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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31 18:06:47 ID : HAY8pbyE3Dx
보고싶으면 봐도 되지만 보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그냥 시작할게. 사람들은 살면서 많은 감정을 느낀다. 기쁨, 슬픔, 분노, 두려움... 셀 수 없는 많은 감정들이 나의 생활 속에서 그들만의 색으로 날 물들여갔고 나도 자연스럽게 그 색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나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괴물이다. 여러가지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하고 감정이 매말라버리거나 폭주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중학생때까진 난 모두가 평범하게 생각하는 여자아이였다. 감정도 그때까진 내 마음대로 컨트롤 할 수 있었다. 아이들은 나를 좋아했고, 나 역시 아이들을 좋아했다. 친구라는 것에 대한 행복을 품고 힘들어도 꾹 참고 살아갔다. 그런데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부터 나는 내 감정에게 이상함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물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거야?' 라고. 하지만, 말 없이 나를 궁금증에 미치게 하는 그들은 어느 날부터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나에게서 멀어져갔고, 나로 인해 부모님들의 갈등은 커져갔으며, 내 동생과 언니는 나를 최대한 달래주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아서 하루하루가 괴로웠다. "상담을 받아보는게 어때?" 그게 옆에 있던 내 짝이 나에게 처음 던진 말이였다. 그 아이도 내가 힘들다는걸 잘 알고 있었는지 나에게 말을 해준 것이였다. 나는 그것을 듣고 그것만으로 내가 다시 정상적이게 돌아올 리가 없다 라고 말하니 그 아이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또 다시 입을 열었다. "일단 해보고 보는거지 뭐, 네가 상담으로 인해 좋은 일이 있을거라는걸 장담할게. 아니라면 내 손목을 잘라가도 좋아." "...그 말 진심이니?" 믿을 수 없었다. 감히 제 손목을 걸고 내기를 한다니... 무서우면서도 호기심이 생기는 제안이였지만, 나는 쉽게 수락하지 못했다. 나로 인해 저 아이의 손목이 잘려나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머리를 감싸고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내가 범죄자가 되는게 틀림없어 라는 생각만 수백번 했다. 나를 보고 있던 그 아이는 내 등을 토닥여주면서 낮은 톤의 소름 돋을 정도로 차가운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이건 그냥 재미로 하는거야, 무서워할 필요 없어. 너 때문에 지금 내가 아이들에게 시선을 받으면서 쪽팔림을 느껴야겠니?" "...재미...?" "그래, 재미. 그리고 내가 먼저 제안한거야, 네 잘못은 그다지 없다고." 그 말을 듣고 살짝 안심하여 머리를 감싸던 손을 내리고 고개를 들어 그 아이의 눈을 보았다. 처음으로 마주한 동급생의 눈은 마치 한겨울의 눈을 보는 듯 했다. 그 아이는 신비스러운 눈동자를 가지고 차갑고 낮은 톤의 목소리로 자신을 겨울로 표현하는 것 같았다. 마치, 나를 이끌리게 하는 마법 같았다. 언제까지 쪽팔리게 할거냐는 눈빛을 보내는 그 아이의 눈을 보며 나는 조용히 수락했다. 그 아이는 미소 지으며 칠판을 바라보곤 말했다. "점심시간, 평일 점심시간마다 나에게 상담 받으러 와. 장소는 도서관으로 하자. 거기서 만난 후에 조용한 곳으로 옮기자고." "...응." (아래로 이어져)
