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두 사람 (형사물) (4)
2.사랑하는 스노우드롭, 나의 딸 (16)
3.창작소설 평가 & 잡담 (7)
4.소설의 평가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 스레주야! (5)
5.릴레이 판타지 소설 가즈아~! (6)
6.뻘글 (5)
7.의식의 흐름을 따라 글 써보는 스레 (7)
8.알고보니 옆집에 스레더가 산다 (12)
9.작은 조각배 (8)
10.건드려선 안되는걸 건드린것같다. (8)
11.전학생이 사실 마법소년이라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17)
12.쓰고 있는 거 제일 첫부분만 가져와봤는데 평가해줄수 있을까...? (13)
13.검색으로 이루어진다 (3)
14.히키코모리의 시간(소설 소재) (4)
15.잠깐 궁금해서 그러는데 (1)
16.글을 올리시면 간단하게 피드백 해드립니다. (8)
17.갑자기 영감 얻어 쓰는 소설 (2)
18.오직 나만이 너의 이해자가 될 수 있어 (6)
19.무제 (3)
20.역사소설을 써보고 싶은데 (2)
시작은 잠이었다.잠시 졸았던 것 뿐이었다. 게임으로 전날 밤을 지세운 나는 창가로 쏟아지던 봄볕에 완전히 함락당하고 만 것이다. 교정의 벚꽃 향이, 새 교과서의 종이 냄새가 머릿속을 메웠던 그 날, 난 굉장한 것을 알아 버리고 말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앞자리에서 교과서에 낙서하고 있던 그 놈. 며칠 전 전학생이랍시고 들이닥친 그 놈이.사실「마법소년」이었다는 것을.
깨어난 내 눈에 비친 것은 너무나도 이질적인 풍경이었다. 아무도 없었다. 고요한 교실엔 붉게 물든 하늘빛이 스며들고 있어 마치 황혼을 보는 듯 했다. 얄팍한 직감이 경고를 보냈다. 저건 노을이 아니다. 저렇게나 붉은,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이 세상의 것일 리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멍청한 호기심은 이미 시선을 창 밖으로 밀쳐낸 뒤였고, 그 곳에서 난 거대한 괴수를 발견하고야 만 것이다.
그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었다. 학교에서 이삼 분 거리쯤 될 듯한 건물들 사이로 수 가닥의 다리가 꿈틀대며 점액을 뿜어내고 있었다. 짙은 녹색의 촉수괴물은 상한 문어와 비슷한 모양새였다. 시뻘건 눈알 하나가 몸체 중앙에서 번뜩였다. 도망쳐. 생각하는 건 언제나 간단했다. 괴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몸이 굳고 말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괴수가 몸을 틀어 달려오는가 싶었는데, 곧이어 돌진이 멈췄다. 괴수의 뒤쪽에서 형광빛 액체가 치솟았다. 괴수의 시선이 뒤로 돌아갔다. 잘려 나간 촉수의 잔해가 공중을 부유하고, 괴수가 격렬히 날뛰기 시작했다. 곧이어 건물 사이로 무언가가 솟아 오르나 싶더니, 뻗어 나간 촉수에 맞고는 이 쪽으로 날아왔다. 진짜 그 녀석을 처음으로 본 것은 그 때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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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코 계속 삐끗하네... 이걸로 고정!
아니, 아니다.
보통 그런 것을 「진짜」라 부르지는 않으니까.
그 녀석에게, 너에게 그리도 단단한 것이 있을 리 없었는데.
확실한 것은 하나뿐이다.
네가 잘못한 것은 없다.
난 그렇게 말해 주고 싶었어.
창틀이 박살나고, 유리 조각이 흩날렸다. 요란한 소리에 반사적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사람 한 명이 교실 구석에 처박혔다. 그 녀석이었다. 푸르게 빛나던 눈. 한 쪽 앞머리를 깐 금발. 양쪽 귀의 피어싱. 흰 재킷과 양손에 하나씩 쥔 날카로운 검. 평소에 쓰고 다니던 안경은 온데간데없었다. 아프네, 하고 그 녀석이 살짝 중얼거렸다. 시선이 마주쳤다.
