쪽의 바다에서 서쪽의 산맥까지 황제폐하의 안뜰을 살피옵소서. 제국군의 우뢰같은 함성소리는 전장의 승리의 함성이요 태양이 걸쳐있는 저 능선을 적들의 피로 다시물든다. 제국의 전진을 막는 수 많은 적들의 머리에 총을겨누며 우리는 노래한다 황제폐하의 제국찬가를! 제국찬가가 폐허가된 시가지에 울려퍼진다. 붉은제국의 홍기는 그라드의 곳곳에 펄럭이고 전투의 끝을 알리는 불그스름한 석양이 제국의 홍기를 더욱 붉게 물들였다. 사체를 뜯는 까마귀떼와 여기저기 흩어진 식지않은 탄피, 불타는 전차의 파편은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보여주고 있었다. 승리한 제국군또한 그리 썩 좋아보이진 않는다. 그라드에서 승기를 쥐어 요점지를 점령했지만 돌아갈 고향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고향의 향수를 나눴던 동향(同鄕)전우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제폐하께서는 알파그라드전투에서 승리한 제국군의 공적에 큰 감명을 받으셨다며..." 감도가 그리 썩좋지않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뉴스는 고립된 제국군들의 사기를 그리 충족시키지 못하였다. 다만 곧 전쟁이 끝난다는 소리가 돌고있어 종전방송이 혹시라도 나올까 라디오를 틀고 있는 것 뿐이다.
2 이름없음 2019/08/30 12:15:27 ID : a2qY8lzO02s 0
동방전투당시 야마토공영권의 포로수용소에서 구출된 만수는 전장에서만 3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그의 고향은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나 본국으로 송환되었을땐 이미 잿더미로 변했고 살아남은 사람이라곤 문둥병에 걸려 잘 걷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삐쩍골은 아이들, 그리고 죽은 지어미의 젖을 빨아보겠다고 구더기가 드글드글한 시체의 젖을 물고있는 갓난쟁이만 보일 뿐이었다. 지옥으로 변해버린 고향을 뒤로하고 갈곳이 없어진 그는 차라리 자신을 구해준 제국군에 가담하겠다며 따라나섰다. 벌써 제국군으로써 전장을 누빈지 1년이 지나간다. 그동안 수많은 전우들을 보았고 보냈었다. 당시 수용소에서 본국으로 송환될때 같이 고향을 떠나온 동기들이 꽤 되었다. 하지만 날이 거듭되고 누비는 전장마다 한두명씩 옆에서 떠나가고 이제 옆에 남은 사람이라곤 3살이나 아래인 현구뿐이다. 그는 언어에 꽤 능통하여 어느새 소대 통역병이 되었다. 비전투원이라 그런지 명줄이 길어 아직까지 살아남을수 있었다. 하도 쏴재껴 휘어버린 총을보며 적들이 버리고 간 쓸만한 화기를 찾아 폐허를 뒤적이고 있을때 항상 어디서 줏어왔는지 새 총을 그에게 건네며 씨익 웃곤 하였다. 분대막사에서 쉬고있을때 다음 전투지가 정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알파그라드의 외곽지역에 위치한 포로수용소의 포로들을 구출하여 본국으로 송환하는 열차역을 엄호하는 임무였다. 이미 그라드는 제국군의 손에 넘어왔으나 혹시모를 파르티잔들과 잔여세력들의 게릴라를 방지하기 위하여 투입되는 것이라고 설명을 들었다. 소대장밑에서 통역을 하는 현구의 입김때문인지 만수가 속한 분대는 열차와 함께 본국으로 돌아가는 임무를 맡았다. 어차피 돌아가도 그는 아무것도 할수 없었지만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면 편히 몸을 누일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램에 괜히 설레었다.