2019/08/31 18:14:52 ID : HAY8pbyE3Dx
지루한 수업을 끝마치고 드디어 점심시간이 되었다. 아이들과 섞여서 급식을 먹는 것을 꺼려하던 나는 작은 도시락을 꺼내 교실에서 혼자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급식을 먹으러 나간 그 아이는 친구들과 같이 떠들며 급식실로 향하고 있었다. 왠지 부러웠다, 내가 못하는 것을 저 아이는 하는구나 싶어서. 점심식사를 끝마친 뒤, 도시락을 정리하고 가방 안에 넣은 뒤 나는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도서관으로 향했다. "은송이 아니니?" 나에게 도서부 선배가 먼저 말을 걸어주셨다. 전에 여러번 본 선배... 할 일이 없으면 항상 도서관을 들리던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셨던 선배였다. 나는 고개 숙여 인사하고 도서실에 있는 소파에 앉아 추천도서를 살펴보고 있었다. 선배는 선생님의 부름에 자리를 뜨셨고 나는 겨울 같은 그 아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몇분 뒤, 그 아이는 도서관으로 들어왔고 나와 눈이 마주쳤다. 여전히 눈이 내릴거 같은 예쁜 눈동자가 나를 이끌리게 만들었다. 일어나라는 신호를 받고 일어나 도서관을 나가는 그 아이의 뒤를 따라갔다. 그 아이는 복도를 쭉 걷더니, 상담실에서 멈췄다. "...여긴 상담실이잖아. 다른 사람들도 있을거야..." "괜찮아, 미리 빌렸어." "점심시간마다 계속 쓰는거야?" "뭐... 선생님도 딱히 쓰지 않는 곳이라며 허락해주신거야. 잔말 말고 가서 앉기나 해." 차가운 그 말투에 어쩔 수 없이 상담실에 들어가 대충 아무 자리나 가서 앉았다. 눈을 깜빡거리며 주위를 천천히 둘러보던 나의 앞자리에 그 아이가 앉았다.
2019/08/31 18:22:04 ID : HAY8pbyE3Dx
"좋아, 그럼 첫 질문은... 그 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거 말야... 그러니까... 아이들이 무서워하는거. 언제부터 시작된거야?" 첫 질문부터 어려운 질문이 들어왔다. 나는 이 정도야 대충 말해도 되겠지 라는 마음으로 고등학생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했다. 지금 내 나이 열아홉, 그러니까 시작된 시점의 나이는 열일곱이였다. 그 아이는 흥미롭다는 듯이 답변을 듣곤 갑자기 그런거냐고 묻자, 난 당연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나도 이 상황이 언제부터 나에게 다가온건진 몰랐다. 갑작스럽게 다가와 나를 힘들게 한 것이였다. 그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너 말야, 화내지 않으면 그냥 감정 못 느끼는 고장난 로봇 같던데... 그렇게 밖에 못하는거야?" 잠시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왜 나는 엄청 화를 내는 것이 아니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아이처럼 멍하게, 무뚝뚝하게 있는걸까? 난 분명히 감정을 느낄 수 있고, 지금 저 아이의 목소리가 매우 차가워서 내 자신이 소심해졌다는 것도 느낄 수 있다. 어쩔 줄 몰라하는 내 얼굴을 본 그 아이는 침묵을 유지하다가 입을 열었다. "만약, 네가 조금이라도 컨트롤 할 수 있는 감정이 있다면... 어떤 감정인거 같아?" "...행...복...?"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다. 행복... 그래, 행복이라면야 조금은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지금은 잘 느끼지 못하는 감정이지만, 이전엔 그 누구와 비교해도 이상한 점이 없을 정도로 평범하게 행복을 느꼈으니까. 행복이라고 답한 나에게 그 아이는 조금 망설이더니 말했다. "진짜 그렇다고 생각해?"
