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을 털어놓기에 앞서 엄마의 배경을 먼저 얘기할게. 조금 길지도 몰라.. 미안해!
엄마는 5남매 중 셋째로 자라셨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셔서 현재는 친정도 없는 상태셔. 남매들과 사이도 좋지 않고(다들 연락을 끊고 살다 최근에서야 서로 연락이 닿았지만, 서로 어떻게 살았는지 조차 별 관심 없더라) 직장동료의 중매로 친아빠와 결혼하고서 지독한 시집살이와 집안 사람들 인성에 견디지 못하시고 내가 7살 때 이혼하시고 집을 나가셨어. (난 현재까지 친가쪽에서 살고있어) 그래도 주말마다 날 만나러오시며 엄마는 날 포기하지 않으시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어. 아마 이때부터 엄마 몸에 잔병이 많이 생긴 거 같다.. 그리고 새아빠라는 사람을 소개해주며 재혼하셨어.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만 하셨더라) 초등학생 때 나는 새아빠가 무섭고 원망스럽고 낯설었지만 받아들이고 내가 자라기까지 쭉 교육비를 지원해주신 새아빠가 무척이나 고마웠어. 근데.... 사실 그렇게 좋은 사람은 아냐.... 성격도 다혈질에 이기적이고 폭언도 미친듯이 퍼붓는 이 고민 상담의 주원인이지.. 새아빠 가족사를 알게된지 몇년 안됐지만 남매들한테도 외면받고 성격 때문에 주위 친구도, 사회성도 없어.. 정부도 혐오해서 툭하면 빨갱이라고 거품 물면서까지 주변인들 욕하고 싫어하시더라고.. 이 글을 쓰면서도 새아빠라고 칭하기도 싫지만 아무튼 그래..
초등학생때부터 봤던 엄마와 새아빠는 사이가 좋지도 않았어. 그저 엄마가 이혼하고 나와서 힘들 때 곁에서 도와주고 그랬다지만..
날 이유로 말싸움과 몸싸움하는 꼴을 보고 있으니 절대 좋아 보이진 않았거든.. 그러다 내가 중학생 때쯤 서울에서 직장을 구하기 어려운 새아빠가 (둘이 서울에서 살 때는 엄마가 새아빠를 벌어먹이셨어) 자신의 고향으로 함께 내려가자며 엄마를 설득했고 엄마는 새아빠와 같이 내려갔어. 집 얻고 잘 지내나 싶었는데 새아빠가.. 그 막노동 같은걸 해서 돈을 벌어 지원해주셨거든. 근데 그러다 몸 이곳저곳이 망가지고 성격은 더 미치광이 처럼 변하셨어. 타지에서 일자리를 얻기에 쉽지않으셨고 자존감이 밑도끝도 없이 낮아진 엄마는 새아빠 영향을 받더니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타지에서 지인조차 만들지 않은 채 몇 년 동안 자신을 고립시키셨어.. 커리어는 끊기고 새아빠에게 가스라이팅은 있는대로 당하고...
현재를 이야기 하자면... 난 아직 친가쪽에서 살고있고 엄마랑 몇년에 한번..? 보는 정도야. 연락은 꾸준히 하지만.. 엄마 쪽은 집 내놓으셨고 집이 팔리는 대로 이혼하자는 상태셔. 새아빠는 일하는걸 오래전에 관뒀어. 왜 자기만 온 몸 다 부러져가며 일을 해야하는거냐. 자기 인생은 대체 어딨는거냐며 엄마에게 자기 집에서 나가라며(공동명의지만 대출금을 새아빠가 일해서 갚음) 몸이라도 팔아서 생활비 벌어오라는 폭언과 욕설, 가스라이팅으로 이젠 씨발 사람 행세를 포기하셨더라고. 엄마는.. 폭언에 시달리면서 자주 우시고 안 좋은 생각도 하시더라.. 당장 부족한 생활비를 최근 연락 닿은 남매들에게 조금씩 빌려 가며 지내며 자존감은 바닥에.. 최근엔 부정맥도 얻으시고 잔병도 더 많아지셨어.. 기저 질환자라고 백신도 안맞으시고.. 어디 사회생활이라도 하시면 나아질까 싶어서 일자리 찾아드려도 주저하시더라고.. 두렵다고.. 그냥 삶의 의지가 없어 보이셔. 나는 대학교 졸업은 했지만 아직 취준생이라 대체 엄마를 어떻게 도와야 할지 늘 고민해.. 보호소도 알아보고.. 이혼할 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새아빠 폭언도 녹음해놓고... 매번 엄마를 똑같이 위로해가며 힘내자는 말은 해도 앞은 깜깜하고 정말 엄마가 끈을 놓으실까 두렵고 뼈저리게 속상해... 아까도 전화로 엄마를 위로하고 같이 이겨내자 꼭 둘이 같이살자 다독이고 함께 분노해주다 현실에 대한 회의감과 우울함이 밀려들어서 이렇게 스레딕에 글을 쓰게 됐어..
