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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05/26 08:39:28 ID : HyHu02mlbjB
엄마는 나를 일찍 임신했는데 결혼생활 내내 술취한 아빠의 구타 폭언에 시달리다가 그 집에서 도망쳐 나왔어. 겨우 이혼한 뒤부터는 어린 나이에 닥치는 대로 일해서 날 키웠고. 어렸을 때 엄마가 맨날 자전거를 타고 새벽에 출근해서 밤 늦게 들어왔던 게 기억나. 엄마가 돈만 벌고 낙 없이 살다 새아빠를 만나 재혼하고 행복한 새 가정을 꾸리는 게 난 좋았어. 10대에 접어들며 동생 두 명이 생겼지만 질투하지도 불안하지도 않았고. 그 정도로 날 부족함 없이 잘 챙겨주셨으니까. 엄마랑 사이는 정말 좋은 편인데 동생들이 십대 중반까지 자라면서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어. 엄마는 지금도 쉼없이 일해서 내가 어렸을 적부터 동생들을 돌봤는데, 나는 엄마였던 경험도 없고 좋은 양육자가 될 그릇도 아니거든. 어제는 남동생이 내 물건을 말없이 가져다가 망가뜨려서 의뢰받아 진행 중이던 일에 큰 차질이 생겼어. (미술 관련 프리랜서야.) 큰 금액은 아니지만 환불을 해드렸고 혹시나 이 일로 의뢰가 끊길까 불안해서 동생에게 노발대발하니 그렇다고 자기가 새 걸 사줄 순 없지 않녜. 돈이 없으니까. 남동생은 일을 저질러 놓고도 책임을 못 느껴. 혼날 때도 멍한 눈으로 바닥만 보고 있다가 끝나면 다시 자기 할 거 하고. 이런 일이 있을까봐 남동생에게 30번도 넘게 경고했는데 소용이 없었어. 엄마는 내가 나이 차이가 큰 누나니까 더 봐주고 챙겨달라고 부탁해. 동생들이 심하지 않은 ADHD가 있어서 초기 치료 목적으로 꾸준히 약 복용하고 그러는 걸 안쓰러워했어. 엄마의 수입이 온 집안을 먹여살릴 정도라 엄마가 직장 때문에 힘들어해도 나 말고는 엄마한테 일을 그만두라 말하는 사람이 없어. 그러니 내가 동생들을 보는 게 최선이지. 엄마는 지금도 병가 휴직, 사직, 이직 다 고민 중인데 가족들이 눈에 밟혀서 일을 못 그만두고 있어. 엄마 인생의 반을 갈아넣어서 얻은 부를 쉽게 포기하기도 어려워 보이고. 엄마가 바쁜 만큼 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봤는데 어제는 도저히 좋은 말이 안 나오더라고. 새벽에 동생을 탓하는 장문의 카톡을 보내니 오늘 아침에 미안하다고, 엄마가 잘못 가르친 탓이라고 육아도 일도 뭐 하나 제대로 해낸 게 없다는 거야. 누가 봐도 엄마는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말이야. 내 이야기가 두서없다고 느낄지도 모르겠어. 부족한 큰딸. 철없는 둘째 셋째. 내가 너무 사랑하는 엄마. 근데 엄마가 한참을 머뭇대다 그랬어. 내가 화낼 때 얼굴이 친아빠랑 똑같이 생겨서 너무 무섭대. 아니란 걸 알아도 자꾸 겁을 먹고 눈물이 나고 도망치고 싶어지고… 그건 엄마가 평생 감추고 싶어하던 비밀이었어서 엄마를 가장 오래 지켜봐온 나도 몰랐어. 그래서 어제 동생한테 화내는 나를 보면서 짜증을 냈다고. 이기적이고 못난 엄마라 미안하다는데 숨이 턱 막히더라. 엄마는 내가 몇 살이었을 때부터 나를 참고 키웠을까 생각도 들고. 보기만 해도 도망치고 싶게 만드는 얼굴을 끼고 이십수년을 살아온 엄마의 스트레스가 확 피부로 느껴졌어.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늘 결혼 않고 엄마랑 죽을 때까지 같이 살겠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지금이라도 급전을 구해서 독립하면 엄마가 더 죄책감을 느낄까? 나는 엄마를 떠나는 게 맞을까?
이름없음 2023/05/26 11:21:41 ID : g0rbCqqnPg6
레주야 아이를 낳으면 한 명의 인간으로 독립시키는 게 부모의 역할이래. 그건 네 권리고 동시에 의무인 거야. 엄마를 너무 사랑하겠지만 행복해서가 같이 사는 게 아니라 연민 때문에. 떠나면 불행할까 봐 독립을 미루지마. 네 동생들도 솔직히 이해하기 힘들지만 일단 상식밖의 행동을 주체하지 못하는 거잖아? 그러면 네 생존을 위해서라도 좀 떨어져도 되는 거야. 특히 이해능력과 윤리관에 발달이 더딘 사람은 사회화 과정에서 비합리적인 편이고. 그래서 걔네도 본인을 혼내는 널 이해하지 못할 수 있어. 원인이 자기네 행동 때문이어도 그 자체를 인지 못한다면 너도 그걸 인정해야 될 것 같아. 그냥 그 애들 특성으로 이해하고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걸로 서로 편해지는 게 좋아보여.
이름없음 2023/05/26 11:28:40 ID : g0rbCqqnPg6
그리고 친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큰 충격이 되었을 것 같아. 하지만 그 사람은 엄마의 남편이전에 네게 아빠야. 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너에게 상처를 준.. 그런데 아무리 트라우마였다고 해도 어머니가 네게 불합리한 이유로 마음에 상처를 준 거야. 그러니까 그 점도 잘 전달해봐... 너와 겹쳐보는 그 사람은 너에게도 상처라는 걸
이름없음 2023/05/26 23:24:32 ID : HyHu02mlbjB
오늘 하루 정말 열 번도 넘게 이 스레를 읽었는데 한 번도 빠짐없이 눈물이 나더라. 고마워. 마지막 줄을 읽고 나서야 내가 상처받았다는 걸 깨달았어. 하지만 내가 외모 뿐이 아닌 말이나 행동으로 엄마의 트리거를 건드린 것도 맞으니까. 정신적인 여유를 되찾은 뒤에 진지하게 독립을 고민해볼게. 고마워. 내일부터 비 온다니까 우산 까먹지 말고. 행복한 연휴 보내길 바라. 진심이야.
이름없음 2023/05/27 10:08:56 ID : hbDzgpbyMnW
도움을 받았다니 나도 너무 안심이 되고 이미 행복해..! 정말 레주 덕분에 연휴가 기분 좋을 것 같아. 이것만 보아도 레주는 분명 남에게 상처 주는 사람보다는 다정한 사람에 가까울 것 같다고 생각해. 분명 엄마에게도 넌 많은 도움을 주는 착한 큰딸일 거야. 지금은 그분의 상황이 힘드셔서 트러블이 있는 거겠지. 그러니까 레주가 끝에 말한 대로 여유를 찾는 과정과 결과 모두 행복한 일 뿐이길 바라. 또 레주도 비 조심하고, 혹시 너한테 떨어지는 빗방울이 있다면 그것만 단비면 좋겠다. 나도 모두 진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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