2019/08/31 18:34:15 ID : HAY8pbyE3Dx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진짜 그렇다고 생각해?라니... 나는 거북이를 기다리며 발걸음을 멈춘 토끼처럼 생각하는 것을 멈췄다. 고개를 숙이고 꽉 쥐고 있던 주먹을 더 세게 쥐었다. 그 아이는 정확한 대답을 원하는 것 같았다. 고개를 차마 들 수 없었다. 나는 그 아이가 원하는 대답을 할 수 없다, 이것만은 확실하다. 그렇게 생각하며 침묵을 유지했다. 목이 아파도 고개를 들고 싶지 않았다. 눈을 질끈 감고 얼른 그 아이가 이 상담을 멈춰주길 바랬다. "유은송, 네가 대답할 때까지 난 여기서 떠나지 않을거야. 이대로, 수업이나 땡땡이 칠까?" 그 말을 듣고 눈이 번쩍 떠졌다. 나 때문에 저 아이까지 수업을 빠뜨릴 생각을 하니까 갑자기 무서워졌다. 모든 것은 내 탓이고, 모든 것은 내가 감정을 컨트롤 못하는 잘못이고, 모든 것은 내가 이렇게 어리석은 아이인 탓이고... 천천히 고개를 들고 시선은 아래로 고정했다. 차마 그 아이의 눈을 볼 수 없어서 시선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런 나에게 그 아이는 말을 이어나갔다. "네가 이 질문엔 답하기 어려워 보이니까, 마무리나 할게." 그 아이는 손목에 채워진 자신의 손목시계를 보더니, 잠깐의 침묵 후에 말했다. "...너, 여기서 그냥 상담 그만둘래?" 나는 솔직히 조금 어이가 없었다. 자신이 먼저 제안한 상담이였고, 자신의 손목 때문에 시작한 상담이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 아이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입은 열 수 없어서 꾹 다문 채 눈빛으로만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꺼낸 이야기잖아!' 그 아이는 내 눈을 바라보더니 한숨을 쉬고 말했다. "그야, 너 이대로라면 상담 받다가 미칠거 같은데... 그냥 그만 두는게 어때? 나 역시 너를 힘들게 하고 싶진 않은데." 그 말을 듣고 살짝 놀랐다. 그런 것까지 걱정할 줄은 몰랐다. 저 아이는 그저 나라는 존재를 실험체 비슷한 걸로 생각하고 접근해 나에게 이상한 질문들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이득을 얻어가는 그런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였다. 정말로 나에게 좋은 일을 심어줄려는 따뜻한 사람이였던건가 라고 생각했다. 그 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답은 천천히 줘도 된다며 나갈려고 했다. 그대로 보내기 싫었다, 여기서 확실한 대답을 하고 싶었다. 나는 그런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소리쳤다. "싫어! 그만두기 싫어!" 그 아이가 그 말을 듣고 놀라서 돌아보았다. 나는 진심으로 그만두기 싫다는 눈빛을 보냈다. 이번만은 내 진심이 담긴 감정이였다. 무슨 감정이라고 부르는진 몰랐다. 아마도 이것은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나에게 자신의 색을 보여주겠지. 저 아이는 그 색을 빛내줄 사람일 것이다. 나는 그 아이에게 내 진심이 닿길 바랬다. 이대로 상담을 멈춰버리면 또 다시 그 괴로움에 미쳐버릴거 같아서 그래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손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꼭 잡고 나아가고 싶었다.
2019/08/31 18:37:52 ID : HAY8pbyE3Dx
"...좋아, 하지만 이젠 재미 같은게 아니야. 내 손목도 안 걸거야. 이제부턴 진지하게 할거니까, 네 마음대로 네 감정에 휘둘리지 마." "...안 그래도 그럴거야, 쉽게 생각하지 마." 그 아이는 그 말만 남기고 먼저 상담실을 나갔다. 나도 일어서서 두 주먹을 꽉 쥔 채로 복도를 나아갔다. 그 아이에게 확실히 말해두고 싶다, 그 아이에게 확실히 전해두고 싶다. 내가 지금부터 얼마나 달라지고 싶은지를. 나를 쉽게 생각했던 그 아이에게 놀라움을 선물해주고 싶었다. 놀라는 그 아이의 얼굴을 똑똑히 내 눈에 새기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내 자리에 앉아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이 상담은 쉬운 길로 가지 않을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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