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저희 할머니댁은 김천의 한 시골마을에 있었습니다. 작은 마을이지만 밭도 꽤 넓게 펼쳐져 있고 볼거리가 꽤 많은 그런 장소였죠. 할머니댁은 마을에서 꽤나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었는데 주변이 밭과 산으로 둘러쌓여있어 그 마을에 처음오는 사람이 집을 찾기 위해선 한참을 둘러봐야될 정도였습니다.

지금이야 아니지만 그때 당시에는 저희 어머니의 의견으로 일주일에 한번씩은 할머니댁에 놀러가 하루를 자고 오는 편이였고 때문에 할머니댁에 저희가 자고가는 방이 따로 정해져 있을 정도였죠. 저와 동생은 집의 가장 구석에 있는 작은 방에서 잤었는데 그 방은 비록 집에서 가장 작은 방이였지만 이불과 침구류를 깔아놓으면 포근한 느깜이 들었던 곳이라 저와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방이였기도 했습니다.

할머니 집에 가면 할게 없어서 밖에 나가서 동생과 곤충같은걸 잡거나 동네 길고양이들이랑 놀면서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마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보니 마을 어르신들도 자주 안가는 곳까지 돌아다니곤 했죠. 10년전 그때도 그렇게 평소처럼 주말에 할머니집에 가서 동네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는데 평소에는 못보던걸 하나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할머니댁에 가기 전날 크게 비가 내렸었는데 그때 바람에 의해 나무 몇개가 넘어가게 되면서 가려져 있던 장소가 드러났던 것이였죠. 산을 조금 올라가면 있는 자그마한 집이였는데 2층 높이에 벽돌로 지어진 창고같은 건물이였습니다. 내부는 굉장히 오랫동안 방치된듯 보였는데 여기저기 거미줄도 쳐져있고 심지어는 안쪽에서 소나 돼지의 뼈로 보이는것들도 발견할 수 있었죠.

워낙 겁이 없었고 호기심이 왕성했던 저는 그 안쪽에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 내부로 들어가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피기 시작했습니다. 방은 총 3개였는데 한곳은 자물쇠가 걸려있었기에 들어갈 수 없었고 나머지 2곳은 작업실처럼 보이는 곳과 왠 상자가 가득 쌓여있는 장소였죠. 작업실에 흥미를 느낀 저는 벽에 걸려있는 공구들을 이리저리 만지며 가지고 놀기 시작했습니다.

작업실의 정 중앙에는 나무로된 커다란 테이블이 있었기에 저는 그곳에 눈길이 가는 물건들을 가져와 펼쳐두었습니다. 특이한 것들도 몇가지 있었는데 오래된 사진이나 지도, 직접 손으로 그린듯한 그림, 그리고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책 몇권들이 있었죠. 대부분 농사나 가축에 필요한 것들이였습니다. 지도는 마을의 약도인듯 했고 사진과 그림은 과일이나 식물을 찍고 그린것이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