3 이름없음 2019/08/31 00:46:24 ID : eE63O9xQmpS 0
그의 분대와 다른 소대의 분대에서 차출된 인원들이 군용트럭에 올라탔다. 담배냄새가 자욱하게 깔린 트렁크는 다시 전장으로 간다는 긴장감과 잃을것 없는 파르티잔들의 잔혹한 소문들에 대해 한창 논의가 계속 되고 있다. 그라드의 폐허가 지나가고 마침내 기찻길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전장답지않은 교외는 봄이 찾아온다고 듬성듬성 푸른 잎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물론 아직꺼지는 매서운 바람이 부는 추운 늦겨울이지만 이미 교외지역은 봄이 찾아오고 있었다. 6년간 계속되는 전쟁은 끝날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전쟁이 끝나는가 싶으면 어디선가 게릴라가 벌어졌고, 게릴라를 소탕하면 정규군이 밀어닥쳤다. 정규군을 밀어내면 상부에서 내렇오는 지시에 새로운 전장으로 투입되기 일쑤였다. 지독하고 끈질기게 이어져온 전쟁의 손아귀는 만수만 괴롭히는것이 아니다. 오히려 만수는 갈곳없어 정처없이 떠도는 자신을 묶어둘수 있는 곳이 필요했었다. 하지만 이들의 대부분은 고향에 자신들의 가족과 사람하는 사람 형제들을 두고 온사람이었고 심지어 전쟁이 일어나기전 약혼까지 했던 사람도 있었다. 빨리 끝날줄 알았던 전쟁은 벌써 해를 거듭하여 6년동안 지속되었다. 붉은제국의 군부의회는 무슨 욕심에서인지 서쪽으로 산맥을 넘어 전진하고 있었다. 1년전 그라드에 닿기전에 첫 전투지였던 푸곤산맥에서의 산악전은 난생 처음 겪어보는 지형과 기후에 엄청난 고비였었다. 사실 야마토제국이 동부공영권을 만든답시고 주변국들을 침략하는 바람에 시작된 이 전투는 동부전선을 소탕하고 끝나면 되는 일이었지만 갑자기 불이붙은 서부전선은 당최 무슨 이유로 어떤 바람이 불어서 엄한 서부대륙까지 전방으로 만드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동부전선이 완벽하게 정리되고 만수와 여러 실향민들이 제국군에 합류한뒤 산맥을 넘어 서부개척을 한다고 하였을때 제국의 프로파간다에 넘어간 병사들은 애국심에 고취되어 기대에 가득찬 눈빛이었다. 아무리 산맥이 험준한 지역이고 그 밑에 위치한 알파그라드는 전략적 요충지라 투입된 병력 전부가 상부의 인간장기판 놀음에 몰살될수도 있었음에도 그들은 동부전쟁의 승리와 여러 감정에 격화되어 사기는 하늘을 찔렀었다. 하지만 1년뒤 그들의 모습은 점점 사기를 잃어갔고 승리에 승리를 거듭하여도 그들의 얼굴에서는 고향과 멀어진다는 느낌에 잿빛이 가득하였다. "자네 명줄이 질긴가보네 어찌 매번 볼때마다 그리도 잘 살아있는건가?" 담배를 나눠피다 친해진 타블로프 상병이 물었다. 덜컹거리는 트럭안에서 조용히 개머리판에다 낙서를 하고 있는 만수를 보며 신기하다고 여겼다. "겁쟁이라서 그런가보죠" 영웅은 소설속에서나 등장한다. 실제로는 살아있는 사람을 영울이라 부리지 않는다. 영웅은 항상 단명하기 때문이다. 총알이 빗발치는 전장에선 잘숨고 잘 도망다니며 게으른 사람들이 살아남는다. 지금꺼지 수년의 전투를 치뤄오면서 살아남은 그도 잘알고 있을것이다. "허허... 참... 자네 동부전선에서 구출되었을때 갈돗이 없다며 서툰 제국어로 데려가달라고 말할때가 엊그제 같았는데 말이야..." 타블로프 상병은 동부전쟁의 초반부터 전장을 누벼온 베테랑 전사였다. 근 5년간 제대증을 두 번이나 반납하며 싸워온 애국심이 남다른 사람이었다. 