정말 머릿속이 복잡해. 삶이 이래도 될까 싶을 정도로.. 엄마가 안타깝더라고.. 새아빠가 내게 지원한 교육비는 전부 갚기로 했고 어린시절부터 지금까지의 나와, 엄마에게 한 폭언과 몹쓸짓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기로 마음 먹은지 정말 오래야.. 하지만 당장 내가 새아빠를 응징할 경제력도 힘도 없으니 나 자신도 끝없이 초라해지더라고.. 엄마에겐 나뿐인데 내가 엄마를 위해 대체 뭘 해줄 수 있을까 싶다.. 그래도... 이렇게 털어놓는 건 처음이라 조금은 홀가분한 거 같아.. 읽어줘서 고마워 정말..
이름없음2021/12/05 00:46:06ID : vzWnV83wljt
국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나 쉼터, 아니면 읍사무소 같은데 조사해 보는 건 어때
이름없음2021/12/05 16:03:45ID : 05PfWi1binW
진짜 안타깝다...우선 새아빠한테 돈 벌어준 건 고맙지만 어머니한테 한 일들과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된 건 유감이라고 말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로 감정정리하고 그러면서 나중엔 엄마한테도 이랬다고 얘기 해주고ㅇㅇ...전화도 자주하고 만날 때 너 일상이나 괜찮냐고 물으면서 그동안 감정들 얘기해. 어머니 인생이 헛되지만을 않았다는 걸 보여줘. 말하진 않지만 너에 대한 걱정이 있을 거고 미안한 마음도 들 텐데 서로가 그런 감정만 남는다면 나중에 정말 어떤 선택을 하실지 모를 거 같아. 그리고 이런 말이 좀 그렇긴 하지만 그걸 왜 너네 어머니가 갚아야해?? 너가 응징하고 말고는 버려두고 너네 어머니에 대한 일들만 하나씩 해결했으면 좋겠어. 너가 독한 마음 품고 직접 따지든 엄마한테 진지하게 얘기를 하든 해서 그건 못해주겠다고 해. 아까 돈 벌어준 건 고맙다고 하랬는데 거기에 근데 이건 좀 너무 하지 않냐고 해봐. 어쩃든 너네 어머니와 결혼 했던 사이고 서로 얘기도 많이 했을 텐데 이제와서 이러는 건 진짜 아니라고. 난 이게 응징이고 너네 어머니를 그나마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
이름없음2021/12/05 20:41:53ID : du9y5bAY6Zc
응.. 폭언도 가정폭력에 해당하겠지? 그렇다면 여성가족부에서 운영하는 보호소 같은게 있다나봐.. 이쪽으로 전화해보라고 권하고있지만 엄마는 보호소에 가야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질 못하시네.. 그정돈 아니라며.. 갑갑할뿐이다..
고마워 레스주야. 이걸 결국 갚아내야하는구나 하고 한숨만 푹푹 쉬고 있었는데.. 역시 아닌건 아닌거같아 스스로 선택한 일을 이렇게 우리 모녀 탓을 해버리는건 말도 안돼... 시도해볼때 이 미치광이와 대화가 좀 통했으면 좋겠다 레스주 말 명심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