"안녕?"
"너, 대체..?"
"미안, 지금은 좀 바빠서! 나중에 얘기하자."
그렇게 싱긋 웃고 나서, 그 녀석은 들어왔던 구멍으로 재빠르게 튀어나갔다. 발사되었다는 표현이 적당할지도 모른다. 푸른 섬광이 눈 앞에서 점멸했다. 녀석이 있던 자리에서 벽의 잔해가 후두둑 떨어졌다. 상황을 따라갈 수가 없어서, 그저 지켜볼 따름이었다.
빠르게 도약한 녀석이 괴물의 눈에 검 두 자루를 꽂아넣고는, 그대로 치켜올려 괴수의 눈동자를 베어냈다. 형광빛 액체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나왔다. 괴수가 날뛰었다. 녀석은 격렬히 움직이는 촉수들을 빠르게 하나씩 베어냈다. 검이 궤적을 그릴 때마다 촉수가 조각나 튀어올랐고, 녀석은 여기저기서 치솟는 점액에도 아랑곳않은 채 싸워나갔다. 이내 동작이 멈추고, 적을 꿰뚫을 듯 시선에 담은 채 자세를 고쳐 섰다. 검신에 푸른 검기가 맴돈 순간, 녀석은 빠르게 도약해 괴수의 상반신을 통째로 베어냈다.
순식간에 끝났다. 베어 나간 괴수가 굉음을 내며 폭발했고, 형용할 수 없이 다채로운 연기가 대기를 메웠다. 그 녀석은 괴수가 있던 자리에서 무언가를 줍더니, 이 쪽을 돌아보고는 손을 흔들었다. 정신이 없어서였을까, 얼떨결에 같이 손을 흔들고 말았다. 색색의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지고, 붉은 하늘이 일렁였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원래의 교실로 돌아와 있었다. 국어 시간이 끝난 뒤였다. 그 녀석은 평소대로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다.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냥 꿈인가 싶기도 했다. 좀 전까지 졸고 있었으니, 역시 그 쪽이 맞는 것 같았다. 게임을 좀 줄이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 알바만 해도 피곤한데, 무리하게 취미 생활까지 해 대니 몸이 버티지 못 하는 것도 당연했다. 역시 꿈이겠지. 괜시리 중얼리고는 책상에 엎어졌는데, 그 녀석이 팔을 쿡 찔렀다.
"그거 꿈 아닌데?"
그 녀석이, 아까처럼 싱긋 웃었다.
"그게 무슨..."
"아까 그거 진짜라고. 내가 칼 들고 싸우던 거. 왜, 이렇게 안경 벗고, 앞머리 까고서 - "
"아니, 그렇게까지 안 보여줘도 되는데..."
녀석은 꽤나 신난 것 같았다. 이 녀석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름은 유 청화. 학기가 시작된 지 몇 주 되지 않아 찾아온 전학생이다. 시기를 보아, 사실상 전학이라기보단 늦은 입학에 가까웠다. 크고 동그란 테의 안경과 이마를 덮은 금발. 밝은 파란색 눈. 키는 평균보다 조금 큰 정도였을까, 아무튼 나보다는 컸다. 반장보다 조금 작은 걸 보면 백칠십 센티미터 중반쯤 될 것이다. 자리는 내 앞. 창가 맨 뒤에서 두 번째 자리다. 잘 웃고, 적당히 활발했다. 지금 앞에서 저러는 걸 보면 좀 많이 활발한 것 같지만서도. 반장과는 면식이 있는 것 같았다. 둘이 얘기하는 걸 몇 번 본 적이 있다. 반장에게 물었을 때, 반장은 귀찮은 놈이라고 얘기했었다. 은근히 정이 담긴 듯한 말투여서, 친한 사이인가, 하고 넘겼던 기억이 있다. 그러고 보면 전에 반장이 얘기했던 적이 있는 것도 같았다. 고개를 드니 녀석이 눈 앞에 있었다.
"정신 들었구나? 뭔가 계속 멍하길래."
"아, 미안..."
"별로 그럴 거 없는데 뭘."