항상 황제폐하의 은총에 총알이 빗겨간다며 보드카를 들이키는 바람에 항상 내가 그의 끝없는 대화의 산제물이 되어야했다. "그 추운 겨울날 자네에게 입혔던 군복은 너무 컸었지.. 보급이 나오기 전까지 자네는 밑단을 접어 노끈으로 묶고 다녔지 않나" 동부인들은 제국의 동부전선외에서는 보기 힘든 인종이었기에 중부출신으로 구성된 소대에서 남는 옷이라곤 커다란 군복 뿐이었다. 보급이 나오기전 임시로 입었던 군복은 중서부인들에 맞게 제작된 군복이라 동부인인 만수의 몸에 맞지 않았다. 대화를 몇마디 나누고 있으니 역이 보이기 시작했다. 본국의 포로들과 서부대륙의 포로가 뒤섞여 보였다. 혹여 자신들의 전우가 있을까 하는 마음에 트렁크 밖으로 얼굴을 내밀어 확인하는 전우도 보였다.
4 이름없음 2019/09/01 13:14:57 ID : 1DwJPii1jtj 0
포로들을 인솔하여 기차에 전부 태우고 그의 분대도 같이 올라 탔다. 혹시 섞여들어온 미확인인원이 있을까 인원점검을 하고 열차는 출발했다. 철도군경과 함께 임무를 진행하는 건 처음이었다. 항상 전방에서 사활을 건 치킨게임을 했던터라 만수는 그들이 편안해 보였다. "전방에서 전투를 하고 왔다던데 어떻소?" 그와 같이 근무를 서던 철도군경이 담배를 하나 건네며 물었다. 만수는 담배를 받으며 성냥에 불을 켜 그에게 가져다주고 자신에게도 불을 붙였다. 한 모금을 쭈욱 들이킨 다음에 연기를 내뱉으며 말했다. "그저 지옥이오. 앞에서 쏘면 나도 쏘고 총알이 떨어지면 쓰러진 앞사람 총을 주워서 쓴다오" 철도군경은 생각보다 더욱 열악한 전방의 환경을 듣고 꽤나 놀란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친 몸에 독한 연초매연이 들어가니 만수의 몸은 나른해져 붕 떴다. 만수가 마지막 남은 한 모금을 빨아들이는 순간 열차가 급정거하여 만수의 한 모금은 공중으로 흩어졌다. 만수는 괜스레 짜증이 났지만 짜증을 낼 힘도 없었다. 그저 본국으로 돌아가 여관하나 잡아 몸을 좀 누이고 싶었다. 열차의 앞쪽이 어수선했다. 순간 저 앞쪽 멀리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만수는 본능적으로 총을 쥐었다. 철판미닫이형식으로 되어있는 창문을 밀어열고 고개를 내밀어 앞쪽을 보았다. 무장한 패잔병들이었다. "무슨 일이오?" 같이 이야기를 나누던 철도군경이 그의 어깨를 잡고 물었다. 그도 예삿일이 아닌걸 직감했는지 장전된 총을 잡고 있었다. "저 파르티잔놈들... " 만수는 파르티잔들이 자신의 휴가를 망칠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를 갈며 앞칸으로 뚜벅뚜벅 걸어나갔다. 20칸이 넘게 줄지어 있는 열차는 너무나도 길었다. 만수가 근무를 서던 17번칸에서 출발해 어느새 6번째 칸에 다다랐다. 문을여니 근무를 서던 철도군경들과 자신의 분대원들, 그리고 파르티잔들의 시체가 아비규환으로 뒤섞여있었다. 5번째 칸도 마찬가지였다. 만수는 기장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직감하고는 앞으로 뛰어갔다. 1번칸의 문을 여니 좁은 한 량안에서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파르티잔과 철도군경 그리고 분대원들이 보였다. 그는 총격전에 정신 팔린 파르티잔에게 뛰어가 그의 정수리를 개머리판으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움푹파인 두개골은 살이 찢어져 뇌수가 흘러나왔다. 