그리 말하곤 또 웃는다. 웃음이 헤픈 녀석이다. 궁금한 것은 많은데, 정리되질 않았다. 그래서, 음. 말문을 트기가 어려워 고민하던 찰나에, 녀석이 끼어들었다.
"아까 그게 뭐냐고?"
"어, 그거."
"음, 설명하자면 긴데. 끝나고 시간 있어?"
"미안, 알바 가야 해."
"역 근처에 카페?"
"어, 거기. 어떻게 알았어?"
"지나가다 봤어."
"기억력 좋구나."
"그냥저냥. 그리고 하루 너는 - "
아는 사람이랑 닮았어.
어째서였을까, 멈칫하고 말았다. 별 것 아닌 말인데, 아주 잠깐 묘한 기류가 흐른 듯 했다. 무거운 것이 녹아 있다. 가라앉는다. 아프다 -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잊지 못했던 걸지도 몰라. 이어지는 말에 답하지 못했다. 무엇을 보고 있는 갈까. 무엇을 듣고 있는 걸까. 알 수 없는 곳으로 빠져들어간다. 하루야, 하루야? 녀석이, 네가 다가온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건넨다. 괜찮아? 가볍게 물어오는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아, 미안. 잠시 졸았나 봐. 얼버무린다. 이것도 잠을 못 잔 탓일까. 역시 무리하면 안 되겠다.
"그러면 알바 끝나고는?"
"열 시에 끝나는데, 괜찮겠어?"
"난 상관없어. 찾아가면 되지?"
"그러고 싶으면 그렇게 해."
"오케이!"
"그럼 그 때 와... 난 좀 잘게."
그러고는 책상에 엎어졌다. 피곤해서 지나치게 날이 섰다. 아까 본 문어도 그렇고, 저 녀석도 그렇고, 뒤숭숭하다. 초록색 문어를 먹는 꿈을 꿀 것만 같았다. 회는 저 녀석이 뜨고, 형광색 초장에 찍어서 - 이미 의식이 반쯤 날아간 뒤였다. 그렇게 점심시간 내내 잤다.
"그렇게 말은 했지만 - "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니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이미 저질러 버린 일을. 수면부족은 좋지 않다는 걸 뼈저리게 실감했다. 만화에서나 나올 법하던 괴수를 실제로 봤다. 아직도 믿겨지지 않아서, 사실 모든 게 꿈이었다고 하는 편이 좀 더 믿을 만 했다. 너는 하루종일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다. 자다가 걸리고, 책상 밑에서 게임하고, 교과서에 낙서하고. 그러다 가끔 멍하니 창 밖을 응시하곤 했다. 나도 비슷하지만, 공부 진짜 안 하는구나.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칠 때마다 웃었다. 영문 모를 녀석한테 걸린 듯 했다. 생각할수록 알 수 없었다. 내가 웃기게 생겼나. 그걸 물어보는 거야말로 웃긴 일이겠지만.
낮의 그것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자고 일어났더니 교실엔 나뿐이었고, 하늘은 붉었다. 스며들던 붉은 공기를, 그 이질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괴수가 날뛰며 도시를 부쉈고, 이상한 옷을 입은 그 녀석이 나타나 순식간에 처리했다. 정신을 차리니 교실로 돌아온 후였다 - 이래서야 정리가 의미없지 않은가. 어느 부분도 제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말해 준다 했으니, 그냥 그 녀석을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내 나쁜 머리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멍하니 턱을 괴었다. 카페 유리창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해는 내려간 지 오래고, 시간은 벌써 아홉 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슬슬 퇴근 시간인가 싶었는데, 주방에서 사장이 나왔다.
"하루야, 손님도 없는데 오늘 그냥 일찍 가자."
"아, 저 오늘 열 시에 마치자마자 요 앞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
"그럼 예비 열쇠 줄 테니까 이따 잠그고 나올래? 내일 주고."
"네? 저야 감사하지만, 그래도 돼요?"
"털어갈 것도 없는데 뭘."
"너무 허술한 거 아니에요...?"
"괜찮아. 하루는 믿을 만 하니까. 내 동생을 보는 느낌인 걸, 뭔가."
"...그런가요?"
그러고 보니, 그 녀석도 비슷한 말을 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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