그가 숨을 고르며 얼굴에 튄 피를 닦고 있을때 갑자기 총을 갈기던 파르티잔 하나가 뒤에서 대도를 들고 달려들었다 만수는 그의 소매를 잡고 1번칸 문앞의 기계실에 밀어넣었다. 으드득 하며 왼팔부터 빨려들어가며 비명을 질러대는 그에게 만수는 그가 들고 있던 대검으로 혀를 잘라내고 목구멍에 칼을 꽂았다. 그러자 그는 구멍이난 목으로 안간힘을 다해 쉭쉭 소리를 내며 기계실 기어뭉치사이로 빨려들어갔다. 만수가 두 명을 처리하는 사이 총격전은 끝나고 철도군경들은 피범벅이 되어 눈을 세로로 뜨고있는 동부인 소년을 보며 침을 꼴깍삼켰다. 자신들보다 키도 작고 몸집도 왜소한 소년이 살인을 그렇게나 쉽고 잔학하게 할수 있다는 데에 놀람을 금치 못하였다. 이 사건으로 하여금 철도군경들은 전방의 잔혹함을 다시 한 번 깨우치게 되었다.
5 이름없음 2019/09/02 16:44:49 ID : 5WpbAY3AZeK 0
온 부대에 미친 동부인이 있다는 소문이 퍼졌다. 전투민족이라느니 지옥에서 왔다느니 아니면 전장에서 태어난 소년이라느니 왜곡된 소문은 다시 돌아와 우리 분애를 떠들썩 하게 만들었다. 그 임무에 투입된 동부인은 만수 뿐이었기에 분대원들은 그를 놀려먹었다. "지옥에서 온 전투민족이 자네라면서?" 스투코프상병이 다가와 웃으며 그에게 담배를 건넸다. 성냥을 그어 불을 붙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실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눈앞에 파르티잔놈들이 죽치고 있는데 맞지도 않는 총을 갈겨대면 뭐합니까?" 스투코프 상병은 조그만 체구의 동부인 소년이 그렇게 잔혹하게 사람을 죽였다는 것을 전부 믿지는 않는 모양이었다. "철도쟁이놈들 처음 겪어보는 난투전에 미쳐 헛것을 봤나보군" 스투코프 상병은 꽤 술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2년만에 본국 수도로 돌아와 여자를 끼고 포커를 쳤는지 상품으로 딴 보드카와 럼주를 방탄조끼에 주렁주렁 매달고는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한참을 웃어댔다.
6 이름없음 2019/09/03 13:35:19 ID : eIGlg0rdVdR 0
"자네 좋은 술 가지고 있는거 같은데 이리 한잔 주시게" 이제 곧 병장이 되는 타블로프상병이 다가와 스투코프상병에게 말했다. 그 또한 선술집에서 꽤나 취한 모양이었다. 걸걸한 웃음소리를 자아내며 새로 장만한 파이프에 불을 붙였다. 은은한 연초향이 퍼지며 여관 로비의 바(Bar)는 따스하고 긴장감이 풀려갔다. "얼마만의 파이프인가... 전장에선 파이프를 못태우니 원..." 부대의 원년맴버로 동부전선 진압부터 쭉 함께해온 분대원들인 파블로프와 스투코프, 만수 그리고 빅토르와 이번에 새로 전입된 볼가와 괴슈는 여관 로비의 바에서 이야기 꽃을 피웠다. 오랜만의 평온함이었다. 곧 남은 소대원들도 본국으로 복귀한다니 만수는 현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고향 친구와 술 한 잔을 기울일 생각을 하니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포성으로 받은 1달의 휴가는 꿀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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